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호

21세기 제품, 19세기 유통

용산전자상가

  • 정철영 < 자유기고가 >

    입력2005-03-23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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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11일.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서울시는 ‘용산지구단위계획 개발계획’을 확정, ‘서울시보’를 통해 고시했다. 여의도 면적(93만평)보다 넓은 100만평 규모의 신 시가지를 용산 일대에 조성하려는 야심찬 계획이 오랜 논란 끝에 최종 결정된 것이다. 이 계획은 직접적으로는 2004년 경부고속철도의 개통에 대비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과 남북한 철도 연결을 고려해서 마련된 것으로, 낙후한 서울역에서 한강대교에 이르는 부도심권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거대한 사업이다.

    최첨단 제품, 복마전 유통

    그런데 이 계획안에는 용산전자상가의 판도를 뒤흔들 복병이 있다. 바로 경부고속철도 중앙역사이자 신공항 철도의 시발역사로 지정된 용산역사 건설을 책임지는 현대역사(주)(대표이사 윤영천)가 역사 내에 전자전문상가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 등이 최대주주인 현대역사(주)는 이미 지난 3월말 용산 상인들이 주축이 된 용산상점가진흥조합원을 대상으로 역사의 3층에서 8층까지 연면적 9만여 평을 전자전문상가 용도로 분양했다.

    100% 분양되었지만, 용산전자상가 일대는 민자 용산역사 안에 초현대적인 전자전문상가를 유치해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는 ‘용산상점가진흥조합’의 입장과, 새로운 상가가 대규모로 공급되면 용산전자상가는 공급 과잉과 과당 경쟁으로 공멸한다고 결사 반대하는 ‘용산민자역사 내 전자전문상가 임대분양 반대투쟁위원회’의 입장으로 양분되면서 다툼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기존의 용산전자상가는 1987년 청계천 도심에 자리잡고 있던 세운상가가 용산의 청과물 시장부지로 이전하면서 출발했다. 용산전자상가는 6개 관리회사가 관할하는 전자랜드, 선인상가, 나진상가, 원효상가, 관광터미널쇼핑센터, 전자타운 등 20여 동의 건물을 총칭한다. 관리 주체가 단일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히 몇 개의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상우회 측에서는 대충 4000여 개의 점포가 영업중이라고 추산한다. 연간 매출액은 컴퓨터와 전자, 전기, 가전 제품을 모두 합쳐 3조~3조5000억원. 연간 이용인원은 126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용산전자상가를 급성장시킨 가장 큰 동력은 PC산업의 성장이었다. 그런 용산상가가 PC경기 침체와 더불어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는 이중적이다. 값이 싼 데다 최첨단을 달리는 제품들이 풍부하고 다양하게 갖춰진 곳이라는 인상과, 컴퓨터를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에겐 뭔가 덤터기를 씌우고 복마전같이 복잡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 이 같은 인상은 용산전자상가가 가지고 있는 유통의 구조적 문제점을 일면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다. 혹자는 용산전자상가를 “21세기의 주축 제품을 20세기 시설에서 19세기적 방식으로 유통하는 곳”이라고도 표현한다. 용산전자상가가 보여주는 이 같은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1차적인 키워드는 ‘과당경쟁’ ‘가격노출’ 그리고 ‘저마진’이다.

    ‘살인적인’ 저마진

    용산전자상가 상인들은 극심한 과당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어디까지가 적정한 경쟁이고 어디부터가 과당경쟁인지 판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용산전자상가 발전사를 살펴보면 오늘날의 과당경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산상점가진흥조합 조합장 권영하씨는 1987년에 세운상가에서 용산으로 이주해 컴퓨터 판매상을 시작한 용산 1세대 상인이다. 그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야말로 PC 유통 분야에서 과당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PC는 CPU(중앙처리장치), 메인보드, 램 등 7∼8개의 핵심 부품을 조립하면 완성된다. 별도의 장비나 조립라인도 필요 없이 십자 드라이버 하나면 된다. 고졸 학력의 사람이 용산에 와서 6개월만 종업원으로 일하면 숙련된 기술자가 될 수 있다. 조립 기술을 익히고 나서 부품을 공급해줄 수 있는 거래처만 몇 군데 터놓으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창업자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도 창업자가 있고, 경기가 좋으면 창업자가 급증한다. 1, 2세대 상인들 밑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던 젊은이들이 1990년대 초·중반 호황이었을 때 대부분 독립해 상인 수가 급증했다. 시장의 확대 속도보다 장사하려는 사람들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른 게 이 업종이다.”

    업자가 갑자기 많아지자 일부 상인들은 자구책으로 PC 통신의 게시판에다 부품 가격을 공개하는 광고를 시작했다. 이런 광고 덕분에 큰 재미를 보고 단기간에 급성장한 점포들이 생기면서 너도나도 광고를 통한 저가 경쟁에 불이 붙었다. 보통 도소매를 겸하는 시장이라도 상인들끼리의 딜러가격과 소비자한테 판매하는 가격 사이에는 차이가 있고, 딜러 가격은 소비자한테는 절대로 노출해서는 안 되는 비밀로 취급된다. 그런데 통신 광고를 통해서 딜러가에 근접한 가격이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양자간의 격차가 좁혀지다가 작년부터는 일부 품목의 경우 아예 차이가 없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램, 하드디스크, CPU 등 핵심 품목의 인기 모델은 딜러가격과 소비자가격에 별 차이가 없고, 비인기 품목이나 수요가 제한된 전문적인 부품만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PC 통신을 통한 광고가 가격 노출 경쟁의 시작을 유발한 것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최저가격검색’ 서비스는 PC 통신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용산전자상가를 압박하고 있다.

    최저가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많지만, PC 분야 가격 정보에 관한 한 ‘다나와’(www.danawa.co.kr)는 독보적인 존재다. 다나와 사이트는 쇼핑에이전트라는 정보 수집 로봇을 통해 최저 가격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용산전자상가에서 영업중인 점포를 회원으로 유치해 그들이 직접 가격을 입력하는 정보로 꾸며진다. 로봇에 의한 수집 방식보다는 정확성과 신속성에서 훨씬 앞서간다. 회원사들이 입력한 가격은 가장 싼 점포부터 가장 비싼 점포까지 한눈에 드러나게 정렬된다. 예전에는 몇 시간씩 다리품을 팔아야 가능했던 것이 그냥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는 것으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나와 사이트는 하루 방문자 수 6만명 이상, 하루 200만 페이지 뷰 이상을 올리는 인기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용산전자상가의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요소 중 하나가 이른바 ‘그레이(gray)’ 제품이다. 그레이 제품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느냐에 대해서는 상인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좁은 의미에서는 대규모 PC 완제품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된 것이 일반 유통망으로 흘러 들어온 제품을, 넓은 의미에서는 제조사의 ‘공식’ 대리점을 통해서 유통되지 않는 제품을 가리킨다.

    그레이 제품은 CPU와 하드디스크가 주종을 이루지만, 이외에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사운드카드, CD롬 등도 단골 품목이다. 업자마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품목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매 시점마다 가장 수익 전망이 좋은 아이템으로 수시로 이동할 뿐이다. 맥스터 하드디스크의 한국총판을 담당하고 있는 조인인포텍의 조일행 대표는 “하드디스크의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작년에 30곳에 달했던 그레이 수입상들이 현재는 한군데만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 마켓에서 가장 선호되는 품목은 CPU와 하드디스크이다. 환금성이 보장되는 데다 제품 불량률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총 유통 물량 중 그레이 제품이 CPU는 80%, 하드디스크는 50%까지 차지하던 시기도 있었다.

    제조회사들은 원래 OEM으로 납품하는 물품의 일반 시장 유통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PC 완제품 제조업체들이 종종 예상 물량을 잘못 예측해 남게 된 재고품이나 구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의로 많은 물량을 주문해 생긴 여유분을 시장에 풀고 있는 것. 미국의 컴팩, 델, 휴렛패커드 같은 초대형 PC업체들도 재고가 쌓이면 그레이 시장에 덤핑 처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OEM 유출형 그레이 제품들의 조달처는 주로 해외다. 국내 회사에서 유출된 물건들은 금방 추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 중 화교 유통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등지의 중국인들끼리 단합해 현금으로 대량구매한 후 이를 나눠 흘려 보내는 전략적 시장의 하나가 바로 한국인 것이다.

    용산 상인들은 그레이 제품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우선, 그레이 제품은 밀수품이 아니라 정상 수입품이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컴퓨터 부품에는 관세가 붙지 않기 때문에 밀수를 해봐야 부가세가 10% 절감되는 정도인데, 그 정도 마진을 먹겠다고 누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밀수를 하겠냐고 반문한다. 또 그레이 제품을 제조과정에서 사소한 불량이 발생해 정상 경로로 출고하기 어려운 제품으로 알거나 제품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서 덤핑 처리된 묵은 제품으로 생각하는 것도 완전한 오해라고 주장한다.

    경력 7년째라는 한 딜러는 아예 ‘정품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내 정식 총판에서 나온 것이면 ‘정품’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레이’라고 부르는데, 물건은 다 같은 거다. 정식 총판 계약했던 회사 중에서도 사업을 접는 곳이 수시로 생기는 현실을 감안할 때, 총판이 제조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는지의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애프터서비스 등 사후처리가 확실하면 정품이고, 불확실하면 ‘그레이’인 것이다.”

    또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그레이 제품은 꼭 필요하다며 옹호론을 펴는 업자도 있다. “그레이 제품은 국내 총판 유통망과 경쟁·보완하면서 필요한 제품을 탄력적으로 공급해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시장 가격을 만들어준다”는 주장이다.

    그레이 제품이 소비자에게 주는 매력은 정상 유통품보다 가격이 약간 저렴하다는 데 있다. 대신 소비자는 다소 불리한 애프터서비스 조건과 미흡한 사용자 지원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그레이와 정품간의 애프터서비스의 차이라는 것도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딜러들도 적지 않다.

    “하드나 CPU는 처음 사용 때 문제가 없었다면 기계적인 결함은 없는 것이다. 어떤 그레이 물건이라도 최소 몇 달 동안은 불량이 생겼을 때 1대1 교환이나 사후 관리를 해준다. 몇 달 잘 쓰다가 고장이 나는 것은 사용자 과실인 경우가 태반이고, 이런 경우에는 정상 유통품이라도 무상 애프터서비스를 받기가 쉽지 않다.”

    그레이 유통업자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조인인포텍의 조일행 대표조차 이런 주장에 일면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무상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2년이냐 1년이냐는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제스처에 가깝다. 어차피 불량품이 아니고 사용자 과실이 아닌 한 하드디스크는 1, 2 년 안에 고장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악성 그레이 제품의 존재 앞에서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용산에서는 정품으로 ‘위장한’ 그레이 제품도 다수 유통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공식대리점의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까지 부착한 후지쯔 하드디스크 그레이 제품이 유통되기도 했다. 이런 제품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명백한 사기 행위다.

    정품인 줄 알고 구입한 후 문제가 생겨 공식 애프터센터에 의뢰했다가 시리얼번호가 정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애프터서비스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 그레이 제품 취급 업소에 따라서는 물건을 판 후 애프터서비스의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고의로 폐업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용산 사정에 밝은 사람이 아니고선 그레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른다.

    레이저로 하드웨어까지 ‘위조’

    용산에서는 한술 더 떠 ‘리마킹(re-marking)’ CPU처럼 ‘위조된’ 하드웨어를 유통하기도 한다. 리마킹이란 낮은 등급의 부품 표면에 표기된 제품정보를 레이저로 지우고 높은 등급 제품인 것처럼 허위 기재하는 방법이다. 인텔 등 CPU 제조업체에서는 일정 클럭의 CPU를 같은 공정에서 만든 다음 테스트를 통해 가장 안정적인 작동상태를 제품에 표기한다. 때문에 CPU에는 보통 표시된 성능보다 10% 이상의 여유가 있다. 그래서 리마킹 CPU를 “사용자가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권리를 업자가 가로챈 CPU”라고 부르는 것이다.

    리마킹은 성능 향상이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CPU간의 가격 차이가 심할 때 등장한다. 486 시대와 펜티엄 초기 시절 기승을 부리다가 요즘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용산에서 지난 4월까지 유통된 인텔 펜티엄Ⅲ 866㎒ 박스포장 제품 중에 리마킹 제품이 대량으로 섞여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무 포장 없이 ‘누드’ 상태로 판매되었던 과거의 리마킹 CPU와는 달리 정품과 동일한 박스에 부착된 홀로그램까지 똑같아 전문가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위장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은 리마킹을 통해 10만원 가까운 시세 차익을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마킹 기술이 워낙 세련되어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워지자 어떤 업자들은 리마킹 제품이 돈다는 소문이 나면 아예 그 모델을 취급하지 않는 식으로 위험을 피해가고 있다. 또 어떤 점포들은 아예 소비자에게 리마킹된 것이라고 알려주면서 ‘오버클러킹을 미리 해 놓은 기술료’의 개념으로 리마킹 이전의 원래 CPU 가격에 약간 더 붙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원래 성능보다 과도하게 리마킹된 CPU는 상당한 문제를 초래한다. 제조사에서 안정적인 동작을 보장하는 권장 기준을 넘는 조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시스템 불안정, 과열, 주변 부품의 손상, 수명 단축 등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또 이런 물건들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불법 제품이기 때문에 공급자는 곧바로 잠적해 버려 애프터서비스 보장이 안 된다. 용산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의 하나다.

    용산전자상가의 잘못된 유통관행은 이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상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수법은 이런 것들이다.

    ‘간판 바꿔 달기’: 제품을 구입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다시 찾았을 때 예전 매장이 사라지고 없는 상황을 종종 접하게 된다. 사업이 안 돼 폐업한 경우도 있지만, 주인은 그대로인 채 종업원과 간판 상호만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간판 바꿔 달기’ 수법을 쓰는 것은 ‘그레이’ 제품 위주로 영업을 하다 소비자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의 부담을 지지 않거나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다.

    ‘찍기’ 또는 ‘돌려 팔기’: 가격 조사차 여러 점포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값이 싼 매장을 만나게 된다. 다른 곳도 둘러보다 결국 그 점포로 다시 돌아가게 되지만, 여기서 문의한 제품을 구입하려고 하면 그 제품이 불량이 많다든가 성능이 딸린다든가 하는 이유를 들면서 다른 제품의 구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영업 수법을 상인들은 ‘찍기’ 또는 ‘돌려 팔기’라고 부른다. ‘찍기’는 꼭 컴퓨터 업종만 아니라 도소매를 겸하는 상가에서는 일반적인 영업수법이지만, 컴퓨터 유통 쪽에선 이런 업체들일수록 통신이나 인터넷 광고를 활발히 하기 때문에 골탕 먹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

    ‘끼워 팔기’: 제품사양과 가격정보에 어두운 고객을 꼬드겨 악성 재고나 마진이 높은 구형 제품을 함께 처분하는 수법을 일컫는다. PC 본체를 구입하려 할 때 당하기 쉬운 수법인데, 상인들은 본체에서는 적당한 마진만 남기는 대신 끼워 팔기 하는 물건에서 폭리를 취한다. PC처럼 주변기기가 같이 필요한 제품은 정상적인 상행위와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끼워 팔기 행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부품 바꿔치기’: 조립PC 업체들이 상담할 때 어수룩해 보이는 소비자를 상대로 견적을 산출할 때의 부품과는 다른 부품을 장착하는 수법이다. 컴퓨터 부품은 모델별로 핵심부는 동일하지만 사소한 차이가 많이 난다. 전문 지식과 상당한 주의력이 없는 한 소비자가 당초 주문했던 부품대로 시스템이 구성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부품 바꿔치기는 소비자가 요구했던 부품이 공급부족으로 구하기 힘들거나 단종되었을 때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몰래 바꾸는 경우는 이윤을 높이려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용산식 ‘벤치마크’

    ‘업글병’(업그레이드 병)에 걸려 있는 파워유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제품간 성능비교 테스트인 벤치마크(Bench Mark)다. 컴퓨터 사용자 사이에서 벤치마크란 모범적인 기업을 선정해 그 장점을 배워 자사의 시스템을 혁신한다는 경영학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벤치마크란 비슷한 제품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해 종합 점수를 매기고 그 장단점을 비교해주는 테스트다. 신제품 성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과거 제품과 신제품을 벤치마크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25만원 대의 컬러 잉크젯프린터 5종 성능 비교’ ‘60기가 용량의 하드디스크 7종 비교’처럼 신제품 중에서 인기가 있고 경쟁이 치열한 품목을 선정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산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벤치마크의 결과가 중요한 구매 가이드가 된다. 용산전자상가의 여론을 좌우하는 잣대는 바로 벤치마크라고도 할 수 있다.

    벤치마크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신장하는 제도다.

    “한 백화점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유사 상품들을 판매한다면, 그 중에서도 집중적으로 ‘미는’ 제품이 있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판단할 때 가격과 비교해 성능이 우수한 제품일 경우도 있겠지만, 담당자끼리 친해서일 수도 있고, 마진이 많아서일 가능성도 있으며, 뒷돈이 오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비자는 별다른 지식 없이 광고를 많이 접하거나 눈에 띄기 쉽게 진열되어 있거나, 판매원의 추천 때문에 그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컴퓨터 시장은 제품 외적인 요소가 별로 작용하지 않는다. 벤치마크는 정말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비교해 경쟁상품들의 장단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용산 고객들은 단돈 15만원 짜리 부품을 살 때도 1500만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그 모델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온다. 벤치마크 결과를 더 신뢰하기 때문에 우리가 뭐가 좋다는 식의 일방적인 추천을 해봐야 전혀 안 먹힌다.”

    한 부품업자의 설명이다.

    K-Bench(www.kbench.com)의 김일기 사장은 벤치마크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을 비즈니스로 연결해 성공한 사람이다. 컴퓨터 관련 최신 정보와 부품에 대한 정밀 테스트 결과를 보여주고, 이와 관련된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면 상당한 호응을 얻으리라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요즘 K-Bench 사이트의 하루 방문자는 7월 기준으로 약 15만명. 그만큼 벤치마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사장은 컴퓨터 부품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컴퓨터 관련 제품은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고 라이프사이클이 아주 짧기 때문에 전문가라 해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극히 어렵다. 경쟁 또한 치열해서 출시 시기 맞추기에 급급한 기업들은 종종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을 내놓는다. 인텔처럼 거대한 회사도 버그 투성이의 820 칩을 내놓았다가 리콜 당한 적이 있지 않은가. 벤치마크는 소비자 입장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유행처럼 번지는 벤치마크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벤치마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다. 테스트 후 제품마다 수치상의 우열이 매겨지는 데, 기실 그 차이는 사용자들은 체감하기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또 PC마다 용도가 다르고 부품별 조합이 다른데 이런 변인을 다 제거하고 실험실에서 테스트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벤치마크가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을 돕는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하드웨어의 과소비를 낳는 부작용도 크다는 지적이 있다. 테스트가 고가의 최신 제품 위주로 이뤄지고,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도 직전 세대 제품에 비해 향상된 수치를 과장해서 제공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부분까지 중요한 것인 양 부풀리는 태도는 소비자를 오도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 민관 합동으로 벌이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도 싼 가격과 함께 ‘푸짐한’ 최신 소프트웨어 제공이 경쟁력이던 ‘메이드 인 용산’ PC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한글 윈도는 PC를 작동하려면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운영체제인데다가 가격이 10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불법복제의 개연성이 높다. 용산과 MS사는 불법복제 단속과 공급 정책을 놓고 몇 년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용산 업자들은 ‘살인적인’ 저마진의 상황에서 용산을 겨냥해 한국MS사가 자행하고 있는 한글 윈도에 대한 차별적인 공급가격 때문에 정품 사용은 애초부터 어렵다고 주장한다. 장사를 하려면 불법 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후, 단속에 걸린 점포들을 상대로 거액의 합의금 수입을 올리는 식이라는 주장이다.

    한 소프트웨어 딜러는 용산에 불리한 MS사의 공급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MS가 윈도를 공급하는 채널은 크게 4가지다. 첫째 삼성·삼보·LG-IBM 등 대기업에 OEM으로 납품하는 것, 둘째 세진·디오시스·세이퍼·용산 상우회 등 중소 규모 시스템 빌더(조립PC 판매자)에 공급하는 것, 셋째 대기업이나 단체 등에 사이트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 마지막으로 SW 유통업체를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 등이다. 문제는 대기업 OEM과 용산전자상가 공급가격의 격차다. OEM 납품가는 가장 싸게는 7만원 안팎인 데 비해, 용산전자상가에는 12만원대에 공급한다. 대표단을 구성해서 MS측과 여러 차례 협상도 하고 항의도 했지만, MS는 그 이하 가격으로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소비자 가격이 100만원짜리인 제품의 원가 구성에서 5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면 윈도 정품을 끼워주고는 인터넷 PC나 대기업의 기획상품 기종과 경쟁할 수가 없다. 용산은 죽으라는 얘기가 아닌가.”

    용산 업체들은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익명을 요구하는 한 조립PC 업자는 용산 업체들의 자구책을 이렇게 설명한다.

    “중소기업에 납품할 때는 정상적으로 윈도를 사서 부가세까지 첨부해 넘긴다. 납품처에서 원하기 때문이다. 대신 업무용 프로그램을 깔아주기도 한다. 문제는 일반 가정용 소비자들이다. 단골이야 조립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부품만 사가는 경우도 많지만, 완성품을 원할 경우 세팅비를 받고 윈도는 그냥 깔아 준다. 용산의 특성상 단골보다 낯선 고객이 수시로 찾아오는데, 이들한테는 절대로 안 해준다. 걸리면 최소한 1천만원 정도의 합의금을 낼 각오를 해야 한다. 1천만원이라면 완제품 PC 100대를 팔아야 메울 수 있는 돈이다.”

    그의 속내를 계속 들어보자.

    “단속을 원천적으로 피하는 방법이 운영체제가 없는 ‘깡통 PC’를 파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제대로 조립되었는지를 테스트한 뒤 싹 지워 넘긴다. 소비자에겐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충분히 테스트를 해봤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하지만, 불법복제 단속이 워낙 심해서 프로그램을 다 지우고 하드웨어만 드린다. 윈도98은 주변에서 구해서 설치하면 된다. 우리는 복사하면 걸리지만, 가정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개인들끼리 복제하는 것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10만원 이상의 금액이 절감된다면 이런 정도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하는 소비자도 많다.

    또 다른 방법은 하드디스크를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쓸 수 있도록 분할한 후 리눅스를 설치해주는 방법이다. 리눅스 운영체제는 무료이고 응용 프로그램인 오피스 패키지까지 포함해 2만원 미만의 가격이면 공급받을 수 있다. 리눅스에 호기심이 있고, 리눅스가 실행되는 것을 보면서 조립 PC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다, 정품을 쓴다는 떳떳함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다. 하드디스크의 다른 부분에 윈도를 추가 설치한 후 두 개의 운영체제를 사용하거나, 그게 불편하면 리눅스를 지워버리라고 설명해 준다.

    용산전자상가 딜러들의 한편에는 최신 부품을 써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주기적으로 자기 PC의 일부 부품을 교체하고야 마는 ‘업글병’ 환자들, 이른바 ‘용산전자상가 키드’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층이 두터워지면서 용산의 완제품 대비 업그레이드 부품 매출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업그레이드는 메인보드며 CPU까지 바꾸는 전체 업그레이드와, 하드디스크·램·사운드카드 등을 교체하거나 새로운 주변기기를 추가하는 부분 업그레이드로 나눌 수 있다. 파워유저들은 주기적으로 전체 업그레이드와 부분 업그레이드를 반복한다.

    글쓴이의 후배인 H씨는 경제학 전공의 학부 복학생이다. 그는 작년 8월말 제대한 후 약 11개월 동안 7번의 전체 시스템 교체를 감행했다. 자잘한 부품 단위의 업그레이드는 한 달에도 몇 번씩 했다. 또 한 명의 ‘업글병’ 환자인 K씨 역시 전체 업그레이드와 부분 업그레이드를 구분해 설명했다.

    “단품 업그레이드는 한 달에 한번 이상 하고, 6개월에 한 번씩은 시스템 전체를 바꾼다. 이는 보통 그래픽 카드의 성능이 2배가 되는 시점과 대략 일치한다.”

    용산전자상가 키드들은 왜 이렇게 업그레이드에 열중하는 것일까. 인터뷰한 사람 중 업무상 또는 작업하는 데 성능이 달려 업그레이드를 한다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가장 큰 동기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 “파워유저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투자”라고 답변하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돈이 모자라는 사람들은 최신 제품을 구입한 후 사용해보고 바로 되파는 경우도 있다. 업그레이드 광은 다운그레이드도 자주 하게 된다.

    업그레이드에 열중하는 사람들일수록 부품을 구입하고 시스템을 꾸미는 데 들이는 정신적 노력은 일반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들은 우선 인터넷 게시판과 컴퓨터 잡지 등을 통해 하드웨어에 관한 최신 뉴스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정보를 모은다. 그 다음 구입하고 싶은 제품이 정해지면 K-Bench 사이트 등에서 그 제품에 대한 리뷰를 꼼꼼히 연구한다. 그리고 ‘다나와’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최저가격대를 조사하고, 공동구매 이벤트가 없는지 확인한다.

    노력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 관련 제품은 주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금 구입하고 싶은 제품보다 성능이 개선되었거나 아예 다른 기술을 채택한 제품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구입 시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부품 하나의 구입 시점을 정하는 데 들이는 노력은 주식투자자가 매수 시점을 결정하는 것 못지 않다.

    한 업글병 환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경험적으로 볼 때 가격은 대략 ‘상당히 고가인 최초의 가격 → 보합세 → 점진적 하락 → 급격한 하락 → 보합세 →완만한 하락 → 제품의 퇴장’의 사이클을 보인다. 하드디스크는 보통 35만원에서 시작해서 12만원 정도까지 내려간 후 퇴장하는 데, 한두 달 동안 보합세를 유지하는 국면도 있고, 몇 만원씩 떨어지는 국면도 있다. 자기가 구입한 가격대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기분이 좋지만, 급격한 하락 국면에 구입해서 며칠만에 몇 만원씩 폭락하는 가격표를 보고 있자면 분하고 속이 쓰리다. 또 구입하자마자 훨씬 더 매력적인 기능이 추가된 신상품이 나올 때도 약이 오른다. 그럴 때는 자신이 어디서 판단 미스를 범했는지에 대해 한참 동안 복기하고 반성한다.”

    최근에는 파워유저 사이의 업그레이드 열풍은 줄어든 대신 초보자 층에 확대되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는 보통 사람들도 자기 것 외에 다른 PC를 접할 기회가 늘면서 자꾸 비교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누구나 학교, 직장, 하다못해 게임방에서라도 다른 PC를 만질 수 있다. 자기 PC만 가지고 놀면 이게 빠른 것인지 느린 것인지, 또 사용이 편리하고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바탕화면이 꾸며진 것인지,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레지스터리 등이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인지 등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다른 PC를 조작해보면 순식간에 비교가 된다. 자기 것으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하는 데 30초 이상 걸리는 데, 남의 것은 순식간에 뜬다든가 하면 그 편리한 느낌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러다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드웨어 과소비 현상은 만연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풍조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이 50%에 가깝다는 것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기준으로 한 통계이고, 사실상 각 가정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은 9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신 소프트웨어를 구하는데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최신판 버전을 사용하는 비율은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구입해야 한다면 과거 버전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질 테고, 그러면 웬만한 사양으로도 큰 불편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신 버전 구하기가 워낙 쉽기 때문에 자꾸 높은 사양의 PC가 필요해진다는 해석이다.

    포스트PC인가, 4세대 PC인가

    지난 8월12일은 PC 탄생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PC는 현재 연간 판매대수 1억3000만대, 시장규모 150조원, 관련제품 시장까지 합치면 수백조원 규모의 최대 IT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0여 년 동안의 PC 성능 향상과 가격 하락의 성과는 실로 눈부시다. 이에 대해 제프리 페이포트 하버드대학 교수는 “만약 자동차산업이 PC산업과 같은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다면 현재 롤스로이스의 가격은 2.75달러, 연비는 1ℓ에 200만㎞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비교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과 관련해서는 15년만에 처음으로 PC 출하대수가 감소하는 등 성숙기를 지나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더불어 PC 독주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PDA, 인터넷 셋톱박스 등 다양한 포스트PC가 PC를 대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런 포스트PC 대체론에 대해 전혀 다른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텔의 최고경영자인 바레트는 지난 20년간 PC가 개인(Personal), 멀티미디어, 인터넷 세대를 지나서 오히려 PC의 역할을 더욱 확대한 제 4세대, 즉 확장(Extended) PC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제4세대 PC인 확장 PC는 더 이상 워드프로세싱이나 데이터 계산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고 대역폭 기술을 사용한 디지털 센터로서, 이렇게 되면 PC가 가정용 서버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도 불황과 함께 포스트 PC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디에서도 PC 경기를 대체할 만한 것이 등장했다는 조짐은 없다. PC 시장에 비교할 때 PDA나 인터넷 폰, 디지털 가전 제품의 판매량은 너무나 미미하다.

    권영하 조합장은 용산전자상가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상가를 압박하는 저가격 경쟁, 다른 상권으로부터의 위협은 사실상 PC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인해 초래된 것이다. 저가격 경쟁만 하더라도 PC통신과 인터넷 때문에 촉발된 것이 아닌가. 우리 상인들끼리는 ‘용산에서 만들어 보급한 PC가 용산을 죽이고 있다’는 말을 농담 삼아 하곤 한다.”

    PC의 보급이 역으로 용산을 죽이고 있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PC는 사회 전반을 투명하게 하는 감시 도구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PC를 통해 죽은 용산은 PC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낡은 유통 관행에 의존하지 않는 경쟁력 제고만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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