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호

대한민국 최고인기 영어강사 4인방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04-11-16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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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익 ‘ 900점 찍기’도사 김대균
    • 포르노로 배우는 영어 김경선
    • 유학용 토플의 대부 박 정
    • 팬클럽 회원 3500명 이근철
    • 영어가 경쟁력인 시대를 반영하듯 ‘스타 영어강사’가 대거 등장했다. 수천 명의 수험생 ‘팬 클럽’을 갖고 있는 입시영어 강사가 있는가 하면, 영어점수에 목을 맨 직장인, 대학졸업반 학생에게 ‘구세주’ 노릇을 하는 영어강사도 있다. 대표적인 인기 영어강사 4명을 만나 영어 강의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국에 조기유학중인 고등학생 박모(16)군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서울의 한 어학원에서 ‘족집게’ 토플(TOEFL) 강의를 듣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역삼동 M학원, 압구정동 P학원 등에선 방학기간이면 미국에서 토플과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를 듣기 위해 일시 귀국한 조기유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에서 5년 넘게 공부한 유학생이 토플에 대비하기 위해 역유학을 오는 경우도 있다.

    올해 2월 중앙대를 졸업한 김성민(26)씨는 10여 개 대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에서 모두 탈락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는 영어학원 물색에 나섰다. “토익은 K강사가 최고”라는 말을 듣고 한 학원을 찾았지만 수강 경쟁이 하도 치열해 아직까지도 강의를 듣지 못하고 있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조정연(32)씨는 동료들보다 영어회화 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많다. 외국인 바이어와 대화하다 보면 힘에 부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씨는 새벽시간을 이용해 종로의 한 영어회화 학원을 1년 넘게 다니고 있다. 그는 “외국인 회화강사로부터 1 대 1 교습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영어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역과 종로에 위치한 영어학원들은 조씨처럼 새벽시간을 이용해 강의를 듣는 회사원들로 북새통이다.

    솔루션 개발하면 백신처럼 팔린다

    이처럼 취업을 앞둔 대학생, 승진을 준비하는 회사원, 토플 GRE(미국대학원입학자격시험)에서 고득점을 따기 위해 역유학을 온 유학생, 대입 영어특별전형, 외국어고 입학을 준비하는 중·고교생으로 영어학원은 늘 만원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붐을 일으킨 토익(TOEIC)·토플 등 각종 영어시험의 성적표는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영어성적표는 취업이나 승진에서는 물론 대학입시와 외국어고 입학에도 주요한 평가 자료로 쓰인다. 영어성적표가 성공을 보장하는 일종의 자격증이 된 셈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아지면서 ‘스타강사’도 대거 탄생하고 있다. 영어 솔루션을 개발하면 백신처럼 팔린다고 한다. 효과적인 공부법이나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게 만드는 ‘비법’을 갖고 있는 인기강사들의 연수입은 수억원 대에 이른다.

    수천 명의 팬 클럽을 갖고 있는 입시영어 강사도 등장했고, 미국에까지 입소문이 퍼져 유학생들을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토플 GRE 강사도 상당수 있다.

    명강사로 불리는 이들은 어떤 비법을 갖고 있기에 학생들이 이처럼 열광할까. 입시영어, 영어회화, 토익·토플 분야를 대표하는 명강사 네 명에게 일반적인 영어공부법,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는 법, 인기강사가 된 비결 등을 들어보았다.

    ▲ 토익 ‘900점 찍기’ 도사 김대균

    “시험의 유형을 익히고 자주 나오는 어휘와 표현을 숙달하면 단기간에 고득점이 가능합니다.”

    시사영어학원 본원에서 토익을 가르치는 김대균씨는 이른바 족집게 강사. 토익점수를 단기간에 올려주는 비법(秘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연세어학당과 서강대에서 토익과 토플을 강의했다. 현재는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에 토플을 연재하고 있으며, 월간 ‘타임연구’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김씨는 “강의에 뒤떨어지지 않고 따라올 수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900점 정도까지는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선 접수창구 앞에서 밤을 새울 각오를 해야 한다. 그가 하루에 가르치는 인원은 800명.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지방에서 유학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 800명의 수강인원을 모두 채우는 데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사법·행정고시·공인회계사 시험의 영어가 토익으로 대체되면 그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김씨의 강의는 ‘실전형’이다. 빠른 속도의 문제풀이로 강의가 진행된다. 강의를 듣고 토익점수 100~200점을 올렸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려대 4학년 양희동(26)씨는 취업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토익성적을 김씨의 비법강의로 해결했다. 두 달 동안 강의를 듣고 오른 점수는 150점 남짓.

    김씨는 “시험문제와 학원에서 푼 문제의 유형이 대체로 일치했다”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똑같은 경우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저서 ‘TOEIC, 답이 보인다’는 4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갔고, 최근에는 김씨의 교수법을 알아내기 위해 강의를 듣는 ‘간첩’까지 등장했다. 심지어는 그가 오전에 한 강의를 팩스로 받아 같은 내용을 오후에 강의하는 학원이 지방에 생겨났을 정도다.

    김씨는 강의를 위해 지금도 매달 토익을 본다. 지금까지 응시한 횟수가 50회가 넘고 일본에서 시험을 친 적도 있다. 외국에서 토익과 관련된 자료를 구입해 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토익을 잘 보는 것은 시험을 많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열 번 이상 시험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유리한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시험을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성적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돌아가며 출제되기 때문에 시험응시 횟수와 성적과는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다음달에 어떤 문제가 출제될 지 대강은 알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문제를 집중 분석하다 보면 예측까지 가능하다는 것. 그는 또 “청취문제를 유형별로 분석하면 잘 듣지 못한 경우에도 답을 고르는 요령이 있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가장 큰 재산

    “대학원 3학기 때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영어강사가 직업이 됐습니다. 학원강사가 되고 처음에는 타임, Vocabulary, 토플 등 어려운 강의를 맡았는데 수강생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연세어학당에서 똑똑한 학생을 가르치다가 학원에서 일반인들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강의가 어렵다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1995년 ‘전공’을 토익으로 바꾸면서 비로소 실력 있는 강사소리를 듣게 됐다. 국내 토익강의를 ‘평정’한 것은 지난 1998년. 현재까지 그에게 영어를 배운 사람이 어림잡아 5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연간 1만명 이상의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이제는 제자들이 가장 큰 재산이 됐습니다. 각계 각층에 진출한 제자들이 이런저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엄격히 말해 김씨의 강의는 토익 준비용일 뿐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단기간의 족집게 학습으로 점수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가 가르치는 내용이 언젠가는 반드시 토익에 나오기 때문이다.

    김씨는 “취업과 승진 때문에 단기간에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의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면서 “매일 영자 신문과 잡지 등을 꾸준히 읽고 영어일기를 써 기초를 단단히 하면 어떤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울 보고 수다 떨어라!”

    영어강사 김경선(36)씨는 영어회화를 잘하고 싶다면 상대가 없더라도 영어로 끊임없이 말하라고 조언한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기회를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울을 보고 혼자 마음 내키는 대로 지껄여보세요. 그날 본 영화나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 영어로 말해 보세요. 미친 사람처럼 혼자서 연극을 해도 좋고요. 어떤 주제라도, 틀린 영어라도 상관없습니다.”

    김씨는 현재 연세대학교 영문과 강사로 출강하고 있으며 KBS MBC EBS의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인기 절정의 영어회화 강사다.

    영어 대화를 일상생활과 연결, 기억에 남게 강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들 들면 날씨를 전해주면서 영어로 오존층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다. 최근 그는 구수한 입담과 뛰어난 실력으로 영어회화 분야에선 국내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김씨가 영어에 재미를 붙이고 지금과 같은 실력을 갖게 된 것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세 명의 좋은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영어선생님은 한 달 동안 발음만 가르쳐 기초를 단단하게 다질수 있게 했다. 2학년 때는 팝송과 영화를 교재로 지도하는 선생님을 만나 영어에 대한 흥미를 가질수 있었고, 3학년 때는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게 하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영어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 만난 세 분의 선생님이 제가 영어로 ‘밥벌이’를 할 수 있게 해준 거나 다름없어요. 선생님들이 가르친 순서가 가장 이상적인 영어교육의 모델입니다. 발음으로부터 시작해서 듣기·말하기로 재미를 붙이고 읽기로 깊이를 더해가는 거죠. 그런데 최근 대부분의 학교에선 이와는 반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1988년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UCI경영대학원 MBA 과정에 입학한 김씨는 경영학 석사과정 1년을 마치고 영어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전공을 언어학으로 바꿔 미국 남가주 대학에서 언어학 석·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시작한 게 영어강사다. 문화센터 강의, 기업체 영어연수, 영어교사 연수, 방송강의 등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면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뛰었다.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강의한 때도 있어요. 새벽 기업강의를 마치고 오전 시간을 이용해 아주머니 할머니를 가르치고, 점심시간엔 직장인, 오후에는 미취학 어린이, 저녁에는 중고생까지…. 군인만 빼고는 다 가르쳐봤을 거예요.”

    에로영어 게임영어

    김씨가 영어강의에 매달린 이유는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부를 왜 스트레스 받아가며 배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사람들만이라도 신나게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씨의 강의를 듣다 보면 놀랍게도(?) 영어가 재미있어진다. 공부하게 만드는 강의가 아니라 즐기게 만드는 강의를 하려는 그의 노력 덕택이다.

    그는 영어를 어떤 수단으로써 공부해선 영어 실력이 절대로 늘 수 없다고 말한다. 언어는 언어 그 자체로 접근해야 하며 취업이나 승진 등 다른 목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영어사대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꼭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영어에 목숨을 거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를 볼 수 있을 만큼만,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실무에 관한 영어 정도만 공부하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선 영어와 서구의 문화를 즐기면 돼요.”

    김씨는 최근 야심찬 프로젝트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에로영어’가 바로 그것. 핸드폰과 인터넷을 통해 강의하는 ‘e-야한영어’가 11월중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인 유명 에로배우를 섭외해 녹화가 한창 진행중이다. 강의교재 격인 대본은 김씨가 직접 썼다. 강의대상은 포르노를 좋아하는 성인들로 좋아하는 에로물을 한껏 즐기며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실생활에 유용한 표현을 에로영화의 대사 속에 삽입, 강의를 듣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영어 표현을 익히게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옷을 벗기는 장면과 “I am broke(나는 돈이 없다)”라는 표현을 연결시켜 가르치고 섹스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경우를 설정해서 전화응답 요령을 가르치는 식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언어 습득은 즐기면서 공부할 때 그 효과가 가장 큽니다. 또한 에로물이 주는 자극은 학습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습니다. 자극과 학습효과의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돼 있어요.”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에로영어 말고도 게임영어 만화영어 등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고용불안 때문에 유학을 떠나려는 학생과 직장인이 크게 늘어났다. 박정어학원은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점수 올리는 비법을 전수하는 학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1개월 강의로 30~ 50점의 점수 상승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퍼져 있을 정도. 조기유학을 떠난 학생이 방학기간을 이용해 이곳에서 토플, SAT 준비를 하고 가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박정(39) 원장이 직접 강의하는 토플 문법 강의시간.

    “답을 잘 모르겠으면 대명사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것이 정답일 가능성이 큽니다. 동사가 네 개가 있으면 접속사는 세 개가 있어야지요.”

    처음 강의를 듣는 사람은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그의 강의속도는 빠르다. 단기간에 점수를 높이기 위한 강의이다 보니 빠른 속도로 진도를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원장은 토플문제의 분석을 통해 시험에 접근하는 방법을 가히 혁명적으로 바꿨다. ‘비법 전수’ 운운하는 강의는 그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것이다.

    강의중에 ‘특정 동사가 선택지에 있으면 무조건 답’이라는 식의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문제와 문제 사이에 12초의 간격이 있을 때 4초 안에 답을 고르고 8초 동안은 다음 문제의 선택지를 읽어보라’는 등의 문제풀이 요령도 귀띔해 준다.

    박원장은 “강사들이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것과 엄청난 분량을 공부해야 따라갈 수 있는 학원의 교육방식이 단기간에 점수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그의 영어강의는 한때 영어학원계에서 이단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토플 교재에 ‘비법 전수’라는 표현을 쓰면서 답을 고르는 요령을 가르치고, 수학전문가를 동원해 GMAT(경영대학원입학자격시험)의 수리력 부분을 연구하는 등 단기간의 점수 향상을 강의의 목표로 두었기 때문이다.

    유학 간 제자만 5만 명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찍기’를 가르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박원장은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은 시간을 절약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학준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게 영어 점수를 따는 겁니다. 영어에 대한 적응은 미국에서 하는 편이 낫습니다. 한국에서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박원장은 영어강사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박사학위를 받아 유전공학 전문가가 되겠다던 그가 영어강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학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토플을 비롯한 각종 유학정보 수집에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을 보고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원장은 유학을 다녀온 사람, 준비중인 사람은 많은데 유학준비를 개인적으로 하는 탓에 유학 관련정보가 거의 없다는 데에 주목했다. 그는 “유학 관련 토털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초기에는 유학을 주제로 학원을 여는 것에 대해 염려한 사람이 많았으나 유학준비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명성을 얻었다. 설립 후 지금까지 5만여 명이 그의 도움으로 유학을 떠났다. 지금도 약 5000여 명의 학생이 이곳에서 유학을 준비한다. 창업 당시 1억원이던 연 매출액은 60억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토플 GRE GMAT 이외에도 LSAT(로스쿨입학자격시험) SAT 토익 등을 강의하고 있다.

    박원장이 인기영어 강사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그의 저서 ‘토플러스 토플(TOEFLER’S TOEFL)’이 큰몫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교재를 주로 수입해오는 일본에 역수출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토플 수험서로서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박원장에게 영어를 배운 수강생들이 박원장의 가장 큰 ‘자산’이다. 유학생들은 동창회를 결성해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박원장에게 최신 유학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 주는 정보원 노릇도 하고 있다.

    박원장은 이런 수강생들의 활동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유학생들의 귀국 후 창업을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학원 출신이 유학을 마치고 창업을 하는 경우 엔젤투자자 구실을 하겠다는 것.

    “국가대표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유학을 가는 사람들은 국가를 대표할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배운 지식이 창업으로 이어져야 사회의 이익으로 비로소 환원될 수 있습니다. 제가 사회로부터 얻은 것들을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엔젤 투자계획을 세우게 된 거지요.”

    박원장은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준다. ‘한국을 위해 유학을 떠났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최근 고향인 경기도 파주에 들어설 동시통역전문대학 설립 준비에 여념이 없다.



    EBS대학입시 프로그램 외국어영역 진행자 이근철(35)씨는 3500여 명이 가입한 팬 클럽을 갖고 있는 인기강사다.

    리모컨을 잘못 눌러 우연히 강의를 듣게 된 사람도 방송이 끝날 때까지 시청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강의로 유명하다. 수능시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그의 웹사이트(www.jake007. com)도 조횟수 25만건을 넘긴 글이 있을 정도로 수험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씨가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수원이 고향인 그는 유적지를 찾은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코쟁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어 알파벳도 모르던 그가 아버지가 적어준 ‘하우 두 유두’를 외국인에게 건넨 게 첫번째 영어 대화.

    “민속촌에서 외국인에게 동전을 건네주고 편지 쓸 주소를 받아왔던 일, 전철에서 외국인을 보면 놓치지 않고 말을 붙였던 일이 떠오릅니다. 영어는 이처럼 자연스러운 흥미와 관심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영화와 팝송을 좋아하던 그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AFKN 방송이었다. 영화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사전을 찾고 팝송가사를 받아 적어 외우는 것보다 재미있는 일은 없었다.

    문화로부터 시작해야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중이던 1990년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방학특강을 시작한 게 영어강사로서의 첫번째 강의. 수백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좋아하는 영어를 남들에게 가르친다는 생각에 즐겁게 강의할 수 있었다. 대학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영어강사 일을 시작해 이제는 천직이 됐다.

    이씨가 진행하는 강의의 특징은 학생들이 영어를 좋아하게 만든다는 것. 팬 클럽에 가입한 학생 중에는 “선생님 덕택에 영어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학생이 매우 많다.

    그가 학생들로부터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도 “시험점수 몇 점이 올랐어요”보다는 “선생님 때문에 재미있게 공부하게 됐어요”라는 말이다. 미국에서 만난 한 제자가 “선생님 강의 덕택에 영문과에 진학할 것을 결심했고 결국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을 때는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언어 공부는 자신이 영어를 배운 방법처럼 문화를 배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를 좋아해야 합니다. 저는 ‘영어공부’라는 말을 가장 싫어해요. 언어를 공부한다는 건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문화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영화 음악을 즐기면서 저절로 익히는 게 가장 좋습니다. 토플 참고서 GRE 참고서는 1주일이면 다 볼 수 있어요. 책에 실린 단어를 다 외운다고 해서 영어가 쉽게 될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씨의 가장 큰 바람은 춤과 노래, 강의가 어우러진 그럴싸한 영어콘서트를 여는 것. 콘서트에 써먹을 요량으로 트럼펫과 색소폰도 배우기 시작했다.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시험 삼아 미니콘서트를 연 적이 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수만 명의 학생을 모아놓고 영어를 가르치는 콘서트를 열고 싶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발음을 연구하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영어로 대화하는 그런 콘서트 말입니다. 영어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놀면서 배운 영어가 책상물림으로 익힌 것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즐기세요! Let’s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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