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눈 작은 김정남 매력있는 남자는 아니었다”

1998년 12월27일 밤 김정남을 접대한 이은경씨(28·가명)

  • 입력2005-01-11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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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경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교환학생 또는 어학연수생으로 20대 초반을 여러 나라에서 보낸 미모의 인텔리 여성이다. 외국 생활을 많이 한 탓에 영어 일어 등에 능통하며, 개방적인 성격이다. 일본에는 어학연수생으로 갔다가, 김정남이 나타난 문제의 마루낑호텔에 1998년 7월 경부터 1999년 1월말까지 근무했다. 공부만 하던 이씨에게 마루낑 호텔은 첫 직장이었다.

    이씨의 존재와 소재를 파악한 기자는 네차례나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씨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 끝에 신분을 절대로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응했다. 기자는 여성 입장에서 특별한 경험을 털어 놓는다는 것이 무척 고통스런 일이라는 점을 감안, 이씨를 최대한 편안하게 대했다. 그러나 이씨는 뜻밖에 시원시원했다. 외국 생활을 많이 한 그는 모든 면에 개방적인 것 같았다.

    -일본에는 무슨 목적으로, 얼마나 체류했나.

    “당시까지 나는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계속하다 한국에 돌아와 잠시 쉬고 있었다. 당장 취직할 생각이 없어서 세상도 배울 겸 일본어도 배울 겸 90년대 중반 일본으로 건너갔다. 어학원에 들어가 어학연수를 하며,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었다. 그 뒤에 소개를 받아 1998년 7월부터 마루낑 비즈니스 호텔에서 일하게 됐다. 그 곳에서 6개월쯤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호텔은 나의 첫 직장이었다.”

    -호텔에서는 무슨 일을 했나?



    “처음에는 호텔 프런트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 점차 이 호텔의 주인인 K회장의 개인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K회장은 70세가 넘는 노인이었지만, 신념도 강하고 꼬장꼬장한 노인이었다. 나는 K회장의 개인 장부를 기록하고 서류 정리, 책장 정리, 연설문 교열 같은 일을 했다. 또 전화도 받고 스케줄도 관리했다. 사실상 개인비서였다. 또 거실 청소 같은 일도 했다. K회장의 거실에는 굉장히 비싼 장식품들이 많았다. 북한의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많아 이것들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일도 내 몫이었다.”

    -1998년 12월 말에 김정남을 만나서 술접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1998년 크리스마스 무렵으로 기억한다. K회장이 마루낑 호텔에 ‘그 사람을’ 데리고 와서 식사와 술을 대접했다. 그냥 술자리에 나오라고 해서 나갔을 뿐이다. 내가 그 사람이 김정남인줄 알았다면 좀더 자세히 보고, 말이라도 걸어보았을 것이다. 또 여자의 관심을 끌 만큼 잘생겼더라도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기억나는 특징은 여느 재일동포와는 달라 보였고, 그렇다고 북조선에서 온 사람들과도 좀 달랐다. 나는 그저 같이 식사나 하자고 해서 술자리에 합석했을 뿐이다.”

    김정남은 평범했다

    -술자리를 가진 장소는 어디였나?

    “마루낑 호텔 5층 VIP룸이었다. 이 방에는 노래방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당신은 술자리에서 어떤 일을 했나?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고 술자리를 봐줬다. 제일 먼저 내가 노래를 불렀다. 당시 나는 25살이었다. 그 때 영화 타이타닉이 한창 유행이었기 때문에 그 영화 주제곡을 불렀던 것 같다. 이 노래는 당시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술자리 참석자는?

    “K회장, 김정남, 60∼70세 노인 두 사람, 일본 남자 2명, 젊은 일본 여자 4명 정도였다. 노인 두 사람은 조총련 간부였고, 일본 남자는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야쿠자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은 일본 여자들은 요정 아가씨들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술을 따랐다.”

    -술자리 분위기는 어떠했나?

    “노인들이 많아 내키지 않는 분위기였다. 내가 노래를 부른 뒤, 일본 여자들이 노래를 불렀고, 다른 사람들도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김정남은 일본 뽕짝을 불렀던 것 같다. 노래 솜씨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불렀다. 그는 혼자 따로 마시지는 않았지만 술을 마다하지는 않았고, 따라주는 술은 다 마셨던 것 같다. 술자리에는 위스키도 있었고,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일본술도 있었다”

    -그 사람이 김정남인줄은 어떻게 알았나?

    “나는 그 사람이 김정남인줄은 지난 5월에 뉴스위크지를 보고 처음 알았다. 솔직히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난 5월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내가 모시던 K회장은 원래 북한에 기부를 많이 하고 정치적으로 돈을 대는 사람이니, 어떻게 해서든 김정남을 데려오려고 했을 것이다”

    -김정남의 신체적 특징과 느낌을 기억할 수 있는가?

    “키는 170cm 정도이고, 체격이 동글동글한 사람이었다. 뚱뚱한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뼈대가 큰 사람은 아니었다. 억양은, 북한 사투리를 심하게 쓰지는 않았다. 목소리 톤은 높지 않았고, 머리는 스포츠형이었다. 안경을 끼고 있었다. 눈이 하도 작아서 어디를 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나는 눈 큰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또 호기를 부린다든지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저녁 술자리 끝난 뒤에 김정남과 함께 밤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

    “그런 일이 없다. 그 날 술자리는 11시경 파했고, 나는 그 사람을 침실로 안내한 뒤, 내 숙소로 돌아왔다”

    -합석했던 다른 여자들도, 모두 다른 남자들과 같이 잤다고 들었다. 당신이 김정남을 안내했는데, 그날 분위기로 미뤄 피하기 힘든 일 아니었나?

    “소설쓰지 말라.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내가 마루낑 비즈니스호텔에서 일했던 것은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체험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그는 김정남과의 동침 사실을 강력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이날 같은 자리에 있었던 A씨는 “이씨가 술자리 다음날 ‘김정남과 갈 때까지 갔다’고 말했다. 또 웃으면서 김정남의 신체적 특징을 설명하길래, 짐작하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고 전했다.)

    K회장의 개인비서

    -K회장은 어떤 사람이었나?

    “제주도 성산포 출신이지만 이념 때문에 북한쪽으로 돌아선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친일한 사람들이 한국에서 득세하는 것이 싫어 조총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적인 신념도 강하고, 북한에 돈을 상당히 기부하곤 했다. 꼬장꼬장한 성격이라 주변 사람들은 K회장을 무척 어려워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 가족들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호텔은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고 보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K회장은 마루낑 호텔을 처음 지을 때는 대리석으로 잘 지었지만, 유지 관리를 하지 않았다. 호텔과 빠찡꼬에서 생기는 이익금은 다 북한으로 빼돌렸다. K회장은 김일성, 김정일과 찍은 사진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 게 다 돈으로 한 것이다. 또 북한의 비행장에 내렸을 때 주민들이 열렬히 환영하는 사진도 많았다. K회장은 나를 귀여워하고 이뻐했다. 다른 사람은 그를 어려워했지만 나는 K회장을 전혀 거리낌없이 대했다.

    내가 그 곳에 있을 때, 북한에서 온 K회장의 손자가 머물고 있었다. 김일성대를 졸업한 그는 당시 나이가 나보다 2∼3살 많은 20대 후반이었다. 이 사람은 할아버지를 상당히 어려워하고 있었다. K회장은 그것도 모르고 매일 손자에게 야단만 쳤다.

    이 손자가 내 또래라 친하게 지냈는데, 유럽 배낭여행에 관한 책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했다. K회장은 자존심이 강하고 사치스러운 사람이었다. 시계도 다이아몬드가 박힌 로렉스 시계를 차고 다니며 자랑했다. 양복도 줄무늬가 있는 흰 양복을 입고 구두도 거의 백구두를 신고 다녔다. 또 야쿠자 조직원과 식사도 하고, 온천에도 같이 가는 것 같았다.”

    -K회장은 여자 관계가 복잡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다. 그는 나이 칠십이 넘었는데도 따로 만나는 여자가 많았다. 북한에도 부인이 있고, 일본에도 부인이 있는 것 같았는데도 따로 여자가 많았다. 북의 사모님과 일본의 사모님에게 모두 자제들이 있었다.”

    -K회장은 곁에 두는 여비서는 건드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는데, 당신은 어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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