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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연대 의원 23인의 ‘여의도 쿠데타’

  • 유창선

개혁연대 의원 23인의 ‘여의도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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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여야 개혁파 의원들 사이에 불신감은 여전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한나라당 같은 수구정당에서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힐문하고, 반대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어째서 3김정치의 연장에 가담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각당 개혁파 내부에도 생각의 차이는 존재한다. 편의상 개혁파라는 이름으로 통칭하고는 있지만 이들 내부에는 이념적·정치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개혁성향의 의원들이라 할지라도 학생운동, 재야·시민운동, 법조, 언론, 전문직 출신 등 출신과 경력의 차이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국가보안법 문제만 해도 개혁파 의원들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폐지냐 개정이냐 하는 문제에서부터 개정의 폭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판단이 다르다.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의 한 초선의원은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한 견해의 차이로 보수와 개혁을 구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월3일에 열린 미래연대 수련회에서는 보안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면서도, 막상 방법론에 들어가서는 상당한 견해차이가 드러났다. 흥미있는 것은, 현역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반면, 위치가 불안정한 원외위원장들은 당 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앞서서인지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개혁파 의원들이 이런 의견 차이를 딛고 어떻게 결속을 이룰 것인가 하는 점. 더욱이 이들 개혁파 의원들의 경우 ‘강한 개성’의 소유자가 많다는 평을 듣는다. ‘소신’에 따라 살아왔으니만큼 고집이 세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처럼 하나로 모이지 못하는 것이 개혁파 의원들의 최대 약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성이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제각기 다른 이들 개혁파 의원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개혁파 의원들이 딛고 서 있는 땅은 아직 다져지지 못한 상태다. 정치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는 것이 이들의 현주소다.

그래서 한 초선의원의 “당 지도부의 경고가 있으면 0.5초도 안 돼 이 자리에서 사라질 의원도 있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경고 한마디면 사라질 개혁파”

개혁파 의원들의 연대가 발전하면 이에 비례해 각당 지도부의 견제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 어느 쪽도 개혁파 의원들이 내년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딴살림’을 차려 독자세력화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공동기구가 추진되고 일부 언론에 조직체계도까지 공개되자 여야의 개혁파 의원들에게는 당 지도부로부터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는 “지나친 행동은 집권당의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나라당의 경우는 “자칫 야당분열과 정계개편을 노리는 여당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지난 1월20일에 있은 민주당 창당 1주년 기념식 치사에서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당원이 당과 더불어 칭찬받고 비판받을 각오를 해야지,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예를 보지 못했다”며 ‘인기에 매달리는 이기주의적 행동’에 경고를 보냈다. 이 경고 대상에는 1차적으로는 대권주자들이 포함되지만, 당론을 무시하고 ‘튀는 행동’을 하는 개혁파 의원들도 포함된다는 것이 민주당 내의 중론이다.

개별 의원들에 대한 당 지도부의 경고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공천 때문이다. 16대 국회 들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16대 총선을 끝으로 김대통령의 공천권 행사가 마감됐다는 사실에 기인한 바 크다.

현재의 당 지도부가 17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지는 불투명하다는 판단이 민주당 내 개혁파 의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럼에도 16대 총선 과정에 당 지도부나 중진들로부터 받은 ‘물질적 부채’에 대한 부담은 이들이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이와는 상황이 판이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정국의 흐름이 이대로 간다면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차기집권이 유력하며, 결국 이총재가 17대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 커 보이는, 그리고 공천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당 총재의 방침과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분명 정치적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어차피 각당 지도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개혁파 모임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개혁파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서 내려오는 압력을 이겨내고 자기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최근 개혁파의 움직임을 과거와 같은 ‘1회성 행사’로 보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정치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3김의 영향력이 점차 퇴조될 수밖에 없는 정치상황이 개혁파 의원들을 고무하고 있다. 물론 3김의 힘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없겠지만, 김대통령의 임기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그 영향력의 쇠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내년 중반기쯤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선출되고 나면, 그가 김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마치 1997년 대통령선거 때 이회창 후보가 당총재인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을 치고 나갔듯이, 김대통령과 분리된,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전략을 쓸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내부 권력이 교체되면서 그에 따른 과도기적 혼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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