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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의 書海유람

과학자들이 쓴 베스트셀러

  • 표정훈 < 출판칼럼니스트 >

과학자들이 쓴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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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 위한 연결 고리를 이 책에서 찾아본다.

“달의 높이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단 하나의 축조물만 보인다고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다. 사실 여부를 백퍼센트 단언할 수는 없지만…(후략).”

저자가 ‘백퍼센트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이 정말 다행이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동아시아)에 따르면, 달에 훨씬 못 미치는 거리에서도 지구상의 인공건축물들은 우주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달에서 만리장성이 보인다는 최초 발언자 미상의 근거 없는 이야기는,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인용되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2002년 2월 현재 주요 서점의 과학 교양서 분야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경기과학고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 박사, 예일대에서 응용물리학 및 신경정신과 박사후 연구원, 현재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 교수. 1972년생인 저자의 이런 이력이 젊은 세대에게나 부모들에게나 긍정적인 역할 모델로 어필할 수 있다는 점도 책에 대한 도서시장의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과학자와 글쓰기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는 데에 있다.



정재승의 자기 소개에 따르면 경기과학고 시절 영화·음악·문학·철학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방인’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그 시절 자신의 우상은 카뮈와 사르트르였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도 영화 동아리, 음악 감상부, 철학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었다. 과학 분야의 학문적 성취와 인문, 예술에 걸친 폭넓은 교양 함양에 두루 성공한 드문 경우라 하겠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갈릴레이, 뉴턴, 다윈, 슈뢰딩거, 제임스 슨, 스티븐 호킹, 이들의 공통점은? 물론 모두 유명한 과학자들이다. 그밖에도 이들은 모두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는 성공적인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임을 보여준다.

사회생물학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은 교수가 된 다음에도 개인 교사로부터 글쓰기 훈련을 받았다. 자신의 학문적 입장을 가능한 한 많은 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 훈련의 성과일까? 윌슨은 저술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왔다. 그런 윌슨의 하버드대학 제자인 최재천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과학 저술가로서의 성공도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영미권에서는 과학 저술(Science writing)과 과학 작가(Science writer)가 전문화되어 있다. 대부분 실제의 과학 연구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일반 독자들에게 (최신) 과학 내용을 풀어서 전달하는 솜씨, 그러니까 글솜씨와 이야기 구성력이 뛰어나다.

이들은 프리랜서 전업 작가로서는 물론 신문 잡지 방송 등 매체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출판 편집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는 전국적인 과학 저술가 단체가 결성되어 있으며, 특히 미국에는 비영리 단체인 과학저술진흥회(Council for the Advan cement of Science Writing)도 구성되어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 이공계 지원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를 단지 대입제도 차원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은 단견이다. 물론 기초과학 육성 정책이나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처우 등 정책적, 사회적인 차원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과학을 어렵고 힘들기만 한 것으로 인식하게 된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읽을 만한(readable) 글을 쓸 줄 모르는 과학자, 한 시대의 사회·문화와 호흡을 함께 할 줄 모르는 과학자, 이런 과학자들만을 양산해온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이 아닐까 한다.

이런 측면에서 1996년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칼 세이건, 그리고 그의 에세이를 모은 유고작(Billions and Billions)을 번역한 ‘에필로그’(김한영 옮김, 사이언스북스)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에필로그에서 칼 세이건은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무려 여섯 차례나 죽음과 대면해야 했던 2년에 걸친 투병 생활을 차분하게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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