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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컨설턴트

돈 없으면 당선도 없다

미 선거판의 막후 주역, 정치 컨설턴트의 세계

  • 이흥환 재미언론인

돈 없으면 당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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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비, 즉 커미션 액수는 당연히 극비 사항이다. 선거 비용의 몇 퍼센트가 커미션으로 지출되는지도 비밀에 속하긴 하지만, 대략 6~7%로 보면 무난하다. 컨설팅 세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정치사업계에 군림하다가 지난 2월 타계한 로버트 스퀴어(Robert Squier)는 탁월한 선거 전략가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15%라는 부동의 커미션을 고집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커미션 기준은 15%. 이 15%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싫으면 다른 사람을 써라”라는 것이 스퀴어의 말이었고, 난다 긴다 하는 정치인 고객들은 말 한마디 붙여 보지 못한 채 계약서에 서명을 하든지 아니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컨설턴트의 78%는 컨설턴트 법인에 소속되어 있다. 따라서 선거판이 펼쳐질 때마다 명성과 이름을 날리는 쪽이 컨설턴트라면, 뒤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쪽은 컨설턴트 법인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 컨설턴트와 로비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 마이크로 소프트, 월마트 등 대형 민간 기업들도 정치 컨설턴트의 기술이 결국은 로비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의 명함을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미디어 전략가의 명성과 부와 영향력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컨설턴트도 있다. 여론조사가(pollster)와 전화 선거운동가(telemar- keter), 기금모금가(fundraiser)들이다.

민주·공화 양당의 폴스터들은 선거 예산의 5~10% 정도는 여론 조사에 쓰이기를 바란다. 하원 의원 선거의 경우 대략 100만 달러, 상원 의원 선거의 경우 1000만 달러가 여론 조사에 지출된다. 대통령 선거에는 물론 수천만 달러가 투입된다.

거액의 선거 자금이 텔레비전 광고 비용에 지출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후보자들은 광고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드는지를 먼저 알고 싶어한다. 이때 폴스터들의 대답을 듣기 원한다. 여론조사 비용이 선거 때마다 증액되어 책정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폴스터들은 미디어 전략가들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고 있지 못하다. 굳이 예외를 들자면 클린턴 대통령의 그 유명한 폴스터로 컨설팅 귀족의 대열에 끼여든 마크 펜(Mark Penn) 정도일 것이다. 더구나 폴스터들은 미디어 컨설팅처럼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가 한번 실시될 때마다 일한 양에 따라 비용을 받기 때문에 미디어 귀족만큼 떼돈을 만지기가 쉽지 않다. 폴스터들이 법인체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유행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폴스터를 고용해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할 수 있었던 사람은 대통령 후보와 고참 상원 의원, 주지사 정도였다. 지금은 물론 사정이 달라졌다. 주 의회 의원들도 상근 폴스터를 고용해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폴스터들은 미디어 컨설턴트들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캠페인 목표를 정하고, 메시지를 선별하며, 인구 분포 및 지역 특성 등을 감안해 선거운동 전반을 점검하면서 유권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사람들은 자신들인데, 미디어 컨설턴트들은 빈둥거리다 20분 만에 스폿 광고를 3개씩이나 만들어 생색만 낸다는 것이다.

텔레마케터: 110만 통의 전화 전쟁

폴스터들만 해도 돈은 한푼도 만들어내지 않고 쓰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텔레마케터들은 돈을 쓰기도 하지만 전화로 직접 유권자와 접촉하면서 기금 일부를 모으는 등 한편, 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텔레마케터들의 주임무는 기금모금이 아니라, 유권자들 사이에 네거티브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다.

이런 전화 선거운동을 텔레마케터들은 ‘부정적 설득(negative persuastion)’ 또는 ‘여론 밀어붙이기(push-polling)’라고 부른다. 가능하면 많은 유권자들에게 상대후보에 대한 비난성 정보를 유포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권자들에게 이 비난이 먹혀드는지는 관심 밖이다. 알아볼 필요도 없다. 무조건 비난하라! 그리고 설득하라! 이것이 텔레마케터들의 지상 과제다.

전화로 후보를 판매하는 텔레마케팅은 빠르고, 효과적이고, 추적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게릴라 전략이다. 단점이 있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개인용 전화가 아니라 사업용 전화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1통화당 최소 50센트(500~550원)가 든다. 또 지역 전화국을 먼저 선점해야 효과적으로 전화 전쟁을 치를 수 있다.

플로리다주의 민주당 텔레마케터 한스브로(Hansbrough)가 네거티브 캠페인의 대가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지난 1994년이다. 조지 W. 부시의 동생 젭 부시가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민주당 후보 로턴 칠리스의 선거 진영에 소속된 한스브로의 텔레마케팅 펌 요원들은 플로리다 지역 유권자들에게 장장 110만 통의 전화를 걸었다. 이중 7만 통이 노인을 겨냥한 것이었다. 젭 부시 후보는 탈세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가 주지사가 될 경우 사회보장제도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전화통에다 대고 부르짖었다.

현재 조지 W. 부시 후보 진영의 텔레마케터인 제프 라슨(Jeff Larson)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지역을 책임지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라슨 펌의 기지 구실을 하는 곳일 뿐 전화 공세지역은 미 전역이다. “군인 부인들이 여기서 전국에 전화를 걸고 있다.” 전화 전쟁의 지역 지휘관 라슨의 말이다.

기금모금가: “중고차 세일즈맨으로 보지 마라”

기금모금자 (fundraiser) 없는 정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 비즈니스에서 기금모금자는 찬밥 신세다. 같은 정치 컨설턴트이긴 하지만 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정치판의 중고차 세일즈맨’이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늘 이전보다 많은 금액을 모아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실적은 모금 액수로 평가된다. 폴스터나 텔레마케터, 미디어 전략가들과는 평가 기준이 다르다. 누가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느냐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하는 일도 거의 전방위다. 확보하고 있는 기금 기부자 명단을 판매하는 일에서부터 전통적 정치행사인 이벤트 만들기, 소프트 머니 기부자 관리 등 일이 끝이 없고 범위 또한 일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기금 모금은 뚫고 들어가기 좋은 직업’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후보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후보자 주변에 포진한 정치 컨설턴트들 가운데 오로지 기금모금자만이 돈을 만들어오는 사람이고, 이들이 은행 구좌를 채워놓는 것만이 캠페인이 제대로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믿을 만한 증빙물이기 때문이다.

기금모금자의 목표액은 정치 비용의 인플레이션과 비례해 해마다 상승세를 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하원 의원의 경우 정치행위위원회(PACs)의 모금 목표액은 10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은 50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3월 부시 후보가 어떤 모금 파티에서 사상 최대액수를 거둬들인 것도 뒤에 숨은 기금모금자의 실력 과시가 아니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추세로 볼 때, 1급 펀드레이저가 만들어내는 돈은 평균 12만 달러에서 15만 달러 사이를 오간다. 물론 2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까지 만들어내는 초일류급도 수두룩하다. 5년 전 평균 5만 달러를 거둬들이면서 왜 이 짓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던 적도 있지만, 5만 달러 모금은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공화당에서 손꼽히는 기금모금자 가운데 한 사람인 맷 킬란(Matt Keelan)은 이렇게 말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돈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신동아 200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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