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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한국인 주류는 바이칼호에서 온 북방계 아시안”

유전자로 밝혀보는 한민족의 뿌리

  • 이홍규·서울대 의대 교수·내과

“한국인 주류는 바이칼호에서 온 북방계 아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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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링거가 지적한 것처럼 어떤 한 지역에서 인류가 나타나 다른 지역으로 그 일부가 이주하게 되는 경우(노아의 방주 모델), 인류의 원(原) 발생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는 이주하여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가령 일본 오사카에 이주하여 사는 우리 동포나 연변지역에 사는 우리 동포의 유전적 변이는 그 중심지인 서울의 유전적 다양성에 훨씬 못미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한민족의 특성’을 기준으로 한 비유적인 의미에서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내기 위해 mtDNA를 분석하는 일은, 우리들의 어머니 유전자가 다른 사람들의 mtDNA와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보는 친자감별법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이런 식으로 보면 mtDNA의 변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서 가장 다양하게 나타났고, 분자시계 개념으로 계산할 때 가장 오래된 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이 mtDNA를 가진 여성이 우선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계 각처 사람들의 mtDNA 분석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또 분자인류학적 연구 수단으로 많은 연구를 해오고 있다. 지금 각 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하플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자세한 것은 미국 에모리대의 더글러스 월레스가 운영하는 Mitomap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으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것은 성(性)염색체다. 이른바 Y염색체가 있으면 (XY) 남자가 되고, 그것이 없으면(XX) 여자가 된다. Y염색체에 있는 어떤 특성, 즉 어떤 유전 요소는 민족에 따라 크게 다르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 요소는 유전인자가 아니다. 어떤 형질을 나타내는 것, 즉 표현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씨처럼 그냥 따라다니는 DNA 염기서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실제 인체 게놈에는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유전자에 기생하는 이기적 유전자(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이 요소를 포함한 여러 유전자의 변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남자의 원형은 약 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것으로 결론이 났다. mtDNA 분석 결과와 시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으나, 분자시계법으로 얻은 수치의 오차는 상당히 커서 수만년의 차이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연구는 단국대 김욱 교수의 업적을 위시하여 일본 학자들에 의해 많이 이루어졌다.

는 최근 에모리대의 월레스와 스탠퍼드대의 피터 언더힐 및 루카 카발리 스포르차의 자료들을 종합해 ‘뉴욕타임스’의 스티브 듀에네즈 기자가 그린 인류의 이동도다. 단 바이칼호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화살 그림은 필자의 이론에 근거해 수정한 것이다.

“한국인 주류는 바이칼호에서 온 북방계 아시안”

그림 1 인류의 이동도



한민족의 뿌리는?

아프리카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에서 현 인류의 조상이 나왔고, 이들이 세계 각처로 이동하였다면, 한민족의 뿌리는 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최근 유전학자들은 ‘인종’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유전학적으로 너무나 비슷해 ‘문화적인 차이’는 인정되지만, 유전학적 차이로는 사람들을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령 유럽인과 동양인의 Y염색체의 기본은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을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해석한다면, 한민족은 우리말과 글을 공통의 문화요소로 사용하며 한반도에 집중되어 사는 사람들을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민족의 뿌리찾기란 결국 지금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한반도에 정착하게 되었으며, 그 유전자 풀은 어떤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의학적으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악성빈혈이나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골수이식을 할 때 이 정보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나온 우리의 선조가 택한 경로는 대체로 두 갈래로 추정된다. 하나는 과거 인류학에서 ‘버마 경로’라고 부르던 것으로 인도양과 아시아의 해안을 따라 동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 인류와 같이 두뇌가 발달한 집단이라면 쉽게 사람들이 살지 않는 땅으로 이동해 정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중국 땅에 현 인류가 정착한 것을 6만∼7만년 전의 일로 보고 있으니까, 아프리카에서 갈라져 나온 인류는 수천년 내에 중국대륙까지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남아메리카의 남쪽 끝, 즉 칠레의 팔리아이케 동굴에 도달하기까지 약 1000년이 걸렸으니까 비슷한 정도로 팽창하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필자는 이들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현 중국인들의 유전자 풀에 어느 정도로 기여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다. 유럽의 예를 보면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인도네시아의 경우를 보면 또 의심스럽기도 하다.

어떻든 필자는 중국에 도달한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한반도와 일본에도 정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부근이 당시에는 육지로 연결되어 있어서 중국과 한반도를 분리할 이유가 없고, 사람 살 만한 곳에 사람이 없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에모리대의 월레스는 이 그룹의 일부가 미 대륙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에서 3만5000년 전 아메리카로 건너간 B그룹을 가리키고 있다. 아마도 해안을 따라 북상하던 그룹이 빙하기에 얼음으로 연결된 베링해를 지나 아메리카로 건너갔을 것이다.

또 하나의 경로는 히말라야 산맥 북쪽을 택하여 실크로드를 거치거나 시베리아를 거쳐 내려오는 것이다. 의 클러스트 6, 9를 가리킨다. 지금 사람이 다니는 길을 6만∼7만년 전이라고 못 다녔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필자는 당시에는 못 다녔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빙하기가 끝난 1만3000여 년 전부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유전자 풀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아메리카 인디언은 한뿌리

유전자 풀이란 한 종류의 생물집단이 가진 유전자의 다양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령 혈액형(A, B, AB, O)에 따른 사람들의 분포는 각각 A형이란 유전자와 B형이란 유전자가 얼마나 그 집단에 있냐에 따라, 즉 A와 B 혈액형 유전자 풀에 의하여 결정된다. 실제로는 혈액형을 따지는 것이나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즉 DNA의 변이를 따지는 것이 훨씬 자세하게 그 실상을 알게 해준다. 서론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중국 북부인과 남부인 사이에는 이러한 혈액형의 차이가 크다.

유전자 풀의 분석을 통하여 세계 각지 사람들의 이동을 오랫동안 조사해온 사람이 루카 카발리-스포르차 교수다. 그는 각 지역의 농경문화가 이동하는 것과 유전자 풀의 변화를 연계시켜 사람들의 이동이 농사기법의 전파와 함께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1988년에는 미국 과학원회보에 사람들이 쓰는 언어의 차이가 유전자 풀의 차이와 가까움을 통합해 전세계인을 분류하였다.

이것을 변경한 1995년판 ‘세계인 분류도’를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 티베트인, 몽골인들은 에스키모,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유전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한묶음이 된다. 또 중국 남부인들은 캄보디아인, 태국인, 인도네시아인, 필리핀인들과 함께 묶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남부 중국인과 북부 중국인·한국인은 다른 갈래에서 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의문의 하나는 ‘북부 아시아인들은 언제 남부 아시아인들과 나뉘었을까’ 하는 점이다. 1986년 호라이와 마쓰나가가 보고한 일본인의 mtDNA 유전형 분포 패턴을 보면 일본인 중에 두개의 커다란 mtDNA 클러스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약 20%와 80%를 차지하는 이 두 그룹은 분자시계로 보아 약 12만년 전에 분지(分枝)된 것으로 보고된다.

이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남북 아시아인들은 12만년 전에 분지되었다가 다시 만난 한핏줄의 사람들인 것이다. 김욱 교수의 Y염색체를 이용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 30%는 남부 아시아인의 유전형을 보인다고 하니까,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인구집단 중 20∼30%는 남부 아시아인이 조상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남·북부 아시안은 언제 갈라졌나

즉 한민족의 뿌리는 두 갈래다. 그리고 그 주류는 인구 숫자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방 아시아인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간 많은 고고학적 연구나 문화인류학적 연구 결과와 합치한다.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보면 인디언들의 중심 그룹이 동북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한 때를 1만4000년 전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이 현 아메리카 인디언의 선조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시점이므로, 빙하가 녹으면서 동북아시아에 살던 사람들이 아메리카로 이동했다는 것도 상식처럼 되어 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그전까지는 이동할 수 없었다는 뜻이 된다. 즉 빙하가 녹으면서 사람이 이동할 수 없는 장벽이 제거된 셈이다. 실제로 중국 북부에서 7000∼8000년 전으로 측정되는 최초의 신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되고, 일본 아이누인들의 정착도 8000∼1만년 전의 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략 빙하가 녹은 이후 인구의 이동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미국 우주선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중국 동부지역은 저지대를 이루고 서북부는 퇴적물이 쌓인 고지대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진들과 마지막 빙하기에 있었던 아시아 지역의 빙하 위치와 주요 산맥들, 그리고 빙하가 녹으면서 만든 퇴적층의 분포를 보면,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지질학적으로 상당히 최근의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북부 중국에 1만1000년 전쯤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석기 유적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1만1000년 전에 역시 빙하가 녹으면서 장벽이 제거되어 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왔음을 의미한다.

필자는 히말라야산맥에서부터 몽골 지역과 시베리아를 잇는 광대한 지역이 마지막 빙하기에는 빙하로 덮혀 있었거나 광대한 동토(凍土)여서 사람들이 이동할 수 없는 장벽을 만들고 있었다고 본다.

실제로 앨러스테어 도슨이 쓴 ‘빙하기 지구(Ice Age Earth)’를 보면 이 시기의 시베리아는 동토로 사람이 살 수 없었고, 히말라야산맥으로부터 이어지는 산맥이 얼음으로 뒤덮히거나 좀 낮은 지역은 빙하-동토대로 이루어져 사람의 이동이 불가능했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남부 아시아인들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기원해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금의 실크로드 경로를 택해 동으로 이동해 왔다면, 아마도 북부아시아인들은 그 북부에서 살다가 몽골루트를 거쳐 남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최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mtDNA의 분석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필자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인도네시아 아이크만연구소의 헤라위티수도요 교수의 말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인들 대부분은 7000년 전 대만에 도착한 후 남으로 내려가 정착한 신석기시대인들이며, 구석기시대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과 같은 그룹의 사람들은 거의 멸종했다고 한다.

이것은 남부 아시안들이 비교적 최근인 신석기시대에 중국대륙을 거쳐 남부로 이동하였음을 의미하며, 중국 남부인들도 중국 서부로부터 이동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즉 미얀마 통로가 아니라 지금의 실크로드를 따르는 경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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