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민간 교류에 NLL은 없었다

한국이웃사랑회 방북단 동행 취재기

  • 신석호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kyle@donga.com

민간 교류에 NLL은 없었다

2/7
29일 대표단이 북한에 들어간 뒤 실향민들의 기억은 더욱 생생해졌다. 평양시 사동이 고향인 유상국(75) 안산광림교회 원로목사는 평양시가 한눈에 보이는 만수대 동산에 올라 고향 마을을 가리키며 “지금은 길이 많이 났지만 옛모습이 기억난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두 친구는 다행히도 하늘에서 고향인 함흥 땅을 보았다. 남국씨는 7월2일 대표단이 평양에서 백두산까지 비행기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비행기가 함흥 상공으로 선회해서 가면 좋으련만…” 하고 기도했다.

꿈은 이루어졌다. 이날 오전 8시17분 대표단을 태운 고려항공 ‘뚜벡33’기가 이륙하자 북한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후 잠시 운해(雲海) 위를 나는 비행기 안에서 남국씨의 외침이 들려왔다.

“함흥이다, 기서야 함흥이다.”

대표단 일행은 복도쪽 자리에 앉아 있던 기서씨에게 남국씨 뒤의 창가 자리를 양보했다. 축구공만한 창문에 얼굴을 맞댄 두 친구는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기억을 되살려 나갔다.



“야, 저건 청천강이구나. 저건 신포비행장이고.”

“그래 근데 물이 많이 말랐네….”

두 친구는 눈을 크게 떴지만 고향집을 찾을 수 없었다. 10여 분 뒤 비행기는 벌써 흥남 상공을 날고 있었다. 기서씨는 “고향 땅 위를 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록 고향 땅을 밟지는 못했지만 대표단은 북측 초청자인 민족화해협의회의 배려로 통상 북한방문단이 볼 수 없는 북한의 이곳저곳을 볼 수 있었다.

6월30일 점심식사 시간에 평양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은 대표단 가운데 절반은 소형 승합차에 올라타고 평양시내를 출발해 비포장도로를 2시간 정도 달려 강동군 구빈리의 협동농장을 방문했다.

험한 길을 오랫동안 달려야 하기 때문에 대표단에서 나이가 어린 절반은 ‘농장팀’으로, 나이가 많은 절반은 ‘병원팀’으로 나누어졌다. 실향민인 원로 목사 2명은 “시골 모습을 보고 싶다”고 목장행을 요구해 2명의 청장년층이 자리를 양보했다.

구빈리의 협동농장은 1999년 이웃사랑회가 지원한 우유멸균기, 치즈제조기, 우유포장설비, 우유운반 냉장차량 등으로 염소젖을 가공해 산유(요구르트)와 치즈를 각각 하루 2t, 800kg씩 생산해 인근 육아원 탁아소 인민학교 등에 공급하고 있었다. 지난해 총생산량은 310t이며 올 생산목표는 400t. 우유 가공공장 뒷산에는 ‘풀로 고기를 만들자’는 구호가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우유 가공공장에서 생산된 요구르트와 치즈는 바로 옆 천연동굴에 하루 동안 보관했다가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전기와 냉장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장을 이 동굴 옆에 세운 것. 이 동굴은 사계절 한결같이 실내온도 15℃를 유지한다.

구빈리 주민 2700명 가운데 1200명이 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중 젖 가공 공장에서는 10명이 하루 2교대로 일한다. 이곳에서 4년 동안 일한 김종실(43)씨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산유의 질이 좋다고 평양시내에 소문이 나 6월19일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도 이곳을 방문해 격려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이웃사랑회는 올 가을에는 젖소 10마리를 특별히 지원할 계획이다. 림기남(44) 지배인은 “이웃사랑회가 지원한 물품을 요긴하게 쓰고 있다”며 “인민들의 건강을 위해 내년 총 생산량을 1000t으로 늘릴 욕심이며 이를 위해 이웃사랑회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낙농인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의 말을 좀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림지배인은 “젖소도 젖소지만 사료를 만드는 분쇄기와 전동기 및 사료 가공기술과 사료에 들어가는 첨가제를 배합하는 기술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첨가제를 만드는 방법을 반드시 알아야겠습니다. 강냉이와 풀 콩기름 등 사료를 만들 원료는 있는데 비타민과 영양제 등 첨가제가 문제입니다. 또 배합하는 기술도 중요합니다.”

이웃사랑회는 이 마을에 낙농기계와 기술말고도 현대자동차가 만든 스타렉스 자동차와 경운기 10대도 지원했다.

2/7
신석호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 kyle@donga.com
목록 닫기

민간 교류에 NLL은 없었다

댓글 창 닫기

2019/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