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호

정밀보고·무한질주하는 중국 경제

  • 유진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yoojs@seri.org

    입력2005-03-30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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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여 년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들은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리라고 전망한다. 더욱이 중국의 발전은 자원 동원에 의존한 ‘외연적 성장’에서 기술과 창의성에 기반한 ‘내연적 성장’으로 이행하고 있다. 명실공히 21세기의 세계 경제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중국경제가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1997년 이후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은 1997∼1999년에 7∼8%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위상이 오히려 강화됐다. 이어 2000년에는 8%, 2001년 상반기에도 7.9%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중국 경제는 1978년 말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는 듯하다.

    물론 중국경제에는 체제의 비효율성 등 문제점도 많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성장 잠재력과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 전망은 밝은 편이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들은 중국경제가 장기적으로도 7∼8%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조). 특히 올해 들어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 있고, IT산업의 세계적 불황의 여파로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중국경제의 독주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20여 년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중국경제의 부상(浮上)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중국경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최근에야 급격히 높아졌다는 게 사실에 더 가깝다. 특히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이 확실시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등 굵직한 ‘이벤트’가 잇따르면서 중국경제에 쏠리는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제조업 왕국‘ 일본까지 추월



    우리가 중국경제의 도약에 민감한 이유는 단지 중국시장이 크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경제는 한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이미 가장 중요한 시장의 하나로 떠올랐다. 1991년에 총수출 규모의 10% 수준에 불과했던 한국의 대(對)중화경제권 수출은 2000년 372억달러로 총수출의 21.6%를 차지했다.

    중국경제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전을 지속해가면 무역·투자 등에서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도 계속 커질 것이다. 인구 5000만이 채 못 되는 내수시장을 가진 한국 경제의 활로는 결국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현재 우리의 경쟁력 수준이나 수출대상 국가의 현실적 구매력, 잠재성 등을 고려하면 중국은 가장 유망한 시장이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한국경제의 살 길은 중국시장’이다.

    중국경제의 급속한 발전은 한국에 기회이자 동시에 위협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시장확대와 신산업의 부상으로 우리의 수출과 투자기회가 확대되는 한편, 중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중국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국내 한계산업의 퇴출이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중국 IT산업의 급성장은 IMF사태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우리 IT산업의 입지를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현재의 위상을 지키고 세계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경각심을 갖고 중국을 주시해야 한다.

    중국경제 도약의 실상은 산업과 기업 등 미시적인 부문의 경쟁력 변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섬유, 신발, 가전, 일반기계 등 전통 제조업 부문에서는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으며, 그 결과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는 중국 상품으로 인해 우리 상품의 퇴출현상이 가속화됐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세계 최고의 제조업 왕국인 일본의 위상까지 넘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실제로 중국은 TV(세계시장 점유율 36%), 에어컨(50%), 세탁기(24%) 등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가전 생산국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에 따라 마쓰시타, 도시바, 산요 등 일본 유수의 가전업체들이 일부 사업부서의 본사 기능을 아예 중국으로 이전할 정도다.

    이처럼 전통 제조업에서 세계 상위권의 기반을 갖춘 중국은 이제 신산업 육성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의 발전은 자원 동원에 의존한 ‘외연적 성장’이었으나 점차 기술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내연적 성장’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 중국의 산업정책은 기계, 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건설 등 전통산업을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정보통신, 생명공학, 신소재, 우주항공 등 신산업을 보강하고 있다.

    특히 IT산업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놀랄 만큼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과거 아시아에서 ‘일본→한국(NICs)→동남아→중국’의 중층적 형태로 기러기 떼처럼 발전하는 이른바 ‘안행형(雁行形)’ 발전모델이 이미 적용되지 않고 있다.

    중단 없는 산업 육성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다국적기업들은 반도체, 휴대전화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하듯 중국으로 몰려들어 중국시장은 다국적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예컨대 휴대전화는 노키아, 모토롤라, 에릭슨 등 ‘빅3’가 시장을 선점했고, 반도체는 필립스, 벨, 모토롤라, NEC 등이 선두그룹을 형성했으며, 컴퓨터 정보시스템은 IBM이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 다국적기업들은 중국을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핵심기술이나 첨단제품의 중국 이전을 기피하지 않는다. 선진기업의 첨단 분야 진출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의 방대한 시장을 겨냥한 것인데, 가령 2010년의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선진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 시장의 급팽창, 중국 정부의 육성정책 등에 힘입어 중국의 IT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의 정보통신 시장은 현재의 저조한 보급률(2000년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3.5%, 인터넷은 1% 미만)을 감안할 때 앞으로 그 수요가 엄청난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산업이 이런 추세로 계속 발전하면서 구조가 고도화해 가면 머지 않아 대부분의 주력산업에서 한국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백색가전, 섬유(의류 및 직물), 신발 등의 생산과 수출에서 세계 1위에 올라 있고, 범용 기계류의 기술수준은 한국과 대등하며, 발전설비, 플랜트 건설 등의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 이 분야의 범용 기술과 중저가 부문에서는 이미 한국을 앞섰다.

    또한 합섬, 디지털 가전 및 첨단 공작기계, 철강산업 등 일부 중화학공업과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5년 내에 한국 수준에 도달하고, 정보통신 분야는 5∼10년 안에 한국과 경쟁하게 될 것이며, 양산 조립산업인 자동차는 10년 안에 한국과 대등해질 전망이다. 석유화학, 조선 생산능력에서도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은 한국이 세계 3위, 중국이 5위이고, 조선 수주량은 한국이 세계 1위, 중국이 3위에 올라 있다. 이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 한 수 아래지만, 10년 내에 한국의 경쟁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거의 모든 주력산업에서 10년 내에 한국을 추월하거나 대등한 수준에 이른다는 얘긴데, 10년 후에도 한국이 우월한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반도체 정도밖에 없다. 그렇지만 최근 중국은 반도체산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이 부문도 안심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참조).

    중국의 산업은 우리와 비슷한 경로를 거치며 발전해왔기 때문에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과 디지털 가전, 정보통신 등 IT산업에서 모두 한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이 IMF 사태와 구조조정 지연으로 주춤거리는 사이에도 중국은 산업육성을 계속했다.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10년대에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참조).



    경제활동의 실질적인 주체인 기업경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국유기업의 통합과 재편에 따라 거대 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는데, 조선 철강 등의 제조업과 항공 미디어 등 외자 진입을 규제하는 기간산업에서 주로 출현하고 있다.

    가령 중국 정부는 한국, 일본을 추월하는 조선 대국을 목표로 조선업계를 재편, 대기업인 상하이의 후둥(扈東)조선집단과 중견기업인 중화조선소를 합병해 중국 전체 선박 건조량의 20%를 차지하는 후둥중화조선집단을 발족시켰다. 철강업계에서는 상하이의 바오산(寶山), 베이징의 서우두(首都), 후베이성의 우한(武漢) 등 선두 3사가 원료 공동조달 등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참조).

    이같이 국영기업의 통합과 재편을 급속히 추진하는 것은 WTO 가입이 임박하면서 경영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의 해외 상장을 통해 설비능력 증강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중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해외 유력기업과 제휴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중국의 일부 기업은 이미 기술력과 브랜드에서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중국 최대의 PC 메이커 렌샹그룹(聯想集團·Legend Group)은 대표적 정보통신 기업으로서 2000년 6월 ‘비즈니스위크’의 세계 100대 첨단 정보통신기술기업 평가에서 8위를 차지,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 최대의 반도체회사인 TSMC(臺灣積體電路製造, 5위)와 함께 10대 기업 안에 진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자와 IT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이나 유럽 기업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경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 이들에게선 인사제도, 보상체계, 경영관행 등에 있어 중국의 전통적 국유기업의 경직된 행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렌샹그룹은 정형화한 승진·급여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상사, 부하, 동료직원들이 360° 평가한 결과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海爾)그룹은 사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공개 평가해 가격을 책정하는데, 이에 따라 급여가 10배까지 격차를 보이기도 한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 부문에서도 개발된 상품의 판매실적에 따라 보상에 차등을 둔다. 유선전화기 부문에서 11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TLC그룹은 자회사 주식의 40%를 관리직 사원들에게 나눠주고, 업적이 목표를 초과하면 배당금에 해당하는 돈을 보너스로 지급하는 유사 스톡옵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CEO들도 고학력의 젊은 경영자나 해외유학파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통신기기 메이커인 화웨이(華爲)의 수석부사장 후용(胡勇)은 1996년에 대학을 졸업한 최연소 부사장(만 27세)이다. 이 회사 부사장들의 평균 연령은 34세이고 1만5000명의 직원 가운데 60% 이상이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기술과 투자를 시장과 바꾼다”

    개발도상국의 초기 발전단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산업과 경제가 성장하는 데는 개발독재에 가까운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정부가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일관되게 국가발전전략과 산업정책을 추진해왔다. 때때로 속도조절을 하기도 했고 비판받을 일도 했지만 개혁·개방선언후 20여 년 동안 중국 정부는 한번도 경제발전이라는 중심 화두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이는 어느 개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상하이 푸둥(浦東)지구 등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는 첨단산업 발전 거점지역에는 우수한 공무원을 배치하고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등 집중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관료주의는 인센티브로 타파하고 있다. 상하이시 외자유치 담당공무원의 급여는 다른 지역 공무원의 2배가 넘고 각 시나 성(省) 정부의 초상국(招商局·투자유치공사) 공무원도 외자유치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첨단지역의 외자계 기업 유치는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는데, 푸둥지구에서 투자 허가를 얻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2주에 불과하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규에 구애받지 않고 조기에 처리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인 경제발전 방향을 설정해 놓고 적극적이면서도 결코 서두르지 않는 일관된 자세로 ‘주식회사 중국’을 이끌어간다. 푸둥지구 건설은 1990년에 시작됐으나 최근 1∼2년에 급성장한 것으로, 초기에는 외자 유치에 고전했지만 지금은 이곳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들이 쇄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략은 “기술과 투자를 시장과 바꾼다”는 것으로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선진 기술을 도입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다.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가 경제발전의 메리트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가 전체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점진적인 개방과 개혁을 시도했다. 또한 천안문사태 같은 정치적 고비에도 경제발전을 우선한다는 정책 수행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노사분규를 통제하거나 거액의 횡령, 밀수 같은 경제사범은 극형으로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최근의 첨단산업 발전과 관련해서는 발전의 중심축이 되는 지역들을 살펴볼 만하다. 지역적으로 보면 개방 이후 연해지역이 가장 먼저 발달했으며, 그중에서도 상하이, 베이징, 선전(深)이 각각 중부, 북부, 남부지역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데 현재 상하이 푸둥지구,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선전이 중국 첨단산업의 3개 지역 축으로서 각자 특징을 갖고 발전하고 있다( 참조).



    70개국이 푸둥에 투자

    상하이 푸둥지구는 종합적인 하이테크 단지. 푸둥을 포함한 상하이 지역은 장강(양쯔강) 유역 발전의 거점으로서 반도체, IT 등 첨단산업과 금융서비스의 중심지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상하이는 경제·산업적인 면에서 중국 최대의 도시로서 중국 건국 이후 최대의 무역항, 공업 및 과학기술 기지, 금융 및 상업 중심지, 최대의 재정수입원 기능을 해왔다.

    최근 상하이의 지역경제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에는 제조업은 물론 하이테크 산업, 서비스 산업 등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데,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장강 델타’ 지역은 향후 세계적인 하이테크 메카로 발전할 전망이다.

    상하이 황푸(黃浦)강 동쪽에 위치한 푸둥지구는 남부의 경제특구들보다 10년이나 늦은 1990년에 국가급 개발구로 지정됐지만 지금은 중국경제발전의 최선두 주자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개발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80배에 이르는 523㎢. 지리적 이점, 양질의 인프라, 풍부한 인적 자원 등 뛰어난 입지·사회조건을 지닌 이 지역은 중앙정부와 시 당국의 치밀하고 장기적인 투자유치계획 아래 조성됐다.

    지난 11년간 전세계 70여 국가의 6600여 개 기업이 361억달러를 투자했으며 한국도 70여 개 기업이 6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국내 기업 6000여 개를 포함, 총 1만20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했는데, 세계 500대 기업 중 108개 기업이 푸둥에 진출해 있다.

    이 지역의 인구는 상하이 전체의 12%인 163만명 정도지만, 푸둥이 상하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가 20%(921억위안), 외자유치 규모는 45%(29억달러), 수출은 38%(96억달러)다(2000년 기준).

    금융무역구, 수출가공구, 하이테크구, 보세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진차오(金橋) 수출가공구에는 하이테크 산업이 밀집해 있고 루자추이(陸家嘴) 금융무역구는 금융, 무역, 3차산업의 중심지로서 국제금융센터로 육성될 예정이다.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는 보세창고, 상품교역, 수출가공 등의 종합적 기능을 갖춘 국제적 자유무역지대로 개발되고 있으며, 장장(長江) 가오신(高新·하이테크) 기술개발구는 의약, 전자, 정보, 바이오 등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로서 푸둥 소프트웨어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은 인터넷 산업과 과학기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1988년 8월 중국 정부는 첨단 과학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중관춘을 ‘제1호 첨단기술 개발구’로 지정했고 이후 중관춘은 중국 지식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과학 입국을 위한 시험지구로 수도 베이징에 건설된 것.

    1987년 중국과학원 시찰단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둘러본 후 베이징대, 칭화대, 베이징 이공대 등 대학들이 밀집한 베이징 서부 외곽 하이디엔취(海淀區)의 중관춘 지역이 실리콘밸리의 입지조건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 중관춘은 태동할 당시부터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삼았다. 미국 일본 등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이 귀국하면서 모교 근처인 중관춘에 자리 잡았는데, 이들이 초기 중관춘 기술발전의 첨병 노릇을 했다. 중관춘은 전자상가단지, 과학촌, 정보산업단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과학촌은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의 연구인력 1만5000명을 보유한 중국 최고의 두뇌집단이다.

    현재 중관촌에는 IBM, GE, 모토롤라, 인텔, 미쓰비시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과 렌샹, 베이다팡정(北大方正) 등 중국의 첨단기업이 다수 입주해 있다. 7000여 개의 IT업체가 중관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중 외자기업은 1100여 개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총 2000억위안(약 30조원)을 투입, 첨단기업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중관춘의 총매출은 1989년 17.8억위안에서 1999년에는 846.1억위안(12조6000억원)으로 10년간 50배 가까이 성장했다.

    선전, 홍콩 등 남부권은 중국에서 최초로 개방화 실험이 시작된 지역인데, 특히 선전은 중국 경제개방의 상징적 도시로서 1997년 7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까지는 홍콩과 함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발발과 홍콩의 중국 반환에 따라 이 지역의 경제활동은 상하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퇴한 감이 있으나 개방의 역사가 긴 만큼 많은 강점을 갖추고 있다. 잘 정비된 산업 인프라는 물론, 오랜 시장경제 경험과 함께 인근 홍콩의 발전된 금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위치상으로는 중국과 동남아의 교량 노릇을 한다.

    최근 선전은 중국 남부권의 IT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데, 선전시 정부는 1995년에 이미 ‘정보화 건설위원회’를 설치해 이 지역 경제의 IT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2010년까지 세계 수준의 정보 인프라 확립을 목표로 싱가포르와 같은 ‘컴퓨터 도시’를 지향한다.

    이에 따라 전자정보, 통신기기 및 서비스, 정보네트워크 등을 중심으로 선전 경제의 IT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현재 컴퓨터와 관련 소프트웨어 등 전자정보 산업이 총공업생산의 35%를 차지하며, 대만의 컴퓨터 관련 기업들도 생산거점을 선전으로 옮겨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생산, 수출하고 있다.

    중국 고소득층 6000만명

    중국경제의 이렇듯 눈부신 도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속도와 질이 결정되고,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형태에 따라 우리 경제의 고도화와 효율성 제고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변화하는 중국시장 환경은 우리 기업뿐 아니라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중국의 부상은 한국경제에 심각한 위협요소로 작용하는 면이 많지만, 오히려 이를 발전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중국은 우리가 진출해야 할 시장인 동시에 향후 10년간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야 할 국가로서 조속한 산업 구조조정과 고도화로 중국과 차별화하고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중국과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중국이 갖지 못한 기술, 아이디어, 브랜드 등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중국을 국가전략의 시야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냉전체제와 대외무역 관계 때문에 중국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에 크게 의존해 왔으나 머지 않아 중국은 미국, EU와 함께 21세기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결정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며, 아시아에서 일본을 대신하는 리더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따라서 중국을 고려하지 않으면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흐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으므로 중장기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핵심요소로 고려해 국가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동아시아 전역에 대한 정치·경제 전략을 재점검하고 우리가 중간자적 위치에서 동아시아 협력의 주체가 될 길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문화 등 비(非)정치경제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 이를 통해 경제협력의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동시에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합작투자 등을 통한 협력구조를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동일한 산업발전 방향을 추구해왔고, 한국 기업은 단기간에 산업을 착수-육성-수출산업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을 합작투자를 활용해 중국에 이전하면서 부품과 중간재, 자본재 수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완제품의 중국 내수시장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나라 산업이 상호 보완관계를 갖도록 중국과 한국의 비교우위 구조를 비교해 수평적인 산업협력 기회를 늘려야 한다.

    중국은 방대한 시장이다. 화베이(華北), 화난(華南), 내륙지역이 모두 상이한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물적·인적 자원 현황, 기술 발전 정도, 시장 특성 등을 치밀하게 파악해 지역별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면서 중국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진출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심층 분석 작업을 강화해야 한다. 피상적인 고정관념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중국의 경제, 산업, 기업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가령 중국은 1인당 GDP 수준은 낮지만(2000년 840달러) 전체의 5%에 해당하는 고소득층 인구는 한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6000만명에 달한다. 중국 경제는 이처럼 극단적인 이중구조를 갖고 있으나 결국 우리 기업의 사업대상은 고소득계층이다.

    또한 경제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사, 문화, 사회 전반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와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의 리더십이 교체되는 과정에 있는데, 중국의 향후 경제발전은 차세대 리더들이 추진할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중국사회의 지역갈등, 소득격차, 정치와 경제의 발전속도 괴리 등은 국내 업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므로 이것도 치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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