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호

영종대교 바다 위에 ‘神話’를 매달다

  • 최희정

    입력2005-05-11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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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대교에 이어 지난 11월20일 영종대교가 개통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장대(長大) 교량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광역시 서구 경서동을 연결하는 영종대교는 95년 11월 착공 이후 숱한 화제를 낳았다.

    영종대교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바다 위에 세워진 평범한 다리일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다리는 전체 길이가 4420m에 이르고, 세계 최초로 건설된 3차원 케이블 자정식(自定式) 현수교이며, 상층에는 6차선 도로, 하층에는 4차선 도로와 복선 철도가 지나는 철도병용식 2층 교량이라 그 형태와 특성이 남다르다.

    다리에 직접 케이블 매달아

    우리나라의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사업 1호로 착공된 영종대교는 그 동안 이런 저런 구설에 휘말렸다. 국제공항이 완공돼도 다리를 못 세워 개항이 늦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컸다. 당초에는 영종대교 전구간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려 했다가 뒤늦게 민자사업으로 계획이 변경됐기 때문. 공사비를 둘러싼 정부와 시공업체 사이의 이견으로 2년여 동안 삽질 한번 못 하고 허송세월 하기도 했다.

    더구나 영종대교 구간 중 현수교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이 세계 최초로 3차원 케이블 자정식으로 시공되는 것이어서 공정이 워낙 까다롭다는 점도 공사가 지연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량전문가들도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이러다 접근로도 없는 고도(孤島)에 공항만 덩그러니 들어설 판”이라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영종대교는 완공예정일(2000년 11월28일)보다 일주일 앞선 11월21일 개통식을 갖고 그 위용을 선보였다. 공사현장을 방문, 한국의 교량건설 기술수준을 의심하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미국 일본 등지의 기술자들도 막상 완공된 다리를 보고는 “어떻게 다리 난간에다 저렇게 무거운 케이블을 매달았느냐”고 물으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고 한다. 세계적인 건설 관련 잡지인 ‘ENR(Engineering News-Record)’는 영종대교를 2000년 7월호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자정식 현수교의 성공사례로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한 영종대교 현수교의 길이는 550m. 세계의 현수교 가운데는 500m가 넘는 것이 많다. 일본의 아카시대교는 1991m, 미나미비산교는 1100m,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레인보 현수교는 550m다. 73년에 완공된 우리나라의 남해대교도 660m다.

    하지만 영종대교 현수교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여느 현수교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다리의 케이블은 마치 럭비공 같은 곡선 모양의 3차원 자정식 형태로 되어 있다. 3차원 케이블은 주탑과 주탑 사이가 2000m가 넘는 미래형 초장대교에나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영종대교 현수교가 이 방식으로 시공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며 또한 자정식 현수교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일반적으로 현수교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심해 교각을 여러 개 세우기 어려운 바다나 협곡 같은 곳에 세운다. 주탑을 세운 뒤 그 양쪽으로 케이블을 걸고 그 위에 상판을 매다는데, 계곡 사이를 연결한 구름다리가 현수교의 원형이다. 이 경우 주탑 양쪽으로 케이블을 고정시킬 수 있는 큰 바위 같은 앵커가 필요하다. 이처럼 케이블 양끝을 외부의 앵커에 고정하는 것을 타정식(他定式) 현수교라 부르는데, 아카시대교나 미나미비산교, 남해대교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자정식 현수교는 다리 자체가 앵커가 된다. 그래서 임시 교각을 세워 다리 상판을 다 얹어놓은 다음에 케이블을 걸어야 한다. 다리가 케이블을 걸어놓는 앵커 노릇을 하려면 다리 무게가 무거워야 한다.

    또한 케이블을 다리에 제대로 매달기 위해서는 정착부에 집중되는 힘을 정확하게 분산하는 문제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무리하게 힘을 가하면 다리가 꺾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블이 럭비공 같은 곡선 모양이기 때문에 주(主)케이블과 지(枝)케이블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각도를 이루게 해서 이를 상판과 연결하는 작업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논문 속 다리’를 현실로

    이처럼 지금껏 어느 나라에서도 건설된 적이 없고 시공도 어려운 3차원 자정식 현수교 방식을 영종대교에 적용한 것은 우리의 전통미를 다리에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93년 교통부는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계획하면서 영종대교 설계를 현상공모했다. 세계로 드나드는 관문 노릇을 할 이 다리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이미지와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유신설계와 일본 조다이(長大)사의 공동 설계작인 3차원 케이블 자정식 현수교가 당선됐다. 교량 건설에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종대교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기 때문에 교각 사이로 대형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설계가 필요했다.

    길이 1km 이내의 케이블 교량은 서해대교와 같은 사장교 방식으로 건설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사장교는 주탑에 경사지게 설치된 사장케이블이 상판의 하중을 지지하는 형태. 주탑과 상판 사이에 케이블을 설치, 차량이 지나다니는 상판에 부족한 강성을 보완한 것이다. 현수교에 비해 공사비가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케이블의 장력을 조정하기도 쉽고 노후한 케이블을 교체하기에도 편리하다.

    하지만 영종대교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한국의 첫 관문이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선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현수교를 선택했다. 영종대교의 현수교 구간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기와지붕 같다. 또한 주탑은 항아리의 둥근 모양을 본떴다.

    당시 설계 심사에 참가했던 서울대 장승필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은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상징적인 의미와 조형미도 고려해야 한다. 영종대교 현수교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은은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다리다”고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누가 현수교를 시공하느냐였다. 3차원 케이블 자정식 현수교는 연구논문에서만 논의가 분분했지, 실제로는 한번도 건설된 적이 없기 때문에 시공을 맡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수교 공사를 떠맡은 업체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시공하는 11개 건설업체의 주간사인 삼성물산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77년에 건설분야에 뛰어들긴 했지만 아파트나 좀 지어봤지 토목분야에서는 변변한 다리 하나 놓아보지 못한 업체였다. 80년대 들어 해외공사로 이름을 날리던 한 건설회사를 인수했지만, 도급순위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런 삼성이 채산성도 없는 현수교 건설을 떠맡은 데는 나름대로 계산이 깔려 있었다.

    사회간접자본에 민자건설의 물꼬가 터진 이상 향후 도로 항만 교량 등 대형 민자 토목공사가 속속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삼성으로선 하루빨리 토목건설 기술력을 키워야 했고, 이런 상황에 고난도의 현수교 시공은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삼성은 곧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로부터 토목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등 현수교 건설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장담은 했지만 막상 일을 벌이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미국 일본 유럽의 현수교 전문 기술자들을 불러 설계도면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지만, 그들은 자문은커녕 도면을 보고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한 일본인 케이블 엔지니어는 도면을 보고 나서 “3차원 자정식 현수교는 10개의 실타래가 마구 얽혀 있는 형태여서 건설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 도면대로 잘만 만들면 썩 괜찮은 다리가 나올 수 있겠지만, 까딱하다가는 삼성물산을 통째로 팔아야 할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며 삼성 관계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삼성물산 윤만근 상무는 “내부에서 이견이 많았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조차 다들 어렵다고만 하니 3차원 케이블로 갈 것인지, 아니면 손쉬운 2차원 케이블(사장식)로 갈 것인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다시 설계하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으니 한번 해보자’며 원안대로 가기로 했다. 일종의 오기 같은 것도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시공 초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일본에 가서 현수교 시공기술을 배워 오는 것. 일본은 이미 여러 개의 현수교를 건설한 경험이 있어 탄탄한 실력을 갖춘 기술자가 많기 때문이다. 신현양 부장은 10여 명의 연수팀을 꾸려 서둘러 일본의 고베제강으로 향했다.

    이런 굵직굵직한 교량을 만들어봤던 신부장도 일본에서 1년 반 동안 연수를 받으며 힘들고 서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본 기술자들은 질문하는 것만 답해줄 뿐 그 밖의 것은 좀체 가르쳐 주지 않으려 했고, 관련 사진을 보여주는 데도 인색했다. 한마디로 ‘너희가 알아서 공부해라’는 자세로 일관했다.

    “구걸견학이나 다름없었어요. 사정사정하며 케이블 기술을 가르쳐달라고 하면 딱 계약한 만큼만 가르쳐주곤 돌아서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 팀이 워낙 악착같이 매달리니까 나중엔 딱해 보였던지 조금씩 적극적으로 도와주더군요.”

    어렵사리 일본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25m짜리 현수교 모형탑을 만들어 시공 실습에 들어갔다. 진짜 다리에 비하면 장난감과 다를 게 없는 모형탑이지만 만드는 데 3000만 원이 들었다. 이것을 놓고 설계도면대로 연습하면서 실제 공사현장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갖가지 문제에 대비해 나갔다.

    로봇이 수중 암반 굴착

    그래도 여기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실제 다리공사 현장은 갖은 악조건에 놓여 있었다. 바람이 거세고 조수간만의 차가 9m 이상인 바닷길을 가로질러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더욱이 이 지역은 수심이 깊어 물 밑 암반 위에 교각을 세우기도 힘들었다. 주탑 기초를 해저 암반에 고착시키는 과정이 최대의 난공사였다. 이 때문에 영종대교 현수교에서는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르다는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무인굴착식 뉴매틱 케이슨(pneumatic caisson) 공법으로 교각 기초공사를 했다.

    뉴매틱 케이슨 공법은 가물막이(공사현장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임시로 치는 울타리)가 필요없고 안정적이어서 영종대교 현장 같은 곳에서 주탑 설치 때 이용하는 기초공법. 1923년 일본의 관동 대지진 때 무너지지 않은 구조물의 대부분은 이 공법으로 기초공사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공법은 심해에서 오랫동안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잠수병을 일으킬 수 있어 실제로는 잘 이용되지 않았다.

    영종대교 현장에서는 뉴매틱 케이슨 공법의 이런 한계를 로봇으로 극복했다. 사람이 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 로봇을 동원해 원격조정 방식으로 굴착한 것. 주탑의 기초가 되는 강케이슨은 9층짜리 아파트 1개동 크기(가로 18m, 세로 47m, 높이 26m)에 무게는 2700t에 달한다. 이를 수중에 설치하고 그 안에 압축공기를 넣어 물을 제거한 후 로봇이 지반을 굴착하면서 구조물을 단단한 지반 위에 앉힌 것이다.

    이 공법을 적용한 덕에 어려운 공사임에도 현장에서는 부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하루에 8t 트럭 12대 분량의 흙을 굴착할 수 있었고 공기(工期)도 3개월이나 단축할 수 있었다.

    무인굴착식 뉴매틱 케이슨 공법과 함께 영종대교에서 새롭게 시도된 기술로는 일괄가설 공법과 3차원 에어 스피닝 공법을 들 수 있다.

    짧은 기간에 2만7000t이나 되는 현수교 주탑과 트러스 강재 등 거대한 강교를 제작해야 하는데 제작장소가 부족하고 좁아 공사가 자꾸 지연됐다. 하는 수 없이 육지에서 강교를 제작한 다음 이를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가설해야 했다. 힘들게 만든 어마어마한 크기의 강교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3000t급 해상크레인에 매달아 바다로 옮겨 이를 단 한 번의 시도로 교각 위에 꿰어 맞추는 일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김선곤 소장은 “해상크레인이 무게 1200t, 길이 75m에 달하는 첫번째 트러스 블록을 들어올렸을 때 정말 가슴이 졸아붙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블록을 받치기 위해 임시교량을 설치해 놓았는데 그것이 저렇게 무거운 블록을 제대로 받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던 것.

    “크레인이 임시교량 위에 트러스 블록을 겨우 올리긴 했는데, 자꾸 미끄러지려고 하는 거예요. 고생고생 해서 만든 트러스 블록이 그냥 바닷속에 빠져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들 피 말리는 심정으로 지켜봤는데, 그 첫 트러스 블록이 제대로 올라앉았을 때의 감격은 제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영종대교 현수교는 높이 108m의 주탑이 지름 5.1mm의 와이어 6720가닥을 원형으로 겹쳐 만든 케이블과 연결되어 다리 상판을 지지한다. 이 케이블은 승용차 6200대를 들어올릴 만큼 강하고, 안에 들어간 와이어를 펼쳐 이으면 서울과 부산을 10회나 왕복할 수 있는 길이이며 무게는 1300t이나 된다. 또한 교각 사이로는 1만t급 선박이 지나갈 수 있다.

    에어 스피닝(air spinning) 공법은 스키장의 리프트와 같은 원리로 공중에서 왕복하면서 와이어를 설치하는 것. 영종대교 현수교의 경우 총 1680회를 왕복하면서 케이블이 설치됐다. 신현양 부장은 “다섯 달 동안 작업해 9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케이블을 다리에 모두 장착했는데, 지난 여름 태풍 때는 배는 못 다녔어도 다리는 끄떡없었다”고 자랑했다.

    이렇듯 처음 시도되는 공법을 적용한 데다 넉넉지 않은 공기를 맞추려다 보니 현장 근로자들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주야 교대로 24시간 작업이 계속됐고, 영하 20℃까지 떨어지는 혹한에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달랑 전기스토브 하나만 갖다놓고 언 손을 녹여야 했다. 지난 여름엔 순간 최대 풍속이 28m나 되는 강풍이 불어 애를 먹기도 했다.

    최영재 대리는 지난 겨울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착잡하다고 한다.

    “밤에 순찰을 돌고 있는데 탑정(塔頂)에서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더군요. 담배연기인가 싶어서 올라가 봤더니 작업자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몸을 녹이고 있더라구요. 안전 때문에 모닥불을 피우는 것은 물론 담배 한 대 못 피게 한 터라 한바탕 호통을 치고 즉시 모닥불을 껐죠. 그리고는 불이 다 꺼져가는 모닥불 통을 들고 내려오는데 코끝이 찡했습니다. 얼마나 추웠으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불을 피웠겠어요. 살을 에는 추위에 작업자들만 남겨놓고 혼자 내려오려니 제가 생각해도 야박스럽더군요.”

    현수교는 대개 바람에 약하다. 상판이 교각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케이블에 의지해 공중에 떠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태풍이 불면 다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40년 미국 북서부에서는 비교적 안전하게 건설된 것으로 평가되던 현수교인 타코마브리지가 초속 19m의 바람을 견디지 못해 무너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도 95년 태풍 페이가 불어닥쳤을 때 주케이블을 감싼 래핑 와이어가 풀렸다. 영국에서는 2000년 5월 밀레니엄 브리지가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자 개통 1주일 만에 폐쇄되기도 했다.

    교량 장대화 전기 마련

    바다는 육지에서보다 풍속이 20% 더 빠르고 건물 20층 높이쯤 되는 다리 위에서는 해수면보다 1.5배 이상 강한 바람이 분다. 영종대교 현수교 부근에서 부는 바람은 육지에 놓인 다리에서보다 3배나 강하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은 이 구간이 바람에 철저하게 버틸 수 있게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영종대교 현수교는 서울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현수교 모델을 이용해 풍동(風洞)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초속 65m의 강풍에도 100년 이상 견뎌낼 수 있게 설계됐다. 이 근처를 지나는 태풍의 최대 속도가 초속 30m를 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영종대교는 이변이 없는 한 적어도 100년 동안은 안전을 보장받은 셈이다. 또한 이 다리는 국내 최초로 실제 교량을 이용한 진동실험을 통해 바람에 대한 안정성을 확인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바람에 강하게 건설됐다 해도 사후 유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구조물은 공진(모든 구조물은 조금씩 흔들리게 되어 있다) 때문에 피로가 누적될 경우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교량의 경우 연결부위에 피로현상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유지와 관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성수대교도 연결부위의 용접시공이 부실해 누적되는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15년 만에 붕괴되고 만 것이다.

    삼성물산은 다리의 피로현상을 덜기 위해 원래 쓰려고 했던 12mm짜리 강상판 대신 14mm짜리를 올렸다. 항아리 모양의 트러스가 압축에 잘 견디도록 트러스 중간에는 수직재를 넣었다.

    서울대 장승필 교수는 “교량의 안전은 설계와 시공에 50%, 유지와 관리에 나머지 50%가 달려 있다”며 “영종대교는 현수교 구간을 비롯한 모든 구간이 설계대로 시공됐을 경우 유지, 관리만 잘 하면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종대교는 차량보다 무거운 전철의 통행에 기준을 맞췄기 때문에 행거와 케이블을 연결하는 밴드 지점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는 한 매우 안전한 다리라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철사로 된 현수교 케이블에 녹이 슬지 않도록 케이블 안에 건조한 바람을 계속 집어넣어 습기를 없애는 장치를 했다. 이는 15억 원을 들인 최신 공법. 철사는 비를 맞으면 녹이 슬게 마련인데 이를 계속 방치하면 케이블의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

    삼성이 영종대교 현수교를 성공적으로 건설하면서 이 시스템을 이용해 교량을 장대화할 수 있다는 연구논문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요즘 건설되는 교량은 점점 장대화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 섬을 잇는 3000m의 교량이 설계를 끝내고 시공단계로 접어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삼성은 영종대교 덕분에 그들의 계산대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추진되는 굵직굵직한 토목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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