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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21세기 한국을 위한 교육 · 복지 · 기업문화 개혁론

교수교류로 대학교육 활성화하자

<대학교육>

  •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

교수교류로 대학교육 활성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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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는 이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왜냐하면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연구인력은 어느 나라나 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을 통하여 양성되는데, 우리나라의 대학원 중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처럼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개발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해결책은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수간, 학교간 경쟁체제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특성없이 대동소이하게 운영되며,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라는 울타리 속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국제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미국의 대학에서는 교수의 임용과 승진, 정년보장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제도화되어 있고, 이러한 경쟁을 통해 우수한 학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또한 대학간의 경쟁도 심해, 교수들의 연구실적과 학교의 지원정책에 따라 학과의 서열과 학생들의 선호도가 바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번 대학의 전임교원이 되면 커다란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승진과 정년이 보장되며, 교수들의 연구능력보다는 학부생의 입학성적에 따라 대학교의 서열이 정해지기 때문에, 교수들이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인센티브가 아무래도 부족하다.

이와 같은 원인을 분석해 볼 때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력 부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은 대학 내, 대학 간의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우선 전임교수들의 연구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교수 임용, 승진 및 정년보장 제도 등 교수인사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과 교수 업적 평가 강화를 통한 연봉제 도입 등을 추진하여 대학 내 교수간에 선의의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의 교수간 경쟁체제가 정착되고, 폐쇄적인 대학문화를 타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교수인사제도의 개혁은 학교운영이 투명하지 못한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재단의 횡포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우려되나, 적어도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국립대학과 대형 사립대학에서는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별 특성화와 분야별 경쟁 체제를 확립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대학이 서울대학교와 대동소이하게 운영되고,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선도대학이 모든 분야에서 인재를 독점하는 한 진정한 경쟁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킬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미국과 같이 대학교육이 최고로 발달한 나라에서도, 카네기 분류법에 따라 연구중심대학으로 분류되는 대학은 전체 4년제 대학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나 대학교육의 발전단계로 볼 때, 현 상황에서는 150여개의 4년제 대학 중 8~10개의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 방향일 것이다.

그리고 대학간 교수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은 전임강사나 조교수로서 한 대학의 전임교원으로 자리잡으면, 좀처럼 다른 대학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개인의 연구업적이 뛰어나도 인적·물적 지원이 우수한 연구중심대학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거의 없고, 반대로 좋은 대학에 한 번 자리를 잡은 사람은 연구생산성이 떨어져도 탈락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

이와 같이 교수들의 능력과 업적에 따른 모빌리티(mobility)가 없기 때문에, 연구중심대학의 육성을 위한 집중지원 필요성은 인정하는 교수라도 본인이 재직하는 대학이 지원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으면 극력 반대하게 마련이다. 또한 대학 내의 전공 통폐합 등 구조조정도, 구조조정 대상분야 교수들의 퇴출로가 없기 때문에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대학별 특성화와 구조조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모빌리티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증진되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과학기술 연구나 교육 수준이 21세기의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여러모로 미흡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중등교육의 힘으로 우리나라가 그나마 버텨 왔으나, 지식이 곧 경쟁력인 미래의 지식산업사회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우리의 산업이 치열한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학에 관여하고 있는 당사자와 국민, 정부 모두 대학의 신속한 내실화와 개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다행히 최근 일부 대학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여 개혁의 추진 속도는 매우 느리다. IMF 경제위기에서도 구조조정이 거의 없었던 대학이지만, 우리나라가 당면한 위기에서 벗어나 미래 사회를 짊어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려면 대학 내부의 진정한 변화와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동아 200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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