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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북한 핵과 격동의 한반도

“제네바 기본합의 쉽사리 깨지 못할 것”

[이슈 좌담] 2002년 12월 서울-평양-워싱턴-도쿄 가열되는 한반도 파워게임

  • 토론진행: 송문홍 토론: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

“제네바 기본합의 쉽사리 깨지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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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불가침조약 제안, 현실성 있나

북한이 내놓은 불가침조약은 현재로선 모호한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이것이 북한이 과거 주장해오던 평화협정과는 어떤 관계인지,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조치 등과는 또 어떻게 연관되는지가 관심사입니다. 불가침조약을 평화협정보다 하위 개념으로 볼 수도 있는데, 현실적인 가능성을 어떻다고 보십니까.

|서주석| 북한이 제안한 불가침조약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고 봅니다. 10월25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북한 주장이 맞다’고 생각할 정도로 논리적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그런 얘기를 하면서 항상 결론으로 평화협정을 내세웠습니다. 그때마다 평화협정이 과연 무엇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이번 불가침조약 제안은 평가할 만한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불가침조약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에게는 역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과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평화협정이 논의의 중심이 됐던 때보다는 분명 여유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상황이 아주 불분명해요. 북한이 제안한 불가침조약을 우리가 찬성하면 미국은 우리가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북한은 1983년 이래 미북간에는 평화협정, 남북간에는 불가침선언이라는 기본 틀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에 대해 불가침조약을 제안했으니 평화협정은 포기한 것인가, 불가침조약만으로 체제를 보장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평화협정이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유보한 것인가, 이런 부분도 아직 불분명합니다.

|조동호| 우리로서는 북미간에 불가침조약이 맺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앞에서 북미간 불가침조약은 형식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미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수차례 천명한 이상 불가침조약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또 다시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나서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한미가 불가침조약 이외 안보문제들로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 김정일과 고이즈미의 힘겨루기, 누가 승자?

9월17일 역사적인 북-일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과감하게 시인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북한은 꽉 막혀 있는 북미관계를 우회해서 북일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외부 수혈을 기대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그러나 그 후 상황은 북한의 의도대로 가는 것 같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일본내에서 납치 문제가 뜨겁게 달아올라 반북 여론이 높아졌고, 북한의 핵개발 시인도 걸림돌로 등장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벌인 한판의 도박 같은 북-일 정상회담, 여기서 궁극적인 승자는 누가 될까요?

|조동호| 지난번 북일 정상회담은 북한 의 경제 사정이 중요한 동인(動因)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50억∼100억달러에 달한다는 청구권 자금은 당장 수교를 한다고 해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당장 기대했던 것은 일본 정부가 동결한 조총련계 북송자금을 풀어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저는 견해가 조금 다릅니다.

북한에 흘러 들어가는 조총련계 자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래 전에 8억달러라는 추정치가 나온 적이 있지만 그건 좀 과장된 것 같고, 90년대에 들어와 일본 경제가 불황을 타면서 그 규모도 매우 위축되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총련자금 정도를 노려 북일관계를 개선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북한은 7월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신의주특구를 추진하면서 외부에서 돈을 끌어와야 할 절박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 전 서울에 온 경제시찰단에서도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미국과는 상황이 여의치 않고, 한국에서도 대규모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니,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인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을 겁니다.

|서주석| 북한은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북일 정상회담에서 자존심도 던져버리고 관계개선을 추진했던 건데, 지금은 9월까지의 흐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일본내에서 납치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서로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양국이 갖기로 한 안보협의도 핵문제에 대해 북한은 일본과 이 사안을 논의하지 않으려 하고, 일본 역시 이 사안에 레버리지가 없기 때문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상황은 9월17일 김정일 위원장이 파격적인 납치 시인을 할 때 사람들이 느꼈던 당혹감,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납치 시인이 악재가 되어버린 겁니다.

북일 정상회담 직후에는 연내 수교 얘기도 나왔지만 지금은 핵문제를 비롯해 북미간에 걸린 안보문제가 근본적으로 합의되기 전엔 곤란할 것으로 봅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수교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고이즈미 총리도 애초엔 북-일 수교라는 대외적인 성과를 내부적으로 활용하려 했을 텐데, 북한이 워낙 대담하게 시인하는 바람에 그같은 구상이 어긋나게 된 겁니다.

|조동호| 그런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 중 누가 더 이익을 보았는가를 따지기 전에 누가 더 손해를 봤는지 살펴본다면, 현 상황에서는 김위원장의 손해가 더 컸고, 앞으로도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대북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 민주적이고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된 국가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불가침조약을 수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북일관계 정상화를 통한 청구권자금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 돈은 일본 기업들이 북한에 들어가 도로를 만들고 발전소를 지어주는 방식으로 반환됩니다. 북한으로서는 일본 기업들이 하자는 대로 상당 부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도 개방해야 하고, 통신수단도 확충하고, 북한 내부에서 거래도 활성화시켜야 하고….

이런 게 바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기회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일본이나 미국이 좀더 과감하게 북한에 접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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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진행: 송문홍 토론: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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