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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무현이 애처롭다, YS는 우리편”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노무현이 애처롭다, YS는 우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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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정계개편론’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경선과정에서부터 민주화세력 결집론을 주창하더니, 5월15일 부산시장후보 추대대회에서는 한나라당 민주계를 겨냥해 “민주계가 세우려 했던 민주정권의 역사가 한나라당에서 실현되고 있느냐”며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보혁구도에 호감을 보이면서,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까지 염두에 둔 ‘IJP’연대 또는 ‘4자연대’를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김종필 총재가 제시한 보수와 개혁으로의 정계개편을 어떻게 봅니까.

“저는 안될 거라고 봐요. 왜냐하면 민주당이 도덕적으로 너무 큰 상처를 입었거든. 한마디로 민주당은 무너지는 집이에요. 그런 집에 누가 이사가겠습니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신이 나갔습니까? 부정과 비리로 멍들어있는 정당에 왜 갑니까? 지금 집권 가능성이 제일 높은 정당은 한나라당입니다. 혹시 들어간다면 예전에 정치했던 사람들이나 정치 지망생들이겠죠.”

―‘IJP연대’는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힘드네요. 연대는 가능하겠지만, 정당으로서 힘을 쓰지는 못할 겁니다. 이인제씨는 경선을 치르면서 힘을 완전히 잃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파괴력이 생기겠습니까? 아마 의미없는 연대에 그치겠죠.”



―노무현 후보가 한때 제안했던 ‘신민주대연합론’은 사실상 상도동과 동교동의 화해를 의미합니다. 민추협에서 활동한 분으로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나는 그 말에 별로 감흥이 생기지 않아요. 신민당이 정권을 눈앞에 두었을 때 김대중씨가 탈당해서 평민당을 만들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민주화세력이 정권을 놓쳤고. 그때부터 동서갈등이 심해졌어요. 애초에 평민당을 만든 것부터 잘못인데, 지금 와서 무슨 명목으로 다시 민주화 세력이 모입니까? 그건 말이 안되는 얘기죠. 민주계가 여당할 때는 평민당 세력이 엄청나게 공격했고, 지금은 그 반대가 됐잖아요. 예전에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다지만, 감정적인 골이 아주 깊어요. 그건 노무현이가 외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노무현이가 뭐가 대단하다고.”

―YS와 DJ가 의기투합할 가능성은 이제 없다는 얘기입니까.

“너무 늦었어요.”

서대표는 5월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서대표는 권력형 비리사건과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이 스스로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서대표의 발언이 정치공세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이 김대통령을 게이트 정국의 한 복판으로 끌어들여 지방선거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보는 것이다.

―기자회견의 톤이 예상보다 강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톤이 높은 게 아니라 기자들이 그렇게 받아써서 그렇죠. 기자회견 내용 중에 새로운 건 하나도 없습니다. 최규선 녹음테이프도 그렇고 다 나온 이야기인데, 지금껏 핵심을 찔러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입니다. 대통령이 관련됐다면, 더욱 철저히 밝혀야죠. 저는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으면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그런데도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에게 걸린 것을 가지고 왜 그러느냐?’고 말하잖아요.

나도 한때 김대중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입니다. 나도 그분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지금 제가 대통령 잘못되라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사과 한번만 하면 국민들도 이해할테니 제발 그렇게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자꾸 대변인을 시켜서 변명하니까 문제가 계속 커지는 거예요. 국정조사를 정치공세라고 몰아붙이는 게 말이 됩니까? 정치공세는 루머를 가지고 몰아붙이는 거지만, 우리는 지금 사실을 말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현직 총경이 외국으로 도망을 갑니까. 오죽 했으면 ‘대통령 하야하라’는 말이 나옵니까.”

―청와대는 서대표의 발언이 경제와 월드컵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죠. 그러기에 왜 원인을 제공해? 월드컵이 열리니까 수사도 하지 말라고? 그건 말이 안되는 논리야. 나도 월드컵 걱정하고 경제도 걱정해. 그래서 월드컵이 시작되면 장외투쟁은 자제할 생각이요. 하지만 무조건 문제를 덮을 수는 없잖아요. 한나라당은 월드컵 기간에 국회를 열고 합법적으로 대응할 겁니다.”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도 조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나는 노무현 후보를 참 딱하게 봐. 아주 안타깝고 애처로워. 여당 대통령후보가 TV토론에 나와서 싸우는 건 좋아. 하지만 근거도 없는 걸 가지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정말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다수 국민들은 정쟁에 비판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조건 없이 만나 ‘큰 정치’를 논의할 생각은 없습니까.

“저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나름대로 정치력을 발휘해왔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비리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먼저 민주당의 자세 변화를 촉구합니다. 저는 원칙이 지켜질 수 있다면 누구라도 만날 겁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안됩니다.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정쟁으로 호도하려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의미가 없어요.”

서대표는 지금 중대한 정치적 시험을 치르고 있다. 1964년 중앙대 총학생회장 시절 6·3 데모를 주동하다 포고령 위반으로 투옥된 것이 최초의 시련이었다면, 1980년 ‘조선일보’ 기자로 5·18 광주민중항쟁의 현장을 솔직하게 보도하지 못한 것은 일생일대의 상처로 남아 있다. 정계에 입문한 뒤 몇 차례 구설수에 휘말리긴 했지만, 서대표는 당정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5선의 관록을 쌓아왔다. 천신만고 끝에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쥔 서청원. 목전에 다가온 양대선거의 결과는 또 한번 그의 정치역정을 바꿔놓을 것 같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을 몇 곳이나 장악할 것 같습니까.

“지금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오늘도 제가 보고를 받았는데, 3개 지역을 빼면 다 이길 것 같아요. 호남에서만 우리가 열세고.”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 경기 제주 등도 박빙이던데요.

“밑바닥 정서는 달라요. 앞으로 시간이 더 남아 있으니까,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권을 강타한 노무현 바람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직도 노무현 바람이 남아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노무현씨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것은 어떻게든 정권을 연장해보려는 민주당 정권의 계산된 논법에 의한 것 아닙니까? 거품은 반드시 빠지는 법입니다.”

―노무현 바람은 인터넷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층의 정치열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순수하게 이루어진다면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젊은이들의 정치의식도 높아질 수 있겠죠. 다만 그것이 특정한 사람을 위해서 조직적으로 일방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설득을 강요하는 문화라면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자칫 순수한 사람들까지 물들인다면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이회창 후보가 여러 모로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서대표께서는 이후보에게 어떤 것들을 주문하실 생각입니까.

“이후보는 바깥에서 아는 것보다 훨씬 정이 많은 분입니다. 그 양반이 20대에 판사가 되었기 때문에 사교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원래 법관이라는 게 그래야 생명이 길잖아요. 정도를 걸어오다 보니 농담도 잘 못하고 그런 거죠. 하지만 그동안 참 많이 노력했어요. 의원들하고 만나서 폭탄주 먹고, 소주도 마시고, 농담도 받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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