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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학벌이냐, 실력이냐

名門은 있되, 패거리는 없다

외국의 학벌문화

  • 홍훈 < 연세대 교수(경제학·학벌없는사회 대표) > hoonhong@base.yonsei.ac.kr

名門은 있되, 패거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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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유명교수가 무명대학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무명대학이 유명해진다면, 한국에서는 유명교수가 무명대학으로 옮기면 유명교수의 이름이 사라질 뿐이다. 이것은 미국에서 교수나 학생이 학교를 옮겨다니는 일이 자연스러운데 비해 한국에서는 이례적이라는 사실과 직결되어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어떤 유명대학이 아무런 전통이 없었던 전공을 신설하는 경우, 그 전공은 대학의 명망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그래서 그때까지 권위를 누려온 다른 중위권 대학을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낮은 순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교수나 학생들의 노력은 열매를 맺기가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학입학은 일생을 통해 거쳐야 할 여러 경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입시경쟁은 이후의 모든 경쟁을 배제하고 안정된 특권을 얻기 위한 단 한 번의 필사적인 싸움이다. 따라서 경쟁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람들도 시야를 조금 넓힌다면 이 땅의 학벌문제를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상위권 대학이 모든 전공에서 동일한 서열을 지키고 있다. 철학에서 1위이면, 공학이나 음악 미술에서도 1위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고착화된 서열은 학생들의 입학점수로 결정된다. 아마도 미국 대학생들이 우리처럼 수능성적에 따라 획일화된 등급이나 등수를 강요받는다면 이를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다. 더구나 한번 정해진 순위가 사회에 진출한 후 권력과 돈 그리고 신분상의 차이를 가져온다면 기가 막혀 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하위권 대학 학생들이 편입시험을 통해 대학을 옮기는 경우 대부분 동일 전공을 선택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가령 하위권 대학에서 이미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이 상위권 대학의 경영학과로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학력세탁’이다. 이런 학생들은 상위권 대학의 학생이 4년 동안에 끝내는 과정을 6년에 걸쳐 이수하는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이런 일을 상상할 수 없다. 이것은 일류대학에서 평량 평균 2.0을 받은 학생이 하위권 대학에서 4.0을 받은 학생보다 높게 평가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경쟁은 제한되어 있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수들의 학문적 경쟁, 학생들의 재학중 노력을 모두 수능점수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렇게 결정된 대학서열이 노동시장에서의 경쟁마저 삼켜버린 기형적인 모습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학입시가 마치 진정한 의미의 경쟁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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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훈 < 연세대 교수(경제학·학벌없는사회 대표) > hoonhong@ba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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