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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민건강보험공단 박태영 이사장

노사개혁 없이 공기업 개혁없다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노사개혁 없이 공기업 개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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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의료보험이 통합되기 전에는 지역, 공교(公敎), 직장 등 3개의 노조가 있었다. 이 가운데 지역은 사회보험노조이고, 공교와 직장은 통합할 예정이어서 현재는 사회보험노조와 직장노조가 양립해 있는 상태. 따라서 현재는 사회보험노조와 직장의보노조가 양립한 상태다. 상급단체로 보면 사회보험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고, 직장의보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다. 이런 까닭에 공단은 성격이 다른 두개의 노조를 상대로 중복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원들 역시 사안별로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단은 오랫동안 노사갈등을 겪었습니다. 1998년부터 모두 11회에 걸쳐 150일간 파업이 진행됐더군요. 그 정도면 후유증도 상당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비하면 엄청나게 달라졌어요. 직원들도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공단의 존립 의의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국민들의 신뢰가 쌓여야 직원들의 후생복리나 권익신장도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거죠.”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가 노사갈등입니다. 이사장님은 노사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했습니다. 근로자 계층의 희생 위에서 압축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는데 일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민주화하는 과정에 경제성장에 기여한 사람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진 거죠. 정확한 통계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때의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훨씬 초과했어요.



그런데 세계경제는 급변해서 소위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했잖아요. 특히 미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기업 구조조정을 다 끝내고 세계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전술을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노동자의 ‘합리적인’ 정리나 기업의 구조조정없이 1990년대에 와서 IMF를 맞았습니다. 그러니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과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동자들이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박 이사장은 노사갈등의 원인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화제를 노동운동의 방향성으로 돌렸다. 아마도 자신이 공단 이사장으로서 겪은 일들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나는 노사분규를 겪은 사람으로서 노동운동의 최고 무기는 도덕성 확보라고 봅니다. 도덕성을 어디서 확보하느냐? 법과 사회적인 기준을 지킴으로써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물리력을 동원하고 불법을 저지르면 어떻게 되겠어요? 이건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따라서 이젠 노동운동도 한국의 경쟁력 확보에 맞춰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단에서 직접 부딪혀 보니까 노사개혁없이는 공기업 개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사가 힘을 합쳐 경쟁력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노조는 기업의 생산성 효율성 경쟁력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 노조원의 신분보장이나 권익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가 한국 노동운동의 일반적인 특성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이곳이 특별한 측면도 있다고 봐요. 처음 여기에 와서 계급투쟁이라는 용어를 많이 접했어요. 시대는 급변하는데 이 노조엔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니다. 겉으로는 공단 직원의 후생복리나 권익신장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투쟁을 위한 투쟁, 노조 지도부를 위한 투쟁이 참 많았다고 봐요. 그리고 그런 움직임이 십수년 동안 공단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도 거기에 편승해서 무사안일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풍토가 조성됐던 거죠.”

―공단에서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신노사문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합니까.

“공공기업의 경영진이 무슨 자본가예요? 똑 같은 월급쟁이지. 나는 근로자하고 똑같다고 봐요. 경영자는 투명경영, 현대적 경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여야죠. 거기에 노와 사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노동자들도 이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참해야 합니다. 직원들 중에 필요 없는 사람이 있는데도 조정하지 못한다면 안되지요. 우리 공단의 경우 내가 전국 각 지사의 운전기사를 없애버렸어요. 노조가 그걸 전부 데리고 가라고 하면 무리한 얘기지. 직접 차 몰고 다니면 해결되잖아요.”

―한국은 노동자가 실직했을 경우 보호해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합니다. 따라서 선진국의 모델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습니까.

“기업의 자생여건, 국가의 자생여건, 크게 봐서 한국의 세계 경쟁력, 한국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돼 있습니다. 그것을 초과해서 근로자의 권리를 요구한다면 국가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한국 경제의 수준에 맞는 각 경제 주체별 보호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근로자들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기업하는 사람들 처지에서 보면 극심한 노사문제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안들어오잖아요. 예를 들면 중국에는 GDP의 20%가 넘는 420억달러의 외국인 투자가 이루어졌어요. 그런데 우리는 아마 10%도 안될 거예요. 기업이 안 들어오면 돈이 없고, 돈이 없으면 고용창출이 될 수 없잖아요.”

―한국 노동자들이 경제능력 이상의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꼭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죠. 경제 주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한번쯤 노사문제를 정리해야 돼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기형적인 조직이다. 직원의 평균연령이 38세(남자는 40세)이며 오랫동안 신규채용을 못해 세대간 연결이 끊긴 상태다. 직급별 인력분포도 극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5급 직원의 경우 전체 직원의 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 이런 까닭에 현행 구조를 유지할 경우 향후 15년 동안은 매년 200명 미만이 퇴직하는 반면, 그 뒤부터는 해마다 700∼1000명씩 빠져나가 인력난에 시달릴 수도 있다.

공공개혁의 핵심은 노사개혁

―지난해 7000여명이 84일간 파업을 했음에도 업무가 정상으로 돌아가 인력이 적정규모에 대해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 이러한 주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7000여명이 파업할 때 다른 직원들은 정말 고생했습니다. 야근은 물론 휴일까지 근무했습니다. 대체인력도 1100여 명을 투입했고요. 그럼에도 의료보험 서비스는 형편없었습니다. 공단은 지난해 통합한 이후 지금까지 무려 1900여 명을 줄였습니다. 우리 직원의 10%가 넘는 인원이고 인건비로는 660억이나 됩니다. 공단으로서는 엄청나게 인력을 감축한 거죠. 지금처럼 업무량이 계속 폭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의 인력규모는 적당하다고 봅니다. 일이 늘어나더라도 서비스의 질은 계속 높여야 하거든요.

―올해는 감축 계획이 없습니까.

“2001년에도 1070여 명을 감축하기로 돼있어요. 그런데 5월말까지 벌써 900여명이 퇴사했어요. 나머지는 경영진단을 받아본 뒤 구체적인 방안을 세울 생각입니다.”

―인원 감축 과정에서 여성과 부부사원들에게 우선 해직을 강요해 문제가 됐습니다.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초기에 다른 기관들의 인력감축 방안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금융기관에서는 부부사원인 경우 한 사람이 우선적으로 퇴직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인력조정 이외에 공단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개혁을 추진했습니까.

“저는 공공부문 개혁의 샘플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만들고 싶었어요. 이런 목표를 설정하고 개혁 프로그램을 줄곧 실천해왔죠. 경영의 효율성 제고, 대민 서비스체제 확립, 신노사 문화 정착, 생산성 증대 등 58개 항목의 경영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는데 상당 부분 완결된 것도 있고 진행중인 것도 있고 앞으로 추진할 것도 있어요. 직원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정착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젠 정말 의료보험 서비스의 질과 양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자부합니다.

예를 들면 본부장제를 도입해서 각 지역본부에 6명을 3년 계약제로 채용하고 4급 이하 직원들의 인사권도 넘겼습니다. 또한 지역본부에 감사평가부를 신설해 실질적으로 일상감사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전 지사의 직원들을 관리 평가하고 인사에 반영하는 시스템도 만들었습니다.

경영혁신 차원에서 작년과 금년에 1900여 명을 감축했는데 그 중 36%가 책임자였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정말 오랜만에 450여 명의 승진 인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워낙 정체된 조직인데다 극심한 노사분규까지 겪다 보니까 승진 인사 자체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밖에 공로연수제를 도입하고 특별승진 연한을 하향 조정한 것도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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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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