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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숨은 인권운동가 ②

“불법체류자 추방정책은 국가적 테러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호천사’ 이금연씨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불법체류자 추방정책은 국가적 테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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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연(42)씨는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전진상(全眞常)복지관 관장이다. ‘전진상’은 AFI(국제가톨릭형제회)의 모토로 ‘완전한 희생, 진실한 사랑, 일상의 즐거움’을 뜻한다. 전진상복지관은 1965년 유럽지역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안양청소년근로자복지회관(이하 근로자회관)’으로 출범했는데,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경기 북부지역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씨는 1997년 관장으로 부임한 뒤 사회복지 개념을 좀더 강조한다는 취지에서 직원들과 토론을 거친 끝에 ‘전진상복지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씨가 걸어온 세월은 한편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다.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이씨는 홍천여고에 수석 입학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형편과 어머니의 수술은 그를 휴학으로 몰고갔다. 혹시나 장학금을 기대했지만, 학교는 그를 외면했다. 서울 가면 취직도 시켜주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차에 몸을 싣던 날, 이씨의 아버지는 무거운 플라스틱 쌀통을 주었다고 한다. ‘남의 집에 가서 공짜밥을 먹으면 안된다’는 당부와 함께.

이씨의 서울살이는 1970년대 노동자의 삶 그대로다. 처음 들어간 신당동 마치코바에서는 일감이 너무 많아 1주일 동안 머리 감을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전태일 평전’에 나오는 청계피복 시다들의 눈물겨운 삶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또한 골프장갑 공장에서는 수출물량을 맞추기 위해 36시간을 쉬지 않고 혹사당한 적도 있다. 이 시절 이씨는 ‘샘터’에 실린 채플린 영화평을 읽고 진한 감동을 느꼈는데, 1987년이 돼서야 난생 처음으로 ‘모던타임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쩌면 그렇게 영화와 현실이 똑같던지….

“지금 우리가 이 정도의 풍요를 누리는 것은 몸으로 때우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노동자들 덕분입니다. 단 한사람이라도 아직까지 노동의 수레바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과 지도층은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1만7000원. 이씨가 한달 동안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받은 월급이다.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지만, 이씨는 그걸 쓸 시간조차 없었다. 전자부품 회사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하루 종일 조립만 하면서 보내던 시절, 이씨는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를 들었다. 안양에 있는 근로자회관에 가면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전진상복지관’과의 기나긴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19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은 통행금지를 해제했다. 이것은 일종의 자유화 조치로 국민적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전쟁 같은 노동을 감수하고 있던 근로자들에게 통행금지 해제는 또 하나의 고통이었다. 통행금지 이전에는 밤 10시가 되면 대부분 퇴근했지만, 통행금지가 풀리면서 야근과 철야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지독스럽게 공부에 매달린 이씨는,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2년 세종대 영문학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이씨의 대학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하긴 1980년대 초반에 정상적으로 대학을 다닌 사람이 몇 명이나 되었을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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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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