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호

주목받는 약물치료, 에탄올·한방추출액 주사요법

난치병에 도전한다 ·전립선질환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입력2005-04-08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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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료를 받아도 일시적인 증상 개선에 그치거나 재발이 잦고 수술 후 부작용을 일으켜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전립선 질환. 최근 의료용 에탄올을 전립선에 주입해 비대조직을 괴사시키거나, 한방 추출액을 방광과 요도에 투입해 삼투압 원리로 증상을 없애는 양·한방 신치료법들이 개발됐다. 발기부전이나 요실금 등 성기능장애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 놀라운 치료효과를 거둔 임상 결과도 나왔다.
    50대 후반의 중소기업체 사장 L씨는 간밤에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한잔 걸치고 집에 돌아온 후 감기 기운이 돌아 약 한 봉지를 입에 털어넣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신세가 됐다. 오줌보가 가득 차 마려운데도 갑자기 요도가 막혀 소변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 L씨는 우선 요도 카테터로 소변을 받아내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L씨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 L씨는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였지만 이미 3년 전부터 전립선 비대 증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평소에 소변이 자주 마려운 편이었고, 소변을 볼 때도 가끔씩 오줌 줄기가 끊어져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줌 줄기가 가늘어지더니 급기야 소변 본 뒤에도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지거나 잔뇨감이 들었다. 그러나 별 다른 통증이나 불편이 없어서 나이 탓으로 돌리고 지내왔다고 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남성 고유의 병으로 분류된다. 인체에서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성(性) 부속기관이 바로 전립선이기 때문. 전립선은 오줌보(방광) 바로 아래에 자리잡고 있으며 모양이 밤톨처럼 생겼다. 정액의 3분의 1을 구성하는 전립선액(정액에서 밤나무 냄새가 나는 독특한 성분)을 분비해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정자의 운동성을 향상시켜 임신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전립선은 성관계를 가지고 사정할 때 소변과 정액이 섞여 나오지 않도록 조절하며 방광의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기능도 한다. 여성에게 흔한 방광염이 남성에게는 거의 없는 것도 전립선 덕분이다.

    전립선은 지름 3cm 정도의 크기로 30세 전후의 정상 무게는 15∼20mg.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남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전립선이 커져(전립선 비대) 요도를 압박하게 되면 배뇨장애와 성기능장애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전립선 비대증의 발병률은 나이에 비례한다. 30∼40대에서는 그리 많지 않은 전립선 비대증이 50대에서는 급격히 늘어나 전체의 50%가 이 증상을 앓는다. 그래서 흔히 50대를 ‘전립선 연령’이라고 부른다. 이후 60대에서는 60%, 70대는 70% 정도가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는데, 인구의 고령화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그 수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보험연합회와 보험관리공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가 4∼6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립선 비대증의 적신호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전립선이 커지더라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균관대 의대 비뇨기과 최한용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소변을 오래 참으면 방광의 수축력이 약해져 소변 보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방광이 늘어나 전립선을 압박해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임상 조사 결과도 있다. 부산의 전립선 질환 전문병원(박용상 비뇨기과)의 박용상 원장은 2년(1995∼1996)에 걸쳐 전립선질환 증상을 보이는 운전기사와 이발사, 두 직업군을 비교해본 결과 운전기사군이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전립선질환에 쉽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장은 이발사군(63.6%)보다 운전기사군(85.7%)에서 전립선 증상이 심한 것은 ▲장시간 앉아 있는 자세가 전립선에 압박을 가해 혈행(血行)장애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고 ▲직업 환경이 소변을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로 회음부, 골반근육 등이 경직되어 배뇨기능 말초신경전달체계에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립선이 비대해져 불편한 증상이 있는데도 계속 참고 살면 통증 혈뇨로 이어지고 콩팥염, 콩팥기능저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L씨처럼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술을 마신 후에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요폐현상이 나타나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박용상 원장은 요폐현상으로 새벽에 병원 문을 두드리는 노인 응급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전립선질환 전문의들은 50대 이후 소변 때문에 한두 번 이상 잠에서 깰 때는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한참 뜸을 들여야 소변이 나오거나, 오줌 줄기가 힘차지 못하고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나오거나,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치 않거나, 회음부나 하복부에 불쾌감이 있거나, 성기능장애(발기부전, 조루증)를 느끼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 전립선 비대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환자가 그로 인해 얼마나 불편을 느끼며 고통을 받느냐가 우선적인 치료 기준이 된다.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요법은 크게 약물복용법과 수술요법이 있는데, 최근에는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지 않는 여러 가지 비수술적 치료술이 개발돼 의료계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중 어떤 방법으로 어느 시기에 치료하느냐는 것은 전립선 상태나 합병증 유무, 환자의 전신 상태 및 성생활 부분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먼저 배뇨 곤란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경우 일반적으로 약물 복용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요도를 압박하는 부위의 압력을 감소해주고 전립선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할 목적으로 이용된다.

    임상계에서 사용되는 중요 약제는 알파차단제(테라조신, 독사조신, 탐술로신)와 5-알파환원효소억제제(피나스테라이드)가 있다. 알파차단제는 방광경부와 전립선 평활근의 수축을 억제하고 전립선 요도 주위를 이완시킴으로써 소변 배설을 수월하게 해주지만 피로, 두통, 저혈압 같은 부작용이 올 수 있다. 또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는 전립선에 작용하는 남성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여 증식된 전립선 조직을 퇴화시켜 주는 작용을 하지만 부작용으로 성욕감퇴, 발기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약물 복용법의 가장 큰 단점은 약을 끊으면 재발한다는 것. 투약을 중단할 경우 알파차단제는 빠르면 2∼3일, 늦어도 2주 이내에 증상이 다시 나타나고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도 전립선 크기가 예전으로 돌아가면서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수술요법은 전립선의 비대해진 조직을 외과적인 방법으로 제거하는 치료다. 약물복용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배뇨장애가 심할 경우 또는 밤톨만한 전립선이 달걀 크기 이상(40g 이상)으로 커진 경우 시행하게 된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수술법은 경요도 전립선절제술. 이는 루프를 부착한 내시경을 요도에 밀어넣은 후 전기를 흘려 비대해진 부위를 잘라내는 것이다. 이때 정액이 나오는 사정관을 건드리면 요실금의 원인이 되거나, 너무 많이 잘라내면 전립선 막이 뚫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스럽게 수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전립선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90% 정도에서 배뇨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장기적으로 볼 때 전립선 절제 수술 후 재발하거나 부적절한 절제 등 다른 원인으로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20% 정도인 것으로 보고된다.

    요즘에는 전기 대신에 레이저 혹은 고주파 침으로 비대 조직을 태워 없애거나, 의료용 약물을 전립선에 주입해 치료하는 비수술적 요법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는 수술시 모세혈관을 건드림으로써 발생하는 출혈이 없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다소 비싸다는 게 흠.

    비수술요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박용상 박사는 수술요법은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전신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들에게는 시행하기 어렵고, 수술 후 역행성 사정이나 요실금 등 성기능장애를 우려하는 환자들은 비수술적 요법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비수술적 요법을 이용한 긍정적인 임상 결과도 나오고 있다. 박원장은 최근 병원내 전립선클리닉 연구팀이 미국 FDA(식품의약청)가 공인한 ‘전립선비대증 고주파침소작술’로 중증 전립선비대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임상한 결과 매우 만족스런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일명 ‘튜나 치료법’으로 불리는 이 치료법은 전립선 내 요도점막과 사정관을 보호할 수 있도록 고주파가 발생되는 특수한 침을 이용해 비대조직만 태운다. 시술 결과 전체 환자의 76%가 1주일 만에 요속(오줌속도)이 증가했으며 4주 후에는 전체 환자가 정상적인 요속(초당 15ml 이상)으로 돌아갔고, 전립선 용적도 70명 중 69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평균 54.4mg에서 평균 45.2mg으로 감소). 또 요실금, 역행성 사정, 요도협착 등의 부작용은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

    박원장은 이 연구논문을 미국비뇨기과학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이 요법은 입원 없이 외래에서 국소마취로 시술이 가능하며, 한 시간 이내에 1회 시술로 끝나므로 식사나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이 없으며, 수술 후 성기능장애와 같은 부작용을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자세한 임상내용과 시술 방법은 박용상 비뇨기과병원의 홈페이지(www. bestdoctor.co.kr, 051-241-5060)에 실려 있으므로 참고하면 된다.

    전립선에 약물 주입하는 신기술

    최근에는 의료용 에탄올을 이용한 전립선 비대증 치료법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돼 호응을 얻고 있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가 그 주인공. 일명 ‘팁(Teap) 치료법’으로 불리는 이 요법은 진단요도경과 주사기가 결합된 치료기를 요도를 통해 전립선 안으로 집어넣은 뒤 의료용 에탄올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비대조직을 줄이는 것.

    인체에 무해한 의료용 에탄올은 일반 희석물 5%가 함유된 것으로 맥주 한 병 정도의 양이 전립선에 주입된다. 이것이 전립선에 들어가 탈수작용을 하며 조직을 딱딱하게 응고시켜 괴사를 유발한 뒤 대사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천준 교수는 팁 치료법은 전립선 비대조직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도 수술 후 발생하는 발기부전이나 요실금 등 합병증과 출혈이 거의 없으며, 부분마취를 하고 수술 시간도 15∼20분밖에 걸리지 않아 바로 일상활동이 가능하다고 밝힌다. 또 팁 요법은 미국에서 개발돼 세계적으로 시술된 지 5∼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연구 보고(2000년 세계전립선비대증학회, 2001년 유럽비뇨기학회)에 따르면 매우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 치료법은 레이저 응고술이나 튜나요법, 온열요법 등 여러 비수술요법보다 훨씬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시술법이지만 이 시술에 필요한 기구 등을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므로 다소 비싼 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이와 함께 시술자의 능력도 팁 치료에서는 중요하게 고려된다고 한다. 천교수는 “시술은 간단하지만 내시경 수술에 숙달한 전문가만이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전문가들이 팁 치료를 할 경우 요도, 전립선, 방광 경부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에탄올을 정확한 장소에 투여하지 못할 경우 방광으로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팁 치료법의 세계적인 지침도 반드시 내시경과 요도·방광 전문가만 시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의 02-920-5530)

    전립선 비대증이 50대 이후의 남성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라면, 전립선염(전립선에 염증이 생긴 것)은 50세 이하 청·장년층에게 가장 흔한 전립선질환이다. 비뇨기과 환자의 약 25%가 전립선염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남자의 반 수가 일생 동안 한 번은 전립선염 증상을 경험한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특히 사무직 남성의 경우 장시간 앉아 일을 하다 보면 성기 주변의 혈관이 눌려 전립선염을 비롯한 각종 성기능장애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회사원 P씨(42)의 경우를 보자. 3년 전부터 가끔 회음부가 불편하고 소변이 시원하지 않았으나 괜찮겠지 하고 그냥 넘어간 P씨는 한 달 전 회식에서 술을 과하게 마신 후 소변 볼 때 통증을 느꼈다. 가까운 병원에 갔더니 ‘요도염’이라고 해서 2주간 약물치료를 받았고 증세가 다소 호전되는 듯했다. 그러다 최근 사내 체육대회에서 심하게 운동을 한 후 다시 같은 증상이 생겨 다른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전립선염.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전립선염 환자의 20∼30%는 증상이 없다가 과로, 과음, 과격한 성생활 후에 재발성 요도염과 같은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두 질환을 착각하기 쉽다. 박용상 원장은 전립선염 증상이 성병과 비슷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립선염은 회음부(고환과 항문 사이)가 뻐근하고, 가끔 성기의 끝부분이 불쾌하거나, 방광 부위에 우릿한 통증을 불러일으키고, 팬티에 농이 묻어 나오는 등 성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다 보니 환자들로서도 오해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전립선염은 불건전한 성관계로 인해 발생한 성병의 일종이며 따라서 아내와 부부관계시 전염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공포감과 “전립선염은 발기부전이나 조루증 혹은 전립선암과도 관련 있을 것”이라는 고민을 꼽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전립선염 발생은 성병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임포텐츠와는 더욱 무관한 질환이다. 전립선암과도 전혀 관계가 없다.

    전립선염의 또 다른 특징은 원인, 진단 및 치료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만성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난치성 질환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립선염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사용하는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병리학자들은 현미경으로 백혈구나 임파구가 전립선조직 내에서 관찰될 때 전립선염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립선염 환자들을 진료, 치료하는 비뇨기과 의사들은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전립선액에서 백혈구가 10개 이상 비정상적으로 관찰되는 경우에 한정하기도 하며, 폭넓게는 백혈구가 증가하지 않아도 회음부 통증과 같은 전립선 증상을 호소하면 전립선염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전립선염은 대체로 급성 및 만성 세균성 전립선염, 만성 비세균성 전립선염, 전립선 동통증(만성 골반통증 증후군)으로 분류된다.

    보통 염증이라고 하면 세균 감염을 연상하고 ‘전염성’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전립선염의 경우 세균에 의한 감염은 전체의 10% 이내로 매우 드문 편이다.전립선염 환자들은 대부분 비세균성 염증 소견을 보인다. 전립선액을 검사해보면 염증세포가 나오긴 하되, 세균배양검사상 세균이 증식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런 염증이 왜 생기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전립선염이 비세균성 염증이기 때문에 약물치료도 쉽지 않다. 더욱이 전립선 조직은 두꺼운 껍질(지방세포)에 싸여 있어 치료 약물을 침투시키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수술요법도 권할 만한 치료법은 못 된다. 전립선 절제술로 전립선을 완전히 제거해버리면 이론적으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요실금, 성기능장애 등과 같은 수술 후유증이 따르기 때문이다.

    전립선염에 도전하는 신치료법

    이 때문에 최근 새로 개발되는 치료법들은 전립선 조직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것인지 또는 어떻게 염증조직을 직접 태워 없애거나 괴사시킬 것인지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현재 비수술적 요법으로 전립선 내부로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특수항생제 주입법, 극초단파 온열요법, 레이저요법, 항문 점막내 주사법 등이 시도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온수좌욕, 전립선 마사지, 통증을 완화해주기 위한 근육이완제 및 신경안정제 투여 등이 보조적 요법으로 시행된다.

    박용상 원장은 만성 전립선염 치료에 극초단파 온열요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 치료법은 열에너지를 이용해 염증 부위를 괴사시킨다는 원리다. 즉 극초단파 발생 전극을 환자의 요도를 통해 전립선 부위에 고정한 후 컴퓨터 통제하에 특수전자파를 발생, 체내에서 열에너지로 전환시키면서 이상조직을 1시간 만에 파괴하는 방법이다. 또 열에너지를 받은 정상조직은 활성화되면서 약물 투입도 쉬워진다고 한다.

    박원장은 이 치료법은 입원, 마취, 수혈 등이 필요없으므로 병약자, 노인층, 고혈압 및 심장병 환자도 시술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한편 만성 전립선염은 염증이 치유됐다 하더라도 회음부, 둔부 등에 통증이 지속돼 환자를 괴롭히기도 한다. 이러한 통증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검사상에는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 질환이 바로 전립선 동통증. 당연히 치료도 어렵다.

    얼마전 박원장은 전립선 동통증을 치료하는 데에 저주파 자극요법을 개발, 미국비뇨기과 학술대회에서 발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박원장은 6개월에서 10년 동안 물리요법이나 약물요법 등으로 전립선염을 치료받았으나 통증이 지속되는 26∼50세 환자(116명)를 대상으로 20Hz 이하의 저주파를 쏘는 ‘전기자극요법’을 실시한 결과 85% 이상의 환자에게서 통증이 누그러지거나 사라지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 이에 대한 박원장의 설명.

    “만성 전립선염 치료 후에 지속되는 난치성 전립선 동통은 전립선 주위의 골반 근육 경직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경우 저주파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통증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전립선염에 관해 ‘완치’라는 말을 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난치성 전립선염 치료의 경우 병원 치료와 함께 전립선 마사지, 온수 좌욕 등을 꾸준히 하기를 권하는 정도다. 그리고 가벼운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하거나 근육을 이완하며 규칙적인 사정으로 전립선의 울혈을 방지해주고 술, 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염 등 전립선 질환을 수술 대신 한방요법으로 다스리는 신치료법이 최근 한의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전립선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관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의학에서는 전립선을 전음(前陰), 즉 음경의 질환으로 본다. 이곳은 임맥(任脈, 전신의 음적인 기능을 총괄하는 경락)과 독맥(督脈, 전신의 양기를 총괄하는 경락)이 서로 맞닿아 있는 곳으로 나쁜 기운이 이곳으로 흘러들어가 뭉쳐서 기운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을 경우 병이 생긴다고 한다.

    즉 하복부가 땅기고 아프며, 회음부와 고환에 통증이나 불쾌감이 생기며, 열이 나고, 습기가 몰려서 소변 볼 때 화끈거린다든가 소변을 보기가 힘들어지고, 빈뇨(소변을 자주 보는 행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개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양의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음의 열(熱)과 습(濕)만 제거해주면 힘들지 않게 치료된다. 그러나 만성적인 전립선염이나 골반동통 등은 근본적으로 하초에 양기가 부족해 ‘허(虛)한 상태(면역기능의 저하 상태)’에 있으므로 근본치료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한의학적 관점.

    최근 서울 여의도한의원의 성일창 원장은 이러한 한의학적 지식을 응용한 신치료법인 ‘포비임세법’을 개발, 전립선 비대증과 만성 전립성 질환에 놀라운 치료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치료법은 “한약은 복용하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훌쩍 뛰어넘어, 전립선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한약추출액을 도뇨관(카테터)을 이용해 요도와 방광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뇨관을 방광에 집어넣은 후 한약추출액 60cc를 주입하고, 다시 요도에 20cc를 주입한 후 한약액이 흘러나오지 못하게 환자가 10분 동안 참으면, 체내에서 한약추출액에 의한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 조직내 불순물이나 염증을 제거하고 조직의 자연 재생력을 촉진한다는 원리다.

    1회 시술에 10∼15분밖에 걸리지 않고, 시술에 사용되는 한약추출액과 모든 시술 기구는 완전 멸균시스템을 거친 1회용을 사용하므로 감염 위험성은 전혀 없다는 게 성원장의 설명. 이 방법으로 평균 5회 정도 시술하면 효과가 나타나며, 10회 정도 시술하면 증상이 거의 소실된다고 한다. 성원장은 포비임세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스스로 그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한의원에서 총 10회 포비임세법으로 시술받은 환자(65명)를 대상으로 주요 증상의 완화 정도를 설문조사한 것을 근거로 통계 처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소변을 본 후에 잔뇨를 느끼는 정도에서 전체 환자의 30.8%가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으며, ‘60∼80% 호전’됐다고 응답한 사람도 46.2%로 나왔다. 또 주간빈뇨는 전체 환자의 80%가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했고, 밤에 잠자다가 오줌을 누기 위해 일어나는 야간빈뇨의 경우도 증상이 없어졌다고 말한 사람이 20%, ‘80% 호전’됐다는 사람이 절반에 이르렀다.

    통증에 대한 반응은 더욱 놀랄 만하다. 회음부 통증과 불쾌감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한 사람이 66.7%였고 ‘80% 호전’됐다는 사람이 그 나머지를 차지했다. 고환통증 및 불쾌감에서도 33.3%가 증상이 소실됐다고 응답하고 나머지 사람 모두는 ‘80% 호전’됐다고 응답했다. 방광 동통도 이와 비슷한 결과였다.

    흥미롭게도 이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발기력 부분에서 16.7%가 정상으로 돌아갔으며 ‘80% 호전’됐다고 응답한 사람도 33%에 이르렀다. 즉 치료과정에 보너스로 발기장애 증상도 해소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올 8월에 열리는 국제한의학학회에 이번 임상연구를 보고할 예정인 성원장의 말.

    “한의학계에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호전을 우선적 치료 목표로 삼는다. 이번 조사에 응한 환자들은 만성 전립선염, 만성 골반통 증후군, 전립선비대증 등을 앓은 사람들인데, 전립선질환은 증상 소실이 더 중요한 질병 치료 개념이므로 각 질환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잔뇨감(소변을 보고 난 후에도 소변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 야간 빈뇨, 주간 빈뇨, 소변줄기가 가는 것, 소변 보는 것이 시원하지 않은 증상 등에서 호전율이 높게 나타났으며, 더불어 전립선 비대로 인해 나타났던 성욕감퇴나 발기저하 증상도 함께 호전되며 낭습(고환 부위가 축축한 것)도 소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질환에 효과 있는 한약물들

    성원장은 이 치료법에 사용되는 한약재는 황금, 황백, 노회 등 10여 종이라고 밝힌다. 황금은 항균·항바이러스 작용이 있는 약재임이 실험을 통해 밝혀져 성병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황백은 항궤양작용이 있어서 하초(비뇨생식기)의 상처나 염증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며, 노회는 항균 및 소염작용이 있으며 세포 재생을 촉진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회음혈과 생식기 주변 혈(穴)에 뜸을 뜨고 우황, 녹용, 인삼 등의 한약추출액을 주입하는 약침요법도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성일창 원장은 환자에 따라서는 연령고본단, 신기환 등의 약물요법도 병행한다고도 한다.

    “방광과 요도에 주입하는 한약 추출액은 하초의 열을 내려주고, 기운을 통하게 해주며, 연견산결(軟堅散結, 단단한 것을 부드럽게 하고, 뭉친 것을 풀어줌) 및 독소 배출의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전립선의 염증을 치료하며, 전립선 비대증의 병변을 부드럽게 풀어주어 증상이 개선된다고 본다. 이와 함께 우황, 녹용, 인삼 등을 주 약물로 하는 약침요법은 허해진 하초를 고려해 몸의 양기를 보태주기 위한 것이고, 뜸은 임맥과 독맥에 직접 작용해 인체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며 양기를 도와줌으로써 치료 후 재발을 감소 및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뜸과 약침요법은 골반 근육과 항문 괄약근의 통증 및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성원장은 양방과는 달리 한방에서는 약물이 인체 내에서 종합적·유기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 치료 기전을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지만, 임상 결과 증상 개선 효과가 탁월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문의 02-786-0916)

    결론적으로 전립선질환 치료를 위한 양·한방의 도전은 머잖아 ‘완전 정복’도 기대해볼 만할 정도로 활발한 편이다. 최근에는 고려대 천준 교수가 국내 의학자로서는 최초로 전립선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유전자 요법을 개발, 미국 특허를 획득했는데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전립선 비대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그 서광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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