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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 “양질미 · 원예작물 육성으로 소득 증대”

사회간접시설 확충, 문화 · 유적 활용한 관광사업 (자치단체장 : 이호종 군수)

  • 김광오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전북 고창군 “양질미 · 원예작물 육성으로 소득 증대”

전라북도는 8월10일 전북행정학회를 이끄는 8명의 행정학 교수로 우수 기초자치단체 선정 특별위원회(위원장·이병렬)를 구성했다. 이병렬 위원장(우석대)을 비롯 이번 평가에 참여한 위원은 전형원(군산대), 서휘석(원광대), 강용기(서남대), 최병일(전주대), 함우식(전북대), 전준구(전주대) 교수와 오창근 우석대 겸임교수다.

특별위원회는 2001년 전북도민 의식조사를 우선적으로 참고하고, 전북행정학회 회원을 상대로 이메일 조사를 실시(8월24∼29일)했으며, 전라북도 14개 시·군 자치단체에 실적자료를 요청해 이를 자체 평가했다.

2001년 전북도민 의식조사 기초자치단체 평가자료는 시·군별 시장·군수의 활동에 대해 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로 나누어 물었다. 이 평가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장 높은 지역은 고창군 46.6%로 나타났고, 가장 낮은 지역은 정읍시로 3.7%이며 이메일 조사에서도 고창군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행정학회 회원 45명을 대상으로 도내 우수자치단체에 대해 물은 이메일 조사 결과, 답변한 회원 15명 중 10명이 고창군을 추천했다.

특별위원회는 전라북도 14개 시·군 자치단체의 실적자료를 이메일로 요청했으나(2001. 8. 24), 3개 자치단체만 자료를 보내왔다. 이에 따라 포괄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각종 평가에서 상대 우위에 있는 고창군이 선정됐다.

고창군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전국에서도 최우수 자치단체로 각광받고 있다. 자치제 실시 이후 행정평가 90개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해 받은 상금만 무려 75억원에 이른다. 고창군은 2000년 행정실적 평가 22개 부문(중앙 3개, 전북 19개)에서 수상했으며, 시상금만 6억3000만원을 받았다.



다음은 2000년 고창군의 행정실적 평가다.

전라북도 종합행정실적 평가 2년 연속 최우수, 쌀증산 종합대책평가 5년 연속 전북 최우수, 재해대책 업무 종합평가 전국 최우수, 문화재 보전관리 평가 전국 우수, 퇴비증산 추진 실적 평가 전북 최우수, 지방도로 추진실적 평가 전북 최우수, 병무행정 평가 전북 최우수, 지방세수 증대 평가 전북 최우수, 공공근로 사업 평가 전북 최우수, 가족 보호사업 평가 전북 최우수, 새천년 새전북인 한줄로 서기 전북 우수, 여성단체 종합평가 전북 우수.(이병렬 우석대 교수·행정학)



고창은 ‘인걸의 고장’으로 불린다. 광복 이후에만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재상을 세명이나 배출했으니 고창 사람들이 이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부통령을 지낸 인촌 김성수와 국무총리를 지낸 진의종과 김상협이 그들이다.

그러나 고창은 교통이 불편하고 변변한 교육기관이나 산업시설이 없는 전북 서남권의 대표적 낙후 지역이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 여느 농촌지역처럼 이농현상이 심해지면서 주민수는 절반 이하로 줄고 그나마 노인들만 남아 날로 낙후의 길을 재촉하던 곳이었다.

“역사를 빛낸 인물이 어느 고장보다 많고 유형 무형의 문화재가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으며 문화유적이 잘 보존된 것이 놀라웠습니다. 특히 화장실은 고창을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 고창 지역 사회의 높은 문화의식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철에 고창을 다녀간 한 네티즌이 고창군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이호종(72) 군수가 있다. 이군수는 1995년 군수에 출마할 때만 해도 군수를 하기엔 나이가 많은 중량급 인사였다.

항상 국회의원 선거에만 도전했던 70나이의 전직의원이 고향 군수가 되겠다고 나섰을 때 군민들이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인생의 정리기에 고향의 군수를 맡아 성공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 풍토 에서 새로운 전례로 여겨질 만하다.

이군수는 6·25 때 입대했다가 육군 대위로 예편했고, 그 뒤 3년 동안 모교인 경기고에서 실업교사로 재직했다. 이때의 제자들이 김근태 민주당 최고위원, 최경원 법무장관,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 임창렬 경기지사, 손학규 의원, 서상목 전의원 등이다. 이들은 지금도 이군수가 중앙에 예산을 따러 갈 때나 각종 활동을 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일생은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인맥은 1995년 민선 군수로 당선되면서부터 꽃피기 시작했다. 1995년 6·27 지자체 선거에서 전북 도내에서는 황색 돌풍이 불었지만, 그는 14개 시군의 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그는 70대 노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일 아침 4시 이전에 일어나는 이군수는 하루 3~4㎞의 조깅을 거른 적이 없다. 그의 조깅 코스는 매일 달라진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장 주변을 돌고, 농사철에는 농로를 달린다. 달리면서 주변의 공중화장실을 살피고 거리의 쓰레기와 가로등까지 일일이 점검한다. 공중화장실에 휴지라도 떨어져 있으면 담당 공무원에게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의 현장 확인 행정은 최근 들어 하나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고창을 다녀간 관광객 중 상당수가 깨끗한 화장실과 잘 정돈된 유적에 대한 좋은 인상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는 빠르게 입소문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고창군의 전략은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 확충 ▲문화유적과 관광 시설 정비 및 연계 관광권 구축을 통한 ‘머무는 관광지’ 조성 ▲양질미 증산과 수박 등 고소득 원예작물 재배를 통한 주민소득 증대 ▲깨끗한 생활환경과 문화체육 시설 확충으로 주민 삶의 질 높이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군수가 취임 초기부터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분야가 양질미 증산이다. 그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모든 공무원들이 가슴에 ‘양질쌀 증산 총력추진’이라고 쓴 리본을 달게 했다. 그는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료보다는 자연 퇴비를 많이 넣어 지력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대적인 퇴비증산운동을 펴왔다. 마을별 읍면별로 ‘퇴비 많이 만들기’를 경쟁시켜 우수 마을에는 시상하고 공무원들을 직접 퇴비증산에 나서게 해 마을 입구마다 퇴비더미가 산을 이루었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볍씨의 98%를 양질의 품종으로 공급했고 이앙기로 모를 심을 때 모 포기 수를 기존보다 10여 포기 더 심도록 유도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 쌀 증산 부문에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 연속 전북 1위와 전국 우수군으로 선정됐고 1998년에는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쌀 관련 시상금만 지금까지 44억원을 받아 저수지 보수 및 준설 등 농업 관련 기반시설 확충에 재투자했다.

쌀 다음으로 고창군이 주력한 것이 관광이다. 고창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운사 동백꽃 풍천장어 수박 판소리 고인돌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것들은 서로 연계되지 않은 ‘꿰지 않은 구슬’들이었다.

지난해 12월2일 고창의 고인돌은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여기에는 해외 전문가를 수시로 초청해 현장을 보여주는 한편, 세미나를 열고 1999년부터 해마다 고인돌 축제를 열어 온 고창군의 노력이 한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고창의 고인돌은 전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것으로 청동기의 묘제 양상을 파악하는 자료일 뿐 아니라 그 시기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사회 문화를 알 수 있는 자료다. 고창군은 310억원을 들여 고인돌 밀집지역인 죽림리 일대 주민 39가구를 이주시키고 이곳 부지를 매입해, 선사유적박물관 등을 갖춘 고인돌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중이다.

국내 최대의 수박산지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미당 서정주의 절창으로 잘 알려진 천년고찰 선운사와 절 뒤편을 에워싼 동백나무숲, 절 구경을 하고 난 뒤 맛보는 복분자 술을 곁들인 풍천장어는 훌륭한 관광 상품이다. 고창군은 1996년부터 선운사에 동백꽃이 만발하는 4월 하순 선운사 앞광장에서 수산물 축제를 열고 있다. 서해의 기름진 갯벌에서 자라는 바지락과 주꾸미, 풍천장어는 고창이 자랑하는 대표적 수산물이다. 특히 풍천장어는 자연산이 거의 사라지고 그나마 값도 천정부지로 뛰자 고창군에서 수년 전부터 양식한 장어를 갯벌에 6개월간 풀어놓아 기르는 ‘자연산화’ 방식을 도입했다.

이 ‘갯벌장어’는 비싸지 않으면서 자연산에 비해 맛과 영양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전통 풍천장어의 맥을 이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셈회의 때 각국 정상들이 마셔 널리 알려지고 이 술을 마신 뒤 소변을 보면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설화로 유명한 고창의 특산주 복분자주는 최근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가짜 고창 수박이 나돌만큼 고창은 국내 최대의 수박산지다. 높은 산이 없고 대부분이 비산비야(非山非野)인 고창은, 1970년대 야산 개발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8000여㏊의 밭을 개발해 지금도 붉은 황토밭이 끝간데 없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간 8만4000여 톤의 수박은 전국 최고의 품질로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며 연간 170여 억원의 소득을 주민들에게 안겨 주고 있다.

고창군은 민간에 떠돌던 춘향가 심청가 등 여섯 마당을 집대성하고 판소리 이론을 정립한 고창 출신 신재효 선생의 동리 옛집을 복원하고 동리국악당을 건립하는 한편, 동리국악대상을 만들어 동리의 정신을 잇는 사람들에게 시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25일 고창읍에 판소리박물관을 개관, 판소리 발달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직접 소리 한가락을 배워 볼 수 있는 체험시설도 갖췄다.

고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시인 미당 서정주다. 고창군은 시인의 고향인 부안면 질마재(진마마을)의 생가를 복원중이며 부근 선운초등학교 교사를 매입해 미당 시문학관으로 꾸며 11월 중 개관할 예정이다.

또 고창군은 갑오농민전쟁 관련 유적지를 정비해 고인돌공원-고창읍성-도깨비도로-선운사-판소리박물관-미당시문학관-동학유적지-유스호스텔을 잇는 연계 관광권을 조성하고 있다.

신동아 2001년 10월호

김광오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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