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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본질 꿰뚫는 명상·구도 서적

  • 표정훈·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삶의 본질 꿰뚫는 명상·구도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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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서적이나 이른바 구도서적이 본격적으로 우리 출판계의 한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사회과학서적이 득세하던 1980년대부터다. 밥, 노동, 사회, 역사의 문제가 첨예한 이슈였던 시절에 명상서적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은, 난세에 대처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로 내면으로의 침잠을 택한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뜻한다.

‘화: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는 어떤 침잠을 이야기하는가? 마음이 화로 가득하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화는 온갖 불행의 근원이다. 누군가 나를 화나게 하면 나는 그와 싸우거나 누군가에게 분풀이하려 하거나 자신이 지금 화가 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틱낫한은 이런 행태를 가리켜 ‘자신의 마음을 올가미 속에 가두는 것’이라 지적한다. 그러면 올가미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옳은 말들로 가득한 목차만 훑어봐도 대강의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많이 먹어도 화는 풀리지 않는다.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라. 성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 보라. 화가 났을 때 남의 탓을 하지 마라. 화내는 것도 습관이다. 그 연결고리를 끊어라. 무의식중에 입은 상처가 화를 일으킨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앙갚음하지 마라. 애써 태연한 척하지 마라. 상대방이 가진 나쁜 씨앗보다는 좋은 씨앗을 보라. 기타 등등. 물론 이 책은 구체적인 지침도 담고 있다.

틱낫한의 메시지는 트루이즘(truism)에 가깝지만, 트루이즘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고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실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이 남긴 위대한 가르침일수록 너무도 자명한 트루이즘에 가깝지 않던가?

그렇다면 ‘틱낫한의 평화로움’은 어떤가? ‘한 장의 종이는 종이 아닌 요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마음, 대지, 벌목꾼, 구름, 햇살이 그 안에 들어 있다. 만일 그대가 종이 아닌 요소들을 그 근원으로 되돌려버린다면, 종이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종이는 얇지만, 그 안에는 전 우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대가 꽃과 나무에 물을 줄 때, 그것은 지구 전체에 물을 주는 것이다. 꽃과 나무에 말을 거는 것은 그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무수한 시간 동안 함께 존재해왔다.’



불교의 이른바 연기설(緣起說)을 이처럼 명료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마틴 루터 킹 목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고, 난민을 위한 공동체를 운영하기도 하는 등 평화운동가로서 틱낫한이 지닌 평화에 대한 추구와 강한 신념이 어떤 우주적인 명상 내지는 통찰에 기반을 두고 있음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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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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