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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 ‘깜짝쇼’ 북한의 얼굴

북한 정치문화 변해야 남북대화 진전된다

  • 글: 송종환명지대 초빙교수·전 미국 공사

북한 정치문화 변해야 남북대화 진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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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북한의 대남관이다. 북한은 ‘공화국 북반부’만이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합법 정부라고 주장한다. 남반부는 ‘혁명’의 대상, 즉 미 제국주의자로부터 해방시키고, 남한의 노동자·농민들이 폭력으로 정권을 탈취해 ‘인민민주주의정권’을 수립해야 하는 해방과 혁명의 대상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대남관은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혁명’으로 남한에 공산정권을 수립한 후 이 정권이 북한 정부와 합작해 공산화 통일을 완성해야 한다는 공산화 통일전략에 기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정부가 공산정권이 아니라 하더라도 북한의 ‘민족자주’ 통일정책에 동조하거나 지지할 경우 남한 당국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다는 상층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상층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보면, 북한측이 타도와 전복의 대상인 남한 당국의 정상과 회담을 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의 제1항과 제2항에 합의한 후 이를 이행할 것을 남한측에 계속 요구하면서 주한 미군철수와 과도적 형태의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북한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 또는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의 한 형태’로 간주하는 공산국가들의 혁명적 협상관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권 국가들이 협상을 분쟁의 평화적 해결수단으로 간주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서방권의 협상관은 상대방과 타협하는 것이 상대방을 완전히 파멸시키는 것보다 유익하다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공산국가들의 혁명적 협상관은, 협상의 목표는 승리이며 완전한 승리를 하지 못하는 것은 패배로 간주한다. 이러한 혁명적 협상관에 따라 북한의 현대말 사전은 ‘양보; 자기의 권리나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남에게 넘기거나 내주고 물러서는 것’이라 정의하고 ‘계급투쟁에서 양보란 항복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셋째, 수령유일지배체계에서 발전한 혁명적 수령관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다. 혁명적 수령관은 인민 대중이 역사의 주체라는 지위를 차지하고 제 몫을 다하려면 반드시 수령의 지도가 있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최고 뇌수인 수령이 주는 정치적 생명을 매개로 어버이수령, 어머니당, 인민대중이 혈연적 관계를 맺어 수령-뇌수, 당-중추, 인민-지체(肢體)가 된다는 것이다. 뇌의 지시가 중추신경을 통해 전달됨에 따라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처럼 북한 주민은 수령이 당을 통해 지시하는 것을 무조건 이행하는 객체가 되고 회담장에 나온 북한의 협상 대표들은 오로지 중앙통제에 의해 작동하는 기계부품이 되고 말았다.



넷째는 군인식으로 고착된 북한 주민들의 사고와 행동이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군인(1999년 12월31일 현재 총인구 2200여 만명 중 정규군 117만명, 14세부터 60세까지의 예비병력 748만명 등 총계 955만명) 신분이며, 북한이 추구하는 4대 군사노선(‘전인민의 무장화’ ‘전국토의 요새화’ ‘전군의 간부화’ ‘전군의 현대화’)과 김정일의 선군영도체제, 강성대국 건설, 국방위원장 중심의 권력체제, 유아기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사상교양사업과 군사교육, 군대식 일상생활 등은 북한 주민 모두를 군사체제에 젖게 했다.

변치 않는 북한의 4단계 협상행태

이와 같은 정치문화 속에 양성되고 중앙의 훈령을 받아 기계처럼 움직이는 북한의 협상 대표들이 남한측 협상 대표들과 대화를 할 때 타협하고 흥정하는 상인적 협상보다는 마치 전쟁을 하는 듯한 전사적 협상을 하고 좀처럼 타협이나 양보를 하지 않으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1971년 이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온 지난 30년간의 남북대화에서 북한은 개막단계, 중간단계, 합의단계,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협의단계 순으로 진행되는 각 단계에 일정한 협상 패턴을 보여왔다.

북한측은 개막단계에는 민족통일을 위해 남북대화가 갖는 의의와 동포애를 유난히 강조했다. 만찬과 참관 행사 등으로 남한 대표단을 환대해 잔치 분위기를 한껏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측이 남북대화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술책이다. 회담장소와 일시 등에 대해 선제의(先提議)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북한측은 또 목적 달성에 유리한 의제와 ‘일반원칙’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가족이 있는 남한 대표들을 회유하는 방법도 썼다. 특히 개막단계에 해당되는 시기에 평양에서 남북한 당국간 회담이 진행되면 북한측 최고지도자가 한국대표단을 접견해 회담에 직접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주도권 싸움에 유리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시간적으로 비교적 긴 중간단계에서는 남한측의 주장, 목표, 유연성 정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다양한 책략을 동원했다. 그들은 공식적인 접촉보다는 비밀접촉을, 공개회의보다는 비공개회의를 요구했다. 또 부분 합의를 위해 대화를 해나가다 갑자기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남한 대표에게 압력을 가할 목적으로 선결론을 반복 주장하고 요구사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협상속도를 조절하는 등 지연전술을 썼다. 심지어 회담 상대방을 비난하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회담장 밖에서는 신문, 방송을 이용한 심리전도 병행했다.

그러다 남한측이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듯 강경하게 나가고 이 정도 선에서 합의를 하더라도 북한에 이익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면 신속히 합의에 응했다. 그 ‘공’은 그대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차지가 됐다. 남북한 협상 대표단간 의견대립으로 쉽게 합의가 되지 않던 것이 ‘수령’의 결단으로 타결되는 양 마무리된 것이다.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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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종환명지대 초빙교수·전 미국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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