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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일본역사교과서 韓·日 논쟁

“당신들은 신화를 근거로 역사를 만드는가?”

공개장에 대한 한일민족문제학회장의 반박

  • 김광열 < 광운대 일본학과 교수· 한일민족문제학회장 >

“당신들은 신화를 근거로 역사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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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과거 일본군이 주변국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무지의 소치일 것이다. ‘썩은 것은 뚜껑을 덮는다’는 일본 속담처럼 자기들에게 불리한 것은 애써 감추려는 비겁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일본군이 동학농민군 학살(1894년), 3·1독립운동시의 제암리 민간인 학살(1919년), 관동대지진시의 조선인 학살(1923년), 중국 남경의 대학살(1937년)을 저지른 사실이 사료상으로나 피해자 및 목격자의 증언 등으로 증명되고 있다. 독일 나치스가 유럽에서 일으킨 전쟁이나 일본 파시즘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일으킨 전쟁은, 침략전쟁이란 면에서는 본질적으로 동일선상에 있는 것이다.

또한 니시오 씨는 일본 히로시마의 원폭 돔이 아우슈비츠와 같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미국을 전범재판에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원폭 투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원인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제공했다. 원폭돔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두 번 다시 과거와 같은 전쟁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의미인 것이다.

니시오 씨는 일본의 문명은 ‘수동적’이기 때문에, ‘외압’에 대한 ‘주체성을 지키려는 싸움을 했다’고 주장했다. ‘외압’을 핑계로 일본의 침략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의 ‘대동아공영권 찬미론’과 동일한 논리다. ‘백촌강 전투’에서 백제 및 일본 군이 패한 것이 어떻게 일본에게 외압이 되는가? 히데요시가 두 번에 걸쳐 조선을 침략한 것이 서양의 ‘외압’때문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그러한 이유로 7년간이나 남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좋다는 이야기인가? 히데요시는 제후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국내 불만을 국외로 돌리기 위해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미국과 벌인 전쟁도 외압 때문이라고 강변하는데, 만주에 괴뢰국을 세운 것은 일본이었다. 이에 대해 구미 열강이 국제연맹을 통해 일본에게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하자, 일본은 파시즘적 고립주의 기치를 걸고, 중국과 전면전을 감행했다. 뒤이어 일본으로서는 이기기 힘든 미국까지도 기습공격했던 것이다. 이러한 외압 때문에 일본은 어쩔 수 없어 전쟁을 했다는 것이 니시오 씨의 논리다.

그러나 일본이 당시 국제사회의 약속이었던 ‘협조외교의 틀’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면 전쟁의 참화는 막을 수 있었다. 자신의 돌출된 과격행동으로 재앙이 발생했는데, 그 원인을 타자에게서만 구하려고 한다면 이는 결코 객관적인 이해가 아니다. 니시오 씨는 자기들 ‘모임’은 ‘옛날의 국가주의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단언하고 있으니 우습기만 하다. 그는 과거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이 되뇌던 ‘대동아공영권론’과 다를 바 없는 자기중심적 방어 논리로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있지 않은가. 방어를 핑계로 타자를 침략한 행위가 어떻게 정당한 것이란 말인가?



니시오 씨는 자기들 ‘모임’에는 정치적 흑막은 없고, 노소를 불문한 우국지사들이 모여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전혀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번에 모임이 만든 중학교용 역사교과서의 원형은 니시오 칸지 씨가 쓴 ‘국민의 역사’(1999년)이고, 그 중심이 되는 근현대사 부분의 서술은 일본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역사검토위원회가 만든 단행본 ‘대동아전쟁의 총괄’(1995년)을 모델로 하고 있다.

역사검토위원회는 1993년 호소카와(細川) 당시 수상이 일본이 ‘침략전쟁’을 했다고 발언한 것에 반발한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만든 단체다. 역사검토위원회에 참가한 의원들의 활동무대가 ‘영령(英靈)에 보답하는 의원협의회’, ‘전쟁유가족(戰爭遺家族) 의원협의회’, ‘다같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의 모임’ 등인 것으로 보아, 성향이 보수 우파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1996년 6월에 ‘밝은 일본 의원 연맹’(중·참의원 116명)이라는 단체로 확대 재편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임’의 지부들이 자민당계열의 의원 사무실이나 후원회 사무실과 동일한 장소라는 점도 그들이 정치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국제·평화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니시오 씨는 한국인이 일본에게 지배받은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인이) 오랜 역사 동안 중국에게 지배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다. 이는 근대 이전의 조선과 중국의 책봉관계를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동일시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있어온 중국을 중심으로 한 책봉체제는 ‘사대교린’이라는 외교 질서에 의한 것이었지, 근대 제국주의적인 완전 지배와 피탈의 관계가 아닌 것이다. 당시 ‘사대’로 인한 대상국의 사회경제적·문화적 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학계에서 논증된 부분이다.

니시오 씨의 메시지는 ‘역사교과서는 어디까지나 일본 국내 문제다’ ‘한국 측의 집요한 수정요구는 일본이 주권국가인 이상 내정간섭’이라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달라’고까지 요구하고 있다. 니시오 씨는 입장을 바꿔 왜 한국측에서 그러한 요구까지 하게 됐는가도 생각해 주길 바란다. 한국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검정제도나 교과서의 전체 내용을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모임’의 교과서는 고대나 중세 및 근대 등에서 한국과 관련있는 기술에 문제가 많다. 동아시아 지역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역사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자국 중심으로 역사 교과서를 기술하면 국제적인 분쟁이 일어나기 쉽다.

더욱이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자국의 역사인지 확실하지 않은 고대 부분을, 신화(그것도 이웃 나라와 깊은 관련이 있는)만을 근거로 사실처럼 역사교과서에 기술한다는 것은 학교교육이나 국제관계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신화를 자국에게 유리하게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교과서에 기술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군국 파시즘이 횡행하던 시대의 ‘식민지사관’을 방불케 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근대사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부분이 많으니까 역사 기술을 할 때에는 주의를 요한다.

지나친 노파심을 버려라

한국측에서 수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단지 한국과 관련된 기술을 이쪽의 자존심도 고려해서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과학적 실증에 근거한 역사연구의 결과를 역사교과서의 기술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측의 요구를 무조건 ‘내정간섭’이라고 일축하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임’이 문제의 역사교과서를 만든 목적은 일본의 ‘21세기 국민통합’을 위해, 환언하면 국가관이 약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애국심(내셔널리즘)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고 인근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도 괜찮은 것인가? 상식적인 차원에서 봐도 이는 이치에 어긋난다. ‘모임’의 주장은 소수 우익들이 가지는 자국 사회에 대한 지나친 노파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국경의 문턱이 낮아진 시대에는 오히려 다양한 가치관이 요구되는데, ‘모임’과 같은 폐쇄적인 사고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온 나라는 청소년 범죄와 경제적 불황 등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치권처럼 내셔널리즘을 고양시키는 나라는 없다. 일본이 이러한 문제에 부딪힌 것은 어디까지나 전후 일본정치의 중심 역할을 해온 자민당 정치의 결과다. 따라서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최종적인 책임은 일본정부에 있다.

나는 묻고 싶다. “아직도 일본 정치인들은 일본 국내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국내의 우익과 손잡고 인근국과의 우호관계를 해치는 내셔널리즘을 고양시키는 해묵은 방법을 사용하는가?”라고. 이대로 간다면 장래의 일본은 아시아에 대해 배타적 사고를 가진 젊은이가 늘고, 과거처럼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신동아 200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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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열 < 광운대 일본학과 교수· 한일민족문제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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