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호

청주는 지금 ‘충청리뷰’전쟁 중

지방언론 비리인가, 검찰의 보복수사인가

  • 글: 황일도 shamora@donga.com

    입력2002-12-02 10:5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한 지방신문에 대한 청주지검의 광범위한 수사가 구설에 올랐다. 대표이사 구속에 이은 ‘저인망식’ 광고주 조사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신문사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비판적인 기사에 흥분한 검찰이 보복성 표적수사로 언론을 고사시키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 검찰은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확인된 증언과 정황은 검찰의 주장을 무색케 하는데….
    청주는 지금 ‘충청리뷰’전쟁 중

    청주지검의 수사에 항의하는 시민광고들과 대검찰청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시민단체 회원

    충북 청주의 주간신문 ‘충청리뷰(이하 리뷰)’ 독자들은 10월19일자 지면을 감도는 묘한 분위기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예정된 광고가 취소되어 백지광고를 게재합니다”라는 한 줄 외에는 전면이 백지로 비어있는 다섯 개의 광고 아닌 광고. 이와 함께 이날 신문에는 평범한 상업광고 대신 “충청리뷰! 너마저 배신하면 이민 갈 꺼야” “칼 쓰는 분 칼로 망합니다. 검찰 관계자 여러분 권력의 본령으로 돌아가십시오” “70년대는 박정희 무서워 말 못하고, 80년대 전두환 무서워 말 못하고, 2000년대 검찰 무서워 어디 바른말 하고 살겠는가?” 등의 시민광고가 40여건 게재됐다. 다음호인 10월26일자도 마찬가지였다.

    1974년 유신정권의 탄압에 맞섰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연상케 하는 이런 광고들이 발행부수 8000부 남짓, 기자 수 일곱 명, 창간 9년째인 48면짜리 소규모 지방신문을 장식하게 된 것은 어떤 까닭일까. ‘검찰이 무서워 말을 못한다’는 시민광고는 또 무슨 이야기인가. 검찰과 리뷰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애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리뷰 측은 사건의 발단이 지난 9월14일자와 21일자 신문에 게재한 ‘법화(法禍)…그 깊은 상처’라는 시리즈 기사라고 보고 있다. 지방검찰 문제를 다룬 이 기사는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기본 원칙인데도 수사기관이 인신구속을 관행처럼 남발하는 경향은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이런 경향은 청주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피해의식이 높다”는 내용을 통계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방검찰 알아모시기’라는 상자기사에서는 “신임 검사들이 부임한 후 검찰 고위 관계자들에게 줄을 대려는 지역 인사들의 발걸음이 바쁘다”는 내용을 해당 인사들의 이니셜과 함께 다루고 있다.

    리뷰 측은 보도가 나가자마자 청주지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지역 정보기관원으로부터 “부부장급 이상 검사들이 소집돼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주주에 대한 내사를 벌일 것 같다. 조심하라”는 연락을 수 차례 받았다는 것. 청주지검 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취재경위와 의도를 묻기도 했다는 게 리뷰 측 주장이다.



    10월2일 청주지검은 리뷰 발행인인 윤석위 대표이사(50)의 개인회사인 ㈜이건종합건설, ㈜백상토건의 공사실적, 계약서류, 세무조사 결과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발송했다. 10월11일부터는 충북도청, 청주시청 등 지자체 공보담당자를 소환해 지난 5년간 리뷰에 게재한 광고 내역과 게재 경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일련의 움직임을 ‘검찰의 보복성 수사가 시작된 징후’라고 판단한 리뷰는 10월12일자 신문에 ‘검찰의 언론 길들이기’라는 기사를 작성해 게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주지검과 충청리뷰의 ‘대립’은 신경전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10월13일 밤 청주지검이 윤석위대표와 윤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이건의 박모 전무(46)를 공갈혐의로 구속해 청주교도소에 수감하면서부터 사태는 심각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전무는 지난해 서원대학교에서 발주한 충북여중 철거공사 수주과정에서 지역의 또 다른 건설업체인 G건설 이사로부터 3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고, 검찰은 윤대표가 이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뷰 광고주들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계속되었다. 10월14일에 건설회사 임직원들이 소환되는 등 기업 광고주들이 24일까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리뷰 측은 “특수부 등 3개 검사실과 수사과까지 총동원되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 지자체 일곱 곳, 기업체 50여 곳, 음식점 등 10만~20만원짜리 생활영업광고주 등 총 100여명이 특별한 근거도 없이 검찰의 유도성 질문과 강압성 조사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98년 도민주 공모를 통해 리뷰 주식을 갖게 된 소액주주들에게도 검찰측이 전화를 걸어 “어떤 경위로 출자를 했느냐. 강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는 것.

    광고 급감과 백지광고

    윤대표가 구속된 다음날인 10월14일 리뷰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리뷰가 ‘법화(法禍)…그 깊은 상처’라는 기사를 낸 직후 윤대표를 구속하고 광고주들에 대한 무차별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비판기사에 대한 명백한 보복성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리뷰 측은 10월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찰의 직권남용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10월15일 중앙일간지들을 통해 사건 내막이 알려지자 사태는 급속히 확산되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10월18일 “검찰의 수사가 윤대표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비판기사에 대한 보복·표적수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월22일 충북민예총, 청주경실련 등 39개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으로 ‘리뷰지키기 충북도민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 등 지역인사들은 청주지검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리뷰 측은 광고주들에 대한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 때문에 광고가 급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득이 백지광고가 나갔던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리뷰 민경명 기획취재부장은 “청주는 작은 도시다. 광고주들이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말썽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많은 업체가 게재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뷰 측은 11월8일 청주지방법원에 제출한 청주지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장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10월19일자 광고수입이 예전 평균(1000만원 내외)에 비해 700만원 가량 감소한 것을 비롯, 4개 호를 통틀어 267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청주지검 수뇌부의 정기 인사이동이 있을 때까지 여파가 계속될 것을 감안하면 총 8400만원 가량의 손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리뷰 권혁상 사회부장은 “광고주 조사가 이런 결과를 불러오리라는 것은 누구보다 검찰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기사가 실리자 아예 리뷰의 재정에 타격을 입혀 비판언론을 고사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초 청주지검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목표로 1인 시위와 농성을 벌였지만, 검찰의 대응을 지켜보니 민형사상 법적 대응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리뷰 민경명 부장은 “청주지검과 리뷰 사이의 악연은 역사가 깊다”고 말한다. 창간 이후 9년동안 이미 세 차례에 걸쳐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것.

    리뷰는 1994년 1월 노조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 해직된 전직 지방지 기자들을 중심으로 월간지 형태로 창간했다. 당시의 발행인은 시인 도종환씨. 검찰과 첫 마찰을 빚은 것은 창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94년 6월이었다. 당시 “지역 토목공사 담합입찰에 관한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었다는 기사가 나간 후 광고주에 대한 검찰의 확인작업이 있었다”고 리뷰 측은 말한다.

    그 해 10월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며 선임한 4명의 주주들은 이듬해 재정안정을 위해 종합광고대행사 ㈜다산애드컴을 세웠다. 1996년 11월 “국회의원 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편파적이었다”고 보도한 직후 ㈜다산애드컴은 불시 세무조사를 통해 780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리뷰 측은 “이 또한 검찰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된 것임을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1997년 9월부터 주간신문으로 전환한 리뷰는 이듬해 5월 도민주를 공모했다. 이때 도민주주로 참여한 박모씨가 청주지검 조사 중에 자살하고 다시 그 노모가 뒤이어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청주지검 측은 리뷰가 박씨의 비리사실을 기사화하지 않는 조건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기 위해 박씨를 압박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박씨가 결백을 주장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리뷰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후 리뷰의 혐의사실이나 박씨의 비리사실은 입증된 바 없고, 대신 청주지검은 박씨의 소득세 포탈부분만 확인해 발표했다.

    민경명 부장은 “청주지검의 ‘무소불위, 안하무인’이 유난스럽기도 했지만, 그 동안 있었던 일들도 청주지검이 우리를 곱게 보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법화…’기사가 나오자 마음먹고 화풀이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렴치 갈취범” vs “검증 끝난 사안”

    이러한 주장에 대해 11월7일 기자와 만난 청주지검 김성준 차장검사는 “언론사 대표라고 해서 비리혐의가 있는데도 구속하지 말라는 이야기냐”고 반박했다. 언론사를 고사시키기 위해 인력과 시간을 투자할 만큼 한가한 검찰이 아니며, 9월16일자의 ‘법화…’ 기사도 딱히 검찰이 불쾌할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이 김 차장검사의 반론이다.

    “일부 언론에서 윤대표의 혐의를 ‘리베이트’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윤대표의 혐의는 지방언론사 사주 지위를 악용해 파렴치한 공갈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건을 보고만 있으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은 꾸준히 내사를 벌여왔다. 이는 ‘법화…’기사가 나오기 한참 전이다. 기사와 윤대표 구속 사이에 관련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검찰이 무리한 표적수사를 하겠는가.”

    검찰에 따르면 윤대표와 박전무는 서원대에서 수주하기로 내정된 공사를 G건설에 하도급 주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런데 입찰조건이 갑자기 변경되는 바람에 오히려 G건설이 공사를 따내자 G건설이 받은 공사대금과 주려고 마음먹었던 하도급금액의 차액을 받아내려 했다는 것. 박전무는 G건설이 수주과정에 저지른 잘못을 알아낸 후 이를 리뷰에 기사화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돈을 뜯어냈고, 윤대표는 이를 사주했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이에 대해 윤대표의 변호인은 “G건설과 ㈜이건 사이에 오간 돈은 철거현장 정리공사 대금으로 이 돈은 회사계좌에 정식으로 입금됐다”며 “정리공사 대금 규모를 두고 말이 오갔던 것은 맞지만 윤대표나 박전무가 공갈을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G건설 관계자의 진술 역시 지금의 혐의사실과는 달랐다는 것. 또 변호인은 “이 사건에 대해 이미 지난해 5월 서원대 이모 교수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청주지검에서 내사를 벌여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지난 3월 이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기소한 바 있다”고 말했다.

    리뷰 측은 “윤대표는 대표이사이기는 하지만 상근은커녕 사무실에 자리조차 없다. 기사내용도 발행되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편집에 간여할 여지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이건과 G건설 관련 사건 또한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5월 이미 제3자의 자세로 보도한 바 있다는 것. “신문이 발행되고 나서 윤대표가 서운하다고 했을 만큼 객관적인 기사였고, 이는 기사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민경명 부장의 반박이다.

    청주는 지금 ‘충청리뷰’전쟁 중

    지난 10월18일 청주 시내에서 검찰 규탄시위를 하고 있는 청주지역 시민단체 회원들

    한편 윤대표의 구속과 관련해 리뷰 측은 “법원의 심판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 우리가 섣불리 윤대표는 무죄라고 말하지는 않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는 회사가 아닌 변호인의 몫일 뿐 아니라 재판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리뷰 측은 “검찰의 수사착수 시점과 광고주에 대한 무리한 조사가 보복성이었음을 널리 알리는 일은 그와 별개로 앞으로도 계속할 것” 이라고 말했다.

    광고주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지역사회에 일으킨 파장에 대해서는 검찰 역시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김 차장검사는 “검찰수사가 지역언론 광고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여론을 감안해 이 사건과 관련한 광고주 수사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차장검사는 “조사 과정에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음은 인정한다”고 했다.

    한편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강경필 부장검사는 “보복성 수사라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다”고 묻자 “윤석위 대표가 시민사회단체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몇몇 절친한 인사들이 나서고 있는 것뿐”이라며 “수십 개 단체라고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곳은 친분이 있는 몇 군데고 나머지는 이름만 걸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뷰 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서도 강 부장검사는 “정당한 법집행 과정인 검찰 수사에 대해 모두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면 검찰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부당한 광고영업과 협박이 있었다는 제보와 진정이 여러 곳에서 들어왔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광고주들을 직접 스크리닝(screening)하는 것은 당연한 검찰의 직무라는 반박이다. 강 부장검사는 “검찰조사과정에서 제보 가운데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일부는 더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사 착수 시점은 정확히 언제인지, 몇 건의 제보가 어느 시점에 들어왔는지 확인해 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광고주들을 조사한 지 한 달을 넘긴 11월 중순 현재 광고압력 부분에 관해 검찰조사를 받은 리뷰 관계자는 없다. 리뷰 측은 이에 대해 “무차별적인 소환과 심야조사, 유도심문에도 불구하고 아무 결과가 없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수사였음을 입증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강 부장검사는 기자에게 “리뷰에 대한 일반 청주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협박은 없었다”

    제보를 확인하는 당연한 절차였다는 검찰과 기사에 대한 보복성 수사였다는 리뷰. 맞서고 있는 양측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리뷰에 광고를 게재한 바 있는 광고주들을 상대로 전화인터뷰에 들어갔다. 접촉한 광고주는 총 32군데. 문제가 불거진 9월 이전에 리뷰에 게재된 광고를 기자가 직접 무작위로 선정했다. 12곳은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지방교육청, 공기업, 관변단체 등 공공부문이었고, 다른 8군데는 청주지역의 중견기업, 나머지 12곳은 변호사 사무실, 병원,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이었다.

    확인 결과 이들 가운데 “광고를 주지 않으면 불리한 기사를 쓰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다른 신문에 비해 광고비 부담이 적어서 광고를 게재했다”는 광고주가 다수였고, “리뷰 직원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게재하게 되었다”는 곳이 두 군데 있었다.

    홍보담당자나 홍보부서 책임자를 인터뷰한 청주지역 중견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정적으로 광고를 내고 있던 한 유통업체 홍보담당자는 “광고를 낼 지방매체의 종류는 이미 선정돼 있고, 그 횟수 역시 연초에 대략 결정해 놓은 상태다. 광고를 낼 매체는 광고단가, 판매부수, 배정된 홍보예산 범위 등을 바탕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가분양광고를 게재한 한 건설업체의 홍보담당자는 “간혹 광고를 달라고 연락하는 지방지들도 있고, 담당자와는 무관하게 윗선에서 예정에 없던 광고를 내주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리뷰의 경우 그런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의견을 제시한 곳은 지자체 등 공공부문 공보담당자들이었다. “리뷰가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해 영향력이나 광고효과에 비해 광고를 많이 준 편”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두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공보담당자는 “지난 9월이 리뷰 창간 9주년이었다. 리뷰 관계자로부터 기념광고를 협찬할 수 없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상급자와 의논했다. 그러나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준비중이던 지역축제 광고를 내기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광고를 주지 않으면 불리한 기사가 나가거나 불미스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냐”고 기자가 묻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 기초지자체 공보담당자는 마침 리뷰와 관련해 지난 10월11일 검찰의 조사를 받은 당사자였다. 이 담당자는 기자에게 검찰조사 당시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광고 명세를 모두 뒤지며 ‘왜 리뷰에 광고를 주었느냐’고 묻는데, 마치 예산을 생각 없이 낭비한 사람 다루듯했다. ‘협박이나 압력을 받은 일은 없다’고 진술해도 ‘다 알고 있다’거나 ‘여기저기서 제보가 들어왔는데 왜 당신만 없다고 하느냐’고 추궁하는 것이었다. 나도 공무원인데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마치 피의자를 다르듯 몰아붙이면 불쾌하지 않겠나.”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고 나온 한 지자체 공보 담당자는 직장협의회 인터넷 게시판에 “수사관들이 ‘상황에 따라 기관장도 부를 수 있으니 조사를 잘 받으라’ ‘우리 의도를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잘 생각해서 말하라’는 등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공무원의 인권은 이렇게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리뷰의 ‘법화…’ 기사와는 관련 없이 이미 오래 전부터 내사를 벌여 온 결과”라는 검찰의 말은 사실일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청주지검은 지난해 5월 서원대 이모 교수의 ‘양심선언’과 관련해 사건을 조사한 바 있다. ‘양심선언’의 내용은 “윤석위 대표가 입찰과정에 G건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겼고, 이중 일부를 평소 친분이 있던 서원대 김정기 총장에게 주었다”는 것. 청주지검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수사를 벌인 결과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고, 이교수 또한 사실이라 확신할 만한 근거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제기한 주장”이라는 취지로 이교수를 지난 3월 명예훼손으로 약식기소,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명예훼손 건에 대한 수사결과와 윤대표에 대한 기소내용이 상충된다는 점에 의구심을 가진 기자는 명예훼손 건을 담당했던 당시 수사팀 관계자와 접촉했다. 이 관계자는 “명예훼손에 대한 내사 건은 지난 3월 이교수를 기소하면서 사실상 종결된 상태였다. 포커스는 약간 달랐지만 윤대표와 G건설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고, 뚜렷한 위법사실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혹시 다른 팀에서 별도로 내사를 진행했던 것일까. 이 관계자는 “당시 다른 수사팀에서 이 건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없고, 8월까지 내사상황이나 결과에 대해 의견 등을 물은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도 9월의 충청리뷰 기사 이후 특수부 등에서 이 문제를 다시 조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위 대표 비리 건에 대한 본격적인 재수사가 ‘법화…’기사 이후에 시작됐다는 것은 피해자로 지목된 G건설 측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G건설 측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사건 직후인 지난해였지만 이후 한동안 아무 얘기가 없었다. 검찰이 그렇게 사건을 묻어버리는구나 생각했는데, 올해 9월 중순 이후 갑자기 지방 현장에 가 있는 회사 관계자를 불러 다시 조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청주지검이 지난 10월초 서원대 공사 건과는 별개로 리뷰 주주들의 공동 출자회사인 ㈜다산애드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일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산애드컴이 지난 3년간 수주한 사업 실적에 대한 관련서류 일체를 10월2일 청주시청에 공식 요청했던 것.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청주지검이 9월 중순 이후에 리뷰 주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음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리뷰 측 주장대로 검찰은 ‘법화…’ 기사가 실린 것에 대해 조직적인 보복을 하기 위해 검찰권을 남용한 것일까. 청주지검 사정에 정통한 한 현직검사는 익명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선 기사가 나온 뒤 부부장 이상 간부회의가 열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법화…’ 기사가 나오고 나서 기사를 두고 검사들 사이에 상당히 많은 말이 오간 것은 맞다. 구체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있어 만들어진 기사가 아니다. 그간 있었던 비판을 엮은 것에 불과하다.

    특히 ‘검찰에 줄을 대려 애쓰는 인사들이 있다’는 대목에 대해 말이 많았다. 현 청주지검 수뇌부들이 지역 기관장들과의 식사를 마다하는 등 그런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애써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이 검사는 “리뷰와 청주지검은 악연이 깊다. 개인적으로 윤대표 건은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광고주 수사는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 쌓인 감정이나 ‘법화…’기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강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수사기법이나 수위가 적절했는가에 대해 이견을 가진 검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그 사람 생각일 뿐이다. 특히 감정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얘기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지난 3월까지의 내사 건에 대해서도 “당시 내사는 서원대 김정기 총장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 건과는 전혀 별개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그때 이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 해서 윤대표에 대한 기소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검찰이 말하는 ‘제보자’는 누구일까. 이와 관련해 청주지역의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리뷰에는 적이 많다. 검찰과만 사이가 안 좋은 것이 아니다. 지방지에서도 근성이 있기로 소문난 기자들이 모여있다 보니, 한번 사안이 포착되면 끝까지 추적하고 ‘네고’도 통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한편으로는 무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괘씸하게 생각하는 기관이나 인사들이 꽤 있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좀더 큰 관점에서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청주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의 대립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

    “리뷰는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성격을 가진 매체다. 그러다 보니 시민단체들과 친한 반면 관변단체나 공공기관, 보수적인 인사들과는 상극이었다. 윤석위 대표와 서원대 김총장도 2000년 총선 당시 시민연대를 결성해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등 지역 사회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보수적인 인사들 입장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윤대표와 김총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청주는 지금 전쟁 중

    11월12일 청주지검 형사3부는 서원대 김정기 총장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청주교도소에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도서관 신축공사를 발주하면서 특정업체에 공사권을 주도록 실무자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총장이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서원대 교수협의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갖고 “김총장 구속은 검찰권 남용이며 근거없는 표적수사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각계에 탄원활동을 펴는 등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검찰 대 언론, 검찰 대 대학의 싸움. 검찰은 ‘지역인사 부패커넥션의 척결’이라 말하고 있지만, 검찰의 ‘오버액션’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 청주는 지금 보이지 않는 전쟁 중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