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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논쟁적인 한국 민주주의 위기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글: 서규환 인하대 교수·정치학

논쟁적인 한국 민주주의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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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교수가 말하는 보수성은 이와는 다른 것을 함의할 때가 적지 않다. 주로 냉전반공주의와 그 지속을 말하는 것 같지만(그의 판단 속에서), 개혁돼야 할 모든 것들을 지칭할 때도 있다. 바로 이 모호성은, 보수적인 것과 대비되는 ‘진보적인 것’이라 부를 수 있는 무엇을 그가 이 책에서 명시적이고 구체적으로 개진하지 않은 한 명쾌히 해명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이 시의적절한 책에서 최교수는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사상적 자원으로부터 도움받는 것을 거부하지 말’(230쪽)것을 요청하며 끝말을 맺는데, 이 조심스러운 요청은 아마도 그가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사이에서만 머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가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은 자유주의만으로는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온전히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의 한계를 지적해온 그가 한국민주주의 발전의 한 방향으로 종래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는(226쪽) 까닭도 이 맥락에 있다. 이것은 말장난이 아니라 심대한 이념적 혼란을 겨냥하는 말이다. 부분적으로 이 혼란은 리버럴리즘을 자유주의로 번역해온 그동안의 습관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 지식사회의 책임 회피

흔히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규정할 때, 그 말이 자유주의(liberalism)의 형용사적 표현인 ‘자유적’(liberal)과 민주주의의 합성어를 의미하지 않아야 함은 분명하다. 그것은 리버럴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free democracy)이다. 그 어의를 정확하고 정당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리버럴 민주주의일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자유주의만이 자유를 주장하고, 사회주의는 평등만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모두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다. 단지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과 주체 등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이 책의 논술은 위기론이다. 위기를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이러한 논술방식은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대개 위기론은 위기를 부정하는 진단과 위기에 대해 침묵하는 논술과의 논쟁을 통해 논지를 전개한다.



저자는 오늘의 한국 지식사회 일반이 비판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권위주의 시대 이후 한국사회의 중심 문제들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거의 없으며, 진지한 논쟁은 발견하기 어렵고, 지식사회는 저널리즘의 시사적 글쓰기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매우 팽팽한 긴장감을 곳곳에서 보인다. 그럼에도 논쟁 및 논박의 세밀한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이런 점이 이 책의 품위를 손상하는 건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의 문제는 늘 민주화의 문제다. 민주주의는 그 본질상 과정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 책 역시 민주화의 길에 동행하는 목소리이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신동아 200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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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규환 인하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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