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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공포가 내 인생을 갉아먹었다”

우울증·자폐·거식증… 마광수 교수의 ‘빼앗긴 10년’

  • 이나리 byeme@donga.com

“검열 공포가 내 인생을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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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무서워요”

이튿날 이촌동으로 전화를 했다. 마교수가 받았다.

-건강은 좀 어떠세요. 친구이신 신승철 박사께 대강 말씀 들었습니다.

“신승철…? 모르는 사람인데….”

-정신과 전문의 신승철 박사님 모르세요.



“아… 신승철. 승철이 내 친구예요.”

-심정이 어떠세요.

“죽고만 싶어요. 살 수가 없어요.”

-병원에 입원을 하시지요.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입니다.

“작년에 한번 입원했어요. 근데 뭐 별로 좋아지는 것도 없고…. 그냥 이렇게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지내십니까.

“…시간이 많아서요.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제자들이라도 만나시죠.

“제자들이 와 줘야 만나지요. 학교 떠나면 다 그만이지…. 끝났어요.”

-재임용 파문 전에도 학교 생활이 많이 힘드셨나요.

“제가 잘살았는지 못살았는지 모르지만, (복직 후 학교에) 다시 나가면서부터 (주변에서) 면박 주고 따돌림당하고. 고통스러웠어요.”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연세가 여든이시죠.

“그래요. 녹내장 때문에 눈도 잘 안 보이는데. 전 마누라도 없고 수입도 없어요.”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두 끼 먹어요. 점심에 빵 한 쪽, 저녁에는 시켜 먹고, 아니면 어머니가 간신히 차려주시는 거 먹고. 누님이 가끔 와서 도와줘요.”

-바깥 나들이 좀 하셔야죠.

“산보도 못하겠어요. 쇼크가 커서.”

-그러니 입원하세요.

“입원해봤자 소용없어요. 작년에 해봤는데 머릿속을 바꾸기 전에는 다 소용없어요.”

-그럼 그렇게라도 하셔야지요.

“사람이 머릿속을 어떻게 바꿔요.”

-그래도 이겨내셔야 할텐데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죽고만 싶어요. 세상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나…. 제 강의는 수강생도 많고, 가르치는 보람과 자부심이 컸어요. 6년 공백 끝에 어렵게 (복직)했는데 그렇게…. 너무 친했던, 서로 돕던 친구들이라…. 사람이 무서워요. 제가 받은 불이익이 너무 크니까.”

-전 부인 생각도 많이 하시나요.

“이혼한 것도 후회해요. 다 후회스러워요. 분노와 회한이 밀려와요. 못 이겨낼 것 같아요. 일에 대한 공포가 있고, 글 한 줄도 안 써져요.”

-경제사정은 어떻습니까.

“계속 까먹고 있죠. 걱정이에요.”

-이 모든 고통의 근원에 뭐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것은 ‘즐거운 사라’ 사건에서 시작됐어요. 하지만 그 사건 터졌을 때만해도 젊었고, 이렇게 옆구리에서 확 찌르는 일은 없었는데…. 이제 됐죠? 힘들어서 더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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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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