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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은·조세형 전철 밟지 않겠다”

조직폭력 대부 김태촌 옥중심경 고백

“조양은·조세형 전철 밟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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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회는 1989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김태촌씨가 만든 조직이다. 기독교친목회임을 내세웠지만 검찰은 이를 범죄조직으로 판단했다. 범서방파란 바로 이 신우회의 다른 이름이다. 당시 신우회 회원은 350명이 넘었는데 호남주먹들이 주축이었다. 간부진은 김씨의 선배주먹들로 채워졌다. 1970년 번개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종석씨가 회장 자리에 앉았고, 오기준씨가 부회장, 박영장씨가 자문 노릇을 했다. 김씨는 총무로서 모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J씨가 “신우회 시절과 지금의 신앙을 비교하면 어떠냐”고 묻자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때도 신앙은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못했던 것 같아. 지금은 신우회 시절보다 훨씬 신앙심이 깊어. 그런데 내 입으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지. 나를 아는 사람들, 이 곳에서 나와 함께 지낸 사람들 얘기가 그래. 나를 찾아와 기도해주는 목사님들 얘기가 기자들이 내 생활을 많이 궁금해하고 면회를 하고 싶다고 부탁한다는 거야. 그런데 내가 다 거절했어. 물론 기자라고 면회가 금지된 건 아니지. 그렇지만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나는 이 안에서 큰일 난다고.”

J씨가 조양은씨와 조세형씨를 예로 들며 “교도소 안에서 열심히 신앙을 찾던 사람들이 출소해 다시 사고를 치니 검찰이 믿지 않는 것 아니냐”고 하자 김씨는 “두 사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조양은이 나와서 그런 행동을 하고 조세형이 절도로 다시 들어가니까 김태촌이도 그러지 않겠느냐고 의심하나본데 그건 기우야. 내 아내도 암이야. 생명이 위험하다고. 이런 처지에 내가 위장된 생활을 할 수 있겠나. 내 고향이 전남 담양인데, 거기에 땅이 조금 있어. 출소하면 곧바로 고향으로 내려가 그 땅에 집 짓고 조용히 살 거야. 내 아내와 아들 때문이라도 꼭 그렇게 할 거야.”



이에 J씨는 “형님 의지도 중요하지만 형님을 바라보고 따르는 동생들을 어떻게 할 건가. 그들은 형님 나오기만 기다리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씨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러니 안 만나지. 외롭고 사람이 보고 싶어서 솔직히 만나고도 싶어. 얘기도 하고 싶고. 그렇지만 잊기로 한 거야. 나중에 동생들 만나면 ‘나는 내 길을 간다’고 말해야지. 내가 나가면 언론에서 시끄럽지 않겠어? 그런 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고 살거야. 아내와 결혼식도 올리고. 나를 신앙인으로 믿어줄 때까지 그렇게 조용히 살 거야.

조양은이 그랬다고 해서 나도 그럴 거라 생각하지 마. 아직도 나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않고 무슨 일만 터지면 나와 관련시키고….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출소하면 신앙인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이 안에서 나는 그렇게 살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어. 내게도 꿈이 있어. 시골에 내려가 집 짓고 마당 가꾸고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거야.”

워커힐카지노에 500명 동원

이야기는 다시 과거 김씨가 관련된 사건으로 옮아갔다. 과거를 참회하고 새 삶을 살겠다는 마당에 과거 일을 감출 이유가 없고, 오히려 불미스러운 소문의 진상을 떳떳이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김씨 구속을 둘러싼 항간의 소문 중 가장 널리 퍼진 것은 카지노 대부인 전낙원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관련설이다. 주먹계에서는 거의 정설로 굳어진 얘기다. 5년 전 이런 내용을 담은 김씨의 편지가 언론에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화가 이 문제에 이르자 김씨의 얼굴에 난감해 하는 빛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내가 그때(1989년) 정덕진 형제와 함께 카지노(제주 서귀포 칼호텔)와 오락실(광주신양파크호텔 슬롯머신업장)을 인수했잖아. 전낙원이 그걸 보고 정덕진이 김태촌과 손잡고 카지노업계를 넘본다고 지레 생각한 거야. 내가 당시 전낙원이 운영하는 워커힐호텔 카지노에 500명을 데리고 가 밥을 먹인 적이 있어. 다 모아놓고 신앙에 관한 얘기를 했지. 전낙원은 자신을 협박한다고 여겼어. 그런데 워커힐이 선경 거잖아. 전낙원이 돌아가신 최종현 회장에게 그 일을 얘기하고, 최종현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말해 나를 구속하게 했다는 거야. 최회장이 노대통령과 사돈지간이잖아. 또 워커힐에서 내가 애들과 식사하는 것을 최회장이 봤다는 얘기도 있어. 당시 소문이 그렇게 났어.

내가 누구를 해치지도 않았고 신우회가 범죄단체라고 볼 만한 증거도 없었어. 아무것도 없었다고. 그런데 때마침 손하성이라고, 신우회 멤버였는데, 그 애가 내 자리를 넘봐 가지고 검찰에 나를 밀고한 거야. 그래서 내가 구속됐다고.”

서방파의 부두목급인 손하성씨는 1989년 8월 김씨의 비리를 고발하는 진정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폐암에 걸렸다고 속여 석방된 김씨가 계속 세력을 키우는 한편 정·관계 및 수사기관에 비호세력을 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손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증언을 뒤집어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손씨의 진정 내용은 김씨가 유죄판결을 받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손씨가 최초 진술을 번복하는 진정서를 나중에 법원에 제출했어도 손씨의 종전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김태촌씨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1993년 5월 슬롯머신사건이 터졌을 때 정덕진씨의 동생 덕일씨는 검찰 출두 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당시 김태촌이 부하들을 데리고 전낙원씨의 카지노에 찾아가 행패를 부린 적이 있는데 이 일로 전씨는 우리 형제가 자신의 카지노를 넘본다고 판단한 듯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씨가 구속된 그 해 정씨 형제가 운영하는 슬롯머신업소는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100억 원 이상의 추징금을 내야 했다. 정씨 형제는 그 일이 전씨의 영향력과 관련된 것으로 믿고 있다. 덕일씨에 따르면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이던 엄삼탁씨(현 민주당 달성지구당위원장)가 “당신들이 살 길은 전낙원씨와 화해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는 것.

김태촌씨와 정덕진·엄삼탁씨의 친분이 세간에 드러난 것은 1993년 슬롯머신사건을 통해서다. 김씨는 이날 J씨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덕진씨와는 사적인 인연이 있다. 서로 사업하는 데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다. 엄삼탁씨와는 의형제를 맺었다. 두 사람과의 친분은 조직이나 자금력과 상관없는, 인간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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