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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덕사 주지 법장스님

“이회창 총재, 침묵의 정치를 배우고 갔다”

  • 김기영 hades@donga.com

“이회창 총재, 침묵의 정치를 배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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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재를 처음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맑죠. 정치를 오래 하고 아니고를 떠나 사람이 참 맑아요. 그 양반 눈을 봐도 맑지 않습니까. 검은 동자는 검고 흰자는 하얘야 하는데 이총재 눈이 그렇습니다.”

법장스님은 활발한 사회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연말까지는 티벳의 고승 달라이라마의 방한준비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아 일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우리정부는 돌연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막았다. 중국정부의 압력 때문이라는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달라이라마 방한이 좌절된 직후 법장스님은 상임대표 자리를 내놓았다.

―달라이라마 방한은 무산된 건가요.

“나는 상임대표를 그만뒀거든요. 외교통상부에서 거부하면서 상임대표를 내놨어요. 달라이라마는 훌륭한 스님 아닙니까. 승려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런 분이 한번 왔다 가면 ‘승려는 사회참여 안한다’는 항간의 오해를 풀 수 있겠다 생각했고, 또 김대통령의 남북화해와 협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정부가 중국 당국의 눈치를 봐 달라이라마의 입국을 거절했다고 하던데요.

“중국 정부에서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반대하기 때문에 안된다는 게 명분이었죠. 그러나 그런 자세는 ‘저자세 외교다, 굴욕적 외교다’라고 주장하고 장관을 만나 설득도 했습니다. 당국에서도 처음에는 잘될거라고 했고 우리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 중국 부대사가 우리 사무실에 찾아와 “방한은 안된다”고 한 그 다음날부터 우리 정부도 “안된다”고 그런 거죠.”

―달라이라마 방한추진위 발대식 때 정치인들이 많이 왔더군요. 그 가운데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도 있었는데요, 이최고위원과는 잘 아는 사이인가요.

“그럼요. 잘 아는 사이죠.”

―대권 주자로서 이최고위원을 평가한다면.

“글쎄….”

―스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 정치인상은 어떤 겁니까.

“상대를 인정해야죠. 설령 시비를 걸더라도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가 욕을 하고 시비를 걸더라도 인정해야지요. 모든 것을 용서하는 것이 용서고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이 이해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 포용입니다. 용서할 것만 용서하고 포용할 것만 포용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수 있죠. 여당도 야당을 인정하고, 야당도 여당을 인정하고 그래야 상생의 정치가 됩니다.”

장고 끝의 결론, ‘상생의 정치’

―1월20일 수덕사를 방문한 이총재에게도 그런 덕담을 했습니까.

“이총재하고 한 얘기는 신문에 난대로입니다. 이총재도 그러시더군요. ‘발전하기 위한 용트림’ 아니겠느냐구요. 이총재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상대를 포용하고 이해하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수덕사 방문 뒤 이총재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들 합니다.

“장고 끝에 상생의 정치를 하고 계신 거겠죠.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의 정기를 받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하하”

―조계종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얼마 전까지 국민들에게 걱정을 많이 끼쳤는데.

“좋아요. 바람이 불면 파도는 치는 거고 바람이 가라앉으면 파도도 가라앉는 것 아닙니까.”

법장스님은 그러나 조계종 스님들의 다툼을 속세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스님들은 거짓이 없어요. 세상에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남이 욕하든 말든 치고받고 싸우는 사람들은 속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진솔하다는 거죠. 속인들 눈에는 분명 나쁜 짓입니다. ‘돈 때문에 싸운다’는 손가락질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스님들은 사상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남이 뭐라 하든 체면 차리지 않아요. 속세의 패거리들도 그렇게 싸우지는 않는데 남이 보건 말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사회의 잣대로 보니까 그렇게 보일 뿐 수행자의 안목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법장스님에게 우리 불교계가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는지를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법장스님은 조계종 분규의 원인인 총무원장 선출방식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화 측면에서 불교계는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종교에서는 숫자를 민주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모든 결정을 성직자들이 표로 결정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로 인간을 저울질하면 벽이 만들어지고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죠. 물론 대중의 뜻을 수렴하는 민주적 사고는 계속 가져가야지요. 지금의 방법론에 찬성할 수만은 없습니다. 총무원장 선출방식이 승가에 필요한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여론으로 모아져야지 표로 판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신동아 200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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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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