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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핫이슈|베일 벗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생명의 책’ 완성으로 진시황의 꿈 이룬다

  • 김진수 (주)툴젠(Toolgen, INC) 대표이사·이학 박사

‘생명의 책’ 완성으로 진시황의 꿈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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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이라는 생명의 책에는 과연 어떤 정보가 들어 있나? 이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의 주된 관심은 게놈 정보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있다. 유전학자들은 게놈 프로젝트의 완료로 인해 향후 5∼30년 사이에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한 유전적 근거를 밝혀낼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파이저, 글락소-웰컴, 스미스클라인 비첨 등과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밀레니엄, 인사이트와 같은 생명공학회사들은 질병을 초래하는 유전자들을 발굴하는 데 사운을 걸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들을 찾아야만 이에 대해 특허를 출원할 수 있고 약제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휴먼게놈 사이언스사는 게놈 정보를 이용해 유전자 또는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약제로 활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게놈 정보를 활용한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의 질병에 적용될 전망이고, 결국 수십년 후에는 난치병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은 계속 발생하겠지만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21세기 중에 실현될 것이다.

또한 인간의 게놈 정보는 언제 어떠한 질병에 걸리게 될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만일 어떤 아이가 50세가 될 무렵 동맥경화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그 부모가 알 수 있다면 부모는 그 아이에게 적절한 식이요법을 미리 실시할 수 있을 것이고, 개선된 식생활이 몸에 밴 아이는 성장해서도 주의를 기울이며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흡연이 건강에 해롭고 수명을 단축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를 알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담배를 끊지 못한다. 담배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설마 내가” 하는 심리가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주변에서 살펴보면 흡연을 하지 않던 사람도 폐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고, 평생 골초로 살아 왔지만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유전적으로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 자신이 담배를 안 피워도 간접 흡연에 오랫 동안 노출되면 재앙을 맞을 수 있다. 반면 어떤 이들은 행운의 유전자를 타고나 흡연을 해도 암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



문제는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흡연자가 알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유전적으로 취약한 쪽인지 행운의 유전자를 타고났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설마 나는 괜찮겠지” 하는 심리가 작용하여 금연하려는 결심을 작심삼일로 만들곤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만일 유전자진단이 보편화해서, 어떤 사람이 흡연을 했을 때 40대 중반 이후에 폐암에 걸릴 확률이 90%라는 판정을 받는다면 그래도 흡연을 계속할 사람이 있을까? 폐암에 잘 걸리지 않는 행운의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의 경우에도 자신의 흡연 때문에 배우자 또는 자녀들이 유전적으로 간접 흡연에 취약하여 암에 걸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마음 편하게 흡연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처럼 인간의 게놈 정보는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고, 결국 미래 의학에서는 유전자진단을 통하여 질병 발생 가능성을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심지어 신생아의 출생 이전에 그 아이의 건강에 관련된 유전자를 검사함으로써 나이별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추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면서 음식물이나 생활 습관의 조절을 통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바람직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생명의 책’ 고쳐 쓰기

만일 유전자검사에 의해 부모가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서 치명적인 유전병에 걸릴 아이를 낳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미래 사회에는 대부분의 유전병에 대해서 유전자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의 유전병 수천 가지를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고, 결국 이러한 정보는 유전자를 변형하여 그 유전병에 걸리지 않는 아이를 임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유전자를 교체하여 유전병을 치료하는 작업은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는 유전병을 초래하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 이 작업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매우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다음 단계는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치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생명의 책에서 오자를 발견한 후 이를 교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명의 책을 인간이 고쳐 쓸 수 있다면, 잘못된 문장을 교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문장을 마음대로 삽입하고 싶다는 유혹을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머지 않은 장래에는 자녀를 낳을 때 “키가 180cm 이상이 되어라” “IQ가 140 이상이 되어라” 등의 문장을 자녀의 게놈에 삽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하기도 전에 영어, 한문, 음악, 미술 등 가능한 모든 것을 가르쳐 남들보다 한발 앞서도록 준비시키는 한국의 부모들이 생명의 책을 교정하여 선천적으로 경쟁력 있는 아이를 만들고자 하는 유혹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인간의 행동, 소질, 외모 또는 성격에 관련된 유전자들은 성장 환경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고, 1개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단일 유전자의 결함에 의해 초래되는 유전병의 경우와는 달리 그 유전자들을 찾는 작업이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생쥐의 게놈을 변형해서 영리한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사례가 보여주듯이 사람의 성품과 재능을 유전적으로 재프로그래밍하여 변경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게놈을 교정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억년간 모든 생명체의 게놈은 수없이 다시 쓰여 왔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게놈이 복제되는 과정에 게놈의 일부 정보가 잘못 전달되기도 하고, 바이러스 등에 의해 유전자가 첨가되거나 삭제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게놈이 변화되어 왔기 때문에 생물의 진화가 가능했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게놈의 끊임없는 변화 때문이라는 점이다.

게놈이 다시 쓰이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유전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를 치료하는 것이 왜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것인가? 고장난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유전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정상적인 유전자를 환자에 전달하는 체세포 유전자 치료는 놀라운 기술적 발전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지난 수천년 동안 의료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술적 진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윤리적 차원의 문제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논의를 한 계단씩 높여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좀더 대담하고 곤혹스러운 가능성에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논의가 현재 과학자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다.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정상적인 유전자를 환자의 체세포에 전달하는 것이 기존 의료행위의 연장선이라면, 유전병 우려가 있는 부모가 아예 생식세포의 게놈을 변경하여 유전병이 근본적으로 치료된 아이를 낳는 것도 당연히 허용돼야 하지 않을까?

체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하면 그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식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하면 게놈이 영구적으로 변경돼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그 유전자가 전달된다. 따라서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 정상적인 유전자를 생식세포에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는 자손대대로 그 유전병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인 셈이다. 유전병을 앓고 있는 많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겪는 고통을 생각해보면 생식세포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생식세포의 게놈을 변경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한발 더 나아가 더 잘생기고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 생식세포의 게놈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미래의 부모들은 이러한 유혹에 저항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이런 부모들의 욕망을 금지하거나 비난할 수 있을까?

만일 미래사회 부모들에게 자녀의 게놈을 바꾸어 더 잘생기고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이 허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비 부모들은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이 미술적 재능에 관한 유전자, 강력한 근육을 갖게 하는 유전자, 뛰어난 기억력을 담보하는 유전자 등을 주문하여 아기의 게놈을 다시 쓰게 될 것이다. 부모에 따라서는 항상 명랑한 성격을 나타내게 하는 유전자, 주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들을 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는 법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인기 있는 유전자를 원한다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결국 부유한 계층은 인기 있는 유전자를 계속 보강하여 유전적인 엘리트 계층으로 변화할 것이고, 일반 대중들은 ‘고작’ 유전병에 관한 유전자들만 교정하여 지금의 인류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열등한’ 게놈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수십, 수백 세대 이상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세습되고 부와 함께 유전자도 세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전적 엘리트 집단과 열등한 집단으로 계층이 영구히 분리되지는 않을까? 그리하여 마침내 두 집단간에는 정상적인 결혼과 가족의 형성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유전적으로 분리되지는 않을까?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야심적인 인류의 선택

이처럼 생명공학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고찰을 수반하게 된다. 생명공학은 바로 생명 그 자체를 다루는 과학과 기술이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자들의 기본적인 인식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자연(또는 신)이 만든 매우 복잡한 기계라는 것이다. 공학자들이 새로운 기계를 발명하거나 고장난 기계를 고치듯이 생명공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하여 우리 주변의 가축, 농작물 등에서 결함을 제거하고 장점을 강화하고자 한다.

물론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삶을 한층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아에 굶주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양의 곡식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는 없을까? 농작물을 병충해에 강하게 만들어서 농부와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방법은 없을까? 왜 우리는 병들고 늙고 허약해져야 하는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생명공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상주의적인 생명공학자들의 열정과 탐구욕이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게 될 무렵에는 부작용이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인류는 항상 현실에 머무르기를 거부해왔다. 인류는 페스트, 천연두, 소아마비와 같은 질병에 가족과 이웃이 희생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제 암과 치매, 그리고 노화 자체에 대해서도 참지 않으려 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냉혹한 현실은 항상 참을 수 없는 조건으로 여겨져 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발전에 원동력이 돼 왔다.

과학기술은 인간이 자연과 현실을 개선하고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노력 중에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이러한 과정에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가치관에 혼란이 초래되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러한 도전을 기꺼이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상징되는 생명공학 시대의 전개는 이러한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 가운데 가장 대담하고 야심적인 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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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주)툴젠(Toolgen, INC) 대표이사·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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