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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北美관계 김정일 서울답방에 달렸다

  • 송문홍·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기로의 北美관계 김정일 서울답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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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국으로선 아직까지 남북 화해 무드로 인해 이득을 취한 게 없다. 오히려 남북간의 급속한 ‘밀월관계’ 형성으로 향후 미국의 한반도 전략, 나아가 중국을 겨냥한 동북아전략을 일정 부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주한미군 문제만 해도 그동안 한미 양측에서 “통일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얘기가 줄기차게 나왔지만, 이 문제가 그런 단순한 말 한 마디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얼마 뒤인 6월21일 ‘워싱턴 포스트’가 게재한 기사가 미국측의 복잡한 심사를 일부분 대변해줬다. 남북정상회담이 ‘2개 주요지역의 우발사태 대비(two major regional contingency)’ 등 미국의 군사전략 골격에 가져올 여파에 대한 미 국방관계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전하고 있는 이 기사에서 미 국방부의 한 고위관리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거품”이며 “북한 군부가 지난 겨울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대규모의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변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이다.

이 기사는 또 안보전문가들 사이에 지배적인 견해는 ‘한반도의 화해가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의 감축을 유발하리라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주한미군 철수 압력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한국과 미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논외로 치더라도, 주한미군 문제를 바라보는 동북아 주변국가들의 이해관계도 얽히고 설켜 있다. 다음은 국제정보 분석기관인 ‘스트랫포(Stratfor)’의 보고서(7월28일자) 중 한 대목.

“(남북정상회담에서) 한 달 가량이 지난 후, 러시아와 중국은 미군의 계속 주둔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군의 계속 주둔, 특히 통일 이후 미국의 역할에 의구심을 보였다. 중국의 ‘해방군보’(7월10일자)도 ‘한반도의 미군 주둔이 점점 더 부적절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중략)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몇 년간 ‘전략적 동맹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두 나라는 여전히 지역의 경쟁자다. (중략) 더욱이 주한미군의 철수는 경쟁관계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완충지대가 제거됨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방위력 확대를 자극하게 되고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평양, 서울, 도쿄, 워싱턴, 심지어 베이징까지도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듯하지만 각자는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 이런 생각들이 향후 주한미군의 위상에 대한 일치점을 찾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주한미군 문제는 동북아 전체 안보의 틀을 바꿀 핵심 사안이고, 주변국들은 그 변화가 자국에 끼칠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해프닝’의 진실은?

당장 남북간에 현안이 돼 있는 경의선 복원과 관련, 지뢰제거 문제도 결코 간단치 않다. 지뢰는 현재 한국에 약 120만 개, 북한에 약 100만 개가 매설돼 있다. 지뢰는 이른바 미국의 대한국 군사전략에서 결정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이며, 북한의 침략을 제어하는 핵심 무기라는 게 미 군사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 미국이 대인지뢰의 사용·비축·생산 및 이동을 금지하는 1997년 오타와협약에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해가면서 끝내 서명하지 않은 이유 중 한 가지도 오타와협약이 한국을 예외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국제지뢰제거운동(ICBL, International Campaign to Ban Landmines)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은 개전 초기에 새 지뢰 약 100만 개를 매설하게 돼 있다.

그런데 남북간에 경의선 복원이 전격적으로 합의되면서 이런 기존 방어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경의선 복원을 위해서는 지뢰 제거가 필수적인데, 미 국방당국과 이를 위한 사전 협의를 안했다는 것. 국내 한 미국통은 “미국, 특히 보수성향의 안보관계자들로서는 한국이 최근 보여주는 독자적인 행보에 불쾌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불쾌감의 원인은 한국의 행보에도 있지만 그 근원은 역시 뿌리깊은 대북 불신감에서 비롯된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말이다. 특히 공화당과 전통적으로 공화계열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온 군사·안보분야 인사들은 그런 감정을 숨김없이 토로해왔고, 최근 남북해빙 무드에 대해서도 냉담한 편이라는 것.

9월6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이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미 항공사 직원들에게 몸수색을 당하고 미국행을 취소해버린 ‘해프닝’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한 정보전문가는 “미국 정보기관이 김영남 위원장 일행의 여정을 몰랐다는 것은 난센스이며, 미국내 보수강경 세력이 의도적으로 이런 사건을 일으켜 최근 한반도 기류에 찬물을 끼얹으려 한 것으로 본다”고 단정했다.

미국내 대북 보수파의 시각은 미 하원 정책위원회(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가 지난 7월27일 제출한 정책건의서에도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공화당 콕스 의원은 이 보고서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지원정책을 ‘진짜 미친 정책(truly mad policy)’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다음은 그중 한 대목.

“북한은 단순한 독재국가가 아니다. 극악무도한 폭정이 독특한 이 나라는, 반세기에 걸쳐 주민을 괴롭혔고 인류 역사에서 가장 완벽한 전체주의와 군사 국가를 조성했다. 오늘날 국가 경제가 붕괴 위험에 처해 비틀거리는데도 북한은 전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국익에 지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중략)

클린턴 행정부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군비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서서 웃었지만, 그 순간에도 김정일은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었으며 오늘 이 순간에도 계속하고 있다. 클린턴-고어가 제공하는 해외 원조를 받아가며 지금까지도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미 대선과 남북한

그러면 미 대선은 향후 한반도 기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그리고 민주·공화 양당의 한반도정책은 어떻게 다른가. 이에 대해 9월7일 세미나에 미국측 발제자로 나온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진행중인 대선 레이스의 핵심 쟁점에 외교정책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양당이 발표한 정강에서 외교정책 분야를 보면 세계관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건 간에 실제 집권한 뒤의 정책은 정강과 다를 수 있다. 외교정책은 초당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후보들은 원래 사려깊지 못한 약속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11월까지는 물론 새 행정부가 집권한 뒤인 내년 봄까지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는 또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지역은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연관이 깊던 지역인데, 이런 추세가 최근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와는 달리 민주당 행정부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의 한 미국통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대북정책에서 민주당 정부보다 한결 원칙적이고 냉담한 자세로 나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예컨대 북한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이것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결과는 이것이다(Take it or leave it)’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반면에 현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의 경우 최근의 화해무드를 이끌어낸 김대통령에 대해 “오히려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대선 경쟁에서 공화당이 민주당 정부를 공격할 빌미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아무튼 현재로서는 누가 당선될지 오리무중이지만, 미 대선 결과가 향후 한반도 기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북한의 중장기적 경제회생 전략이 이 결과에 달려 있고,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또한 여기에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원로학자는 “미국의 정책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우리의 의지와 행동”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일관된 태도와 논리로 북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볼 때 미국을 좀더 확실한 ‘우리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인들에게 한반도에 진정한 화해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일이 현실화되기까지 한국이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하다.

신동아 200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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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北美관계 김정일 서울답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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