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호

코스닥 대박! 강원랜드의 실체

  • 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입력2004-11-15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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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랜드가 드디어 코스닥에 입성했다. 등록 첫날부터 단숨에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섰다. 성급한 투자자들은 액면가 대비 400배 주가상승을 기록한 ‘SK텔레콤 신화’를 떠올리며 가슴이 설렌다. ‘카지노 대박’의 꿈은 실현될 것인가.
    장외시장의 거인 강원랜드가 코스닥시장에서도 제왕주에 등극할 것인가.

    증권가의 뜨거운 관심 속에 10월2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카지노업체 강원랜드가 거래 첫날부터 단숨에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강원랜드는 등록 첫날 주가가 기준가격(6만8415원)보다 100% 오른 주당 13만7000원을 기록, 시가총액 2조7400억원으로 KTF(6조5320억원)에 이어 코스닥시장의 ‘넘버 투’로 자리를 굳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강원랜드가 시가총액에서 KTF를 추월할 것은 물론, 1999년 액면가 대비 400배의 주가상승을 기록했던 ‘SK텔레콤 신화’를 재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1995년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강원랜드의 설립근거가 마련됐다. 이 법 11조는 관광진흥법 적용의 특례조항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이 폐광지역 중 경제사정이 특히 열악한 지역 1개소에 한해 카지노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1980년대 말부터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따라 석탄 채굴량이 줄고 폐광이 속출하면서 급속도로 피폐해진 강원도 정선군 고한·사북지역에 경제 회생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에 따라 1998년 6월 강원랜드 법인이 설립됐고, 2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28일 고한읍에서 강원랜드 ‘스몰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했다.

    2003년 매출 1조원 넘을 듯



    강원랜드는 카지노 개장을 준비하면서 하루 입장객을 1500명, 하루 매출액을 3억원 정도로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하루 3600명의 고객이 몰려들었다. 하루 평균 매출액도 13억원을 넘었다. 환전 및 카운트룸 직원을 부랴부랴 2배로 늘렸지만, 한 사람이 하루 16시간씩 근무해야 영업을 겨우 이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열기에 힘입어 지난해 강원랜드는 불과 두 달 동안 영업해서 매출액 909억원, 당기순이익 412억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올 들어서는 입장객이 하루 평균 2300명 선으로 안정됐지만, 스몰카지노 좌석수가 720석이라 여전히 수요초과 상태다. 하루 평균 매출액도 12억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랜드 매출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테이블 게임의 경우 좌석점유율이 140%에 달한다. 빈자리가 없어 테이블 주변에 앉지 못한 사람들이 좌석을 차지한 사람 옆에 서서 함께 베팅(사이드 베팅)하는 광경도 자주 눈에 띈다.

    강원랜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실상 영업 첫해라 할 수 있는 올해 총 매출액이 4000억원, 순이익은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본다. 한 해 2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기업은 코스닥은 물론, 거래소 시장에서도 손에 꼽을 만하다. 게다가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50%에 육박하는 기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강원랜드는 내년 말까지 사북읍에 스몰 카지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5300평 규모의 ‘메인카지노’를 건설할 계획이다. 스몰 카지노가 게임테이블 30대, 슬롯머신 480대를 보유한 데 비해 메인 카지노에는 80대의 테이블과 1600대의 슬롯머신이 설치된다.

    또한 2003년까지는 호텔 콘도 스키장 골프장 테마파크 등을 갖춘 가족형 종합 리조트를 조성하고, 2006년까지는 테이블 150대, 슬롯머신 3000대 규모로 카지노를 다시 확장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 이후 매출액과 수익은 해마다 급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증권은 강원랜드 메인카지노 영업이 본격화할 2003년에는 매출액이 1조99억원, 순이익은 465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카지노사업 2차 확장이 완료된 이듬해인 2007년에는 매출액이 2조110억원, 순이익이 1조1125억원으로 배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성장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기에 강원랜드 주식은 이미 장외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며 몸값을 높여왔다. 코스닥 등록 직전에는 액면가(5000원)보다 30배 이상 오른 16만∼18만원 선에 거래됐다. 1998년 7월 일반 공모에 참가해 주당 1만8500원에 주식을 배정받은 사람들도 9배 정도의 투자이익을 실현한 셈.

    코스닥 등록 후에는 내리 3일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며 17만6000원에서 일단 고점을 찍은 후 15만원 대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주가가 이미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수준에 이른 데다, 기관과 외국인들이 아직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아 상장 초반의 열기는 한풀 꺾인 듯하다.

    하지만 랠리가 임박했음을 점치는 투자자들 사이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

    “SKT보다 못할 게 뭐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강원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 주식 매수를 권하는 투자의견을 내놓았다. 교보증권은 현금할인모델을 적용해 강원랜드의 12개월 목표주가를 23만4000원으로 제시했고, 삼성증권은 6개월 목표주가를 20만7000원으로 설정했다. 서울증권과 현대증권이 추정한 적정주가 범위는 각각 16만1000∼17만8000원과 18만2000∼21만3000원.

    그러나 강원랜드 투자자들은 “강원랜드의 사업특성과 수익구조를 고려하면 이같은 예상주가는 터무니없이 낮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강원랜드가 일반 공모를 거쳐 직등록하는 바람에 신규등록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기관투자가들이 저가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개미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모 증권사가 주당 15만원 대에 매물을 확보해 50만원 대까지 랠리를 가져갈 계획이라는 루머도 나돈다.

    한때 이 증권사 직원들이 15만원 선에서 주식 매도를 권하자 이 증권사에 계좌를 가진 강원랜드 투자자들이 다른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겠다며 인터넷을 통해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투자자 L씨는 “적절한 매도시점은 일러야 2002년 말 메인카지노 개장 이후며, 그때 주가는 최소한 1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SK텔레콤 주가가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260만원 안팎인데, 강원랜드는 수익성에서 SK텔레콤보다 못할 게 없다. SK텔레콤은 독점적인 사업을 갖고 있지 않지만 강원랜드는 유일하게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독점업체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공공부문 주주들이 전체 주식 2000만주 중 51%인 1020만주를 보유한 공기업 형태를 띠고 있다. 공공부문의 최대 주주는 36% 지분을 가진 석탄합리화사업단. 이밖에 강원도, 정선군, 태백시, 삼척시, 영월군 등이 나머지 15% 지분을 나눠 가졌다. 민간부문 지분은 49% 중 개인이 약 45%를, 일반법인이 4%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공공 지분은 의무보유 규정에 묶여 당분간 매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주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는 민간 지분을 틀어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음모론까지 내세우며 ‘개미들의 각성과 인내’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무경쟁 카지노 왕국’

    과연 강원랜드 주가는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미래의 주가를 추정하는 바로미터는 기업가치와 주식 수급 상황이다. 더구나 강원랜드의 경우 국내에 같은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이 회사가 지닌 독특한 기업환경의 실(實)과 허(虛)를 꼼꼼히 따져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강원랜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데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하지만 낙관의 근거가 보기에 따라서는 비관의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굴러가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쪽에 무게가 더 실리느냐에 따라 넘어지는 방향이 정해진다.

    강원랜드는 서울에서 열차로 4시간 10분, 자동차로는 5시간 가까이 걸리는 오지에 자리해 있다. 탄광촌이라 주변에 이렇다 할 볼거리도 드물고, 쉬고 즐길 만한 편의시설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입장객이 넘쳐나는 것은 강원랜드 말고는 내국인이 카지노를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주)파라다이스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운영하는 카지노를 비롯해 모두 14개의 카지노가 있지만, 강원랜드 한 곳 외에는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접근성이 열악한 강원랜드를 돈방석에 앉힌 것은 바로 이 독점 사업권의 힘이다. 강원랜드의 설립근거가 된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2005년까지 적용되는 한시법이다. 이는 강원랜드가 앞으로 4년 더 ‘무경쟁 카지노 왕국’의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경쟁업체가 없는 영업환경은 매출과 수익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직결된다.

    카지노업체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콤프’다. 콤프란 ‘Complimentary Service’의 약자로, 카지노 고객에게 객실 항공료 식음료 연회 차량 관광 등의 서비스를 무료 또는 할인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카지노업체들이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의지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콤프로 고민할 까닭이 없다. 경쟁업체가 없다 보니 콤프를 최소화해도 고객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강원랜드의 영업이익률은 67.8%로 국내 상장기업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국내 외국인 카지노시장 점유율 1위인 파라다이스가 같은 기간에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28%에 불과했다. 외국인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국내 업체는 물론, 마카오 필리핀 등의 업체와도 경쟁하느라 콤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외국인 카지노 13개 중 3∼4개가 콤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일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강원랜드는 게임의 승률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운신의 폭이 넓다. 수익을 높이려면 카지노업소의 승률을 정하는 게 중요한데, 승률이 높은 기계를 설치했다고 반드시 그에 비례해 수익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업소의 승률이 너무 높으면 고객이 게임을 오래 즐기지 않거나 아예 발길을 끊어 오히려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카지노업체들은 좀더 많은 고객을 좀더 오래 붙들어두기 위해 승률 낮추기 경쟁을 벌인다.

    외국 카지노업소의 승률은 대개 5∼15%. 업소의 승률이 10%라면 업소가 총수입 중 90%를 불특정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다(모든 고객이 투입한 돈의 90%를 일률적으로 돌려받는 게 아니다). 카지노업소가 밀집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위치와 시설이 좋은 업소는 승률이 12∼13%, 변두리지역 업소는 5∼8%라고 한다. 경쟁이 극심한 지역에는 승률을 마이너스로 낮추면서 호객하는 곳도 있다.

    강원랜드는 현재 10% 정도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독점구도와 수요초과 상태가 지속된다면 승률을 더 높여도 영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강원랜드 카지노는 테이블이 30대, 슬롯머신이 480대로, 업소의 손실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테이블 게임의 비중이 낮다. 이것도 파라다이스(테이블 80대, 슬롯머신 110대)와는 대조적이다. 강원랜드에서는 좌석이 모자라 테이블 게임에 참가하지 못하는 고객들까지 슬롯머신으로 몰려들어 슬롯머신의 매출도 높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독점적 지위는 폐광개발 특별법이 효력을 다하는 2005년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한승호 연구원은 “강원랜드가 독점권을 유지하려면 특별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한데, 강원도만 내국인 카지노 사업을 계속하게 하는 법안 제정은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높다”며 “그렇게 되면 2006년 이후의 수익을 추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법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확장한 강원랜드 카지노를 곧장 폐쇄하지는 않겠지만, 내국인 카지노를 추가 허용하지 않고서 강원랜드의 허가기간을 연장해줄 경우 다른 지자체들의 반발이 불보듯하다. 강원랜드가 개장 초기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을 올리자 서울 이태원, 인천 용유·무의도, 영종도 국제공항, 경기도 광주 곤지암, 부산 해운대, 경북 문경 폐광촌, 경주 보문관광단지, 충북 수안보, 제주도 메가리조트, 거제도 해양관광단지 등 전국의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카지노 유치계획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문경 주민 김모씨는 “강원도 정선군에만 특별법으로 카지노를 허용한 것은 국민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냈다가 각하됐다. 최근에는 관광호텔업계가 강원랜드와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슬롯머신 영업을 허가해주지 않으면 2002년 월드컵 참가 선수단과 국제축구연맹 관계자의 객실 예약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현재로선 제2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허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폐광개발 특별법은 1개소에 한해 카지노를 허용하므로 사실상 강원랜드만을 위한 법이다. 그 외의 지역에 카지노를 허가하려면 관광진흥법의 내국인 출입금지 조항을 개정하거나 다른 목적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또 하나의 ‘공인 도박장’을 허가하기 위해 거듭 초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강원랜드 기정선 재무관리부장은 “또 다른 특별법을 만들어 카지노를 허용하겠다면 그 대상지는 고한·사북지역보다 더 경제사정이 열악하고 접근성이 떨어져야 설득력이 있을텐데, 그런 곳이 어디에 있냐”고 반문했다.

    관광진흥법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30만명 이상 증가할 경우 외국인 카지노 2개를 새로 허가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1995년 제주 라곤다 카지노를 허가한 이래 카지노 설립을 허가한 적이 없다. 그간 늘어난 관광객 수를 감안하면 10개의 카지노가 더 설립될 수 있었지만, 도박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 정서와 정치적 부담 때문에 계속 불허해온 것. ‘관광입국’을 표방하면서도 외국인 카지노를 추가 허용하지 않았던 정부가 거센 논란을 불러올 내국인 카지노를 추가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선거 바람이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02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 2004년 총선 등 잇단 선거로 들뜬 정국에서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세수(稅收) 증대를 통한 재정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걸고 카지노 허용을 더욱 강도높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선심행정이 고개를 들 여지가 있다.

    세계 최대의 카지노산업국인 미국에서도 1970년대 중반까지 네바다주 외에는 카지노가 합법화되지 않았으나, 이후 주정부들의 재정적자가 늘면서 세원(稅源) 창출과 지역개발을 명분으로 뉴저지 사우스다코타 콜로라도 아이오와 일리노이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캘리포니아 미주리 등지로 급속하게 확대됐다.

    2005년 이후 설령 제2의 내국인 카지노가 생긴다 해도 대규모 카지노와 종합리조트 시설을 갖춘 강원랜드는 수익은 다소 줄더라도 시장에서 상당 기간 주도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영종도 제주도 등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카지노 설립허가가 논의되는 것 자체가 강원랜드 주가에 선반영될 수 있는 악재다.

    많이 벌면 많이 뜯긴다?

    카지노사업, 그것도 독점 카지노사업은 제조업과 비교하면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에 가깝다. 강원랜드가 지난 상반기에 상장기업 중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세금과 인건비 말고는 별다른 비용지출 요인이 없는 독특한 수익구조 덕분이다.

    강원랜드는 매출액 중 22%를 법인세로, 17%를 준조세 성격의 기금(관광진흥기금 10%, 폐광지역개발기금 7%)으로, 11% 정도를 인건비와 기타 비용으로 지출한다. 나머지 50%는 그대로 순이익이 된다. 법인세와 관광진흥기금은 외국인 카지노들도 같은 비율로 내기 때문에 강원랜드가 독점의 대가로 별도 부담하는 것은 폐광지역개발기금뿐이다.

    더구나 카지노는 현금장사라 유동성도 풍부하다. 강원랜드는 올해 이자수입만도 186억원에 이른다. 강원랜드의 코스닥 등록 주간사인 삼성증권은 올해 강원랜드의 영업이익률을 67%로 예상했으며,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익구조에 힘입어 내년 이후 2005년까지는 58%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교보증권 기업분석팀 김창권 연구원은 “2003년 경에는 강원랜드의 배당률이 낮게 잡아도 5∼6% 수준은 될 것이므로 매매차익은 차치하고 주식을 보유하기만 해도 은행예금보다 나은 재테크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강원랜드는 제조업체와 달리 ‘앉아서 돈 버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해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배당을 많이 하지 않으면 도덕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앉아서 떼돈 버는 공기업’은 ‘뜯어가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강원랜드의 외형이 계속 커지면 정부나 지자체가 세율을 올리거나 각종 기금 등 준조세 부담을 늘려 수익 폭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카지노 허가권을 쥔 나라들은 대부분 카지노업체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거나 여러가지 명목의 준조세를 걷고 있다.

    강원랜드의 벤치마킹 대상인 말레이시아의 독점 내국인 카지노 겐팅하이랜드 리조트는 2000년 영업이익률이 29.4%로, 올해 강원랜드 영업이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인세 외에도 매출액의 25%를 게임세로 낼 뿐 아니라 수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축구협회 배구협회 하키협회 등의 체육단체와 자선·교육·리서치기관 등에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독점이 일부 보호되는 유럽에서도 독일이 매출액의 85%, 이탈리아가 72%, 스웨덴이 60∼70%를 과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 카지노업체들은 주가도 대개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강원랜드는 현재 세전이익의 10%를 폐광지역개발기금으로 내고 있는데, 영업 6년째인 2006년부터는 20%로 인상된다. 그런데도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강원랜드가 큰 수익을 내고 있으므로 폐광기금 인상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공익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일지 몰라도 강원랜드 주주들의 ‘사익’에는 좋을 게 없는 조짐이다.

    ‘제4의 이해당사자’

    폐광개발기금의 일부가 강원랜드 주변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데 투입돼 결과적으로 강원랜드 고객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주가는 먼 훗날의 ‘마케팅 여건 개선’보다는 코앞의 ‘수익 축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모 증권사의 강원랜드 담당 애널리스트 H씨는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챙겨야 할 이해당사자가 셋이다. ‘주주’에게 배당금을 줘야 하고, ‘채권자’에게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고,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강원랜드는 이들 셋 외에도 또 하나의 이해당사자를 챙겨야 한다. 폐광지역 주민이 그들이다. 지역경제를 부양하는 게 강원랜드의 설립취지이긴 하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이유에서 강원랜드의 종합리조트 건설계획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2003년까지 7100억원을 쏟아부어 스키장 골프장 테마파크 호텔을 짓는다는데, 이는 카지노 매출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금 강원랜드를 먹여살리는 사람들은 그곳에 살다시피 하며 밤낮없이 카지노에 매달리는 진짜 ‘꾼’들이다. 그들은 리조트는커녕 주변에 변변한 식당 하나 없어도 좌석을 가득 메우고 도박에 열중한다. 가족과 리조트를 찾은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그저 재미삼아 한두 번 카지노를 즐기고 간다. 종합리조트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세원을 만들고 고용을 촉진할 수는 있어도 강원랜드의 수익을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은 못된다. 워낙 현금 수입이 많아 투자비용은 곧 회수하겠지만, 주주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투자라고 본다.”

    이에 대해 서울증권 투자분석팀 김성욱 연구원은 “카지노의 종합리조트화는 세계적 추세며, 강원랜드에서도 리조트가 카지노 매출증가로 직결되진 않겠지만 카지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무시못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론을 내놓았다.

    가령 강원랜드가 도박꾼들의 주머니를 터는 부도덕한 공기업으로 비쳐지고 카지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세율 인상, 영업시간 단축, 베팅 상한액 인하 등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원랜드 송인화 일반회계팀장도 “VIP룸 고객만 집중 관리해도 매출의 30%가 고정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그 나머지는 ‘대중화’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강원랜드의 미래를 밝게 보는 또 하나의 근거는 국내 사행산업이 이제 막 성장단계에 진입해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경마, 경륜, 카지노와 같은 사행산업은 레저산업으로 분류되는데, 2000년의 GDP 대비 레저 지출이 일본은 16.6%, 미국은 5.7%나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2.9%에 그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계소비 지출 중 오락·문화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0년간 연평균 21.4%의 속도로 증가했다. 주5일 근무제와 휴가 분산제가 정착되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의 경우 지난해 레저시장에서 사행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1.1%였는데 비해 한국과 일본은 각각 41.4%, 42.8%로 도박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국내 경마·경륜시장은 지난 7년 동안 연평균 22%의 고속성장을 거듭, 배당금을 제외한 올해 순매출액 규모가 1조9000억원(경마 1조4000억원, 경륜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올해 매출액을 4000억원으로 가정하면 경마·경륜 매출액의 21%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카지노시장 규모가 경마·경륜시장의 7.7배에 이르고, 세계적 경마대국인 일본도 ‘일본형 카지노’라 할 수 있는 파친코시장이 경마시장의 3배나 된다.

    국내 경마·경륜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던 주원인은 그간 내국인 카지노가 없어 카지노의 대체재 기능을 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강원랜드의 영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국내 카지노 시장도 머지 않아 경마·경륜시장에 육박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규모로 덩치를 키워가리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는 이미 그럴 만한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올해 강원랜드를 찾은 사람은 85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 수준인데 비해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영국 등 해외 주요 카지노산업국의 카지노 이용객은 19∼108%로 우리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런데 강원랜드 이용객 한 사람이 하룻동안 카지노에서 소비한 금액은 평균 54만2269원으로 미국(9만2836원)보다 5.8배나 많았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투기성향이 높다는 얘기다.

    서울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원랜드 이용객의 1인당 매출액은 파라다이스 고객보다 18% 정도 많았다. 파라다이스의 주고객이 일본에서도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관광객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강원랜드 고객의 충성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6월 강원랜드 고객 1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인원의 49%가 10회 이상 강원랜드를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31회 이상 방문한 사람도 27%나 됐으며, 처음 찾은 사람은 9%에 불과했다. 강원랜드 고객의 충성도와 중독성을 또 한번 입증하는 대목이다.

    슬롯머신과 달리 블랙잭, 바카라, 룰렛 같은 테이블 게임은 게임의 룰과 전략에 어느 정도 숙달돼야 즐길 수 있다. 개장을 앞두고 강원랜드는 국내에 테이블 게임에 익숙한 고객이 드물어 게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껏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객의 절반 이상이 상당한 수준의 유경험자였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 마카오 등지로 원정도박을 가서 게임 룰을 익힌 사람들로 보인다. 한국인이 해외 카지노에서 뿌리고 오는 돈은 연간 2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강원랜드로 발길을 옮길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만 사행산업의 성장세가 반드시 강원랜드에 이롭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경마, 경륜, 경정(競艇)등의 사행산업이 확대되면서 잠재적 카지노 인구를 흡수할 공산이 작지 않다는 것.

    오는 2004년 부산에선 경기도 과천과 제주에 이어 38만평 규모의 경마장이 문을 열 계획이다. 수도권의 장외 경마장은 16개나 된다. 경륜의 경우 최근 경기도 광명에 서울 잠실경륜장보다 3배나 넓은 경륜장 부지가 확정됐으며, 수도권의 장외 경륜장은 12개로 증가했다.

    또한 내년 4월에는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경정이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일본의 경정시장 규모가 13조원에 달한 것을 고려하면 내년 국내 경정시장은 5000억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강원랜드 고객의 75%는 수도권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그런 마당에 수도권에 카지노 못지 않게 투기성이 강한 사행산업이 이렇게 늘어나면 교통이 불편한 강원랜드의 흡인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행산업의 수도권 고객 쟁탈전 양상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강원랜드 투자자의 주요 체크포인트라 할 수 있다.

    모럴 해저드

    강원랜드의 최대주주인 석탄합리화사업단은 석탄산업관련 구조조정과 장기계획 수립, 폐광지역 대책사업 등을 주업무로 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강원랜드도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다. 민간기업처럼 수익 극대화를 지상(至上)의 목표로 삼지 않는 경영방침은 자칫 ‘주인없는 회사’의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성이 우선시되지 않는 낙하산 인사, 현지 주민 의무고용에 따른 서비스의 질 저하, 인력활용 및 자금관리의 비효율, 소극적인 마케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강원랜드 기정선 부장은 “민간기업이라면 신속한 투자와 향상된 서비스로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카지노업을 민간기업에 내줄 경우 허가과정에서 특혜시비가 불거지는 것은 물론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비자금 조성, 탈세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민간기업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파라다이스의 임직원은 800명인데 비해 강원랜드는 카지노 규모가 파라다이스의 두 배나 되고 호텔까지 운영하는데도 임직원이 1000명이라는 것. 카지노는 첨단 IT산업의 지원을 받지만, 주요 업무는 대부분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노동집약산업이라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인력의 배치와 운용에 신경을 많이 쓴 결과라고 한다.

    그렇지만 지난 1년간 강원랜드는 ‘모럴 해저드’에 빠졌다는 비난을 살 만큼 갖가지 비리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지역 유지의 부탁을 받고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해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경력직 사원을 공개채용하면서 유관업무 경력이 없는 무자격자를 회사 간부의 추천으로 서류전형과 면접만 거쳐 임용하거나, 승진 최저소요 연수에 미달하는 임직원들을 승진시키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40여 명을 변칙 채용하거나 특별승진시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영업실장 J씨가 카지노 종사원은 게임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VIP 게임 룸에서 사원복지기금(딜러들이 받은 봉사료에서 5%씩 떼어 적립) 중 2000여만원을 무단 인출해 직접 베팅했다가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연간 3000만원 이상의 자재를 구매할 때는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데도 35억원 대의 식자재를 수의계약으로 납품받았고, 슬롯머신 도입 후 2년 간은 납품업체가 무료로 하자를 보수하고 여유 부속품을 제공하도록 계약하고도 유상으로 부품을 구매하려다 자체 감사실의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기획조정실은 “모든 구매는 원칙적으로 경쟁입찰방식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나, 시기가 급박하거나 특수한 물품, 공급자가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물품 등의 경우에는 수의계약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슬롯머신 부품구매 의혹도 계약시 ‘하자보수’에 대해서는 명시했으나 유지·보수에 관해서는 따로 정한 바 없어 용어의 혼선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크고 작은 비리나 비리의혹이 잇따르고, 같은 회사에서 부서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임직원들이 누구의 추천으로 입사했느냐에 따라 ‘호남파’ ‘민주당파’ ‘제주도파’ ‘문광부파’ ‘산자부파’ ‘지역토호파’ 등의 파벌로 나뉘어 대립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강원랜드 사정에 정통한 정계 인사의 귀띔이다.

    칩 빼돌리기 논란

    강원랜드 비리의혹 가운데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 카지노에서 현금 대신 통용되는 칩 관리 문제다.

    한나라당 카지노비리진상조사단 김일윤 위원장은 “강원랜드는 외국의 카지노와 달리 경우에 따라 직원이 직접 칩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이용객도 칩을 카지노 밖으로 갖고 나가 인근 지역에서 현금 대신 사용하는 등 칩 관리가 너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내준 칩이 게임 테이블을 돌아다니다 고스란히 환전창구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고객이 밖으로 들고 나갈 수도 있고 직원의 손에 쥐어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칩의 중간 이동경로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 비싼 것은 1개에 500만원이나 하는 칩이 이렇게 관리된다면 카지노 영업장의 매출액도 철저하게 관리될 수 없다는 게 김위원장의 지적이다.

    강원랜드는 당일 매출액을 ‘당일 들어온 현금총액 ― 당일 환전소에서 칩과 교환되어 지급된 총액’이라는 단순한 방식으로 확정하는데, 처음과 끝만 따지는 이런 계산법은 중간에서 칩을 빼돌리거나 매출액을 조작할 여지를 만든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김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영업장에서 현금과 칩은 전산시스템과 연계되어 발행되는 전표를 근거로 실무담당자와 관리책임자가 철저히 확인한 후 이동하므로 현금과 칩이 절대 외부로 유출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시스템에서 칩을 빼돌리려면 칩스 뱅크, 안전관리팀, 시프트 매니저, 플로어 퍼슨, 핍 보스, 딜러 등 10여 명의 영업장 직원이 공모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이 영업장 밖으로 들고 나간 ‘유동칩’은 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라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갖고 나간 칩은 그것으로 음식을 사 먹든, 직원에게 팁으로 주든, 다시 카지노로 갖고 와서 게임을 하든 언젠가는 영업장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고객이 칩을 갖고 나가면 그날은 고객에게 현금이 지급되지 않았으므로 칩의 액수만큼 영업장 매출로 잡히지만, 그 칩이 다시 영업장으로 돌아와 현금화해 지급되면 그날 매출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매출 발생일자만 달라질 뿐 매출액엔 차이가 없다.”

    어느 편의 주장이 맞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만에 하나 강원랜드의 칩 유출이나 매출액 조작 가능성이 설득력있게 거론될 경우 비자금 조성 의혹, 정치자금 제공설 등 일파만파의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기업가치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 불보듯하다. 그러니 강원랜드 투자자는 이 방향으로도 안테나를 세워둬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강원랜드의 공공 지분 51%가 설령 의무보호 규정에서 벗어난다 해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본다. 이들은 액면가 5000원에 주식을 배당받았기 때문에 이미 엄청난 수익을 올렸지만, 강원랜드의 수익이 커질수록 강원랜드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공산이 크다는 것. 주가가 앞으로 얼마까지 올라갈지 예상하기 어려운 마당에 섣불리 주식을 파는 모험을 감행하기보다는 배당이나 짭짤하게 받는 게 안전하고 실속있다는 얘기다.

    51%의 지분이 꼼짝없이 묶여 있다면 강원랜드 주가는 일반 투자자들이 가진 49%의 지분이 언제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에 달린 셈이다. 지금은 기관과 외국인이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주가는 열흘도 넘게 15만원 대 안팎에서 지리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들은 주가가 좀더 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결코 소극적이진 않다. ‘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으나 누군가가 먼저 나서기를 기다리면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외국인들이 양은 적어도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11월15일까지 강원랜드 전체 지분의 1.76%를 매입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강원랜드 등록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수를 기록하는 ‘꿀벌작전’을 펴 왔다.

    강원랜드는 기업가치도 코스닥시장에서 독보적이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이 어느 수준까지는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펀드를 운용하려면 지수상승률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종목을 ‘안전장치’로 편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해보면 강원랜드는 몇차례는 랠리를 기록할 만한 우량주로 꼽을 만하다. 다만 어느 시점에 어떤 재료로 얼마나 오래 랠리와 조정을 거칠지를 예상하고 매입과 매각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정보’와 ‘내공’으로 무장한 투자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강원랜드 주식 45%는 개미 투자자들이 들고 있다. 개미들은 작은 루머도 민감하게 수용하는 결점을 갖고 있다. 정보를 중요시하되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행동에 옮기는 내공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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