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호

공중 경보기·차세대 전투기로 전략공군 띄운다

  • 이정훈hoon@donga.com

    입력2006-07-28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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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통일 시대 개막을 앞두고 육해공 군이 바빠지고 있다. 남북 화해를 기반으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지금, 3군이 바빠진 것은 무슨 연유인가? 세계사는, 대부분의 전쟁과 혼란은 긴장에서 화합으로 넘어가는 ‘여명기’에 터져 나왔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3군은 ‘남북통일이라는 평화 정착 과정에서 의외의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물론 통일 이후의 변화된 구도에까지 대비하기 위해 정중동으로 분주한 것이다.

    3군 중에서도 특히 분주한 것은 공군이다.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큰 분쟁이 전부 항공력으로 결판났기 때문이다. 90년 걸프전은 항공력으로 승패가 결정됐고, 99년 코소보전은 아예 항공력만으로 종결됐다. 따라서 남북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이 나타난다면 이를 최선두에서 제압할 책임은 공군에 부여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판단 위에 공군은 그 대비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것이다.

    지난 10월2일 국방부는 차기 전투기(F-X)와 차기 방공미사일(SAM-X) 도입 사업이 포함된 2001년도 국방예산안을 공개했다. 10월18일에는 공중조기경보기(E-X) 도입을 위한 공개 설명회를 가졌다. 미 공군이 보유한 최고의 전투기인 F-15E급 수준의 전투기 도입을 목표로 한 F-X 사업과, 미 육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PAC-3급 수준의 방공미사일 도입을 목표로 한 SAM-X 사업, 그리고 미 공군이 보유한 AWACS 수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을 목표로 한 E-X사업 등이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공군의 핵심 대비책이다.



    많은 사업을 펼쳐 놓은 공군





    수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려면,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80년대 후반 정부와 공군은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한국형 전투기(KFP) 도입 사업을 추진했다가, 후폭풍에 휘말려 호된 시련을 겪은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사업부터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작지만 강한 군대를 지향하는 공군이 제대로 이륙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기수(機首)는 과연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공군의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어사전은 공군을 ‘공군에 딸린 항공기를 이용해 국가를 방위하고 국익을 지키며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군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공군을 이해하는 지름길은 공군기부터 살펴보는 것이다. 공군기는 전투기(전투기는 다시 제공기와 전폭기로 나뉜다)와 폭격기·정찰기·공격기·전자전기·급유기·수송기 등으로 나뉜다. 공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폭격기와 전투기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사람은 땅에 발을 딛고 살기 때문에, 국가를 운영하거나 지키는데 필요한 핵심 전략시설을 땅에 건설할 수밖에 없다. 가끔씩 ‘유사시’로 표현되기도 하는 전쟁은 바로 이러한 전략시설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적국 깊숙한 곳에 있는 전략시설을 파괴하는 공군기가 바로 폭격기다. 폭격기는 영어로 Bomber기 때문에 대개 B로 시작되는 이름을 갖는다.

    폭격기가 자기 영공을 마음대로 헤집고 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둘 나라는 없다. 적국에서 폭격기가 날아오면, 그에 맞서 전투기를 띄워 그 폭격기를 요격하거나 방공 미사일로 격추를 시도한다. 폭격기는 무거운 폭탄을 실어야 하기에 덩치가 매우 커서, 적 전투기와 방공 미사일의 역습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폭격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먼저 전투기를 발진시켜 적 전투기와 방공미사일 기지부터 파괴하여야 한다.

    아군 전투기가 적 전투기를 요격하고 방공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는 것을 ‘제공(制空)작전’이라고 한다. 제공작전을 수행하는 전투기는 영어로 Fighter이기 때문에 (미국제) 전투기는 대개 F로 시작되는 이름을 갖는다. 전투기가 제공권을 장악해주면 폭격기는 마음놓고 이륙해 적진 깊숙한 곳에 있는 전략 기지를 파괴한다. 이렇게 되면 지상군이 적 지역에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적국은 지휘·통신 체계가 마비돼 저항 불능상태가 된다. 폭격기를 동원해 적국의 지휘·통신 체계를 완전 마비시키는 것을 ‘마비전(痲痺戰)’이라고 한다.

    공군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전투는 제공권을 확보한 후 마비전을 펼치는 것이다. 미 공군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 지역, 6·25전쟁중 북한 지역, 그리고 베트남전쟁 때 월맹 지역을 상대로 이러한 전투를 치른 바 있다. B-29를 비롯한 대형 폭격기가 적지에 새까맣게 떠서 폭탄을 떨구는 것을 가리켜 ‘융단폭격’이라고 한다.

    융단폭격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략시설은 폭격기가 공격할 수 없는 지하나 동굴 깊숙한 곳에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전략시설을 깊숙한 곳에 건설하기 시작하자, 덩치 큰 폭격기는 이를 공격하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폭격기를 대신해 깊숙한 곳에 건설된 전략시설을 때릴 수 있는 공군기 개발에 주력했다. 이러한 공군기는 뛰어난 기동력으로 계곡 깊숙한 곳에까지 파고 들어가 목표물까지 자동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목표로 연구를 거듭하자 이러한 성능을 가진 공군기는 전투기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로써 전투기와 미사일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폭격기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태되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는 융단폭격을 보기 힘든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전투기 분야에 대한 연구가 거듭되자, 전투기는 제공권 확보를 목적으로 적 전투기를 요격하는 ‘제공기’와, 제공기가 열어준 공간을 파고들어가 전략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전폭기’로 나뉘게 됐다.

    제공기는 공대공 무기를 갖고 적 전투기를 요격하는 것이고, 전폭기는 제공기가 공간을 열어준 틈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지상으로 접근해 정밀한 공대지 무기로 전략 목표물을 파괴하는 일을 떠맡았다. 제공기와 전폭기 중에서 더 정밀한 성능을 갖춘 것은 제공기다. 전폭기가 계곡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가 전략목표물을 때리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는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적기를 요격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공기는 전투기 중의 전투기로 꼽히게 되었다.



    날아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



    현재 한국 공군이 추진하는 F-X 사업이 바로 제공기 도입 사업이다. F-X 사업에는 미국의 F-15E, 프랑스의 ‘라팔’, 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타이푼’, 러시아의 ‘수호이 35’가 경쟁하고 있다. 국방부는 2001년 중에 F-X 기종을 결정하고 2004년까지 4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군이 보기에 적의 방공레이더 기지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다. 이 레이더 기지가 살아 있으면 아군기는 마음놓고 적진을 돌파할 수가 없다. 때문에 개전 초기에 이 기지를 파괴해 적을 ‘장님’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폭기 중에는 적의 눈(방공레이더 기지)을 멀게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도 있다. 이러한 전폭기에는 적 방공레이더에서 나오는 레이더파를 따라 들어가는 공대지 미사일 등이 장착되는데, 이러한 전폭기를 가리켜 특별히 ‘대공(對空)제압기’라고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인 미 공군은 오랜 경험을 통해 제공기와 전폭기를 3.5 대 6.5의 비율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강한 전력을 갖는 방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제공기인 F-15와 전폭기인 F-16을 이러한 비율로 보유하게 되었다. 미 공군의 방침을 교과서처럼 따르는 것이 일본의 항공자위대다.

    항공자위대는 F-15 중에서도 최신형인 F-15E를 수입해 제공기로 삼았다. 항공자위대가 수입한 F-15E는, 마지막 글자인 E자 대신 일본을 뜻하는 J자를 붙여서 F-15J로 부르고 있다. 현재 일본 항공자위대는 F-15J기 200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F-X를 추진하는 한국이 F-15E를 도입한다면, E자 대신 한국을 뜻하는 K자를 붙여 F-15K로 부르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전폭기인 F-16을 바로 수입하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과 공동으로 기존 F-16기에 스텔스 기능 등을 대폭 보강한 새로운 전폭기 개발에 착수했다. FS-X 사업으로 불린 이 사업은 성공을 거둬, 일본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스텔스 기능 등이 현저히 강화된 F-2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항공자위대는 현재 미쓰비시 중공업으로부터 F-2기 130대를 납품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공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항공자위대는 미 공군이 사실상 퇴역시킨 팬텀(F-4)기 116대를 전폭기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미국은 한국 등 우방국을 지원하기 위해 저성능의 제공기 F-5를 제작, 공급한 바 있다. 일본은 이러한 F-5를 모방해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F-1 제공기를 독자개발했다. 때문에 F-15J가 뜨지 않아도 쉽게 요격할 수 있는 저성능의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해 74대의 F-1기를 경(輕)제공기로 운용하고 있다.

    미 공군은 제트기를 처음 익히는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F-5를 고등훈련기로 쓰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F-1을 경제공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뒤처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그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F-15급 전투기 자체가 없는 한국 공군은, F-16을 제공기로, 팬텀(F-4)을 전폭기로, 그리고 F-5를 경제공기로 쓰고 있다. 제공기다운 제공기는 전무한 것이다.

    현재 한국 공군은 F-16을 160대 보유하고 있는데 조만간 180대로 늘릴 예정이다. 이때쯤이면 F-X사업이 성사돼 40여대의 제공기가 도입되므로, 한국 공군은 F-16 전체를 전폭기로 전환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한국 공군력은 일본에 비해 여전히 열세다. 이러한 전력으로는 한반도 밖에서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을 억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F-X 사업이 종료되는 대로 제2차 F-X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폭격기가 주역이던 시절, 마비전은 제공전을 성공시킨 다음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방공전력의 급속한 발전 때문에, 이제는 제공전과 마비전을 동시에 펼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즉 제공기가 적기를 제압해주는 사이, 전폭기들이 번개 같이 파고들어 전략시설을 때려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제공전과 마비전을 동시에 펼치지 않으면, 적국은 교묘한 곳에 숨겨둔 전투기를 발진시키거나 방공미사일을 쏘아 올린다. 이렇게 되면 아군기의 공격 효과는 반감하거나 되레 아군기가 위험해진다.

    따라서 제공기와 전폭기는 한 덩어리로 날아가게 됐는데, 이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적의 레이더망이다. 전투기가 아무리 빨리 날아도, 빛의 속도로 탐지하는 레이더를 피할 수는 없다. 아군기 편대를 탐지한 적 레이더는 즉각 방공미사일 발사를 명령하고 전투기 발진을 명령할 것이다. 적 방공관제레이더는 적기가 아군기를 정확히 공격할 수 있도록 예리하게 관제해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군기가 줄줄이 격추되므로,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아군 전투기가 공격할 때는 적 레이더망을 교란시키기 위해 방해 전파를 쏘거나 은박지를 발사하는 전자전기가 뒤따라 와야 한다. 방해 전파를 쏘거나 은박지를 뿌리면 적 레이더 화면이 하얗게 변해, 어느 것이 전투기이고 어느 것이 방해물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또 그들 전투기 편대를 관제하거나 방공미사일 부대에 발사 명령도 내리지 못하게 된다. 적의 눈을 파괴하는 것이 대공제압기라면, 전자전기는 일시적으로 적의 눈을 멀게 하는 항공기다.

    한국 공군의 전자전 능력은 아직 미흡하다. 이러한 허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오산에 사령부를 둔 미 7공군 전력이다. 그러나 전자전기가 적의 레이더를 교란해주는 것만으로 아군 전투기 편대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방공레이더망이 마비되더라도 적은 무조건 전투기를 띄워, 가미가제식으로 육탄 방어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투기에도 레이더가 탑재돼 있으나 출력이 작아 먼 거리에 있는 물체는 잡지 못한다. 그러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이하 경보기)에는 원거리의 물체를 포착할 수 있는 대형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아군 공격편대가 돌진할 때는 반드시 경보기가 따라 붙어야 한다.

    경보기는 적기를 먼저 발견하는 공중 레이더 노릇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표적 중에 어느 것부터 공격해야 하는지를 판단해 아군 제공기에게 알려주는 일도 한다. 한마디로 적을 먼저 보고, 아군을 지휘하는 ‘공중 작전사령부’가 경보기다. 한국 공군은 이러한 경보기를 보유하지 못했다. 때문에 유사시에는 미 7공군의 경보기를 지원받아야 한다. 경보기와 전자전기를 지원받아야 하기 때문에, 유독 공군 분야에서는 한미 공조가 강조되는 것이다.



    전략공군을 향하여



    경보기 분야로 돌아오면 한일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일본의 항공자위대는 최신형인 E-767 경보기 4대를 보유하고 있고, 조만간 12대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격차 때문에 지난 10월18일 공군은 서둘러 경보기(E-X) 도입 사업 공개 설명회를 가진 것이다. 이 설명회에서 한국 공군은 300노트(시속 555㎞)의 속도로 6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기를 4대 도입해 2008년까지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F-X사업이 공군의 주먹을 키우는 것이라면 E-X사업은 공군의 눈과 두뇌를 확보하는 사업에 해당한다.

    제공기와 전폭기-대공제압기-전자전기-공중조기경보기가 한 덩어리가 돼 적진으로 날아갈 때 이를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Package Strike)’이라고 한다. 대규모 편대군의 공격 도중 일부 공군기는 적의 방공미사일이나 적기가 쏜 공대공 미사일을 맞고 격추될 수도 있다. 이때 낙하산을 타고 비상 탈출한 조종사를 구출하여야 한다.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구조헬기가 필요하다. 대규모 편대군 공격에는 공군 탐색전대 소속 특수 부대를 태운 구조헬기도 발진한다.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감행할 때 공중급유기가 참여할 수도 있다. 공중급유기가 포함되면 공격 편대의 비행 거리가 현저히 늘어나 전선으로부터 1000㎞ 뒤쪽에 숨어 있는 목표물을 때릴 수도 있다. 수십㎞ 단위의 작전 목표를 파괴하는 공군을 ‘전술 공군’이라고 한다면, 공중급유기를 참여시켜 타격 거리를 수천㎞로 늘인 공군은 ‘전략 공군’이라고 한다.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전범국이기 때문에 공격(전략)무기를 보유할 수가 없다. 일본의 우파들이 “일본은 보통국가가 돼야 한다”며 보통국가론을 주장하는 것은, 전략무기 보유가 금지된 전범국가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일본은 막강한 경제력을 토대로 이러한 목표를 야금야금 이뤄나가고 있다. 이미 경보기를 도입한 일본은 조만간 4대의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 공군은 경보기(E-X) 사업이 완료된 다음에야 공중급유기(KC-X) 도입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복안만 갖고 있다.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공군이라야 비로소 ‘전략 공군’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다. 전략 공군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한국 공군은, 한반도 재통일 과정에 발호할지도 모를 통일 반대 세력을 충분히 제압할 수가 없다. 때문에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이 끝나는 대로 공중조기경보기(E-X)와 공중급유기(KC-X) 도입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부족한 지상 방공 전력



    공군이라고 해서 모두가 하늘을 무대로 싸우지 않는다. 상당수는 지상 기지에서 활동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방공관제레이더 부대다. 물론 전투기에는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하지만 원거리 물체는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탐지 각도도 제한돼 있어, 탐지 각도 바깥에 있는 물체는 근거리에 있어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상에 설치한 방공관제레이더는 출력이 매우 커서 600㎞ 바깥에 있는 구름이나 작은 새떼도 식별해 내며 360도 전 방위를 탐지할 수가 있다.

    따라서 방공관제레이더가 끊임없이 “○○ 방향에 고속으로 접근하는 물체가 있다” “당신이 놓친 표적이 ○○ 방향으로 도주한다”는 연락을 해줘야 전투기의 전투력은 배가(倍加)된다. 방공관제레이더는 전투기의 ‘시력’을 증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공군기를 ‘리모트 컨트롤(원격조종)’하는 사령탑이다. 이렇다 보니 방공관제사와 공군기 조종사 중에 누가 더 중요한 일을 하는가를 놓고 종종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땅 위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지구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지구 중력을 받아왔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전혀 중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지구 중력의 세기를 1G(Gravity·중력)라고 한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체중이 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는 인체가 위로 올라가는 순간 1G 이상의 중력을 받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중력은 상승 속도가 빠를수록 높아지는데, 보통 사람은 4∼5G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이 이상이 되면 피가 발쪽으로 쏠려 졸도하거나 심한 구토를 한다.

    반대로 초고속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갑자기 뚝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 롤러코스터(‘청룡열차’로 더 잘 알려져 있다)를 타면, 하늘로 치솟는 느낌이 든다. 이것을 ­G(네거티브 G)라고 한다. 고속으로 기동하던 전투기가 수직으로 급강하하면 ­G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때 온몸의 피가 머리 쪽으로 쏠려 순간적으로 졸도한다. 전투기 조종사는 이러한 극한상황에도 정신을 잃지 않게끔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전투기 조종사는 공중전시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급상승과 급강하를 거듭하는데 그때마다 그는 7∼8G에서 ­3∼­4G 상황을 오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도 헤드폰을 통해 관제사의 지시를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한다. “아차” 하는 순간에 관제사의 지시를 놓치면, 거꾸로 적기의 역습을 받아 하늘에 터진 폭죽처럼 불꽃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더구나 방공관제레이더는 탐지범위가 매우 넓어 적진으로 출격한 아군기도 완벽히 지휘할 수 있다.

    이러한 방공관제레이더는 적기 입장에서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악의 꽃’이다. 따라서 아군이든 적군이든 개전 초기에는 레이더파를 따라 들어가는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대공제압기로 방공관제레이더부터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공군은 하사관들을 주로 관제사로 임명하고 있다. 장교 중에는 조종사가 되려다 신체검사 등에서 불합격한 사람들이 대개 관제 장교로 온다.

    방공관제레이더라고 해서 하늘에 있는 물체를 100% 탐지하는 것은 아니다. 관제사들이 모니터를 성실히 보지 않아 놓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레이더가 아예 물체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군은 여러 곳에 방공관제레이더 기지를 건설해, 중복 감시하고 있다. 이러한 중복 감시로 포착상실률을 줄이고는 있으나, ‘제로’인 것은 아니다.

    85년 대만으로 귀순하려던 한 중국 공군 조종사가 IL-28 경폭격기를 몰고 날아와 전북 익산의 논바닥에 불시착했을 때, 한국 공군의 방공관제레이더는 이 경폭격기의 항적을 일순간 놓쳤다. 일본 항공자위대도 80년 소련 공군의 벨렝코 중위가 미국으로 귀순하기 위해 미그- 25를 몰고 초저공으로 일본에 날아왔을 때 이를 아예 놓쳤다. ‘철의 아성’이라던 소련 역시 17살 된 독일 소년 칼 루스트가 경비행기인 세스나기를 몰고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내릴 때까지 전혀 경보를 울리지 못했다.

    따라서 성능 좋은 방공관제레이더의 도입은 F-X 사업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군은 현재 방공관제레이더 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차기 방공관제레이더 도입 사업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스페인의 인드라(Indra)사가 경쟁중이라고 한다. 전국에 흩어진 방공관제레이더가 포착한 정보는 한곳으로 모여야 유사시 전군에 비상령을 내릴 수 있다. 또 여러 곳의 방공관제레이더가 아군기를 중복 관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종합 통제하는 센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곳이 공군 작전사령부 예하 방공관제단이 운영하는 ‘중앙방공통제소(MCRC)’다. 중앙방공통제소는 방공관제단장뿐만 아니라 공군작전을 총지휘하는 공군작전사령관의 지휘 센터 구실도 한다. 위급 상황을 전군에 알리는 조기경보 센터이자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공군을 종합통제하는 중앙방공통제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한국 공군이 아니라 미 7공군이었다. 세계 각처에서 일어난 전쟁에 참여해온 미 공군은 유사시 한국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공군 전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앙방공통제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설득해, 양군이 공동으로 건설해 이를 운영해오고 있다.

    한국 공군이 미 7공군과 함께 중앙방공통제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따라서 ‘홀로 서기’를 위해서는 혼자서 중앙방공통제소를 건설 운영하여야 한다. 또 기존 중앙방공통제소가 파괴되거나 다운되는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제2 중앙방공통제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당위성 때문에 공군은 F-X, SAM-X, E-X 사업 추진 등으로 예산이 부족한데도 제2 중앙방공통제소를 건설하고 있다(방공관제레이더와 중앙방공통제소를 합쳐 한 항공기 안에 집어넣은 것이 바로 경보기다).

    방공관제레이더가 하늘을 살피는 ‘눈’이라면, 방공미사일은 우리 하늘로 날아온 적기를 요격하는 ‘주먹’이다. 방공미사일은 거꾸로 한반도의 재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가해 왔을 때 요긴하다. 적 전자전기의 전파방해를 무릅쓰고 우리의 방공미사일이 적기를 전부 떨군다면, 전세는 한순간에 역전될 것이다. 방공미사일은 이렇게 적기를 격추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한다.

    한반도 재통일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스커드B를 비롯한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남한으로 쏘는 것이다. 북한이 화학탄두를 달아 서울 등 대도시로 발사하면 한국은 한순간에 공황에 빠져버린다. 때문에 방공미사일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처럼 적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나이키와 호크 등 한국 공군이 보유한 방공미사일은, 적 미사일은커녕 적 전투기조차 떨굴 수 없는 구닥다리다. 더구나 이 미사일들은 작전수명이 지나 언제 오발 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 실제로 98년 12월29일 인천에 있는 방공미사일 기지에서는 전선 합선으로 나이키 미사일이 오발사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때문에 방공미사일을 관장해온 공군의 방공포병사령부는 고물 미사일을 대체할 차기 방공미사일(SAM-X) 도입 사업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그러나 SAM-X 사업은 계속 다른 군사력 증강 사업에 밀리다가 내년에야 비로소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허점투성이인 방공관제레이더 사업과 방공미사일 도입을 뒤로 미루고 F-X와 E-X 등 항공기 도입 사업을 먼저 추진하려는 것은 하늘을 무대로 한 공군에서는 당연한 정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상 전력이 부족하면 공중 전력까지도 궤멸된다는 것을 공군은 잊지 말아야 한다.

    정비와 무장도 중요한 지상 전력 분야다. 유사시 전투기의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전투기의 출격률이다. 적군보다 전투기가 적을 때는 아군 전투기의 출격 횟수를 늘려 전투기 대수 부족을 메워야 한다. 전투기의 출격률을 높이려면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전투기에 재빨리 연료를 채워주고, 미사일을 달아주어야 한다. 지상에서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정비사·무장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투기는 하루에 4번 출격하면 최고로 치는데, 이스라엘 공군은 과거 중동전 때 7번 출격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스라엘 공군 정비사와 무장사의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이러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이러한 정비와 무장 분야도 대개 하사관들이 맡고 있다. 이 분야로 나가는 소수의 장교들도 조종사를 지원했다가 제외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이유로 무장과 정비는 한직이 되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를 배워라”

    이러한 차별성은 종종 큰 사고를 몰고 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99년 5월 예천에서 발생한 ‘F-5E 맹물 전투기’ 추락사건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휘발유는 순도가 95% 정도만 돼도 운행에는 지장이 없다. 일부 주유소 업자들은 이를 악용해 물을 탄 가짜 휘발유를 팔기도 한다. 그러나 항공기에 들어가는 항공유는 99.999%의 순도를 유지해야 한다. 제트 엔진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0.001%의 물만 섞여 있어도 작동을 멈춰버린다. 99년에 일어난 F-5E 전투기 추락사고는 바로 0.001% 이상의 물이 섞인 항공유가 전투기에 주입됐기 때문에 일어났다.

    맹물이 섞인 항공유가 전투기에 주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류탱크의 파이프라인에는 0.001% 이상의 이물질이 섞인 항공유가 흐르면 무조건 연료주입을 차단하는 장치가 있다. 그러나 예천 사건 때는 이 장치들이 줄줄이 고장나 있었다. 더욱 한심했던 것은 이 시설을 하사관도 아니고 상병이 관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중에 비해 하대를 하는 지상 분야의 사기 진작은 한국 공군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 공군에서 장성으로 진급하는 사람은 대부분 빨간머플러(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다. 역대 공군 참모총장은 전부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었다. 그러나 일본 항공자위대에서는 전투기 조종사 출신은 물론이고 관제장교와 무장장교 등이 돌아가면서 항공막료장(공군 참모총장)에 임명되고 있다.

    공군 장교들은 종종 “국방부와 합참이 육군 위주로 편제돼 있어 공군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육군은 1등 국군이고 해공군은 2등 국군이라는 편견은 한국군을 기형적으로 발전시켜온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런데 공군 내부에도 공중 전력은 1등이고, 지상 전력은 2등이라는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전략가들은 “한국 공군은 인사정책을 통해 공중과 지상전력을 고루 발전시키려는 일본 항공자위대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시 항공기 이야기로 돌아가자. 공군은 국내 항공 산업을 육성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항공기는 아무리 작아도 지상전력에 대해서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 11월3일 경남 사천비행장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이 독자 개발한 초등훈련기 KT-1 제1호기 출고식이 있었다. 초등훈련기는 조종술을 익히는 가장 기본적인 훈련기로, 제트기가 아니라 프로펠러기다. KT­1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한국우주항공산업에서 제작하는데, 공군은 이 회사로부터 100여 대의 KT­1을 납품받을 예정이다.

    훈련기는 영어로 Trainer기 때문에 T로 이름을 시작한다. 그런데 KT­1은 한국에서 개발된 것을 강조하기 위해 T자 앞에 한국을 뜻하는 K자를 덧붙였다. KT­1은 현재 한국 공군이 사용하는 초등훈련기 T­37을 대체한다. 그런데 한국 공군은 T­37을 기관총을 설치하도록 개조해 경(輕)공격기로 사용하고 있다.



    수출 품목 KT-1



    공격기는 영어로 Attacker이기 때문에 이름이 A로 시작된다. 현재 한국 공군은 T­37을 개조한 A­37을 경공격기로 사용하고 있는데, A­37은 중대나 대대 규모의 육군 보병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KT­1은 T­37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KT­1을 경공격기로 개조하면 한국 공군은 A­37보다 기동성이 뛰어난 경공격기를 얻을 수 있다.

    KT­1은 수출 상품이 될 가능성도 높다. 과거 한국은 인도네시아로부터 CN-235 수송기를 수입하며 물건으로 대금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이 약속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한국우주항공산업이 제작한 KT-1 8대를 수입해가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터키도 KT-1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비록 외관은 뭉툭해도 KT-1은 효자 품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투 조종사 후보생은 초등훈련기 훈련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제트 엔진을 단 고등훈련기로 훈련한다. 미 공군은 F-5A 전투기의 모체가 된 T-38을 고등훈련기로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 공군은 초음속 비행이 불가능한 T-59 등을 고등훈련기로 사용한다. 한국 공군의 이러한 문제점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공동개발중인 T-50 고등훈련기가 생산되면 풀릴 전망이다.

    T-50 고등훈련기는 과거 KTX-2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추진되던 것으로, 현재 시제기 생산을 앞두고 있다. 이 고등훈련기에 한국을 뜻하는 K자를 붙이지 않은 것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공동 개발했기 때문이다. 숫자 50은 99년으로 창설 50주년을 맞은 한국 공군을 상징한다. 현재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은 영국 BAE 시스템즈가 개발한 ‘호크’기가 장악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일차적으로 T-50을 한국과 미국 공군에 납품하고, 이어 기타 국가에 수출해 호크기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T-50은 F-5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KT­1에 비해 덩치도 훨씬 크기 때문에 전차와 장갑차를 꿰뚫는 기관포를 장착할 수 있다. 현재 미 7공군은 적 전차와 장갑차를 파괴하기 위해 A­10이라는 공격기를 운용하고 있으나, 한국 공군은 이러한 공격기가 없는 상태다. T­50은 애초 공격기 A­50을 겸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되었다. 육군이 전차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고속기동전을 펼칠 때 가장 아쉬운 것은 항공력의 지원이다.

    이럴 때 적 전차와 장갑차를 잡을 수 있는 A­50이 참전하는데, 공격기가 육군의 핵심 전술인 고속기동전을 지원하는 것을 근접지원전(CAS)이라고 한다. 공군 공격기의 근접지원전 참여는 육군에는 백만원군을 얻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공군에는 고등훈련기를 보내는 전투에 지나지 않는다. 이만큼 현대전에서는 공중 전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T-50은 공대공 무기를 장착하도록 개조돼 낮은 수준의 적기를 요격하는 F-50 경(輕)전투기가 될 수도 있다. F-50은 지금의 F-5처럼 적 헬기와 AN-2 같은 저공 침투기를 공격한다. 이미 일본은 F-5급 수준의 전투기인 F-1을 독자 생산하고 있다. 일본이 F-1 독자 개발에 이어 F-16 수준의 F-2를 미국과 공동개발한 데 비해 한국은 이제 F-1 수준인 T-50을 미국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T-50 개발에 성공해 공격기 A-50과 경제공기 F-50 등 유관 모델 생산을 서둘러야 한다.

    공군기가 지상군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것은 지상을 아주 쉽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찰 능력을 강화하면 적의 동태를 손금 보듯이 살펴볼 수가 있다. 공군기가 가진 이러한 관찰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정찰기다. 적군 쪽에서 이러한 정찰기는 얄밉기 그지없는 ‘눈엣가시’다. 때문에 정찰기가 접근하면 우선 방공미사일로 격추를 시도한다. 때문에 정찰기는 적의 방공미사일을 가장 두려워한다.

    미 공군은 이러한 문제를 떨쳐버리려고 방공미사일이 닿을 수 없는 고고도에서 정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열쇠구멍(Key Hole)’이라는 별명을 가진 군사첩보위성 KH-9와 KH-11, 그리고 고공정찰기 U-2다. 적 방공미사일이 도달할 수 없는 하늘을 ‘우주’라고 한다.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할 수 있는 전략공군을 가진 나라들은 우주로 올라갈 수 있는 ‘우주공군’을 목표로 한다. 현재 우주공군을 가진 나라는 미국뿐인데 미군은 본토에 우주사령부를 편성해 놓고 있다.

    회식 때마다 외치는 한국 공군의 구호가 “하늘로 우주로”인 것은 우리도 전략공군을 거쳐 우주공군으로 발전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주공군이 되는 첫걸음은 적의 방공미사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고고도로 정찰기를 띄우는 것이다. 이러한 정찰기를 가지면 한국은 한반도 재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을 조기에 찾아내 분쇄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군사첩보위성은커녕 U-2기조차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무기를 한국에 팔 의사가 전혀 없다.

    한국은 공중정찰 분야를 철저히 미 7공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항공과학 기술은 U-2기만큼이나 높이 날 수 있는 무인항공기(UAV)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고고도 무인항공기는 여러 면에서 U-2기보다 효과적이다. U-2기가 날아가는 고공은 영하 60∼70℃로 매우 춥다. 따라서 추위로부터 조종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고공은 공기가 희박하므로 U-2기는 조종사가 호흡할 수 있는 공기도 싣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항공기에는 이런 시설이 필요치 않다.



    To the Air에서 From the Air로

    사람은 잠 때문에 20시간 이상 근무하기 힘들지만 고고도 무인항공기는 30여 시간을 체공하며 정찰할 수 있다. 아무리 센 주먹을 갖고 있어도 장님이거나 고도 근시자라면 상대를 때릴 수 없다. 한국 공군이 이런 경우다. 한국 공군은 주먹도 세지 않지만, 아예 장님에 가까워서 미 7공군이 끌어주는대로 주섬주섬 따라가는 신세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공군은 고고도 무인항공기 도입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찰기 문제와 관련해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현재 한국군은 육해공의 정보부대를 통합해 국군정보사(국정사)와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국정사와 ○부대는 국방부 직할부대기 때문에 육해공 3군이 함께 근무한다. 하지만 구성원의 압도적인 다수가 육군이라 두 부대는 사실상 육군 부대가 되고 있다. 육군화된 마인드를 가진 정보 부대들이 미 7공군으로부터 정찰 정보를 얻어 육해공 3군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육해공 3군이 원하는 정보는 각기 다르다. 육군은 그들이 타격할 수 있는 50∼60㎞ 적진에 관한 정보를 원하지만, 공군은 수백㎞ 후방에 있는 적 전략시설에 관한 정보를 원한다. 해군과 해병대는 제해권을 장악하고 해병대를 상륙시킬 수 있는 지점에 관한 정보를 원한다. 전략가들은 현재의 정보부대들은 해공군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공군은 미 7공군과 합동근무하는 현실을 이용해 별도 채널로 필요한 정보를 공급받고 있다.

    한 전략가의 말이다. “어차피 미 7공군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처지라면 미 7공군과 가장 잘 통할 수 있는 공군이 정보부대를 이끄는 것이 좋다. 육군이 지휘권을 갖는 현재의 정보 부대 체제로는 미군과 즉각적인 교감이 어렵다. 또 육군이 원하는 50∼60㎞ 깊이의 정보는 U-2기나 군사첩보위성을 이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현대 정보전은 대부분 공군에 의해 이뤄지는만큼 국정사와 ○부대를 공군 위주로 재편성하거나, 정보부대를 각 군으로 나눠야 한다.”

    우주공군은 정찰뿐만 아니라 대지 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 작게 보면 A-37이나 A-10 같은 공격기도 하늘(우주)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공군력이다. 그러나 더욱 정교한 대지 공격을 가하려면 폭넓은 지역을 정확히 지켜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눈의 대표가 레이더인데, 하늘에서 지상이나 바다로 레이더파를 발사하면 지상이나 바다가 거대한 반사판이 돼, 어느 것이 물체고 어느 것이 땅(바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현대 전자과학은 이러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땅은 움직이지 않지만 전차나 트럭·장갑차는 움직인다는 점을 이용해, 땅 위로 전파를 쏴 움직이는 물체만 잡아내는 장비를 개발한 것이다. 불필요한 실수를 막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 등 작은 물체가 뛰거나 걷는 것은 잡지 않게 했다. 그러나 사람이나 동물이 떼로 움직인다면, 이는 잡아낸다. 이러한 장비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으므로 적 지상군의 이동을 꿰뚫어볼 수가 있다. 미국은 이러한 장비를 탑재한 J-8이라는 정찰기를 개발했다.

    전략공군의 눈이 경보기라면, 하늘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대지 공격공군의 눈은 J-8이다. J-8의 탄생은 공군의 숙원이던 ‘공중으로부터의’ 공격을 실현해 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독수리에게는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큰 일이다. 때문에 새끼 독수리의 목표는 ‘공중으로(To the Air)’다. 하지만 창공을 장악한 어미 독수리는 ‘공중으로부터(From the Air)’ 땅 위로 내려와 먹잇감을 낚아채는 것이 목표가 된다. 이제 “공중으로”를 외치는 것이 한국 공군이라면, “공중으로부터”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 미 7공군이다.



    특전사와 현무는 공군으로

    ‘공중으로부터’를 실현할 수 있는 공군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대규모 편대군 공격을 할 수 있는 전략공군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전략공군으로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면 그 다음부터는 ‘공중으로부터’를 실현하는 공군이 된다. 우주까지 장악해 ‘공중으로부터’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공군은 자유자재로 지상을 요리할 수 있다. 즉 대형 수송기를 동원해 적진 깊숙한 곳에 특수전 부대를 낙하해 제2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군은 특수전 부대(특전사)를 육군에 배속시켜 놓고 있으나, 전쟁 주도권이 공군으로 넘어가고 있는만큼 일부 특전사부대를 공군으로 이관하고 대형 수송기를 도입하는 것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차 대전 때 독일군은 2개 사단 규모의 특수전 부대를 공군에 두고, 무솔리니 구출작전 등에 요긴하게 사용한 바 있다. 땅에서 싸운다는 이유로 육군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투하되니 공군이다’라고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공군력 육성은 하나같이 조 단위의 금액이 투입되기 때문에 더디게 진행된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공군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 현재 육군이 보유한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현무’는 북한의 스커드B나 노동·대포동 미사일에 대응하는 무기다. 현무는 사거리가 165㎞기 때문에, 50∼60㎞ 떨어진 곳에 있는 통상적인 육군의 타격 목표물보다 훨씬 후방에 있는 전략목표를 때릴 수 있다. 이러한 목표물은 대개 공군이 타격하는 목표물이다.

    현무와 공군은 비슷한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가격하므로, 두 세력은 한 곳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세력이 육군과 공군으로 분산 관리되고 있으면 유사시 동일한 목표를 중복 타격할 수가 있다. 이제는 전쟁도 경제적으로 치러야 한다. 한 전략가는 “평소에도 공군은 미 7공군과 함께 전략 타격 목표물을 관리해오고 있으므로 현무는 공군으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군은 평화의 파괴자가 아니라 수호자”



    공군이 가진 전투비행단과 방공관제단·방공포병사령부 등 제세력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은 공군 작전사령부다. 공군작전사령부는 전투비행단이 2개뿐일 때 생겨났는데, 현재는 이러한 하부 전투기관이 수십개로 늘어났다. 우리의 공군 작전사령부에 대응하는 미 7공군은 불과 2개의 전투비행단을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과도한 공군 작전사령부의 지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차에 제2중앙방공통제소(MCRC)가 건설되자, 국회 국방위에서는 제1중앙방공통제소와 제2중앙방공통제소를 본부로 한 중간사령부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수십 개에 이르는 공군의 전투 기관을 둘로 나눠, 제1중앙방공통제소를 모기지로 한 제1중간사령부와 제2중앙방공통제소를 모기지로 하는 제2중간 사령부로 하여금 지휘케 하고, 공군 작전사령부는 제1­제2중간사령부를 지휘케 하자는 것이다.

    일본 열도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부터 오키나와(沖繩)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그래서 일본 본토 중앙에 한 개의 중앙방공통제소를 건설해서는 효과적으로 항공자위대를 지휘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일본 전역을 4개 방면으로 나눠, 중간사령부에 해당하는 4개 항공방면군 사령부를 두고 있다.

    한반도 역시 재통일이 되면 남북으로 긴 모양이 된다. 이때 북쪽에 주둔한 공군은 대륙을 무대로 싸우는 대륙 공군이 되고, 남쪽에 배치된 공군은 바다 위 하늘에서 싸우는 ‘해양공군’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 공군도 두세 개 방면군으로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예비 조치로 두 개의 중간사를 운영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 공군이나 일본 항공자위대에 관한 자료는 수년 전의 것과 최근의 것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은 완전한 공군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지난해와 올해 자료가 다를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신은 한국 공군이 완성된 군이 아니고 ‘만들어지고 있는 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육군에서는 헬기전력을 강화함으로써 전투력을 배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해군에서도 잠수함과 더불에 항공모함에 탑재한 함재기가 가장 중요한 타격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항공력이 가장 발빠르고 가장 강력한 억제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걸프전과 코소보전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 바로미터다. 따라서 한반도가 재통일될 때 우려되는 통일 방해 세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군력의 재빠른 육성이 필수적이다. 한 전략가의 말이다.

    “기동력과 화력이 뛰어난 공군력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한반도 재통일에 저항하거나 이를 반대하는 세력은 꼬리를 내릴 수도 있다. 이것이 한반도 재통일시에 우려되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통일 이후 국익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평화가 왔다고 군비를 줄이자는 주장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군대는 평화를 파괴하기 위해 있는 조직이 아니라 어렵게 찾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있는 존재다. 그러한 군대의 선봉이 공군이다. 이제 국민들도 군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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