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호

위장취업자 식별요령, 운동권 생활실태

”담배 권하는 남자, 군것질하는 여자는 위장취업자일 가능성이 높다”

  • 육성철 sixman@donga.com

    입력2005-05-11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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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는 최근 모처를 통해 80년대 후반 ‘일선기관장회의’에서 거론된 참고자료를 입수했다. ‘일선기관장회의’는 군사정권 시절 시국문제 등을 협의하던 기구다. 여기에는 안기부(현 국정원), 검찰, 경찰 관계자가 참석해 각종 시위에 대한 대책과 시국 수습방안 등을 논의했다. 당시 ‘일선기관장회의’는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서 수시로 열렸는데, ‘관계기관대책회의’로 불리기도 했다.

    4개의 문건은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위장취업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위장취업자’는 70년대 이후 노동 현장으로 투신했던 대학생과 지식인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엔 노동계 상황도 달라져 ‘위장취업자’라는 말이 낯설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그들은 노동운동을 움직이는 주요 세력 가운데 하나였다.

    다음 소개할 4종의 문건은 5공과 6공 정권의 시국관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우스운 구석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가 민주화됐다는 징표가 아닐까 한다.

    과거 민주화운동 참여자에 대한 보상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는 요즘 ‘위장취업자’ 관련 문건은 새로운 의미를 던져줄 듯하다. 사실 최근의 보상 논의에서 노동운동 참여자는 소외되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70~80년대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을 무릅쓰고 투쟁한 많은 사람이 금전적 보상보다 명예회복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노동자가 정부에 보상신청을 하는 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광주항쟁도 돈으로 해결하려다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우려를 표했다.



    ▶ 좌경위장취업자 색출을 위한 체크포인트

    위장 취업자에는 두 유형이 있다. 첫째는 한 사업장에서 문제의 인물로 찍히자 이름을 바꿔 재취업하는 노동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신분을 숨기고 공장에 들어가는 학생들이다.

    70~80년대 서울 구로공단 등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사업장별로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거나 구속된 전력이 있는 노동자의 명단을 말한다. 많은 공장이 비공개로 돌아다니는 ‘블랙리스트’를 토대로 취업자 면접을 치렀다. 이 때문에 쟁의 등에 가담했다가 징계를 받은 노동자는 주변 사업장에 재취업하기가 어려웠다. 이들이 바로 첫째 유형의 위장취업자다.

    70년대 후반부터는 대학생들이 대거 공장으로 투신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불을 당긴 것은 70년 11월13일에 발생한 ‘전태일 분신 사건’이다. 공장으로 진출한 대학생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노동운동의 중심축을 이루자 관계당국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때부터 대학생들은 신분을 속이고 활동하게 됐다.

    이들이 둘째 유형의 ‘위장취업자’라 할 것이다. 아래의 자료는 바로 둘째 유형의 ‘위장취업자’, 즉 공장으로 몰려든 대학생들을 가려내기 위한 관계당국의 참고자료였다.



    1. 채용시 체크포인트

    1-1 입사지원서 확인

    1) 위장취업자들은 대개 이력을 새롭게 만들거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여 취업한다. 따라서 처음 입사지원서를 보기에는 잘 구분이 가지 않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출신학교 ▲출신지역 ▲최종 졸업학교 ▲학교 졸업연도 ▲가족사항 등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글씨가 달필이거나 억지로 꾸민 글씨체가 많다.

    2) 남자의 경우, 병역사항과 학교 졸업연도, 여자의 경우 현재 나이와 학교 졸업연도, 글씨체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80~90% 정도는 의심이 가는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채용면접시 요주의 사항을 중심으로 면접을 상세히 실시하여 이상한 점을 확인해야 한다.

    1-2 면접시 중점 착안사항

    1) 외모와 분위기 파악

    위장취업자들은 대부분 안경(또는 콘택트렌즈 착용)을 썼거나 피부가 곱다. 일반 기능직 응시자의 경우 피부와 표정이 꺼칠하고 메마른 데 반하여 위장취업자들은 손이 곱고 얼굴이 지적으로 생겼다. 또 면접시 면접위원의 눈을 피하려는 눈치가 많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2) 복장확인

    일반 기능직 응시자의 경우 대개가 검소하고 절박한 차림이고 옷의 색깔도 원색적이나, 위장취업자들은 대부분 유행을 따르는 복장에 몸과 잘 어울리는 차림을 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3) 표현방식 및 말씨

    일반 기능직 응시자들은 말씨나 말투가 감정적이고 표현의 비약이 심하며 어물거리고 비논리적인 데 반하여 위장취업자들은 개념적이고 서술적이며 논리가 정연하고 말에 힘이 들어가 있다.

    4) 이력사항 파악

    위장취업자에게 출생지, 국민학교, 가족사항, 나이, 주민등록번호 등 세밀한 부분을 물었을 때 이야기가 외운 듯 거침없이 나오거나 망설이는 기색이 농후하다. 예를 들어 이모, 고모 또는 외가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거나 전 직장의 직무내용, 작업환경, 관리감독자의 성명 및 인격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당황하거나 얼버무릴 경우는 일단 의심하고 채용시는 반드시 전직 조회 등으로 보완하여야 한다.

    5) 주민등록증 및 지문확인

    위장취업자들도 입사서류는 완벽하게 갖추고 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에서 주민등록증을 직접 확인하거나 지문을 대조하지 않고는 위장취업자를 색출하기가 어렵다.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교체한 흔적이 있는지 주민등록증의 지문(우지)과 입사서류에 도장 대신 우지를 찍게 하여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입사 및 수습기간 중 체크포인트

    2-1 입사서류 확인

    1) 입사가 결정되면 회사에서 입사관계 제반서류를 받는다. 이때 주민등록번호, 호적등본, 졸업증명서, 병적확인서, 신원증명서 등의 서류를 빠짐없이 받아 내용 및 위조의 흔적을 재확인하고 이의 서류와 입사지원서 서류를 확인한다. 특히 본적지, 가족사항, 신원보증 관계를 확인하면 상이한 점을 쉽게 찾아낼 수가 있다.

    2) 채용시는 회사 양식에 의거한 이력서를 재작성케 함으로 기제출한 이력서와 필적 및 내용을 면밀히 대조하면 상이한 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2-2 입사 후 신원 재확인

    1) 채용 오리엔테이션시 회사에 제출한 제반 서류상의 성명, 연령, 학력, 경력, 상벌 등 기타 중요한 사항이 사실과 상이함이 판명될 때는 채용이 취소됨을 분명히 확인하고

    2) 채용 후 수습기간 만료 전까지 반드시 ▲범법사항에 대한 컴퓨터 조회 ▲예비군 카드에 의한 병역사항 대조확인 ▲학력조회 ▲전 직장 경력조회를 실시하여 구비서류와 대비 확인한다.

    3) 전 2-1, 2-2항에 의거 허위사실이 판명될 때는 즉시 채용을 취소한다.

    2-3 입사 후 위장취업자 행동파악

    1) 위장취업자가 입사하면 처음에는 근무시간에 특히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며 주위의 호감을 갖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종업원 사이에도 일을 빠르게 잘해 인정을 받아야 추후에 종업원을 이끌 수 있고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사 3개월 정도의 신입사원이 유난히 특출나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 위장취업자는 휴식시간 및 점심시간에 대개 포섭할 종업원과 관계를 맺기 위하여 여러 종업원과 잘 어울린다. 인사성이 밝고 명랑하며 누구나 친근감을 갖게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남자의 경우 담배를 자주 권하며, 여자의 경우 군것질을 많이 한다. 평소 종업원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면담 실시를 강화하거나 ‘비공식 조직’을 운영하면 이러한 사항은 바로 현업 간부의 귀에 들어온다.

    3) 퇴근 후에도 회사 종업원과 남자의 경우 술자리를 자주하거나 화투를 같이 하여 개인적인 시간보다는 종업원과 같이 지내는 시간을 유난히 많이 갖는다. 여자의 경우 떡볶이, 영화구경, 백화점 구경, 목욕탕 등을 자주 여럿이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회사에서 일만하던 근로자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면서 서서히 포섭 대상자를 찾게 된다. 따라서 평소에도 종업원의 퇴근 후 동태를 관찰해야 한다.

    4) 위장취업자는 휴일에는 대개 모임을 만들어 종업원과 단체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등산, 낚시, 화투, 꽃꽂이, 영화관람 등을 혼자 자취하거나 휴일에 외로워하는 종업원을 대상으로 접근하여 함께 행동한다. 종업원의 단체행동은 사전, 사후 현업 부서장에게 보고케 하여 차단한다.

    3. 입사 후 6개월 이내 체크포인트

    3-1 이때에는 대개 위장취업자는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한다. 종업원의 흥미를 끄는 화젯거리도 많고, 취미생활도 더욱 적극적이고 노골적이다.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바른말을 잘하여 동료 종업원들로부터는 존경도 받게 된다.

    3-2 이들은 대개 일기나 메모를 하면서 회사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체크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또, 이때쯤이면 그간 선정한 포섭대상자를 중심으로 집에도 자주 가면서 노동관계 서적을 읽으며 서로 독후감을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의식화 교육도 시작하게 된다.

    3-3 회사에서 이때 주의만 기울이면 근무시간에 유난히 조는 경우가 많거나, 잔업을 거부하거나 근태가 불량한 사원을 관찰하면 문제점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4. 입사 1년 전후 체크포인트

    4-1 이때에는 위장취업자는 완전히 세력구축을 할 때다. 회사에 대하여 알 만한 것은 다 알았고 근로자와 사귀는 것도 완전하다. 작업장 내에서 위장취업자가 한마디 하면 상사의 말보다 더 믿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4-2 회사 내에 불온 낙서나 불온 유인물로 노사분규 분위기를 타진하면서 노조결성을 시도하거나 외부 불순노동단체, 운동권 학생과 연계하여 회사문제를 밖으로 표출하여 문제화시키기도 한다.

    4-3 이때 회사에서 대내외 노사정보망을 가동하면, 대개 정보가 입수된다.

    이 문건의 원제목은 ‘좌경위장취업자의 활동양상 및 전략전술’이다. 문건의 서문을 보면 출처를 암시하는 부분이 있다. ‘1987년도의 격렬한 노동분규를 주동한 위장취업자 또는 운동권 근로자로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거된 자들의 소위 학습 아지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적색문건으로 ‘단위사업장 활동 지침서’가 있다.’ 바로 80년대 운동권들 사이에 ‘단사’로 불렸던 문건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문건의 중반부를 보면 ‘위장취업자의 보안수칙’이라는 제목으로 쓰인 도표가 있다. 여기에는 80년대 운동권들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와 관련, 80년대 대학가에서는 수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하지만 관계당국의 공식 문건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문건의 주요 내용을 싣는다.

    운동권 근로자의 보안수칙

    3-1. 일상생활

    1) 문건

    ―문제가 될 것은 정기적으로 소각, 처분할 것.(특히 정리한 것, 메모 등)

    ―자료는 집중을 원칙으로 하고 분산은 엄격히 제한할 것.

    ―자료에 대한 개인적 소유욕을 버릴 것.

    ―출처를 명확히 하고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안전한 곳에 집중시킬 것.

    2) 방

    ―직업에 맞는 생활습관을 지킬 것.(회사원은 규칙적이며, 자유업은 불규칙적이다)

    ―이웃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유사시에는 이웃이 자신의 보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직된 모습을 풀고 부드러운 인상과 자연스러운 생활을 할 것.

    ―출입할 때 안전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을 마련할 것.

    ―주거지 주변의 지리를 완전히 익힐 것.

    ―주거지 주변의 전화를 사용하지 말 것.

    3) 조직생활

    ▲모임

    ―모임의 내용을 암기하고 가명을 사용할 것.

    ―만날 때마다 될 수 있는 한 공공장소를 피하고 특히 정기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다방, 공원, 레스토랑,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메모지 이용 금지.

    ―특정인의 이름을 부르지 말 것.(A, B, C 등으로 사용)

    ―두드러진 분위기를 주지 않도록 하며 특히 두드러진 복장, 용모는 피하고 평범, 단정한 상태를 유지, 주위에 어울리는 복장상태 유지.

    ―시간 엄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하다.

    ―공공장소에서 모일 시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무르지 말 것.

    ―약속시 기다리는 시간을 정하고 (예를 들어 15분, 30분) 그 시간 내에 나타나지 않을 때에는 사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것.

    ▲대화

    ―공공장소에서 자극적 용어 사용을 금하고 타인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언행을 절대로 하지 말 것.

    ―주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대화나 대화 모습을 제한하고 최대한 은어, 약어를 사용할 것. (이때 지나치게 소곤거리거나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 오히려 주의를 끌게 된다.)

    ―주위가 수상할 때에는 대화를 중단하고 즉각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바꿀 것.

    ―전화를 사용할 때는 공중전화를 쓰고, 모든 전화는 도청된다는 것을 명심할 것.

    3-2 피신

    ―연락체계를 확립할 것.

    ―어떠한 경우든 일방적으로 관계를 단절하지 말 것.

    ―연고관계를 단절할 것.(부모, 친구, 기타 노출될 우려가 있는 관계, 즉 애인, 친척)

    ―연고자와는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일방적으로 요구할 것.

    ―도피시 사진, 앨범, 수첩, 일기장, 증명서, 통장 등 신분상 드러날 소지가 있는 것을 처분할 것.

    ▲보행, 이동시 유의사항

    ―차량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보행

    ―연고지를 벗어나 생활할 것.(근처에도 가지 말 것)

    ―검문시 지하철 사용 금지.

    ―시외버스 사용 제한.

    ―버스 탈 때 자신보다 뒤에 타는 사람을 기억, 확인할 것.

    ―보행시 사람들의 눈과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할 것.(경계심 유발, 용모 인지)

    3-3 신고

    ―피체시 허리띠를 잡히지 말 것.

    ―완강한 저항으로 피체를 알릴 것.

    ―급소를 노리고 도망갈 기회를 늘 찾을 것.

    ―방이 열렸음을 알릴 수 있는 흔적을 남길 것. (유리를 깬다 등)

    ―메모지는 삼킬 것.

    ―무조건적 도피는 금물. 최대한 상황을 조직 내부에 알리도록 노력할 것.

    ―미행에 언제나 유의할 것.

    ―미행시 지하철, 주거 밀집지대 이용법을 익힐 것.

    3-4 조사시 명심할 사항

    ―주거지는 2~3회 거짓 진술을 할 것.(최소한 24시간 이상 버틸 것)

    ―확증이 없는 경우 절대 부인할 것.

    ―자신이 진술하지 않은 사실은 적이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회유, 협박, 공갈에 의연할 것.

    ―동지에 대한 배신, 분노를 결코 느끼지 말 것. 언제나 냉정할 것.

    ―조사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부정, 비리)

    ―적과 논쟁하려 들지 말 것. 언제나 극단적인 고문을 염두에 둘 것.

    ―진술내용을 철저히 암기할 것.

    ―아무리 맞더라도 질문에 무원칙하게 대답하지 말 것.

    ―수치심을 갖지 말 것. 수치심은 보안 누설의 전제.

    ―가능한 한 거짓 진술을 꾸미고 시간을 지연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

    ―거짓 진술은 처음부터 황당하게 꾸밀 것.

    ―구타, 폭언, 협박, 공갈 등은 초보적인 것이므로 냉소적으로 대할 것.

    ―적의 인간적인 호소, 요구는 언제나 기만인 것이다.

    3-5 운동권 근로자의 활동내용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인자·꼭두각시’를 선정하는 기준, 즉 인자의 조건을 제시하며 이러한 조건에 해당되는 인자들을 중점적으로 포섭 가능성 있는 인자로 제시하고 있다. 이 조건이란 일반적으로 남자들의 경우 25세에서 27세, 28세의 미혼인 인자가 가장 좋고 여자인 경우에는 18세에서 27세 전후이고 미혼인 인자가 가장 좋은 것으로 말하고 있다. 이들 다음으로는 나이 어린 노동자들을 꼽고 있다. 왜냐하면 나이 어린 노동자들은 사회의 물이 덜 묻어 있어 포섭이 용이하게 때문이다.

    3-4 이들의 對 근로자 관계 형성방법

    ―첫 번째 만남에서는 서로의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포섭된 인자(꼭두각시)의 성분, 즉 입사동기, 학력, 나이, 공장생활, 친한 사람들을 파악한다. 이들은 다음번의 만남을 연결시키기 위해 몇 개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회사, 사회, 노동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지난 과정의 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도산이야기, 고문실태, 대우자동차, 대우어패럴, 광주, 와이에이치, 독립운동, 현업자, 중국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 경우에도 스스로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간접 대화의 방식을 이용한다고 한다.

    ―세 번째 만남에서는 정치신문이나 전단을 통해 정치적 선동을 한다. 그리고 만일 신분이 노출되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네 번째 만남에서는 세 번째 만남과 비슷한 내용이나 좀더 은밀한 관계로 발전하면서 동지적 신뢰를 구축한다. 이 경우에는 세 번째 만남까지의 일반적인 정리와 네 번째, 다섯 번째 만남에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것 등을 미리 준비하고 학습과 실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후 가능한 실천(낙서, 잔업거부, 불량내기 등)에 대해 결정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들의 이러한 계획은 순번대로 행하지 않을 경우도 있으므로 이중의 어느 것부터 출발을 하더라도 감지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 문건은 86년 말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86년 10월까지의 ‘좌경세력’ 통계가 잡혀 있고, 87년 노동계의 동향을 예상하고 있다). 당시 노동계는 지역 단위로 노동조합이 연대하면서 대규모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것은 뒷날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렇다면 5공 정권은 노동계의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문건을 보자.

    문건에는 우선 44개 문제단체와 대표자의 이름이 나온다(노동계 16, 종교계 11, 재야 4, 야학 13). 여기에는 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故 제정구 의원(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회), 방용석 전의원(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도 있다. 문건에는 또한 각 지역별로 ‘위장취업자’ 699명을 파악했다고 적혀 있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246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181명), 경기(178명) 순으로 돼 있다.

    문건은 ‘위장취업자’를 ‘사회주의 혁명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10·26 사태 이후 좌경학생운동을 획책하다 제적된 학생이 중심이 되어 사회주의 혁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학생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노동자, 농민, 학생의 상호연계 투쟁만이 가능하다고 판단…’

    문건에는 86년 4월 이후 위장취업자의 활동이 다소 소강상태에 빠졌다고 씌어 있다. 그 이유로 사전예방으로 767명을 적발하였고, 상당수의 위장취업자가 순화 또는 보직변경 과정에 자진퇴사했다는 것이다. 또 당국이 일선 기관에 지시한 문제단체와 위장취업자에 대한 대책도 적혀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당국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수집한 상태에서 노동계의 움직임을 보고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단체는 지방사무소 보고 및 유관기관의 협조에 의한 자료로서 현재 상황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임.

    ―실제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는 ‘별첨양식’에 의거 보고할 것.

    ―기존단체 중 해체하였거나 활동이 전혀 없는 단체는 별개로 명단을 작성 보고할 것.

    ―재야단체인 민통련, 민추협의 경우는 동 단체지부가 직접 노사문제에 개입할 경우에만 작성하여 보고할 것.

    ―위장취업자는 현황숫자가 상이할 경우 본부 상황실에 배치된 명단과 확인하여 정리할 것.

    ―재조사한 관내 취약사업장 명단은 기보고한 양식에 의거 보고할 것.

    ▶ 좌경세력 실상

    이 문건은 89년 6월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좌경 세력에 대한 각종 통계가 6월까지 잡혀 있다). 89년 초반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파업이 최대의 사건이었다. 이후 문익환 목사의 방북 사건이 터졌고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이 문건은 당시의 서슬 퍼런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문건의 주요 내용을 싣는다.

    ▲대학과 노동조합의 자매결연

    ―고대와 청계피복 노조

    ―서강대와 세창물산 노조

    ―서울대 법대와 대한광학, 사회대와 중원전자, 사범대와 서울엔진베어링, 자연대·경영대와 텔레비디오, 약대와 동신전자

    ▲민족학교 등 의식화학교 교육내용

    ―자유민주주의:“허상과 환상에 찬 민주주의” (충북대 교수 서관모)

    ―현 정치체제:“부르주아 파쇼 지배 체제” (전민련 대변인 박계동)

    ―민주화:“민족모순, 계급모순의 극복” (전민련 고문 문익환)

    ▲출판사와 서점

    ―제적생 등 학원가 운동권 출신자가 출판사와 서점을 경영한다. 북한 원전 등을 파는 문제의 출판사는 전체 4164개 중 2%(90개), 문제 서점은 전체 3600개의 2%(73개)

    ▲초·중·고 의식화교육 내용

    ―의식화 교육 학교 현황(전국 58개교, 초등 10, 중등 19, 고등 29)

    ―김일성:‘독립운동가’, ‘민족주의자’

    ―6·25 남침:‘미국에 의한 북침’

    ―북한주민 생활:‘남한보다 풍요’

    ―문익환 입북:‘통일을 위한 위대한 발걸음’

    ―대학 진학:‘이 강산 좀 먹어가는 관료후보생’

    ▲해외 친북교역자의 북한실상 왜곡 사례

    ―2차 방북한 바 있는 미국 장로교 세계 신교부 총무 이승만(당시 57살)은 ‘한겨레신문’(88년 10월 22일자)에 평양의 신축 교회 상당’ 제하의 북한 방문기를 연재

    ―81년 방북한 바 있는 재미교포 홍동근(당시 62살)은 88년 8월 30일 북한체제 찬양 내용인 기행문 ‘미완의 귀향일기’를 출간

    ―84년 방북한 바 있는 미국 산호세 한인 천주교회 고종옥(당시 58살) 신부는 북한 종교실상을 왜곡, 찬양한 내용의 기행문 ‘아, 조국과 민족은 하나인데’를 출간

    ▲좌경세력의 투쟁 특징

    ―북한의 대남 흑색방송 ‘구국의 소리 방송’을 ‘사상적 길잡이’라고 규정하는 등 북한방송을 투쟁지침화

    ―김일성을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김정일을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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