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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권도전 선언한 김중권 민주당 최고위원

“이젠 DJ그늘 벗어나겠다”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이젠 DJ그늘 벗어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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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김대통령을 포함한 몇몇 분이군요.

“그렇죠. 대통령이 알고 박상규 사무총장이 알고… 이상수 총무가 가장 잘 안다고요.”

―그러면 왜 당시에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으셨나요.

“일일이 해명하기도 그렇고, 다음날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파문이 터지면서 정치권의 포커스가 그리 맞춰져 버렸습니다. 어쨌든 당의 대표로서 이것은 이렇다하고 말할 계제도 아니고 입장도 아니고 해서 그냥 덮어버린 거죠.”

김최고위원의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불만은 대단해 보였다. 시간이 지난 지금이야 차분하게 말하지만 청와대와 갈등이 극에 달했을 무렵, 그가 느낀 분노는 대단했던 것 같다. 김최고위원 자신이 주인공인 얘기를 3인칭 시점으로 설명하는 도중에도 목소리가 커졌다.



―김최고위원께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셨는데, 비서실장 시절, 여당 대표나 중진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하셨습니까?

“문호가 열려있었죠. 누구라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9월6일인가요. 대통령께 최고위원 회의 발언록을 전달하려 했다가 못한 사건이 있었죠.

“9월6일이라면 정기 최고위원회의였을 겁니다. 전날 워크숍 결과를 집약하기 위한 회의였는데, 최고위원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내가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지적했다구요. 그렇게 집약된 얘기가 당시 신문에 나고 있는 당대표, 국무총리 하마평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를 못만든다, 이걸 대통령에게 진언해서 재고하도록 하자는 게 최고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의견을 모아 대통령께 시정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청와대에 대통령 면담시간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김최고위원의 대통령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보통때 같으면 그런 일은 전화로 해도 돼요. 그러나 전화로 보고드리기에는 중요한 사안이라서 청와대에 정식으로 대통령 면담요청을 한 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날 따라 대통령이 큰 행사가 몇 개 있었어요. 하나 기억나는 것이 평통자문회의였습니다. 오후 두 시인가 세 시인가 열렸고 오전에도 청와대 밖에 큰 행사가 하나 있었어요. 그래서 시간을 못맞춘 거예요, 대통령하고. 면담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하던 중에, 오전 11신가 불쑥 이한동 총리가 유임의사를 표명한 겁니다. 이총리가 그렇게 입장을 표명하고 나니까 이제 대통령을 만날 일이 없어졌습니다. 실효(失效)가 난거죠.”

―당정개편을 하자는 의견을 전달하려 했는데 개편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군요.

“그렇죠. 한쪽에서 유임의사를 밝히고 말았으니까요. 참 허탈해지더군요. 그래서 남궁진 정무수석(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이 일이 이상하게 됐는데 대통령 만나면 뭐하겠소. 그러면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됐던 발언록을 줄테니 당신이 대통령께 드리라’고 하고 전달한 겁니다. 그런데 김근태 최고위원이 어떤 모임에서 대통령이 면담을 거절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설명을 해줬다니까요. 김근태 최고위원한테도, 전체회의에서도 설명하고…그런데 김근태씨는 한번 한 말을 자꾸 원용하더라구요. 대통령이 면담을 거부한 것처럼 설명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남궁수석에게 전달한 발언록이 대통령에게 전달됐습니까?

“그건 모르죠. 정무수석에게 그걸 킬(kill) 해버렸는지 보고했는지 나는 잘 모르죠. 아마 보고했을 겁니다. 그걸 대통령에게 보고 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청와대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당·정·청 개편에서 가장 인적쇄신이 안된 곳이 청와대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험을 근거로 바람직한 청와대 비서실 개혁방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누차 강조했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국정전반에 걸쳐 보좌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춘 능력있는 인재들이 포진돼야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은 정책조언 기관이지 집행기관이 아닙니다. 비서진은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모셔야지 정부나 당에 간섭하는 모습이 비쳐져서는 안됩니다.”

김최고위원은 비서실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지만, 결국 최종 인사권자는 김대통령이다. 청와대 인사개혁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도, 김최고위원의 대표직 사퇴서를 받아들인 사람도 인사권자인 김대통령이다. 김대통령에게 서운한 감정이 없었을까?

“섭섭한 마음은 없습니다. 대통령은 우리와 달리 국정전반을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그분만의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은 내가 인사쇄신 의지를 밝혔을 때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계기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결과가 그렇지 않아 당내의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 하고 있습니다.”

“대권도전 하겠다”

―정치권에서는 김최고위원을 대선주자 가운데 한 분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아직 공식 출마의사를 밝히신 적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번 기회에 분명한 의지를 밝히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이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최고위원은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정답’을 말했다. 이어서 자신이 본격적으로 대선후보로 나설 경우 현재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월말부터 영남과 호남지역을 순회 한 뒤 11월15일 후원회에서 공식 대권도전 선언을 할 거예요. 지금까지는 대표로 있으면서 단 한번도 대권도전의사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대표시절 인터뷰를 할 때도 대권도전의사를 표시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안한다’고, ‘관심없다’고 이렇게 한 겁니다. 그러니 정치권 사람들이야 나를 대권후보로 봤겠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김중권이가 대권도전을 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었죠. 이런 상태에서 여론 조사하면 당연히 지지율이 낮죠. 내가 만일에 대표로 있는 동안 대권도전의사를 피력하고 그런 행보를 하고 조직을 하고 자금을 투입하고 그랬다면 내가 벌써 1등 했을 거예요.”

김최고위원은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던 족쇄가 풀린 듯 대권도전에 대한 포부를 펼쳐보였다. 김최고위원은 “나도 인기발언할 줄 안다. 하지만 단 한번도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나는 비서실장을 거쳐서 대통령에 의해 대표로 임명됐습니다. 누가 봐도 김중권이는 대통령의 그늘에 있는 사람입니다. 대통령의 인기가 오르면 김중권의 인기도 오를 것이고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면 같이 떨어지는 거예요. 이런 요인이 있는데 9개월 동안 당대표를 맡겨놨는데도 지지도가 안올랐다는 것은 피상적인 공격이지 진면목을 보고 하는 평가가 아닙니다. 두고보세요. 11월15일 대권도전 선언을 하게 되면 정말 달라질 거예요. 확신합니다.”

―확신의 근거라 할 수 있는 김최고위원만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민주당의 최고 목표는 정권재창출이에요. 그럼 정권재창출을 어떻게 할거냐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남과 호남의 협력입니다. 영호남의 협력없이 다음 정권 창출될 것 같습니까. 설령 된다 해도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되고 반목과 질시가 계속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민족적으로 불행해져요. 그렇다면, 가장 사람이 많은 동네, 국민의 3분의1에 달하는 영남의 민심을 얻어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영남민심 얻는 사람이 다음에 이긴다니까요. 한나라당이 얻어가면 한나라당이 이기고, 우리가 얻어오면 우리가 이기는 겁니다. 영남의 민심을 누가 얻어올 겁니까. 영남 정서를 아우르면서 민심을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이것이 ‘영남후보론’인데 이 말은 참 조심스럽습니다. 영호남 화합의 전도사인 내가 영남후보론을 말하면 다른 쪽 사람들이 반발할 수 있습니다.

“영남을 얻어야 이긴다”

그러나 정치현실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영남 민심만 가져오면 되느냐, 안된다 이겁니다. 영남민심과 호남민심을 아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다음 정권은 영남과 호남의 협력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다음에 창출된 정권은 지금처럼 비틀거리지 않는다 이겁니다. 지금 영남은 온통 ‘반DJ’아니예요?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 아닙니까?

국정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지금 나와 있는 대권주자 가운데 전국단위의 국정운영을 해본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장관 해본 사람 있지요. 부분만 관리해본 사람들은 있어요. 하지만 전체를 보지 못하고 정권을 잡았을 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까. 나는 적어도 지난번 정권과 이번 정권에서 국정 전반을 총괄하고 운영하는데 전력을 투구했던 사람입니다. 이건 다른 후보가 갖고 있지 않은 겁니다.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영남 민심을 잡으려면 결국 김대통령과는 차별화 전략을 써야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정권 계승자들이 전임자와는 차별화 전략을 써왔다는 말입니다. 부정해놓고 올라서는 것이죠. 나는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번 분들이 좋은 정책을 쓰고 그 방향이 옳다고 하면 승계해야 합니다. 승계해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나는 지금껏 대통령의 그늘에 있었습니다. 그늘에 있으면 좋은 점이 너무 많지요. 대통령이 펼치는 개혁정책이나 대북정책 등 훌륭한 정책들은 전부 계승해야지요. 그러나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보완해가는 노력을 해야지요. 그래야 국정운영이 순조롭게 되고 계속성이 생기는 거죠.

―김최고위원에 대한 평가 가운데 여당이라는 ‘정치적 양지’만을 찾아다녔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것 역시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한 평가입니다. 두고보십시오.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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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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