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우리군 名부대 탐방 3ㅣ공군 제30 방공관제단

하늘의 감시자 보라매의 눈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하늘의 감시자 보라매의 눈

2/3
최근에 30단의 역할이 돋보였던 작전이 1996년 5월23일의 북한군 조종사 이철수 소령의 귀순이었다. 그날 오전 10시43분, 30방공관제단 MCRC에 북으로부터 남쪽으로 고속 남하하는 이상 비행 항적이 포착됐다. 당시 MCRC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기영 중사(당시 28세, 현 준위)는 북한 온천비행장으로부터 남쪽 15마일 공역에서 최초 포착된 이상항적을 그 출발지에서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의 항적이 옹진반도 쪽 상공으로 직진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통상적인 북한 공군의 훈련이 아님을 직감, 보고 조치했다.

이기영 준위는 “북한의 경제난 등으로 귀순기 포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항적이 나타나 살펴보니 갑자기 고도를 낮추며 남쪽으로 돌진, 귀순기임을 직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MCRC에서는 즉각 중부전선에서 초계 비행중이던 F-16기 편대에 요격임무를 부여했고, 이어 수원기지의 F-5E기 편대 및 F-4E기 편대를 차례로 비상출격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상항적은 계속 고속으로 남하, 오전 10시49분께는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해 남쪽으로 진입했다. 50분경 출동한 F-16기 편대가 레이더를 통해 남하하는 비행기가 미그기임을 확인했다. 53분쯤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만큼 이상항적에 접근했다.

F-16기가 미그기에 접근하자 미그기는 랜딩기어(착륙바퀴)를 내린 뒤 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귀순하겠다는 의사표시였다. MCRC는 F-16기에 미그기를 중부기지로 유도할 것을 지시하고, 비상출격한 F-5E기는 이들을 엄호했다. 또한 F-4E기는 강화도 남단 상공에서 북쪽 길목을 차단, 북한의 추격에 대비했다. 이처럼 후속조치들이 일사불란하게 펼쳐지는 사이 미그기는 중부기지에 안착했다. 최초 포착 후 26분이 지난 11시9분이었다. 이날의 작전은 공군의 방공관제 작전의 중요성을 만방에 알린 쾌거로 남아있다.



일선 관제부대에서 주관제는 장교가 담당하며 부사관과 병사가 팀을 이룬다. 한시도 틈을 줄 수 없는 업무 특성상 4개의 근무조가 24시간 교대 근무를 실시한다.

레이더 콘솔 내에 항적이 나타나면 60초 이내에 피아를 식별해야 하는데, 2급 이상의 기량을 가진 장병들은 10초 이내에 이를 판독할 수 있다. 또한 자동화 방공관제 체제 도입 이후에는 이 시간이 8초 이내로 단축돼 신속하면서도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방공관제임무 수행이 가능해졌다. 방공관제업무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을 만나기 위해 취재진은 해발 1100m의 ○○산 정상에 자리잡은 공군 제8145부대를 방문했다. 기자가 도착한 날은 바람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는데 부대장 한진국 중령은 “어제까지만 해도 체감기온이 영하 22℃까지 떨어졌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다”며 기자 일행을 반겼다. 산 아래 마을과 달리 부대가 있는 정상에는 사방이 눈천지였다. 한중령은 “한겨울 눈이 많이 올 때는 사람 키 높이 만큼 눈이 쌓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 관제부대 작전실을 찾았다. 입구에는 ‘부릅뜬 그 눈빛에 오천만은 안도한다’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새삼 긴박감이 들었다. 사람의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어두컴컴한 작전실, 북부지역의 하늘을 나는 모든 항적을 추적·표시하는 여러 개의 레이더스코프에 이동중인 항공기의 항적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레이더스코프에는 현재 한반도 상공을 날고 있는 모든 비행기들의 움직임이 나타나 있었다. 이상항적을 찾아내기 위해 스코프를 주시하는 통제사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작전실은 한시도 비워둘 수 없는 이 부대의 핵심 중의 핵심. 따라서 4개 조가 24시간 쉬지 않고 작전실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통제사들의 맞은편 벽에는 벽 전체를 가리는 투명한 상황판(플라팅보드)이 있었고, 그 뒤에는 전시수라 불리는 관제병들이 부지런히 뭔가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보통 관제는 자동과 수동으로 나눌 수 있다. 자동관제시스템의 작동이 안될 경우에 대비해 관제부대에서는 통제사들이 직접 수동관제를 실시해 비상시에 대비한다. 수동관제체제일 경우, 통제사는 스코프에 나타난 항적을 포착해 10초 내에 피아식별을 한다. 피아식별이 끝나면 그 좌표를 전시수에게 불러주는데 작전실 전방 프리팅보드 뒤에 있는 병사들이 직접 항적의 움직임을 그려 관제를 실시한다. 그러니까 투명판 뒤에서 뭔가를 쓰고 지우는 병사들은 바로 수동관제에 대비해 한시도 쉬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관제병들인 것이다.

작전실의 각종 첨단기기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상황판 뒤 병사가 능숙한 솜씨로 ‘신동아 기자 일행을 환영한다’는 글자를 써보였다. 그런데 전시수들은 상황판 뒤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앞쪽에서 글자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거꾸로 글자를 써야 한다. 따라서 신병이 배치되면 그들은 능숙한 관제병이 되기 위해 수주간 글자를 거꾸로 쓰는 연습을 한다.

일상적으로 글자를 거꾸로 쓰다보니 전시수들 가운데는 제대할 무렵이면 제대로 쓰는 것보다 거꾸로 쓰는 것이 더 빠른 병사들도 있다고 한다. 애인에게 거꾸로 쓴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황판에 좌표화하는 동시에 레이더상의 항적은 MCRC로도 송신되기 시작했다. 만약 일선에서 이상항적을 잡아내 이를 MCRC로 송신할 경우 10여 초 뒤면 MCRC의 통제사들은 이상항적을 식별하고, 즉시 근처에 초계비행중인 전투기를 찾아 이를 요격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작전실을 나와 찾아간 곳은 정비실. 이곳에는 초대형 레이더가 1년 내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기계가 작동하는 공장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곳 레이더에서 포착된 정보가 작전실 레이더스코프에 점과 좌표로 기록된다. 작전실과 마찬가지로 레이더의 이상유무를 파악하고 점검하는 정비병들이 1일 4교대로 쉬지 않고 근무하고 있었다.

“만약 이곳 레이더가 멈추면 어떻게되냐”고 묻자 한진국 중령은 “그럴 경우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우리 부대 인근에도 관제부대가 있는데 서로 겹쳐가면서 관제업무를 하기 때문에 설령 한 곳이 멈춰도 관제망에 구멍이 뚫리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말했다.

공군 제8145부대는 1966년 5월에 창설되어 1967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지방관제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8145부대의 주요임무는 중부 내륙지역의 영공방위를 위한 레이더 포착자료를 송신하고, 원격 공지통신을 지원하며 그와 관련된 장비를 정비·관리하는 것이다. 공중에 떠있는 물체를 레이더를 통해 감지하여 이 정보를 상위부대로 이상 없이 전송하는 것이 바로 부대의 주요임무인 것이다. 이를 위한 시스템들은 사람의 조작을 거치지 않고도 레이더 포착자료를 자동으로 MCRC로 전송하도록 세팅돼 있다.

8145부대는 지난해 12월 레이더 무중단 5주년 기록을 세웠다. 5년이라 하면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첨단 장비인 까닭에 레이더 장비는 미세한 오차로도 중단될 수 있다. 그런 민감한 장비를 5년간 한번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장병들이 얼마나 사명감을 갖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해발 1100m ○○산 정상에 자리잡은 부대인 까닭에 부대원들의 가장 큰 적은 어쩌면 자연환경일 수도 있다.

우선 여름에는 매우 다습한 기후, 빈번한 뇌우(雷雨), 그리고 집중호우가 문제다. 1년의 절반 가량은 구름에 둘러싸여 지내는 이곳 부대의 특성상 습기에 민감한 전자장비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기계가 있는 정비실과 작전실에서는 여름에도 난방을 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고지대인 까닭에 뇌우가 산의 아래쪽에서부터 부대를 향해 올려치는 이색 광경도 볼 수 있다. 그만큼 뇌우와 부대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부대 주변에 뇌우띠가 형성됐다는 기상예보가 접수되면 각종 전자장비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대에 비상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집중호우다. 장교와 부사관 등 영외자들이 거주하는 관사와 부대까지의 거리가 거의 15㎞에 이르는데 이 산길이 비포장상태여서 집중호우 때 쉽게 길이 쓸려나가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전 부대원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도로복구에 나서야 한다. 도로를 복구해야만 정상적으로 부대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목록 닫기

하늘의 감시자 보라매의 눈

댓글 창 닫기

2019/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