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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마약전쟁

추적취재! 검찰 마약수사부 vs 국제마약조직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추적취재! 검찰 마약수사부 vs 국제마약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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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검찰이 중국 공안당국과 협조해 이른바 ‘김동화파’를 일망타진한 사건은 향후 마약류 수사의 주류가 국제공조수사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히로뽕 제조책 김동화씨를 주축으로 한 ‘김동화파’가 중국에서 히로뽕을 밀조해 한국과 일본에 밀수출하다가 적발된 사건으로 한·중·일 3국간 마약류 거래 실태의 전형을 보여줬다. 검찰 확인 결과 그 동안 국내에 들어온 중국산 마약류의 50% 이상을 ‘김동화파’가 제조·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과정에 한국 검찰과 중국 공안당국은 역할을 분담했다. 한국 검찰은 서아무개씨를 비롯해 히로뽕 운반 및 판매 관계자 10명을 구속하는 한편, 히로뽕 15kg을 압수했다. 반면 중국 공안은 한국 검찰의 정보를 토대로 김동화씨를 비롯한 제조 관계자 4명을 구속하고, 히로뽕 제조공장을 찾아내 완제품 8.3kg, 반제품 740kg, 액체원료 620kg을 압수했다.

현재 검찰은 중국과의 마약공조수사를 위해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마약수사검사를 파견하고 있다. 또한 중국측에 ‘한·중 마약회의’를 제의한 상태다. 대검 마약부는 중국어 능통자도 채용할 계획이다. 정선태 부장검사를 비롯한 일부 검사는 요즘 열심히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정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중국어를 배우는 것은 수사에 앞서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마약류도 나름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압수된 야바 8010정은 헤로인 밀수출국으로 이름을 떨쳐온 태국에서 밀반입된 것이다. 야바는 정제형 히로뽕으로 메스암페타민 가루에 카페인 파우더 색소 등을 섞은 것이다. 트럭운전사나 공장 근로자들이 졸음을 쫓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최근엔 쾌락용으로 젊은층에 퍼지고 있다. 미국에선 엑스터시, LSD 등이 639정,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대마초 43.3kg, 파나마에서는 코카인 2.5kg이 몰래 들어왔다. 그 외 필리핀 네덜란드 등이 새로운 밀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중반까지는 히로뽕 밀수출국이었다. ‘전성기’엔 일본에 밀수출되는 양만 해도 연평균 100kg을 웃돌아 한·일간 외교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 한국은 유엔에서 마약수출국가로 지탄받았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마약수사의 필요성을 느낀 검찰은 1989년 대검에 마약과를 신설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 검찰청에 마약수사반이 설치됐고 전국에 걸쳐 마약류 제조자 검거선풍이 일었다. 1970년대만 해도 마약수사는 복용자과 투약자를 단속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히로뽕 제조자와 제조시설을 찾아내는 것이 마약수사의 중요한 목표가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제조되는 히로뽕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검·경의 대대적인 단속 결과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국내 히로뽕 제조조직들은 거의 다 뿌리뽑혔다. 대신 필리핀 대만 하와이 등지에서 만든 히로뽕이 국내 시장을 파고들었다. 외국산 마약류 밀반입이 급증하자 검찰은 주요 공항과 항만에 마약분실을 설치했다. 그 과정에 일부 히로뽕 제조기술자가 중국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이들이 중국에서 제조한 히로뽕은 뒷날 중국에 문호가 개방되면서 국내에 역수입된다. 앞서 소개한 ‘김동화파 사건’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일찍이 아편전쟁을 치른 바 있는 중국은 마약 제조업자와 판매자를 ‘인민의 공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정량의 마약류를 소지하거나 판매 또는 수출입하는 자를 공개사형에 처할 정도다. 매년 수백 명이 마약범죄와 관련해 사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 마약류의 유입 경로는 다양하다. 선박과 항공편을 통한 밀반입이 가장 흔하고 국제우편을 이용하기도 한다. 어선으로 위장해 해상에서 직접 거래를 시도하기도 한다. 서울지검 정선태 마약수사부장에 따르면 중국산 마약에 대한 수사는 향후 국제마약공조수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2∼3년 전부터 중국산 마약이 동북아를 휩쓸고 있다. 중국엔 공안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마약류 제조공장이 부지기수다. 중국의 개방화바람을 타고 대만 필리핀 등지에서 제조된 마약류도 중국으로 다량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은 마약범죄의 가장 큰 온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마약거래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의 폭력조직이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마약거래에 폭력조직이 개입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마약거래에 따른 불법수익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큰 범죄조직의 주 수입원은 마약이다. 미국의 마피아와 일본의 야쿠자가 좋은 예다. 중국의 폭력조직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마약거래 외에 밀입국 불법이민 등에 관여해 이권을 챙긴다.

정부장검사는 “우리나라도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며 폭력조직과 마약조직의 연계 가능성을 우려한다.

“중국 폭력조직의 카운터파트너는 결국 국내 폭력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직폭력이 마약과 연결되면 수사는 점점 힘들어진다. 마약수사는 철저하게 정보에 의존한다. 큰 사건은 밀고자, 혹은 배신자가 나와야 가능한데 폭력조직에서는 밀고자나 배신자에 대한 응징이 철저하므로 제보자의 부담이 무척 크다. 일본에선 연 2만 명 이상이 마약사범으로 단속되는데 그중 70%가 야쿠자다. 야쿠자가 마약공급에서 소비까지 관여하는 한 일본에서 마약은 근절되지 않는다. 이들은 절대 조직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국내 폭력조직들은 마약에 관련되는 것을 꺼려 왔다. 마약에 손대면 주먹계에서 ‘양아치’ 취급을 받는 까닭이다. 말하자면 제법 큰 조직의 경우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거기엔 마약에 잘못 손댈 경우 자칫 조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깔려 있다.

검찰에 따르면 마약거래에 관련된 폭력조직들은 군소 조직들이다. 정중근 검사는 “일부 폭력조직이 마약거래에 관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조직 차원보다는 폭력배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폭력조직과 마약조직의 연대

하지만 마약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면 조직 차원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마약수사검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마약거래는 100% 현찰거래인데다 일이 어긋날 경우 쌍방 모두 손실이 크므로 파는 쪽이나 사는 쪽이나 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 때문에 폭력조직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마약 이권을 둘러싼 폭력조직들의 영역 확보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은 컴퓨터 세계의 해커 전쟁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검찰의 마약수사 강화에 반발이라도 하듯 마약범죄수법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마약수사는 함정수사 또는 공작수사다. 즉 수사기관 쪽에서 마약 구매자로 꾸며 판매자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검사들에 따르면 마약이 거래되는 현장을 잡아야만 범죄가 성립하는 마약수사의 특성상 이런 식의 수사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법원 판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함정수사를 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위장 구매자를 동원하고 마약대금을 준비해야 한다.

“예전엔 다방이나 여관 호텔 등지에서 돈과 물건을 맞교환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마약수사가 강화된 요즘은 현장거래를 피하는 추세다. 현장거래를 약속한 경우도 막상 현장에 나가면 여간 애를 먹는 것이 아니다. 현장거래는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 나가면 차에 위장구매자를 앉혀 놓고 수사관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차를 대놓고 감시한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돼도 사람은 안 나오고 대신 (위장 구매자의) 휴대폰이 울린다. 다른 장소를 일러주며 그리로 오라는 것이다. 그곳으로 가면 또다시 장소를 옮기라는 연락이 온다. 이런 식으로 몇 차례 장소를 바꾸면서 위장구매가 아니라는 걸 확신할 때만 판매자가 나타난다. 그런데 현장에 나타나는 사람은 판매책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심부름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범은 멀리서 망원경으로 현장을 감시할 뿐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베테랑 마약수사관 유아무개씨가 말하는 함정수사의 어려움이다. 마약수사관들은 종종 ‘인간 미끼’를 사용하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얼마 전 경북 칠곡에선 검찰이 마약판매책을 잡기 위해 이미 잡힌 마약사범을 접선장소에 데리고 나갔다가 그 마약범이 차를 몰고 달아나는 사고가 일어났다. 마약범은 달아나면서 마을 주민 4명을 치었는데, 그중 한 명은 숨을 거뒀다. 이런 사고를 우려해 예전엔 현장에 동행하는 마약범을 피아노줄로 묶어 두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요즘 마약 판매자들은 현장거래보다는 ‘선대금, 후물건’ 방식을 선호한다. 물건을 건네기에 앞서 온라인 송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돈을 입금하면 택배 등의 방법으로 물건을 전달한다. 요즘 널리 쓰이는 방식은 퀵 서비스 배달이다. 약속장소에 나가면 퀵 서비스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물건을 휙 던지고 가버린다. 물론 퀵 서비스 직원은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붙잡아봐야 수사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최근엔 더 세련된 수법이 등장했다. 바로 사물함 열쇠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금을 송금하고 나면 전화가 걸려온다. 어느 호텔 프런트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가보면 물건은 없고 열쇠만 달랑 있다. 대개 기차역 사물함 열쇠다.

해외 밀수품의 경우 항공우편을 이용한 택배 방식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정보가 없는 한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공항을 통해 직접 들여오는 경우도 압축·진공 포장 등의 방법으로 검색대를 무사통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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