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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파크뷰 의혹 입체 추적

검찰·여당·특정지역 인사들의 삼각 커넥션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분당 파크뷰 의혹 입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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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분당은 철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설계·건설된 도시. 그런 만큼 각 토지의 용도도 분명해 변경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토지공사는,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상업지구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용도변경을 검토키로 한다.

같은 해 11월26일. 건교부는 건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문제의 제62조2항 신설도 포함돼 있었다. 도시설계는 도지사 승인사항으로 하되 ‘설계변경’은 시장·군수의 권한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1999년 2월8일 공포된 개정안은 김병량 전 시장이 설계변경건을 직접 승인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이 조항은 2000년 7월1일 재개정되고 만다. 난개발의 우려 때문에 설계변경 인가권을 다시 도지사에게 귀속시킨 것이다.

1998년 12월에는 백궁·정자 지역에 쇼핑타운 부지 3만9000평을 갖고 있던 포스코개발이 사업성 불투명을 이유로 위약금으로 문 뒤 땅을 포기한다. 비슷한 시기, 조모씨(구속)는 미국 LA 거주 사업가 김모씨의 요청에 따라 토지공사에 토지매입 가능성을 타진한다. 분당내 골프연습장 ‘스파밸리’ 사장이자 소규모 건설업을 해온 홍원표씨(구속)도 이 일에 개입한다. 두 사람은 교포 김씨가 이 건에서 손을 뗀 후에도 땅 매입에 집요한 관심을 보인다.

1999년 4월, 홍씨측은 토지공사에 매매약정체결 검토의뢰서를 보낸다. 그런데 여기 특이한 사항이 눈에 띈다. ‘매매약정 기간’란에 ‘매매약정 후 6개월 이내 본계약(단, 용도변경 지연 등 매매약정 조건에 따라 연장 가능)’이라 적시해 놓은 것. 또 그 밑에는 ‘공공시설(학교부지 등) 부지는 관련법규에 의하여 처리’한다는 조항이 있다. 학교부지 확보는 그 지역에 주거시설이 들어섰을 때나 필요한 사항이다. 이상의 내용은 홍씨측이 사실상 용도변경을 전제한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또 ‘용도변경 지연’이라는 문구는 변경 시기까지 인지하고 있은 듯한 인상을 준다. 어쨌든 이같은 홍씨측 요청에 대해 토지공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다.

그 무렵, 군인공제회도 토지공사에 토지매입 의사를 밝힌다. 4월13일 시작된 협상은 같은 달 29일, 토지공사가 군인공제회 요구조건을 수용키로 내부결제를 득(得)할 만큼 급속도로 진행된다. 5월3일 토지공사는 군인공제회에, 같은 달 10일까지 매각 가능함을 회신한다.



5월21일, 토지공사에 국방부 장관 명의의 공문이 도착한다. ‘부지 사업규모가 방대하고 사업기간의 장기화 등으로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군인공제회가 요망하는 지역으로 대토(代土)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보면 군인공제회도 언젠가 해당 토지가 용도변경 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확신’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토지매입을 추진한 군인공제회 관계자도 “한겨레신문(1998년 12월2일자)에 ‘성남시와 토지공사가 도시설계 변경을 추진중’이라는 기사가 난 데다 여러 여건을 따져봤을 때, 언젠가 주거지로 용도변경 될 것이라는 예상은 우리도 했다. 하지만 그게 3년 후일지, 5년, 10년 후일지는 알 수 없었다. 용도변경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대토 얘기를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98년 10월 토지공사가 성남시에 주거시설 건축허용을 내용으로 한 ‘분당 도시설계 변경안’을 제출했으나, 성남시가 기반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유보방침을 밝혔던 것. 당시로서는 홍씨측의 ‘확신’보다 군인공제회의 ‘불안’이 더 이치에 맞는 반응이었다.

한편, 국방부 장관 명의의 공문을 보낼 때까지만 해도 토지 매입이 가능하리라고 본 군인공제회에, 5일 후인 5월26일 토지공사로부터 한 장의 공문이 날아온다. ‘동 토지는 5월24일자로 매각되었음을 알린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측은 “공제회측이 대토는 물론 계약해지시 계약금 환불을 요구해 조건이 더 나은 홍씨측과 계약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제회가 보낸 공문 어디에도 계약금 환불 요구는 없다. 게다가 국방부 장관 명의 공문이 발송된 21일은 금요일이었고, 토지공사가 홍씨와 계약한 24일은 월요일이었다. 결국 토지공사는 대토 요청 공문을 받자마자 추가 협상 없이 홍씨측과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성남시, 용도변경 귀띔해줬나

토지공사는 홍씨 쪽에서 제시한 조건이 포스코개발과의 거래 조건과 동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2월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채영수 부장판사)는 흥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포스코개발이 “위약금을 되돌려달라”며 토지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토지공사는 위약금 가운데 56억여 원을 돌려주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토지공사와 포스코측이 체결한 매매계약 중 위약금에 관한 부분이 이후 부지 매입에 나선 에이치원개발(홍씨)과의 조건보다 가혹하다”며 “계약해제에 이르게 된 과정에 상업용지 비율을 과다책정한 토지공사측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위약금 일부를 되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는 토지공사가 포스코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홍씨측과 매매계약을 맺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편, 토지공사가 자금력과 신뢰성이 월등한 군인공제회 대신 홍씨측을 택한 것에 대해 한 부동산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그 정도 규모의 땅 매매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담보·지명도 등도 고려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계약금만 있으면 누구나 매입 가능하다. 또 (그 땅은) 안 팔리는 땅이었기 때문에 (홍씨측이) 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의심은 됐지만 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재력가도 아닌 홍씨는 어떻게 계약금만 160억여 원인 땅을 매입할 수 있었을까. 또 용도변경이 요원한 상태에서, 사업성이 없어 매매 자체가 어렵던 땅을 덥석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홍씨측이 백궁·정자지역 상업용지 12만9166.4㎡를 1597억원에 사들이면서 지불한 계약금은 160여 억원. 홍원표(27억원)·김모(N건설 회장, 100억원)·이모(20억원)·오모(13억원) 씨 등 4명이 공동 부담했다. 이 중 홍씨가 부담한 27억원은 그가 고향 지인 9명과 공동매입해 관리해오던 정자동 주차장 부지 불입금을 전환한 것이었다. 따라서 실제로 홍씨가 지불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모·오모 씨는 이전부터 홍씨와 관련이 있었지만 김모 회장의 등장은 뜬금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홍씨를 뭘 믿고 100억원이나 되는 돈을 빌려준 것일까.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홍씨측은 용도변경을 미리 예측했을까. 이와 관련, 2001년 10월17일자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H개발 관계자들은 “우리가 쇼핑센터 부지에 관심을 보이자 성남시 관계자들로부터 ‘곧 용도변 경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국회 등에 제출한 자료에서 에이치원개발측은 “동대문에 있는 패션타운 같은 걸 만들려 했다”, “당시 그 땅이 용도변경되리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등 모순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 용도변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땅을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치원개발의 해명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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