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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新보험시대

보험설계사, ‘아줌마 부업’에서 억대연봉까지

  • 박은경 < 자유기고가 >

보험설계사, ‘아줌마 부업’에서 억대연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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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50여 년 보험역사 중 요즘 가장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고 한다. 일선 영업소장들은 “과거 10년에 걸친 변화가 최근 일년 사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삼성금융연구소는 ‘2001년 보험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종신보험이 본격 판매되고 오는 7월부터 변액보험(은행과 투자신탁회사의 신탁상품과 유사한 실적배당상품)이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개인금융자산을 놓고 금융권간 경쟁의 심화가 예상된다. 변액보험 판매 전문인 자격증제도가 신설됨에 따라 금융 전반적인 컨설팅 판매가 확산될 전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97년 이후 법인 대리점조직 활성화, 텔레마케팅(TM), 사이버마케팅(CM) 기법 도입 등으로 과거 설계사에 의존하던 보험판매 채널이 갈수록 다양화하는 추세다. 따라서 앞으로 설계사간 경쟁도 지금보다 몇 배 치열해질 전망이다. 교보생명 홍보팀 우철희 대리는 “요즘 보험사마다 설계사 재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아마 2∼3년 후면 기존의 보험아줌마 식 설계사는 완전 도태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현재 베스트 설계사 대열에 있는 이들의 성공담에서도 달라진 보험영업 환경을 읽을 수 있다. 교보생명 명동지점 구암영업소의 송연옥씨(39)의 주고객은 의사 변호사 등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 송씨는 “이들 전문직 종사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분석하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자기 개발이 필수라는 얘기다.

LG화재 창원지점 신바람영업소의 이연이씨(55)는 LG화재 연도대상 5연패의 주인공. 이씨는 “해마다 연도상 시상식때 두세명의 설계사가 5연패 기록을 세워 상을 받는 걸 보고 속이 상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며 “지난해부터 미리 5연패 소감문을 작성해두고 스스로 채찍질해왔다”고 말했다. 치밀한 전략 외에 근성과 끈기는 우수 설계사의 자질이라는 얘기다.

요즘 필드에서 부딪치는 고객은 과거와 달리 녹록치 않다. 가정의 특성에 따라 노후설계, 자금설계 등 재정상태를 분석하고 미래의 재정설계를 제공하는 평생보장·맞춤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보험상품 정보를 꿰고 있는 소비자가 적지 않아 ‘준비된 보험설계사’가 아니면 시장 공략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다. 한마디로 금융·보험·재무설계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 ‘재무설계사’가 최근 보험사와 소비자가 동시에 요구하는 설계사의 모습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본격 등장한 것이 바로 남성 전문설계사 조직이다.



지난 6월초 서울의 한 사무실. 30∼40대 초반 고학력 전문직 출신 남성 20명이 모여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하고 있다. 화면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A4 용지 14장에 이르는 재무설계 자료를 고객 앞에 꺼내놓고 보험상품 설명에 열을 올리는 자신들 모습이다. 비디오테이프가 끝까지 돌아가자 강사와 교육생이 열띤 강평회를 벌인다. “보장내용 부분의 설명이 부족하다” “자신감이 없고 머뭇거려 신뢰감이 부족하다” “말투가 또박또박하지 못하다” 동료 교육생의 날카로운 비평이 쏟아진다.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몇몇 보험사에서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파이낸셜플래너 교육 과정이다. 남성 전문설계사 조직은 과거 보험모집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3∼6개월 동안 하드트레이닝을 거친 뒤 전문 재무설계사로 다시 태어난다. 보험사마다 생산성 높은 보험설계사 양성과 기존 설계사의 역량강화를 목표로 뛰고 있다.

실적만이 살길이다

한편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보험사는 언제든 퇴출될 수 있는 시장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보험설계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동일 보험사 지점과 지점, 영업소와 영업소가 ‘영업실적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한 영업소 내에서 근무하는 팀과 설계사 개개인의 경쟁마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실정이다.

통상 보험사는 총국 밑에 전국적으로 수백개 지점을 두고, 한 개 지점 아래 15개 안팎의 영업소를 거느린 구조로 운영된다. 이외 대리점(개인사업자)을 통해 보험계약 체결을 대행케 하는 곳도 있다. 보통 영업소 한 곳에 소속된 설계사는 대략 20∼30명으로 이중 3∼5명의 지도장 또는 팀장이 5∼6명의 팀원을 거느리며 소장이 전체 조직을 통솔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팀장을 비롯한 보험설계사는 실적에 따라 다시 직급이 나눠지는 경우도 있다. 교보생명을 예로 들면 팀장 직급은 슈퍼설계사에 해당한다. ‘슈퍼’가 되려면 적어도 매달 2억4000만원의 보험수입을 올려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 수의 신인을 ‘도입(증원)’하는 것도 필수조건이다. 교보생명 영업소장 한성년씨는 “아무래도 실적 경쟁을 하니까 팀별로 또는 설계사간 신경전도 치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이 생기기도 한다. 무리없이 팀을 이끌면서 월별, 연도별 영업실적을 달성해야 하는 소장 입장에서는 마치 정치판에 뛰어든 심정이다.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서 조율해야 문제가 안 생긴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실적’은 영업전선 최전방에서 치열하게 몸으로 부딪치는 보험설계사들을 언제 ‘해촉’으로 몰고 갈 지 모르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반면 설계사의 능력에 따라 억대 연봉을 안겨주는 행운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보험설계사가 어느 직종보다 이직률이 높은 것도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 비해 이직률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연간 2명에 1명꼴로 보험시장을 떠나고 있다. 한편으로 신규 인력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다른 한편에선 이탈하는 사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보험설계사 세계에는 그들 특유의 애환이 적지 않다.

“남편에게조차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일선 보험설계사의 말못할 고충은, 지난해 10월5일 결성된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언론은 하루 19시간 일하는 설계사 일년 수입이 2억이라며 엄청난 고소득이란다. 그 2억 중에 순수한 수입은 얼마나 될까? 자신의 보험료(실적을 위해 일명 가계약으로 설계사가 부담하는 보험료), 리베이트(큰 건 계약 시), 유지율(중도 해지·해약되지 않고 가입 상태를 지속하는 비율)고수, 수금 유지 등에 드는 돈을 감안한다면.”

남편에게조차 말 못하는 어려움

“월말이 돌아온다. 이번 달에는 또 몇 건의 (보험료)연체가 발생할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매월 말이면 찾아오는 소화불량과 두근거림. 나는 2개월 전까지 이른바 대형설계사였다. 종신보험 팔아오라면 팔아오고 연금 팔아오라면 팔아오고…. (설계사 생활)일년하고도 5개월이 다된 지금, 카드가 연체되어 신용불량자가 됐다. 팀장이나 소장은 나의 형편은 생각지도 않고 월말 마감 때면 닦달한다. ‘이거 7회밖에 안된 건데, 이번 달 실효(해지에 의한 효력상실)되니까 당신이라도 13회차까지 끌고가요’ ‘팀 상이 걸려서 그런데 조그만 거 하나라도 (설계사가)대신 넣으면 안될까?’ 먹고 죽을래도 돈 없어요, 배 째요! 왜 진작 이렇게 세게 나가지 못했을까.”

“(경력)5개월인 나는 상가와 직장을 돌며 영업중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계약이 나오지 않았다. 연고계약도 이미 바닥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설계사에 대해 무한한 자긍심과 전망을 갖게 됐는데…계속 일하려면 해촉은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출근도 잘하고, 기본 실적에 미달되지 말아야 한다. 안되면 신인도입이라도 해야 해촉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보험설계사는 항상 일방적 퇴출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보험은 물론이고 산재보험 적용, 퇴직금 지급 등 일반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에서 보험설계사는 제외되어 있다.

IMF 이후 거세게 불어닥친 보험업계 구조조정 여파로 일각에선 업체와 보험설계사 사이에 ‘근로자’와 ‘개인사업자’ 판정을 놓고 공방이 뜨거운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오는 ‘무한대의 성과급’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더구나 해마다 4∼5월경 펼쳐지는 보험업계 연도상 시상식은 설계사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업체마다 소속된 수천 수만 명의 설계사를 제치고 ‘10위’ 안에 들어야만 설 수 있는 무대이기에.

한편에선 수많은 생명보험설계사가 세계세일즈협회(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의 약자) 회원이 될 날을 꿈꾼다. 전세계 생명보험설계사들이 최고의 명예이자 영광으로 여기는 MDRT 회원 가운데 우리나라 설계사는 총 77명(99년 기준).

이들은 연 1억 원이 넘는 수입뿐만 아니라 계약자에 대한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분쟁 중인 계약이 단 한 건도 없어야 하는 까다로운 협회 기준을 통과한 설계사다. ‘보험계약은 사회복지사업’이라는 사명감을 안고 하루도 빠짐없이 거친 ‘필드’를 누비는 보험설계사들의 시계는 24시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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