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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 앞에 벌거벗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최근 한국정세 관찰 내막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한국은 미국 앞에 벌거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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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직들은 대부분 막후에서 활동한다.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곳은 미국대사관 공식조직이다. 그 가운데 정치과가 가장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데, 현재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정치참사관 밑에 1등서기관 세 명이 ▲북한, 군사문제 ▲북한, 정치문제 ▲한반도 외교, 통일 문제로 업무를 나누어 맡고 있다. 이 1등 서기관 세 명 밑에 스태프들이 붙어 있다. 정치과는 보안 때문에 한국인 직원(Local Staff)은 여직원 두 명만 쓴다.

미국대사관과 CIA 책임자, 정보부대의 핵심 정보참모들은 매주 금요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연석간담회를 가진다. 이 자리에서 각 단위가 수집한 한 주일 동안의 한반도 정세 전반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미국대사관이 한국 내 여론을 수렴하는 가장 큰 줄기는 ‘서울 포럼’과 ‘Pong Club’이다. 이홍구 전주미대사가 회장으로 있는 서울 포럼은 전직 외무관리와 국내 유력 기업인, 언론인, 학자 등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회원들은 대부분 보수 성향이 짙다. Pong Club은 회장인 봉두완씨의 성(姓)을 따서 지었는데 워싱턴 특파원을 역임한 언론인이 회원이다. 대사나 참사관 등 미국대사관의 외교관이 새로 서울에 부임할 때면 반드시 이 두 단체와 상견례를 갖는다.

이 밖에도 대사와 부대사, 정치참사관, 미문화원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 정동에 있는 대사관저에 국내 주요 인사를 초청해 식사(Dinner)를 같이한다. 호텔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호텔은 값이 너무 비싸서, 그 비용이면 관저에서 훨씬 많은 팀을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또 이들은 주말이면 한국 인사들과 자주 골프 모임을 갖는다.

미대사관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한국에 알리고, 한국의 언론을 통해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USIS(미국대사관 공보원)라는 조직을 서울 용산 미8군 기지 옆인 남영동에 두고 있다. 이 조직은 과거 전국의 주요 도시에 흩어져 있던 미문화원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USIS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한국 언론을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 내의 주요 신문과 방송·잡지 등 언론을 검색해 미국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한국인 직원이 이를 영역(英譯)해서 대사와 미8군, 미상공회의소에 매일 보고한다. 특이한 점은 미대사관이 이런 언론 분석을 영국 대사관, 프랑스 대사관, 호주 대사관, 캐나다 대사관에도 돌려서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런 작업 덕택에 한국관련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앵글로색슨계 공관들은 즉각 한목소리로 대응할 수 있다.

또 미대사관과 USIS는 매년 외교기사를 쓰는 기자들과 한미관계 현안에 관한 주제로 1박2일의 세미나를 갖는다. 주로 온천이 있는 지방 소도시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빡빡한 세미나 일정을 끝낸 뒤, 대사·부대사·주요 참사관·서기관 등 미국의 외교관들과 참석 기자들은 온천에서 목욕을 같이 하고 파티를 갖는다. 친분을 다지며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USIS는 산하에 Information Resource Center(IRC:미국대사관 자료정보센터)를 두고 기자들에게 미국의 외교정책을 자세하게 전하는 자료를 서비스한다. 콜린 파월 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서 방문국 외무관료와 회담을 가졌다면 기침소리까지 씌어 있는 회담록 전문이 거의 실시간으로 외교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된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쓸 수 있는 자료뿐만 아니라, 미 상원 청문회 발언록,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의 브리핑, 주요 연구소의 논문 등 미국의 외교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자료들이 그때 그 때 제공된다.

이 서비스를 받는 기자들은 누구나, 한국의 어느 정부 기관이나 기업도 USIS만큼 열심히 활동하는 곳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자료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해당 기자들이 다 읽어내지 못할 지경이다.

첫번째 관심사는 남북관계

이러한 미국대사관의 한국 내 정보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남북관계와 관련된 것이다. 미대사관은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햇볕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탐지해, 미국에 이익에 맞게끔 대응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미대사관이 최근 주목한 것은 여당 외곽 연구소에서 터져나온 ‘통일헌법’ 논의다. 지난 7월6일 민주당 국회의원 79명이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의 외곽기구 새시대전략연구소는 통일헌법 논의를 제기했다.

이 연구소의 이사장인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 동안 학계에 국한되어온 통일헌법 논의를 여야간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상철 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 교수도 “양측 의회간 합의는 시스템이 달라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제도화하고 통일논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도 통일헌법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헌법 논의가 나온 뒤 워싱턴은 주한 미국대사관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정치권·언론·민간연구단체가 남북간 통일 방안을 활발히 연구할 텐데 이를 세세히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미대사관은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면 한반도 문제의 키워드는 ‘교류’와 ‘협력’이 아니라 ‘통일’이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처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대사관은 지난해 12월 제4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이 남측에 요청한 50만kW 전력지원 문제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정세현 국가정보원장 통일특별보좌역(전 통일부 차관)이 최근 이스트아시안 리뷰 연구보고서에 기고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전망과 과제’라는 글에서 밝히고 있다.

정세현 특보는 북한 지원과 관련해 큰 이슈는 50만kW 전력을 지원하는 문제인데, 남한측에서는 협의할 용의가 있었으나 미국의 요청으로 보류된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대사관 관계자는 “대북 전력 지원은 KEDO 틀 안에서 다자간에 협의할 사안이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인데 한국정부가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대사관이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대북 전력 지원은 북·미간 대화에서 미국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주요한 카드 가운데 하나다. 이를 한국이 써버리면 미국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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