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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월드컵 올가이드/핵심 관전포인트 6

프랑스 불패신화냐 이탈리아 어부지리냐

  • 육성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프랑스 불패신화냐 이탈리아 어부지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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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에서는 모두 64경기가 벌어진다. 조별예선과 16강 토너먼트(3·4위전 포함)가 각각 32경기씩 열린다. 어느 경기나 관심을 끌겠지만, ‘별 중의 별’은 역시 6월7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F조 예선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전이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우를 보면 축구가 ‘축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양국 국민은 맞대결을 펼칠 때마다 1982년 발발한 포클랜드전쟁을 떠올린다. 그래서 승패가 가려지면 마치 전쟁이 끝난 것처럼 반응한다. 이것이 바로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축구전쟁을 벌이고, 한국과 일본의 축구시합이 폭발력을 갖는 원리다.

포클랜드전쟁은 잉글랜드의 ‘절반의 승리’로 끝났다.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의 항복을 받아냈지만, 포클랜드의 소유권을 차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 치러진 4차례의 축구전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2승2무를 기록했다. 특히 월드컵에서는 1986년과 1998년 두 번 맞붙어 아르헨티나가 모두 이겼다.

잉글랜드로서는 설욕전을 맞이한 셈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아르헨티나가 다소 앞선다는 게 축구전문가들의 평가다. 잉글랜드는 화려한 플레이에 비해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반면, 아르헨티나는 속이 꽉 들어찬 알짜배기 팀이라는 분석.

‘조국이냐 명예냐.’ 이번 월드컵에서는 적국의 사령탑으로 모국과 싸워야 하는 감독들이 많다. 잉글랜드 최초의 외국인 감독 고란 에릭슨이 대표적인 경우. 잉글랜드는 첫 경기에서 16강진출의 분수령이 될 스웨덴과 만나는데, 에릭슨 감독의 모국이 바로 스웨덴이다.



세계 최강 프랑스와 개막전을 치를 세네갈도 프랑스 출신 브루노 메추 감독이 이끌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90여 년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세네갈로서는 축구에 ‘독립전쟁’의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지만, 워낙 전력 차이가 커서 90이탈리아월드컵 당시의 카메룬 돌풍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독일에서 태어난 빈프리트 셰퍼 감독이 이끄는 카메룬도 독일과 예선에서 맞붙는다. 예전 같으면 카메룬이 독일을 넘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독일의 전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카메룬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래저래 카메룬은 아프리카팀 가운데 16강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팀이다.

‘16강 청부업자’로 불리는 중국의 밀루티노비치 감독도 ‘친정팀’을 상대로 1승을 노린다. 밀루티노비치는 멕시코(86년), 코스타리카(90년), 미국(94년), 나이지리아(98년)를 모두 16강에 올려놓은 명장. 중국은 C조에서 코스타리카를 잡아야만 16강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코스타리카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포인트 5 4-4-2와 3-5-2의 대결

역대 월드컵을 통해 세계축구의 흐름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비보다 공격’ ‘투지보다 기술’ ‘체력보다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로2000과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타난 세계축구의 신조류 역시 ‘속도의 급상승, 기술의 정밀화’로 압축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포메이션에서 앞서간 나라는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다. 1970년대 네덜란드 축구의 전성기에는 요한 크루이프라는 빼어난 플레이메이커가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수의 구분을 없애버린 이른바 ‘토털축구’다. 네덜란드는 10명 전원이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전술로 두 차례나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네덜란드의 ‘토털축구’는 이후 세계축구의 방향을 결정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도 네덜란드 축구는 빛났다. 우선 공간 활용도와 다양한 공격루트에서 다른 팀을 압도했고, 미드필드 운영도 돋보였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이번 월드컵에 나오지 못한다. 무엇보다 최상의 멤버로 예선전을 치르지 못한 것이 예선탈락의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네덜란드가 없는 가운데 열리는 2002월드컵에서는 어떤 포메이션이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할 것인가.

1994년 미국월드컵 이후 선진축구의 포메이션은 4-4-2가 주류다. 1994년에는 브라질이, 1998년에는 프랑스가 4-4-2로 세계 정상에 섰다. 물론 두 팀이 쓰는 4-4-2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윙백의 공격가담과 공간을 활용하는 스타일은 닮았다. 두 팀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4-4-2로 우승에 도전한다. 이밖에도 스페인 포르투갈 잉글랜드 스웨덴 등이 4-4-2 포메이션으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축구도박사들이 우승후보 1순위로 꼽은 아르헨티나는 3-5-2 포메이션을 쓴다. 아르헨티나의 3-5-2는 과거 독일 등에서 썼던 3-5-2와 다르다. 다분히 공격 중심이며 미드필드를 두텁게 운영하는 것이 특징. 이것은 선수 개인의 능력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때 가능한 포메이션으로 새삼 아르헨티나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선진축구에서는 상대에 따라 포메이션을 적절하게 바꾸는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실례로 프랑스는 4-4-2와 4-5-1, 포르투갈은 4-4-2와 4-3-3, 터키는 3-6-1과 3-5-2를 섞어 쓴다. 이것은 특정 포메이션에 집착할 경우 ‘창의적인 축구’가 어렵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새로운 포메이션이 나타날 것이고, 그것이 향후 세계축구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포인트 6 한·일전 3라운드

한국과 일본은 2002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서 세 가지 종목에서 자웅을 겨룬다. 우선 축구대결이 최대 관심사. 양국은 98프랑스월드컵에서 한 차례 간접대결을 벌였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성적으로는 1무2패의 한국이 3패를 당한 일본에 우위를 보였지만, 경기내용에서는 일본이 앞섰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2002월드컵 전망은 대조적이다. 일본이 내심 조 1위까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반면, 한국에서는 16강진출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 조에는 포르투갈이라는 절대강자가, 일본 조에는 튀니지라는 약팀이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세네갈에 0대2로 패한 일본이 세네갈보다 강한 튀니지를 잡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다음 문제는 누가 더 안전하게 월드컵을 치르냐다. 이 점에서 한국은 미국이 부담이고 일본은 잉글랜드가 화근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다. 다행스럽게 미국과 회교국가(이란)의 정면대결은 피했지만, 미국이 경기를 갖는 수원 대구 대전 등은 테러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98프랑스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잉글랜드 훌리건과 독일의 우익계 청년이 유난히 많다. 이번 월드컵의 경우 두 팀은 공교롭게도 일본에서 조별예선을 치른다. 특히 잉글랜드는 경기마다 살얼음판이어서 결과에 따라 훌리건의 난동이 예상된다. 한편 독일은 예선을 통과할 경우 한국에서 16강 토너먼트를 하게 돼 있어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마지막으로 한·일간의 흥행대결이 관심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반전은 한국, 후반전은 일본이 유리하다. 우선 한국은 이번 월드컵의 최대어로 꼽히는 중국을 낚았다. 더구나 중국의 경기가 서귀포, 광주, 서울 등으로 잡혀 있어 관광특수도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죽음의 조’인 F조 경기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 것이다.

16강이 끝나면 상황은 역전된다. A, C조 1위가 유력한 프랑스와 브라질이 일본으로 건너가면,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은 일본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망의 2002월드컵 결승전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다. 일본이 한국에 개막전과 FIFA 총회를 내주면서도 끝까지 결승전을 고집한 ‘속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신동아 200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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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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