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호

“한국 정부는 최동진을 해임하라”

이브 로빈슨 닷소사 부사장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 hoon@donga.com

    입력2004-09-09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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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충교역 70% 채우지 않은 보잉 탈락시키지 않은 것은 불법
    • 한국은 OECD 국가로서의 의무 다하지 않았다
    • 라팔 서울에어쇼 참가 비용 물어주어야 한다
    • 닷소는 부정한 행위 하지 않았다
    • 2차 FX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과 사업은 이것으로 끝
    닷소사의 이브 로빈스 부사장은 매우 세련된 사람이다. 그러나 FX사업과 관련해서는 거침없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닷소사는 끝까지 소송을 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FX사업이 F-15K로 결정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박물관을 운영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태가 임박한 고물 전투기인 F-15K를 44억 6688만 달러에 구입하니 가장 비싼 박물관이 아니고 무엇인가.”

    -보잉은 절충교역 70%를 채우지 못했는데도 FX 기종으로 선정되었다.

    “보잉은 한국 정부가 FX 입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절충교역 70%를 채우지 못하고 64%를 제시하는데 그쳤다. 그렇다면 한국 국방부는 보잉을 탈락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선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것은 분명 불법이다. 공정한 평가를 한 것이 아니다.”



    -보잉측은 본계약을 하기 전에 70%의 절충교역을 채우겠다고 한다.

    “보잉이 채우지 못한 6%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억5000만달러가 된다. 과연 보잉이 2억5000만달러 어치의 선물을 한국에 줄 수 있겠는가. 내 추측으로 보잉은 F-15K 40대 총 가격을 2억5000만달러 깎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가격을 깎아주는 대신 그만한 금액의 무장이나 장비, 또는 후속 군수지원을 줄이려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절충교역을 70%로 올리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때 가장 경제적 손실이 적은 기술 이전을 늘려 부족한 6%를 채우려 할 것이다. 한국은 한국형 전투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을 받고자 하는데, 보잉은 수송기나 민간기, 무인기(RPV)에 쓰이는 기술을 주겠다고 할 것이다.

    국방부의 최동진 획득실장이 주간동아(5월 2일자)와 인터뷰한 “라팔 기술 이전 우리 수준엔 벅찼다”는 기사를 보았다. 프랑스라면 그런 말을 한 담당자는 24시간 내 무조건 해임한다. 그 인터뷰는 스캔들을 불러올 공산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실장은 라팔의 기술이 너무 앞서 있다고 했는데 한국이 어디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후진국인가. 닷소는 한국에 250개 기술 목록을 제시했는데, 이 기술은 한국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가이드를 잡아 고른 것들이다. 그런데 이 기술의 수준이 너무 높아 못쓰겠다고 한다면, 국방과학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란 뜻이 된다. 한국을 위해서라도 최실장 같은 사람은 당장에 해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닷소사는 라팔을 인도하는 시기가 늦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이 상당한 감점 요인이 된 모양이다.

    “처음 한국은 2003년부터 FX사업에 들어간다고 했으나, 2001년 한해 동안 협상하지 않고 허송세월 했다. 그로 인해 FX사업은 2005년 시작해 2009년 끝나는 것이 되었다. 협상을 하지 않을 때인 2001년 한국 공군은 닷소에게, ‘라팔에 새로운 엔진과 레이더를 달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도 새 엔진과 레이더를 단 라팔의 인도시기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2005년에 8대를 인도하고 2008∼2009년 사이에 나머지 32대를 주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아무 이야기가 없다가 느닷없이 2004년부터 매년 전투기를 인도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팔의 인도시기가 늦어진 것은 한국 정부가 전자식 레이더(AESA)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팔에 탑재하는 전자식 레이더는 2007년쯤에 나온다. 한국 공군이 전자식 레이더를 장착하는 것에 OK해 라팔의 인도 시기를 늦게 잡았는데,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면 어쩌는가. 전자식 레이더를 떼내고 F-15K처럼 기계식 레이더를 붙인다면 닷소는 보잉과 똑같은 시기에 라팔을 인도할 수 있다.”

    -전자식 레이더가 좋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국방부는 현재 기술로는 기계식이 더 뛰어나다고 하는데.

    “일본이 F-2 전투기를 개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은 현재 F-2 전투기에 탑재할 전자식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도 전자식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수호이-27에 전자식 레이더를 탑재하기 위해, 러시아 회사에 개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미국도 그들의 차세대 전투기인 F-22와 JSF에 전자식 레이더를 달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이다. 미국은 전자식 레이더가 개발되면 기존의 F-15에 달려 있는 기계식 레이더를 떼어내고 전자식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미·일·중·러 4강이 모두 전자식 레이더를 갖춘 전투기를 갖게 되고 한국만 기계식 레이더를 쓰는 나라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의 안보가 보장되겠는가. 그런데 한국은 F-15K를 선택한 후 이 전투기에 탑재된 기계식 레이더를 전자식으로 교체하겠다고 한다. 비싸게 F-15K를 사서 또 레이더 교체 비용을 지불하겠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라팔은 이미 전자식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 왜 한국은 비싼 돈을 주고 구식 전투기를 사는가. 한국의 납세자와 언론이 조용히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질문을 하겠다. 프랑스 정부는 한국이 고속철도 사업을 할 때 규장각 도서를 반환하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규장각 도서 건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처음 약속한대로 하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와 한국 정부는 등가(等價) 교환을 약속한 것으로 안다. 프랑스가 규장각 도서를 돌려주면 한국은 같은 가치의 도서를 프랑스에 제공하기로 했는데, 한국측의 반발로 교환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세상에 여러 나라가 있듯이, 세상 권력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정치권력도 있고, 산업 권력도 있고, 문화 권력도 있다. 규장각 도서의 등가 교환을 약속한 것은 정치 권력인 미테랑 대통령인데, 산업 권력이 닷소가 어떻게 간섭할 수 있겠는가. 그런 논리라면 거꾸로 이런 질문도 성립될 수 있겠다. ‘프랑스 정부가 규장각 도서를 반환했다면, 한국은 라팔을 FX 기종으로 선정하겠느냐?’ 이기자의 답변은 무엇인가.”

    -하하하, 그게 아니고….

    “(기자의 말을 자르면서)각 나라가 자기 국익만 최우선시 한다면 결국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질문은 닷소는 프랑스 정부에 대해 규장각 도서 반납을 건의한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권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닷소의 주장으로 규장각 도서를 반환하려면 아마 프랑스는 헌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 물론 닷소사 회장이 개인적으로 시라크 대통령께 규장각 도서를 반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한 적은 있다. 하지만 문화 권력이 하는 일에 닷소사가 개입할 수는 없다.”

    -프랑스가 미국에 비해 한국과의 교류가 적었던 것도 FX사업에서 패한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미주의자들이 맹렬히 비판하는 사항이지만, 미국은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해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 이러니 같은 값이면 미제를 사주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한 관계를 우선시 하려면 무엇 하러 국제경쟁을 하는가, 그냥 미국제를 사고 말지. 한국의 FX사업에 참가하기 전 우리는 한국 정부에게 ‘공정하게 국제 경쟁을 시켜서 성능과 가격에서 가장 뛰어난 전투기를 사겠느냐’고 물어,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 우리는 그 대답을 믿고 한국의 FX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주권을 가진 나라이므로 물건을 사는데도 주권을 지켜야 한다.”

    -한국의 FX사업 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참 좋은 질문을 했다. 한국은 OECD 가입 국가인데, OECD 가입국은 지켜야 할 몇 가지 의무 사항이 있다. 국제 경쟁은 한국적인 룰이 아니라 국제적인 원칙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공정하게 결정하겠다고 해서 FX사업에 참여했는데, 결정은 가장 비공정하게 이루어졌다. 우리는 한국 정부에 그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좋은 사례가 보잉이 절충교역 70%를 채우지 못했는데도 선정된 것이다. 들러리나 선다는 것을 알았으면 우리는 한국의 FX사업에 절대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책임을 묻는다는 말인가.

    “일차적으로는 한국 법정에 제소하고 이어 국제상거래 법정으로 끌고 갈 생각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닷소사는 국제경쟁에 도전할 때마다 항상 이겨왔는가.

    “아니다. 우리는 국제경쟁에 일곱 번 도전해서 평균 한 번 정도 이긴다. 그러나 졌을 때는 진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해를 한다. 지난해 칠레의 전투기 사업에서 닷소의 미라주2000과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16이 맞붙었다. 그런데 미국은 F-16을 사주면 칠레를 NAFTA에 가입시켜주겠다고 해, 칠레는 F-16을 선택했다. 이렇게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양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공정하게 결정한다고 해놓고 정치적으로 결정해버렸다. 닷소사는 세계 전투기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대규모 기업이다. 이런 회사가 한국 정부와 싸우겠다고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받은 문서에는 분명 절충교역 규모를 총금액의 70%로 하라고 되어 있었다. 한국 정부는 절충교역 규모를 채우지 못한 보잉을 탈락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는 FX 1차평가 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한국 국방부가 라팔의 수명유지비용 계산을 엉터리로 했다는 것을 증명해낼 것이다.”

    -한국 법정에서 패소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진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겠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기자들은 항상 우리에게 ‘지면 어쩌느냐’고만 묻는다. 2년 전 우리가 FX사업에 뛰어들자 한국 기자들은 ‘F-15보다 라팔의 성능이 떨어지면 어쩌나’ ‘F-15보다 비싸면 어쩌나’라고 물었다. 그러한 의심이 해소되자 ‘닷소는 70%로 돼 있는 절충교역을 채우지 못하면 어쩌나’라고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또 다시 우리에게 ‘법정에서 지면 어쩌느냐’라고 묻는다. 왜 한국 기자들은 우리 문제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것은 닷소 회장이 결정한 사항인가.

    “…지금 회장이 결정한 사항이다.”

    -닷소사의 참모들도 회장의 결정을 지지했는가.

    “그렇다.”

    -한국 국방부가 공정하게 FX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2차 FX 평가 결과가 나오기 한 달 전인 지난 3월2~3일쯤의 일로 기억한다. 최동진 획득실장이 불러서 국방부에 들어갔는데, 최실장은 대뜸 ‘3개 기종이 탈락하게 돼 가슴이 아프다. 앞으로도 프랑스측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종찬 장군이 ‘2차 FX사업 때 라팔이 다시 참여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FX 기종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한참 전인데, 그런 말을 한 것이다.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 이들이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것은 2차 평가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은 OECD 가입국이지만 프랑스도 오랜 OECD 회원국이다. OECD 회원국은 국제사회의 룰과 에티켓을 모범적으로 지켜야 한다.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가 가해진다. 프랑스의 우주항공업체(닷소)는 임동원 특보가 평양 갈 때 타는 비행기 삯을 지불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하는 일은 한국 정부가 어떻게 돈을 쓰든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보잉사에게 많은 돈을 주든 말든 그것은 프랑스와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이 공정한 국제경쟁을 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그로 인해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한다. 국제사회에서 닷소사의 명성은 크게 추락하게 된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원래 정부(국가)는 자신들 때문에 손해를 본 기업이 있으면 그 손해를 당연히 물어주어야 한다.”

    -한국 정부에 청구할 배상 금액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나는 금액까지 밝힐 위치에는 있지 않다. 한국 정부가 공정하게 경쟁을 치른다는 말을 믿고 경쟁에 참여한 닷소사가 지불한 돈은 수백억원이다.”

    -그 수백억원이 배상금액이 될 가능성이 높겠다.

    “금액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기 곤란하다.”

    -로빈슨 부사장께서는 한국을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FX 일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인상이 매우 나빠졌겠다.

    “절대 그렇지 않다. 한국에 대한 내 개인적인 느낌은 매우 좋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한 일은 그렇지 않다. 2년 반 FX 사업을 하며 많은 한국인을 사귀었는데 그들과는 계속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정직하게 하지 않은 것은 세계에 알릴 것이다.”

    -닷소가 배상을 청구할 수백억원에는 한국 언론을 통한 라팔 광고비도 포함되는가.

    “광고비까지 넣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닷소가 지출한 광고비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닷소사는 라팔 전투기를 한국에 가져 오는 것과, 시험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그리고 한국의 FX사업만을 위해서 3개 회사에서 100여 명이 넘는 전문직원들이 일하면서 지출한 비용도 상당하다. 한국은 아주 많은 서류를 요구했는데, 이를 위해 우리는 한국 특별팀을 운용했다. 한국에 닷소 지사까지 설치하였다. 그런 데 들어간 금액을 한국에 청구할 생각이다.”

    -라팔 전투기가 한국에 온 것은 서울 에어쇼 때였다. 서울에어쇼 참가는 닷소측에서 결정한 것이 아닌가.

    “서울에어쇼는 프랑스의 파리에어쇼나 영국의 판보로에어쇼, 싱가포르에어쇼와 질적으로 다르다. 이 에어쇼는 세계를 위한 에어쇼라 업체들이 서로 참여하려고 한다. 하지만 서울에어쇼는 한국만을 위한 에어쇼라, 업체로서는 관심이 적다. 닷소는 한국 정부의 의뢰를 받고 서울에어쇼에 참가했다.”

    -닷소측은 FX 기종평가 배점에서 최하 점수를 60점으로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최하 점수를 60점으로 한다는 것은 닷소사를 포함한 4개 사가 참가한 공청회에서 결정된 것 아닌가.

    “지난해 11월 공청회 때 배점을 60∼100점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때 한국 정부는 70% 절충교역을 채운 업체만 투찰(가격입찰)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투찰을 하고 보니 보잉측은 제시한 투찰가가 높아 절충교역 70%를 채우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보잉을 탈락시켜야 하는데 국방부는 탈락시키지 않았다.

    보잉은 절충교역 70%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1위인 라팔에 큰 점수 차이로 뒤질 수밖에 없었다. 조작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물론 보는 눈이 있으니 인위적으로 보잉측의 점수를 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FX 결정 기종의 인도 시기를 중시한다든지 하면서 1위와 2위 차이를 줄였을 것이다. (웃으면서) 한국 국방부는 보잉측에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면 라팔 조종석의 쿠션이 나쁘다는 것도 지적했을 것이다.”

    -무슨 소리냐. 전투기 조종석 의자는 전부 영국의 마틴 베이커사가 공급하므로 차이가 날 수 없다.

    “하하하. 그 부분은 농담이다. 그 정도로 한국은 보잉사에 배려를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러시아의 수호이-35도 서울에어쇼에 참가했으나 탈락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소송을 걸겠다는 이야기는 없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로스브로제니 회장도 FX 평가가 조작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의 공정성과 유럽인의 공정성은 다른 것 같다. 한국 국방부는 공정하게 하겠다고 했으나, 한국 국방부가 언론을 통해 밝힌 것은 1위와 2위 차이가 1.1%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수백 가지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비교했는데 1.1% 차이가 난다는 말 외에는 왜 아무 말도 없는가.”

    -지난해 칠레 국방부는 전투기 도입 사업 과정을 다 공개했는가.

    “칠레에서의 경쟁은 공정하게 진행됐고 정상적(normal)이었다.”

    -내 질문은 칠레 정부가 기종 결정 과정을 공개했느냐는 것이다.

    “앞서 말한 이유로 우리는 칠레 사업을 조기에 접었다. 칠레 공군은 프랑스에 와 미라지 2000을 타보았으나 곧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제 F-16을 사야할 형편이라고 해, 양해해 주었다. 칠레는 끝까지 국제경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공정하게 국제경쟁을 하겠다 해서 우리는 3년간 투찰까지 참여했다. 그런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FX사업과 관련해 관련자에게 뇌물을 준 업체는 탈락시키겠다는 문서를 돌린 것으로 안다. 닷소사는 그 문서에 서명하였는가.

    “물론 물론…. 우리는 서명했다. 그런 문서에는 당연히 서명을 해야 한다.”

    -닷소는 코메트라는 회사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는가.

    “처음 한국에 와 FX사업에 참여하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한국 업체와 에이전트 계약을 하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코메트와 동준인터내셔널이란 회사를 골랐다. 코메트는 국방부와 공군 관계를 담당케 하고, 동준인터내셔널은 절충교역 분야를 담당케 했다.

    그런데 코메트는 우리하고만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특별한 회사가 아니었다. 코메트는 미국의 레이시온사와도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있었다. 동준인터내셔널은 미국 GE사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있었다.”

    -공군의 김○○ 대령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대령은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대령은 모르는 사람이다. 만난 적도 없고.”

    -조○○ 대령 사건을 알고 있는가.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코메트사로부터 들은 바는 없다.”

    -조대령은 코메트사의 관계자로부터 1100만원을 받은 것을 인정했다.

    “코메트는 라팔 사업외에도 5∼6개의 공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조대령에게 돈을 준 것은 FX사업 때문이 아닌가.

    “닷소는 그 누구에게도 돈을 준 적이 없고, 돈을 주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 분명한 것은 많은 한국인들이 조대령과 코메트의 이○○ 사장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이들을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조대령은 부자라고 한다. 그는 8000달러(약 1100만원)에 자기 명예를 깎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FX 평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여했는데 왜 두 사람만 감옥에 갔는가. 라팔의 우수성을 발견한 사람들만 처벌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2차 FX사업처럼 앞으로 한국 공군이 벌이는 사업에 닷소는 참여할 것인가.

    “(단호하게)그럴 생각이 없다. 한국이 F-15K를 좋아하는데 왜 들어오는가.”

    -FX 기종 결정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한국이 시민단체와 접촉한 적은 있는가.

    “없다. 그러나 NGO 단체와 인터뷰한 적은 있다.”

    -이번 FX사업에는 닷소 외에도 여러 회사가 패배했다. 유럽의 타이푼과 엔진분야에서 도전했던 미국의 프랫앤 휘트니사는 결과에 승복해 아주 조용히 철수했다.

    “그 부분은 내가 말할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라팔은 시험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고 절충교역에서도 상대를 앞섰다. 우리는 패자가 아니라 승자인데,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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