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호

수도권…서울·경기·인천

  • 김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박춘대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

    입력2004-09-06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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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대선의 전초전인 지방선거 열기가 서서히 일고 있다. '12대4', 정치권은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당선자 수를 이렇게 예상했다. 한나라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경선이 시작되면서 민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일부 한나라당 우세 지역에서 민심 변화도 감지된다. 12대4가 아니라 10대6, 9대7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선거 결과는 곧바오 대선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과연 지자체의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방 민심의 변화를 정밀 점검했다.
    ▶ 서울 | 개혁이냐 경륜이냐 서울은 고민중 - 노무현·김민석 대 이회창·이명박의 대결 될 듯

    지금까지 치러진 두 번의 민선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거푸 승리했다. 초대 조순 시장과 2대 고건 시장이 민주당 간판으로 나서서 승리를 거두었다. 한나라당은 각각 정원식 후보와 최병렬 후보를 내세워 맞섰지만 실패만 거듭하고 말았다.

    평민당 이후 DJ가 이끄는 정당은 국회의원 선거 결과 한번도 국회 다수당이 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두 차례 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당선시킴으로써 지자체 선거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나타냈다.

    세번째 서울시장 선거 대결의 여야 주자는 김민석(金民錫·38) 의원과 이명박(李明博·60) 전의원으로 결정됐다.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김의원을 내세웠고, 한나라당은 유력한 경쟁자인 홍사덕 의원의 경선불참으로 이 전의원을 추대 형식으로 선출했다.

    민주당은 수성(守成)하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이번에야말로 서울을 빼앗겠다는 각오다. 이런 겉으로 드러난 선거전의 양상 외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흥행에 성공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서울시장 선거판세는 수도권 선거에도 영향을 끼친다. 서울을 잡는 정당이 나머지 지역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인데 실제 지난번 지방선거 때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여야의 후보가 ‘극과 극’이라는 점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30대 후반의 개혁성향인 김민석 의원과 보수성향의 60대 이명박 전의원은 공통점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만큼 대조적이다.

    ‘극과 극’의 두 후보

    서울시장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그 결과가 곧바로 12월 대선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김민석 의원은 여러 면에서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 1위를 달리는 노무현 고문과 유사하다. 이명박 전의원은 이회창 총재와 이미지가 닮아 있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는 곧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노무현 바람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김민석 의원 진영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의원에게 한 차례도 밀린 적이 없다고 한다.

    김의원 진영의 김민석(金珉錫) 공보특보는 “올초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해지기 전에 홍사덕 의원과의 가상 맞대결에서는 접전을 펼쳤지만 이명박 전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김의원이 압도적 우의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4월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근소한 차이나마 김의원은 우세를 유지했다. 김의원 진영에서는 지금과 같은 기조로만 선거전이 전개된다면 승리를 장담한다는 분위기다.

    반면 이명박 전의원 진영은 “최근 들어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따라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한다”는 것이다. 이 전의원 진영 이화복 공보특보는 “최근 노무현 바람이 불면서 서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서는 선거전이 시작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측은 ‘새로운 비전’ ‘창조적인 추진력’ ‘진취적이고 따뜻한 정책을 펴는 시장’ 등 김의원의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알리는 표현들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전의원측은 ‘경제활성화로 활기찬 서울’ ‘동아시아 거점 경제도시로 육성’ ‘경영마인드를 갖춘 CEO시장’ 등 이 전의원의 경제전문가 이미지와 경륜을 강조하는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양 진영 모두 스스로 아킬레스건이라 생각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김의원측은 “1000만 서울시민의 리더로는 너무 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이 전의원측은 “서민 시장이라 하기에는 너무 재산이 많은 것 아니냐”는 평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약점을 인정하는 탓에 양 캠프는 약속이나 한 듯이 자신들의 단점을 가리느라 애를 쓰고 있다.

    김민석 의원 진영에서는 “이명박 전의원도 36세의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이 됐다”며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능력”이라고 강변한다.

    이명박 전의원측에서는 “이 전의원의 재산이 175억원인데, 그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1970년대 이 전의원의 뜻과 무관하게 사둔 것들이 값이 올라 오늘날의 재력가가 됐다”며 “한번도 부를 축적할 목적으로 땅을 사고 판 적이 없었다”고 강변했다.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나이와 재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두 진영간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진영은 이미 나름의 선거공약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30여명의 자문교수단으로부터 정책개발에 관한 도움을 받았는데 교통난, 수돗물과 대기오염, 교육문제 등 3대 시민불편을 해소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정책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명박 전의원도 ‘젊고 푸른 서울 신화 창조를 위한 3대 비전/10대 추진과제’라는 것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3대 비전이란 ‘경제 활성화로 활기찬 서울, 사람 중심의 편리한 서울, 서민을 위하는 따뜻한 서울’이다. 이 전의원은 이런 비전을 근거로 ‘청계천 복구’ ‘1조원 예산절약’ 등 구체적 실행과제를 제시해놓고 있다.

    현재 양 진영은 자신들의 정책과 노선을 잘 보여주는 슬로건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민석 의원측은 ‘행복은 두 배로, 부담은 반으로’를 선거기간 사용할 최대 슬로건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서민을 챙기는 시장이 되겠다는 뜻을 이 구호에 담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전의원측은 ‘세계적인 경제대도시 서울’을 강조할 생각이다. 이 전의원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 세계를 누비며 건설 물량을 따낸 경력과 CEO출신의 경영감각을 최대한 활용한 슬로건이라는 게 이 전의원측의 설명이다.

    과연 6월13일 누가 웃게 될까. 현재로는 바람을 타고 있는 김민석 의원이 우위에 있다는 게 관전자들의 대체적 판단이다. 그러나 워낙 변수가 많은 정치상황에서 현재의 상황이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명박 전의원도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적어도 1~2차례 반격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과연 이전의원은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김의원은 무사히 공세를 막아내 30대의 젊은 서울시장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까.

    이들 외에도 사회당 원용수씨 등 몇 몇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나 1998년 고건 최병렬 두 후보 간 맞대결처럼, 이번 선거도 사실상 김민석·이명박 2파전으로 전개될 공산이 높아 보여 1998년에 이은 두번째 여야간 정면승부가 될 전망이다.

    김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des@donga.com

    ▷ 화제의 기초단체장 선거구 ‘양천구‘ - CEO, 국회의원, 행정가 인물 총출동

    서울 양천구는 한 구가 두개의 생활권으로 나눠진 곳이다. 목동아파트로 대표되는 중산층 밀집지역과 신월동을 중심으로 한 서민 밀집지역이 그곳인데 지난 16대 총선에서는 아파트 지역인 양천 갑에서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당선됐고, 서민 주택가 지역인 양천 을에서는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당선돼 지역에 따라 여야간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양천구의 아파트 지역은 강남의 중산층에 버금갈 정도로 경제력이 든든한 데 반해 주택가는 서울의 여느 변두리지역과 다르지 않아 개발의 여지가 많다.

    지금까지 치러진 두 번의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2연승을 올렸다. 1대 선거 때 양재호씨가, 2대에서는 허완 현구청장이 승리해 양천구가 민주당의 아성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이변이 없는 한 이번에도 민주당 구청장이 탄생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세상이 변했고 지역정서가 변했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구청장이 탄생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구청장 후보를 뽑는 민주당 경선에는 허완 현구청장과 양재호 전구청장에 서울 시의원 3명이 가세해 모두 5명이 참가했다. 경선 결과 김재실 서울시의원이 민주당 구청장 후보에 당선됐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1대 양재호, 2대 허완 구청장에 이어 3대 선거에서도 후보를 교체하는 셈인데, 이에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철저하게 당원 대의원들의 투표로 이뤄진 결정이라 뭐라 평가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구청장 후보가 된 김재실 서울시의원은 목동아파트 단지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차례로 거친 토박이.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 밀집지인 아파트 단지에서도 득표력을 검증받은 후보라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당내 경선을 통해 최우집씨를 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최씨가 자신의 선거 홍보물에 허위학력을 기재한 점이 드러나 후보자격을 박탈당하는 진통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추가 운영위원회를 열어 추재엽 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을 새로운 구청장 후보로 선출했다.

    여야 모두 구청장 후보 선출과정에 후보가 난립하거나 공정성 시비가 일어 경선 탈락자들의 반발 출마도 예상돼 양천구청장 선거는 유례없는 혼전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일단 여야의 두 후보가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현직 구청장들이 추가로 선거에 가세할 경우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서의 신중산층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 경기도 | 손학규 ‘개인기’냐 민주당의 ‘노풍’이냐 - ‘경제형’ 진념 대 ‘정치형’ 손학규 후보 스타일도 판이


    기도지사 선거는 통상 31개 시군구 기초단체장선거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맞물려 돌아간다. 1998년 6·4 지방선거에서 임창열 후보가 54.7%를 얻어 45.7%를 얻은 2위 손학규 후보를 9%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20개 시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동반 승리, 6곳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을 물리쳤다.

    2000년 4월 총선에서도 41개 지역 가운데 민주당이 23지역에서 당선자를 내 한나라당의 17곳보다 앞섰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양상이 다르다.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손학규 의원을 도지사 후보로 합의추대한 뒤 강력한 전선을 형성했으나, 민주당은 선거직전까지 분란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은 진념 부총리 영입방침을 밝혀 놓고도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판결을 받은 임창열 현지사가 돌연 경선 참여를 선언하는 등 혼란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불출마를 전제로 복당’한 임지사가 당내 경선에 나서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재판에 계류중인 자는 광역 자치단체장 경선에 나서지 못하게 한다’는 게 그 골자다.

    따라서 민주당내 경선은 진념 전부총리와 김영환 의원의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 김의원은 단기필마로 지금까지 경선준비를 해왔으나 당내 분열상을 보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의원 진영 일각에서는 대승적 관점에서 진 전부총리를 지지하고 사퇴하는 방안도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념·손학규 2파전 될 듯

    결국 본선은 진념 전부총리와 손학규 의원 간의 2파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젊은 기수 김민석’과 ‘성공한 경제부총리 진념’을 묶고 노무현 바람을 배경으로 두 지역 모두 방어해 내겠다는 필승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한나라당은 반 DJ정서와 손학규 의원의 득표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998년 6·4선거에서 손의원이 얻었던 45.7%의 득표력이 살아있는데다 여느 때보다도 경기도 출신 지사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판단 때문.

    진념 전부총리와 손학규 의원은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진념과 손학규 간의 대회전은 인물면에서는 ‘경제형’과 ‘정치형’의 대결로 압축된다. 다른 지역과 달리 보수, 안정성향의 민주당 후보와 개혁성향의 한나라당 후보가 겨룬다는 점도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의 특징이다.

    진 전부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손 의원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진 전부총리는 4학년 때 최연소로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관료로 출발했고, 손의원은 반독재투쟁의 선봉에 섰다. 아무튼 진념 전부총리는 IMF 환란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한 부총리’라는 훈장을 달고, 손의원은 야당 단일후보로 합의 추대된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보증서를 들고 맞섰다.

    두 사람 모두 잡힐 만한 말꼬투리나 취약점도 있다. 진 전장관은 평소 “정치권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호언했던 ‘호남 출신 영입인사’라는 점이 걸리며, 손의원은 치열했던 지난 총선과정에서 “광명에서 당선되면 도지사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

    진 전장관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3대 정권에 걸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을 포함해 모두 여섯 번의 장관을 지냈다.

    그는 1962년 고시에 합격한 뒤 재무부차관, 경제기획원차관, 미국 스탠퍼드대 초빙교수, 기아그룹회장을 거쳤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그룹 회장으로 있던 시절, 김대중 대통령 아래에서 기획예산위원장을 맡아 공공부문의 개혁을 이끌며 두 차례의 정부조직 개편과 공기업 민영화를 주도했고, 지난해 8월 이헌재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재경부 장관에 취임했다.

    진 전부총리는 경기도가 중국과 일본에 대항할 국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땅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운동권 3총사 출신


    손학규 의원은 경기도 시흥 출신으로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재학시절 한일회담반대 단식시위를 시작하면서 김근태, 조영래와 함께 운동권 3총사로 불렸다. 그후 영국 옥스퍼드대서 수학하고 돌아와 인하대학교, 서강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1980년대 인권운동의 핵심 멤버였으며,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을 지냈다. 1993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고, 보건복지부장관을 거친 뒤 신한국당 대변인, 정책조정위원장을 지냈다. 2000년에는 한나라당 총재에 입후보해 이회창 후보와도 겨룬 3선 국회의원이다.

    판이한 경력의 두 인물이 겨룰 경기도지사 선거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춘대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

    도시 한가운데 ‘학교 옆 러브호텔’이 밀집돼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위기의 신도시’, 고양국제전시장과 30만평 외국인 관광숙박문화단지 건설이 결정된 ‘도전과 기회의 땅’. 고양시를 두고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그 현주소만큼이나 고양시장 선거는 예비선거전부터 이변이 속출하면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고양은 출신연고가 강하고 신도시와 농촌이 복합돼 있어 지지성향을 예측하기 힘든 지역이다.

    3월31일 민주당 고양시장후보 경선이 열린 고양체육관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호남출신의 김성수 후보가 당초 ‘약세’라던 예상을 뒤엎고 604표를 얻어 367표를 얻은 고양 도의원 출신 문병옥 후보를 눌러버린 것. 문후보는 민주당 ‘고양시의 리더’격인 김덕배 의원(고양 일산 을)으로부터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패배는 충격적이었다.

    지난 4월9일 한나라당 고양시장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있던 고양체육관은 또 다시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투표 결과 고양 출신 황교선 현시장과 경북의성 출신 강현석 후보가 각각 284표씩 동수가 나온 것. 재선거는 일주일 뒤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표의 처리’가 경선을 혼란과 불공정시비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황교선 후보가 받은 표 가운데 1표가 동그라미는 있는데 가운데 사람인(人)자가 없다는 이유로 4명의 지구당위원장과 중앙당 파견국장이 무효표처리를 했다는 게 황후보측 주장이다.

    강현석 후보는 중앙당 당료출신으로 이회창 총재의 신임을 바탕으로 4개 지구당위원장으로부터 물밑 지원을 받았다. 황후보측은 이들 무효표는 “강현석을 당선시키기 위한 조작극”이라면서 경선불참과 결과불복을 선언했다. 시장후보 당선권을 빼앗겨버렸기 때문에 재선거는 해보지 않아도 결과가 뻔하다는 것이다.

    불공정 시비가 불거지자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중앙당에서 회의를 열어 ‘한표’를 긴급 공수해 정밀진단에 들어갔다.

    중앙당이 무효표로 처리할 경우 황교선씨와 강현석씨 중에서 사실상 강현석씨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억울한 명예회복을 위한 황시장의 무소속 출마는 거의 기정사실로 보인다. 혹여 한나라당이 황시장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경선과정에서 보인 분열상은 본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민주당의 김성수, 한나라당 강현석, 무소속 황교선씨 3파전 양상으로 선거가 진행된다면 민주당 김성수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당시 국민회의) 신동영 후보가 11만여 표를 얻어 8만6000여 표를 얻은 데 그친 황교선 후보를 2만5000표차로 누르고 완승한 적이 있다.

    민주당 김성수(57) 후보는 전남 영암 출신으로 광주사범과 고려대 정외과,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민주당 총재보좌역, 경기도 정무부지사, 경기도 제2건국위 기획단장, 푸른경기21 공동대표, 경기도 노사정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뒤 현재 자유총연맹 사무총장으로 있다. 김성수 후보는 고양을 “동북아 지식·교역의 중심도시, 아름답고 편안한 교육 문화 역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한나라당 강현석(49) 후보는 경북 의성출신으로 안동중 대륜고를 거쳐 고려대를 졸업했다. 민정당 공채로 들어가 한나라당 기획조정국장, 홍보국장, 국회정책연구위원(1급)을 거친 뒤 한나라당 문화공보, 산업자원 수석전문위원, 중앙당연수원 교수, 젊은 고양연구회 대표를 지냈다. 강후보는 인물에서의 비교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자신이 “고양시발전을 위해 당과 국회, 중앙정부, 경기도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황교선(51) 현시장은 일산에서 태어나 일산초등학교, 덕수상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나라당 재정분과위원, 경기도의회 의원을 지낸 뒤 1999년 8월 고양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됐으나 러브호텔과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양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황시장은 “국제무역도시, 문화관광도시, 자족도시 실현을 위해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짓고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고 주장한다.

    이들 외에 이치범(48)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도 ‘환경신도시 고양건설’을 기치로 출사표를 던졌다.이의장은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지도위원과 서울시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위원, 시민환경정보센터 이사를 맡고 있는 환경전문가다.

    천 태생에 충청표 흡인력을 갖고, 경영전략 마인드와 행정경험을 갖췄으며, 보수와 진보성향을 아우르는 후보면 당선 안정권이다.’

    인천 정계가 요구하는 시장상이다.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2002년에 들어오면서 인천은 도전과제를 안고 있는 동시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개항과 항만개발, 송도신도시 벤처단지개발 등 인천은 대중국 교역의 교량이자 동북아의 허브항과 공항을 갖춘 거점도시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도시다.

    그러나 최근 최기선 시장에 대한 검찰조사에서도 드러나듯, 국제화시대와 무한경쟁의 현실에 걸맞게 변신하지 않고 구태와 관료주의가 만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시 스스로 확신있는 청사진이 없어 자칫 중대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천의 새시대를 이끌어갈 시장의 주요덕목으로 국제화의 물결을 인천 중심으로 주도해갈 수 있는 경영마인드와 경제적 전문지식, 동북아시아의 거점도시로서 무한발전을 위한 토대구축을 위한 행정경험과 신사고 등이 요구된다.

    인천의 선거 환경은 수도권의 인접 항구도시인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역대 총선결과를 보면 단 한번도 여야가 완전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1998년 6·4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연합후보자인 최기선 현시장이 비교적 쉽게 당선됐으나, 이번 선거는 양상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충청 출신이 28%

    총 유권자수 166만여 명인 인천은 중구 동구 남구 연수구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와 도서지역인 강화군 옹진군 등 육지 8개구 도서 2개군으로 구성돼 있다. 내륙과 해안 섬이 어우러진 복잡한 지역구조를 갖고 있다.

    출신지역별로는 2,3세대를 포함한 충청지역 출신이 28% 안팎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호남 출신이 20% 안팎이다. 인천 토박이는 전체의 20% 정도, 영남 등 기타지역 출신들이 그 나머지다.

    과거 선거결과를 보면 충청표는 응집력이 부족하고, 호남표심은 전지역에 분산돼 있으며, 토박이 표심은 후보자의 중량감에 따라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또한 도시지역과 연수구 등 신도시 쪽은 보수적 성향, 서구 등 항만과 공장밀집지역의 유권자들은 개혁적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소속 정당보다는 누가 인천의 현안과 미래에 적합한 후보자인가 하는 인물중심으로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네거티브전략을 구사하거나 부정, 비리 등 허점이 드러나면 순식간에 낙마할 수 있다. 임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채 구속된 최기선 시장의 낙마는 시민들 사이에 깨끗한 인물을 시장으로 뽑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견해도 있다.

    노풍과 정계개편론이 변수

    주요변수들도 버티고 있다. 노무현 바람과 정계개편이다. 민주당 노무현 고문 바람은 인천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10.5%차로 누르면서 이미 확인됐다. 광주에서 ‘노무현바람’이 발화됐다면, 수도권지역 첫 경선에서 노고문을 1위로 밀어올린 인천경선단의 선택은 ‘노풍’의 전국확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노풍은 개혁세력의 표심을 강화시키고, 인천지역 영남권의 표심을 몰아, 서울과 경기도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투표율은 표집단의 이동을 가늠케 하는 주요변수다. 1998년 지방선거처럼 52% 안팎의 투표율을 보인다면 인천출신에, 충청표 흡인력을 가진 보수성향의 젊은 후보가 가장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선거에서 52%의 투표율에 자민련후보가 득표율 53.5%로 당선됐으나, 이번 선거는 팽팽한 3파전이 예상돼 각 후보진영에서는 43% 안팎의 득표율이면 당선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6·13선거 직전에 있을지 모를 소폭의 정계개편도 관심거리다. 4월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여야 정치권에는 중부권 신당론이 펴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인제 민주당고문이 서있다. 중부권 보수세력 대결집을 매개로 자민련과 연합한 ‘충청권 보수신당’이 뜬다면 인천광역시와 경기 남부권 기초단체장을 최대의 전략목표로 삼을 게 뻔하다. 충청권에서 중부권 보수신당으로 약진해야 ‘내각제 개헌 대통령후보’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인천시장후보를 묶는 3각 벨트 형성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몰아가며 제 1야당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선후보자와 당에 대한 지지도가 뒤바뀐 처지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결국 자신의 힘으로 힘겨운 선거전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은 지역의 보수성과 토박이 정서를 기초로, 자민련의 몸집 불리기 등 득표율을 올릴 수 있는 소폭의 정계개편을 갈망하고 있다. 자민련 표만으로는 당선안정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민주당의 인천지사 후보로 나설 박상은(52) 남동갑 위원장은 인천 출신으로 오랜 기업생활을 통해 경영감각을 익혔고, 행정경험도 두루 갖춘 인물이다.

    인천 강화도에서 태어났으며 대한제당(주) 대표이사를 거쳐, 직전 인천시정무부시장을 지낸 뒤 남동갑 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도중, 서울 경동고, 연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해군대위로 제대한 박위원장은 1969년 연세대 총학생회부회장 시절 3선개헌 반대투쟁을 주도했다.

    학생대표 시절 대통령과 면담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인천 송도중·고동창회 부회장, 경동고 상임이사 부회장, 연세대 총동문회 상임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박위원장은 1976년 대한전선 수출부에 입사해 대한제당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국 중견기업인연합회 부회장, 인천국제공항 및 배후단지개발정책 기획단장을 지냈다.

    박위원장 진영은 인천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한 정무부시장이었던 점을 내세우고 있다. 대한전선과 대한제당에서 30년간 해외통상, 수출 진흥, 신규사업 분야에서 일하면서 국제적 감각도 익혔다고 자랑한다. 또 정무부시장 시절 대우자동차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점과 송도신도시 백신생산공장 유치에도 공을 세워 인천을 새로운 생명공학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주장한다.

    취약점을 꼽자면 인천고나 제물포고가 아닌 서울에서 고교를 나온 점과 충청표를 모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

    한나라당에서는 안상수(55) 전의원이 다시 한번 민선시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안 전의원은 충청 출신에 인천학맥을 갖고 있다. 경영능력도 검증받았고, 나름의 정치력을 겸비한 인물로 꼽힌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인천중을 졸업했고, 1977년 제세산업 창업멤버로 일했다. 그후 동양그룹 기획조정실 사장에 오른 국제금융통이다. 15대 국회의원(계양, 강화 갑)을 지냈고 1998년 지방선거에도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최기선 시장에게 분패했다.

    안 전의원은 현재 인하대, 인천대 대학원 고문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방송통신대 중문과에 수학중이다.

    충청도민회 상임고문, 생활체육축구연합회회장을 겸임하는 등 오래 전부터 인천시장이 되기 위해 표심다지기를 해왔다.

    안상수 전의원측은 ‘국제도시 인천, 경제시장 안상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그는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인천은 결국 다국적 기업의 교두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국제통상과 국제금융의 전문가인 자신이 최적”이라며 “뉴욕시도 금융경제 전문가인 블룸버그 시장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안 전의원은 충청 출신임을 내세워 충청 출신과 한나라당 고정지지자들의 정서를 한데 끌어모을 전략을 짜고 있다.

    만만찮은 이세영의 지지율

    안 전의원의 또 다른 득표요인은 1998년 선거에 나서 분전했으나 실패한 점과, 두 번의 뇌출혈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채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극진히 간호해온 점인데 이는 여성유권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동정여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점도 없지 않다. 최근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반등의 기미가 없어 중앙당의 지원을 바랄 수 없는 처지에서 독자적인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자민련 후보로 나설 이세영 위원장(중·동·옹진구)은 57세로 인천토박이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에게 193표차로 역전패했다.

    을왕동에서 태어나 용유초등학교를 다녔고, 인천중·고를 거쳐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민정당 조사부장으로 입사해 옹진군민회장을 지낸 뒤 1991년 지방선거에서 평민당 공천으로 출마, 인천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다.

    1995년 초대 민선 중구청장에 당선됐으며, 1998년 지방선거에서는 사실상 단일후보로 중구청장으로 추대돼 당선됐다.

    2000년 4·13총선에서 자민련으로 출마, 새벽까지 줄곧 리드를 지켰으나 백령도에서 상대의원에게 몰표가 쏟아지는 바람에 역전패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위원장은 2002년 현재 자민련 인천시지부장을 맡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과정을 예의주시하며 출마시기를 고르고 있다.

    그의 표는 인천의 본류인 인천·인천고 학맥에서 나온다. 역대 인천시 의원 98명의 모임인 인천광역시 의정회 이사장을 지내고 있고, 전주이씨 종친회 인천지원장(회장격)을 지낸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려대 인맥의 지지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 지지도가 약한 자민련 간판을 걸었다는 점이 이위원장의 최대 약점. 그는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소폭의 정계개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한편, 시민단체 등과의 교류를 넓히면서 표 불리기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박춘대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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