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호

체면 버리고 건강 얻는다

  • 박찬석 < 경북대학교 총장 >

    입력2004-09-07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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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번 자전거에 맛을 들이면 누구나 자전거 예찬론자가 된다. 건강과 환경, 나아가 경제까지 살리는 도심의 자전거 타기. 이처럼 개인의 행복과 공익성을 두루 위하는 즐거움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나는 자전거 마니아는 아닌 것 같다. 마니아는 좋아서 미친 것처럼, 합리성이나 경제적 효용성을 따지지 않고 그냥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건강을 위한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자전거는 인류가 고안한 발명품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경제위기가 오고 IMF 관리체제로 들어갈 때가 1997년 12월이었다. 그 해 9월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는데 그런 나를 외환위기와 관련시켜 ‘실천하는 지식인’이라고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IMF 관리체제가 닥쳐온 것과 내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나는 테니스와 등산을 무척 좋아했지만 총장이 되고보니 너무 바빠서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출퇴근 시간에 좀 걸어 볼까도 생각했으나 집에서 학교까지는 14㎞로 걷기에는 너무 멀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시간이 나면 탈 생각으로 자동차 트렁크에 넣을 수 있는, 바퀴가 작은 접는 자전거를 준비했다. 단지 자전거를 탈 줄 안다는 자신감으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는데,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 1시간 20분이 걸렸고, 체력 소모도 만만치 않았다.

    산악용 다운힐 자전거로 출퇴근



    그때만 해도 시내에 자전거 도로가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보도의 턱을 오르다 자주 넘어졌다. 한번은 심하게 넘어져 무릎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만 더 타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버텼다.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나의 자전거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나는 시속 16㎞ 정도로 자전거를 탄다. 그렇게 천천히 달려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보다 네 배 정도 빠르다. 통근용으로 모는 자전거의 속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30대에 시속 28㎞, 40대는 시속 24㎞, 50대는 시속 20㎞, 60대는 시속 16㎞, 70대 이상은 시속 12㎞로 달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자전거는 속도가 높아지면 방어운전을 할 수가 없다. 자전거의 안전속도는 시속 15㎞.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려면 안전 속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자전거는 그 종류가 하도 많아서 마니아라도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기능별로 출퇴근용 자전거와 스포츠용이 있다. 속도 경기를 주로 하는 사이클도 있고, 묘기 전문 자전거도 있다.

    나는 대만제 접는 자전거(22만원)로 시작하여 알루미늄 자전거(60만원)를 거쳐, 지금은 동생이 미국에서 이사올 때 가져온 산악용 다운힐 자전거(120만원)를 타고 있다. 타이어가 넓어서 울퉁불퉁한 보도를 달리는 데 좋다. 앞뒤에 충격방지기가 있어서 엉덩이가 아프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속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고급 자전거는 부품마다 제조원이 다르다. 마치 오디오를 구입할 때 각 부품별로 최고를 골라 조합하듯, 자전거도 부품별로 최고가 있다. 마니아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최고’를 골라 조립한다.

    마니아라면 전문 클럽에서 정보를 얻고 자전거를 직접 조립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좋은 자전거는 자전거 전문 잡지에 소개 되어 있다. 동호회도 전국에 수백 개가 넘는다. 여기에 가입하면 정기적으로 투어를 즐길 수 있고 자전거에 대한 지식도 넓힐 수 있다.

    나는 자전거를 아파트 거실에 보관했다가 타고 나간다. 집에는 아내를 위해 장만한 일제 전기 자전거가 한 대 더 있는데, 이 자전거는 이용 빈도가 떨어진다. 전기 자전거는 나이 든 분이나 여자들에게는 권할만하다. 그러나 자전거는 역시 근육을 이용해 달리는 것이라야 한다. 전지를 이용하는 자전거는 아무래도 타는 맛이 나지 않는다.

    학문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학의 총장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자 언론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리하여 나와 자전거는 TV와 신문에 자주 보도되었다. 자전거 타기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처음엔 부끄러웠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게 사실이므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생각했다.

    한 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내가 자전거 타는 것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자전거는 얼마짜리입니까?”

    “120만원 정도 합니다.”

    그러자 그 분은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자전거 값이 100만원을 넘는다고 하면 누구나 “그렇게 비쌉니까?” 하고 되묻는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반격한다.

    “선생님의 골프채는 얼마나 합니까?”

    “한 200만원 하지요.”

    “선생님이 주말에 취미로 하는 도구는 200만원인데, 매일 출퇴근하는 교통수단인 제 자전거는 120만원입니다. 과연 어느 게 비싼 걸까요”

    나는 누구에게나 자전거 타기를 권하고 싶다. 사회지도자가 자전거를 많이 타야 자전거 타는 환경이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실질적 지식인 운동이라고 말한다. 환경 운동하는 분들도 진실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려면 무엇부터 해야할지 한번 생각해보고 자전거를 타보라고 권하고 싶다.

    달라이라마는 ‘행복론’에서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마음은 수행하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결국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수행의 열매라고 봐야 한다. 수행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몸부터 단련시켜야 한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몸을 단련하는 것은 몸을 자연으로 귀속시키는 과정이다. 좋은 마음을 갖기 위하여 운동을 하면 수행이 된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운동을 기억하는 근육이 발달하여 운동을 계속하려는 관성이 생긴다. 자전거를 6년이나 탔으니 나의 근육 속에도 페달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근육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일인가.

    자전거의 미덕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첫째, 돈이 절약된다. 둘째, 건강에 좋다. 셋째,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넷째, 교통문제를 해결한다. 다섯째,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인다. 여섯째,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 일곱째, 에너지를 절약한다. 여덟째, 도로 건설비용을 줄여준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손님을 맞을 경우, 정장을 하지 못해 예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 때문에 정장 차림이 아닙니다”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안됩니다”라는 대답을 들은 적은 없다. 물론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고 싶지도 않다. 사람을 만나러 오는 것이지 옷을 보러 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 자전거 복장이 혐오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감가상각비까지 감안할 때 자동차 한달 운영비는 40만원 정도이다. 자전거를 타면 이것이 고스란히 절약된다. 돈이란 많이 벌어야 모이는 것이 아니다. 버는 것보다 적게 써야 모이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데는 한 달에 5000원 정도면 충분하니, 적게 벌어도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

    현대인의 생활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한번 되돌아보자. 우선 자동차를 타기 때문에 운동이 부족하다.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헬스클럽에 가서 땀을 흘리고 목욕탕에 가서 땀을 뺀다. 돈을 절약해가며 운동하는 방법이 있는데, 왜 돈을 써가며 몸 관리를 하는가. 자전거는 건강, 경제적 풍요, 그리고 공익을 가져다 준다. 나는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회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전거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전거는 뉴턴의 운동의 법칙에 따라 달려간다. 관성의 법칙이나 마찰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실전에서 필요한 것은 운동 법칙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자신감이다. 자전거는 자신만 있으면 30㎝ 폭의 도로에서도 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없으면 30m 도로에서도 넘어진다.

    세상일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로 가득하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것은 비단 자전거 타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이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일을 중지할 때는, 현재 정도는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하던 일을 중지하면 현상 유지는 이뤄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자전거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생산과 소비가 계속해서 굴러가야 국가경제가 유지된다. 멈추면 공황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이 있다. 자전거를 탈 때는 기우는 쪽으로 핸들을 더 꺾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꺾으면 넘어진다. “기울어지면 기울어지는 쪽으로 좀더 기울여라.” 이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파고들어야 살길이 생긴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문제를 피하면 죽는다. 자전거 타기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이 담겨 있다.

    자전거는 먼 곳을 보고 운전해야 넘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30m 전방을 보고 가야 안전하다. 초보자는 더더욱 그렇다. 인생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코앞의 미래만 바라본다면 굳이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30년 앞을 내다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비록 지금은 속도가 늦어도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자전거 타기는 ‘코앞의 일만 쳐다보면 넘어진다’는 삶의 진리를 가르쳐 준다.

    자건거 이용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전거를 타면 체통을 구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체면을 소중히 생각하는가. 만일 자전거 한 대 값이 1억원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대구와 칠곡 사이에 있는 신동재를 내려올 때는 칠곡 군수 안 부럽다’는 말이 있다. 힘들게 올라갔다가 내리막길을 달릴 때의 상쾌함은 그 무엇에도 비유될 수 없다는 말이다. 스키가 별것인가. 눈 쌓인 언덕을 내려오는 스릴은 신동재를 내려오는 쾌감과 다를 바 없다. 재미있는 운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골프채 한 세트 무게와 자전거 무게는 거의 같다. 골프채를 메고 다니면 사람같이 보이는 모양이다. 호텔에서도 안내원이 나와 깍듯이 예를 갖춰 안내한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면 이내 반말을 하며 손을 휘휘 내젓는다. 이러니 누가 자전거를 타려고 하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이런 헛바람을 빼내야 한다. 우리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실용주의로 가야 한다.

    50세가 가까워지면 ‘오십견(frozen shoulder)’이라고 하는 어깨 통증이 생긴다. 특별히 다치지 않더라도 나이 50이 넘어서면 어깨가 아파 오는 법이다. 고통이 심할 때는 찻잔 하나도 들지 못한다. 오십견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데,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어깨만 아픈게 아니라 통증이 있는 쪽의 손 전체가 저리다 말다 한다.

    나도 오십견이 찾아와 병원에서 MRI를 찍었다. 의사는 경추 4번, 5번, 6번에 조직이 밀고 나와서 신경을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하면 수술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내라고 조언했다. 의사들은 척추 수술은 큰 수술이라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며 수술을 만류한다. 그러나 그냥 지내기엔 오십견은 여간 고통스러운게 아니다.

    그 무렵 나는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그 후 오십견은 완전히 사라졌다. 자전거 타기와 오십견 치료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오십견이 50여 년 간 자세를 바로 갖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면, 자전거 타기로 인해 균형이 바로 잡혔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자전거를 탈 때 균형을 잡지 않으면 넘어진다. 따라서 불균형 때문에 생긴 통증은 균형을 잡아주는 자전거 타기로 해결할 수 있다.

    자전거를 많이 타면 전립선이 압박을 받아 발기부전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매일같이 자전거를 4시간 이상 탈 경우에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자전거를 타면 하체가 대단히 좋아져 정반대의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직접 자전거를 타보시라. 일주일만 타보면 어느 쪽 견해가 옳은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자전거 타기가 힘들다. 그러나 비오는 날의 자전거 타기는 ‘별미’다. 작년 여름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기분이 어떨까 싶어서 일부러 자전거를 타 보았다. 비가 옷 속으로 스며들어 온몸이 젖었지만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으니 열이 나서 샤워를 하는 듯했다. 나는 소나기가 오면 자전거를 몰고 나간다. 소나기를 맞으며 페달을 밟는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설명할 길이 없다.

    자전거 해외여행이 꿈

    자전거 타기는 좋은 자전거를 고르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직접 들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자전거가 좋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계단을 올라갈 때도 있고 장애물을 넘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자전거를 아파트 안에 보관하였다가 출퇴근시 들고 다닌다. 따라서 무거운 자전거는 좋아 하지 않는다. 산악용 자전거도 좋은 제품은 무게가 10㎏ 안팎이다.

    같은 성능을 갖고 있는데 무게가 10kg 이하라면 그 자전거는 내것보다 좋은 자전거다. 그러한 자전거는 특별한 소재를 사용했다. 자전거 소재는 골프채 소재처럼 나무와 강철을 거쳐 최근에는 알루미늄과 카본, 보론, 티타늄 등 가볍고 강한 소재로 발전하고 있다. 좋은 자전거는 강하고 가볍고 질긴 소재로 만든 것이다.

    자전거를 갖고 해외여행을 하면 좋을 성싶다.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꼭 한번 해볼 계획이다. 접을 수 있는, 무게 10kg 정도의 자전거를 구입해 분해한 후 여행 가방에 넣어 먼저 비행기 화물로 부친다. 숙련된 기술을 갖추고 있다면 30분이면 자전거를 원상태로 조립할 수 있다. 그리고 공항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로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니면 버스에 싣고 갈 수도 있다. 자기의 교통수단을 갖고 여행을 한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중세 때 생겨났다. 중세의 교통수단은 주로 마차였는데 마차의 속도와 자전거의 속도는 시속 20㎞로 비슷하다. 마차 도로는 자동차가 다니기에는 좁고 자전거로 다니기에는 적당하다. 유럽과 일본의 도시에 자전거가 많은 이유는 중세 때의 도로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도시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이나 답사는 걸어 다니면서 해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제대로 볼 수 없고 너무 거추장스럽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며 살펴보는 것이 가장 멋지다. 유럽에서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 유럽대륙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국도 옆에 1m정도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주면, 방학이나 주말에 자전거로 국토를 순례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석유를 태울 때 나오는 가스는 인체에 대단히 유해하다. 대도시의 주오염원은 자동차의 배기 가스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동차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슈마허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라는 책을 좋아한다. 큰 것치고 좋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더 이상 키를 키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인간이 작아지면 작은 집에서도 넓게 살 수 있다. 조금 먹어도 배를 불릴 수 있다. 작은 자동차를 타면 에너지도 적게 들고 공기 오염도 줄일 수 있다. 자전거는 10㎏ 무게로 체중 75㎏인 나를 운반한다. 그러나 자동차는 75kg의 나를 운반하기 위해 2t의 무게로 엄청난 화석 에너지를 소비한다. 자기 무게보다 10배 무거운 사람을 운반하는 자전거야 말로 아름다운 존재가 아닐까.

    대도시의 예산은 인구 100만명 당 대개 1조원이 소요된다. 이렇게 많은 대도시 예산 중에서 3분의 2가 도로 건설 같은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된다. 교통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의 교통 문제는 우리나라의 예산(약 106조원)을 다 쏟아 부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늘리는 게 아니라 도로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도시 인구의 10%가 자전거를 탄다면 자동차 10부제를 펼치는 것과 같다. 20%가 자전거를 탄다면 5부제를 실시하는 것이 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나면 대도시의 교통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 자동차 2부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자동차 홀짝제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이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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