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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숨은 인권운동가 ②

“불법체류자 추방정책은 국가적 테러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호천사’ 이금연씨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불법체류자 추방정책은 국가적 테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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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우리가 졸업정원제 1세대인 데다 세종대가 재단비리의 온상이었잖아요. 그러니 날마다 데모하면서 지냈죠. 등록금은 내야 하니까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했고요. 입주과외를 하면서 먹을 것을 싸가지고 농성하는 친구들을 찾아다녔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다가 졸업을 앞두고 ‘나는 직접 나서기보다 남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운동권에서 빠졌어요. 후배들은 계속 싸우는데, 혼자서 내 길을 찾아나서는 것 같아서 미안했고….”

이 무렵 이씨는 ‘시몬 베유 수상록’에 빠져들었다. 시몬 베유는 프랑스 파리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스페인 내전 때 독재자 프랑코에 맞선 의용군이다. 그는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레지스탕스로 활동했으며,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 동포보다 나은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신념을 지키다가 ‘기아와 폐결핵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34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이씨는 시몬 베유의 사상에서 가톨릭의 향기를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 명동성당을 찾아가 예비자 교리반에 등록하고, 얼마 뒤 영세를 받았다.

이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근로자복지관으로 돌아갔다. 시몬 베유의 삶과 가톨릭에서 느낀 점들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이곳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한국 청소년들을 돕고 있는 서정림 말가리 관장을 만났다. 말가리 관장의 편지를 받고 고향집을 다시금 떠나던 날, 이씨의 아버지는 “물같이 살아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 해서 이씨는 근로자복지관의 생활지도 교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세월은 흘렀지만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더라고요. 내가 피눈물을 흘렸던 공장을 다시 둘러보면서 가슴에서 무언가 울컥 치미는 걸 느꼈어요. 비실비실 쓰러질 것 같은 아이들이 기계 앞에만 앉으면 동작이 빨라지는 거예요. 기계에 의해 짜맞춰진 인간, ‘모던타임스’에 나오는 채플린의 모습 그대로죠.

1987년 민주화 투쟁 때는 아이들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데모하기 바빴고, 그 다음엔 노조 만드는 거 도와주다가, 상처 입고 쫓겨난 아이들 위로하고…. 그러다보니 복지관도 어느새 경찰서와 교육청에 불온한 단체로 찍혀 감시 당하고…. 모두가 시대의 비극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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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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