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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ㅣ 정년퇴직 외교관 3인의 회고담

IMF때 고속전철과 외규장각도서 반환 연계했어야

  • 권인혁 < 전 주프랑스 대사 >

IMF때 고속전철과 외규장각도서 반환 연계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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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신임장 제정 날짜가 되었다. 신임장을 접수한 시라크 대통령은 접견실 한편의 응접실로 나를 초대하여 환담을 시작하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배석한 외교비서관이 건네준 메모지를 보며 세 가지 사항을 이야기했다. 먼저 한·불 우호 친선관계에 만족한다는 것과 외규장각 도서문제와 관련해서 한·불 양국이 전문가를 각각 한 명씩 선발하여 협상하자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종필 총리의 방불을 환영하는데 시간이 없어 못만나게 되어 섭섭하다는 것이었다.

시라크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4월 런던 아셈 정상회의에서 각하께서 김대중 대통령을 월드컵대회에 초청한 바 있었는데(사실확인 없이 임기응변으로 말한 것임) 취임초기 산적한 국내업무로 인해서 해외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대신 총리를 파견하는데 만날 수 없다면 유감입니다. 그러나 프랑스가 결승전에 올라있으니 만약 바쁘시다면 경기장에서라도 잠시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시라크 대통령은 즉석에서 좋다고 하면서 배석한 외교 비서관에게 면담준비를 지시하였다. 신임장을 받고 환담하면서 내가 프랑스어로 말하자 시라크 대통령은 한국대사가 프랑스말을 한다고 놀라면서 환한 얼굴로 반갑게 대해준 것이 퍽 인상적이었고, 그것이 그와의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총리의 시라크 대통령 면담 장면을 카메라로 잡아야 한다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것도 TV카메라로 찍어서 서울의 저녁 9시뉴스 시간에 방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알아본 결과 경기장 귀빈석에는 초청객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고, 특히 TV카메라는 출입금지라는 것이다. 귀빈석에는 한국측에서 김총리와 대사인 나만 초청되었고, 제3자는 웃돈을 주고도 입장권을 살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내가 직접 사진을 찍기로 하고 결승전 때 지정된 장소로 김총리를 안내했다. 이렇게 김총리와 시라크 대통령의 면담이 이뤄졌다. 나는 미리 준비한 카메라로 면담장면을 몇 장 찍었으며 면담이 끝난 후 총리 공보비서관에게 카메라째 몽땅 인계하였다. 그 다음날 서울에서 온 팩스 사진을 보고 나는 놀랐다. 응원 머플러를 멋있게 목에 감은 시라크 대통령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김총리와 정답게 악수하는 장면이 마치 전문 카메라맨이 촬영한 사진 같았다. 그날 나는 총리수행원, 통역, 사진사, 경호원으로 1인 4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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