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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힘 ㉻

제도화 개방화로 대국 꿈꾼다

  • 글: 강현구 중국문제전문가·경제학박사 191710@hanmail.net

제도화 개방화로 대국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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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이 ‘남순강화’에서 보여준 것은 대정치가, 바로 그것이었다. 덩샤오핑의 모험과도 같던 이 순방의 주요 내용은 이른바 ‘삼개유리우(三個有利于) 표준’으로 집약된다. 자본주의의 길이냐 아니냐를 따질 게 아니라 다음 세 가지 방면에서 어떻게 우위를 차지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첫째 사회주의 생산력의 발전, 둘째 사회주의 국가 종합국력의 강화, 셋째 인민 생활수준 제고.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 곧 현재 중국에 유리한 것이고, 중국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다.

덩은 특히 이 이론을 당시 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곳인 경제특구(經濟特區)에서 발표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요구하는 많은 인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사회주의 강국의 미래를 강조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결국 덩의 남순강화는 당시까지 지식인 사이에서 만연하여 중국의 파벌싸움을 심화시킬 위기에 있던 ‘성사성자’논쟁에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계획경제 숭배자들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이중효과를 거두며 중국의 개혁·개방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러한 덩의 성과를 순발력 있게 체계화한 것이 앞서 이야기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이론이다.

중국공산당 제14차 당 대회에서 공식적인 중국의 개혁목표로 확정한 이 이론을 정확히 표기하면 ‘중국특색 사회주의 초급단계’로서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다. 중국특색사회주의란 말 그대로 중국 현실에 맞는 중국만의 고유한 사회주의를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쓰는 이 말 뒤에는 초급단계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있다는 말이 된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의 한 단계를 뜻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를 대체해야 하는 공산주의는 낮은 단계와 높은 단계로 나뉘는데, 이때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공산주의고, 사회주의는 곧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를 의미한다. 중국은 이 사회주의 중에서도 아직은 낮은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급단계 사회주의에서는 일반적 사회주의 이론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자본주의적 요소들 또는 시장기제들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특색사회주의 초급단계이론의 핵심이다. 이러한 초급단계에서 일반적 사회주의로 넘어가기 위한 체제 모델로 제시한 것이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이며, 이것의 주요 기준이 ‘삼개유리우 표준’인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이론 체계를 중국에서는 ‘덩샤오핑 이론’이라고 한다.

위대한 정치가 덩샤오핑

중국은 이러한 덩의 이론을 바탕으로 개혁·개방 정책에 속도를 높여왔는데, 그것의 정점에 1997년의 ‘소유제 개혁’이 있다. 중국공산당 제15차 당 대회에서 제기한 소유제 개혁의 핵심은 기존 ‘공유제’를, 이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소유제로 전환함으로써 개체·사영기업은 물론 외국기업에까지 안정된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음해 전인대에서 헌법을 개정하면서 완전히 현실화한 소유제 개혁은 안으로는 낡은 사회주의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장애를 걷어냄으로써 거시조절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일련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 주었고 밖으로는 중국경제의 투명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상에서 보듯 7개 학파의 논쟁은 현실에서 ‘성사성자’ 논쟁이라는 극히 세속적인, 우리식으로 말하면 ‘빨갱이 논쟁’으로 전화되어 나타났다. 학계의 논쟁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풍부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고민이라 할지라도, 현실에서는 극히 간단한 문제로 전화되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인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중국 경제에 관한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중국이 자본주의로 가느냐 아니면 사회주의로 남느냐는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어떤 경제학자들도 명쾌한 답을 내리기 곤란했다. 7개 학파의 예만 들어도 실제로는 자본주의와 근접한 길을 주장하는 학자군도 존재했으나, 그들이 먼저 목소리를 높여 자본주의로 가자고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이 시기의 혼란은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결국 덩샤오핑은 자신의 생애 최후의 임무인 이 문제에 대한 화룡점정을 위해 남순강화를 강행했고, 그것의 결과로 덩샤오핑 이론이라는 중국 특유의 이론체계를 완성하면서 중국 인민의 가슴에 영원불멸의 지도자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 덩샤오핑의 이론이 덩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중국의 모든 슬로건과 마찬가지로 이 남순강화는 중국 공산당 내 다양한 투쟁의 산물이고, 이는 경제학계의 관점에서 볼 때, 7개 학파의 투쟁 과정에 현실적인 승자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중국의 현실경제는 경제성장률 조정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었다. 이 논쟁의 불씨는 중국 공산당 원로인 천윈(陳雲)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중국의 보수-강경파를 대표하던 그는 연 12.5%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을 10%이하로 낮추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경제개혁 속도 조절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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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현구 중국문제전문가·경제학박사 1917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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