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호

“한나라당 의원들 직접 만나 정치개혁 설득하겠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전격 인터뷰

  • 대담: 민병욱 출판국장, 황의봉 출판국 부국장서리, 유영을 신동아부장 정리:엄상현

    입력2003-01-05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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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들 직접 만나 정치개혁 설득하겠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번 대선의 승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선거 과정을 되돌아보면 국민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 시대가 변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의식과 정서가 변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변화는) 누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어떤 전략으로도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중요한 시기마다 국민들이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 대통령도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국민의 힘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새로운 흐름은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거 나흘 전(15일) 희망돼지 수거행사가 민주당 당사 지하에서 열렸는데 동전이 가득 든 돼지저금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축제 분위기였지요. 그걸 보면서 1987년 6월 항쟁 때, 흥분으로 들떠 있던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디선가 시위를 한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시위하는 곳을 찾아다니던 그때의 느낌 말입니다.”

    -국민의 힘이 커진 만큼 대통령 당선 이후 노당선자께서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습니까.

    “한편으로는 두렵습니다.”

    새로운 정치는 국민의 뜻

    -노당선자께서는 대선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의석 수로는 정치개혁은 물론이고 총리 인준 등 여러 가지 사안을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계개편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다 보면 의원 빼가기 등 비난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낡은 정치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의원 빼가기 등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나라당 중진들과 공작이 아닌 대화로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이 제 뜻을 제대로 이해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이 제1당이라도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느꼈을 겁니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선거가 아니라 혁명이었습니다. 대선 기간 동안 민주당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국민성금이 들어왔는데 이건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이젠 국민들이 앞장서서 정치를 끌고 나가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한나라당 중진들과 대화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직접 나서서 정계개편을 하겠다는 뜻입니까.

    “정책과 정국 운영에 대해 대화할 생각이라는 것이지,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계재편을 시도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대선 전 정계재편을 이야기했던 것은 후보의 자격으로 제안했던 것입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정계재편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수당이 될 필요도 없습니다. 누가 다수당이 되더라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대화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1997년에 이어 이번 선거도 사실상 양당 대결로 치러졌습니다. 국내 정치구조가 자민련이나 국민통합21 등 사실상 다당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십니까.

    “지금은 과도기입니다. 고유한 의미의 다당제와는 개념이 다르다고 봅니다. 이념적 기반을 달리하고 있지 않으면서 과정에 대해 혼선을 빚고 있는 수준인 것이죠.

    국민들은 정책판단에 있어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자’거나 ‘정치의 틀을 바꾸자’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막상 ‘새로운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방법론에 들어가면 방향을 잃고 맙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새로운 정치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국민이 있는 반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있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혁국민정당’ 같은 경우가 새로운 정치에 대한 나름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참여한 선도적 국민개혁집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새로운 정치를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면서 정치에 대해 비난만 해왔습니다. 그랬던 국민들이 ‘우리가 정치를 해보자’며 만든 게 ‘개혁국민정당’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정치 모델이다’라고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출마할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혁국민정당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존 정당에 들어가 정치의 틀을 바꾸자고 하던가 아니면 기존 정당을 공격해 해체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논의들이 있을 것입니다. 개혁국민정당이 기존 정당과 적극적인 경쟁에 나섰을 때 기존 정당은 일정 부분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정치나 정당구조도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선거기간 중에 제기된 의혹들은 대부분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묻혀버리고 맙니다. 도청문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국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국정원이 도청을 했는지 아니면 사설기관의 공작인지를 밝혀낼 의지는 없습니까.

    “글쎄요…. 다 밝혀서 바로잡는 방법이 있고, 다 밝히지 않은 채 바로잡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다 밝히고 바로잡는 방법이 옳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것인지 여부는 여론의 동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도청의 진실을 철저히 밝히려면 야당 의원들을 조사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처벌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은 ‘야당탄압’이라며 강하게 저항할 것이 뻔합니다. 그랬을 때 국민들이 야당에 동정심을 갖거나 동조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건 참 난감한 일입니다. 결국 도청문제는 여론을 존중해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결단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국민들에게 묻고, 국민들이 제시하는 길과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 부분은 정치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다 밝혀야 하지만 그 과정에 정치적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이죠. 정치적 요소가 개입되면 여론을 등져서는 안 됩니다.”

    -여론은 좋은 측면도 있지만 인민재판적 측면도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질 수도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조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도록 요구하는 여론이 있겠지요. 우선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을 명쾌하게 밝혀가는 과정에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여론을 설득해 가는 과정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국민과의 대화’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국민과의 대화는 대개 언론을 매개로 이뤄집니다.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론은 정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한국의 미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언론에 종사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 세계에 파묻혀 있지 말고 국민들과도 당당하고 공개적으로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이 오만해 보인다는 뜻입니까.

    “오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강자에게 맞서는 것이 용기이지, 만만한 사람을 짓밟는 것은 용기가 아닙니다.”

    -노당선자께서는 민주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화의 요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동안 권력의 주체는 바뀌었고, 기존 독재 권력은 무너졌습니다. 제도도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권위주의 문화는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권위주의 대(對) 권위주의의 틀을 깨려는 새로운 흐름의 대결이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주 첨예한 세대간의 대결로 전개됐던 것입니다.

    이제 이 사회에 남아 있는 권위주의 문화의 틀을 깨야 합니다. 파괴적인 차원이 아니라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번데기가 나방이 돼 나오듯’ 그동안 우리를 묶어두었던 딱딱한 껍질을 벗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새롭고 자유로운 수평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화의 요체이자 이번에 국민들로부터 시작된 운동의 실체라고 봅니다.”

    최우선 과제는 정치개혁

    -취임 후 1년 동안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는 무엇입니까.

    “상식에 의해서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사회로 바꿔나가는 것입니다. 1년 안에 좋은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불량품이 계속 나오는 생산라인을 수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모두 손을 보겠다는 것입니까.

    “원체 많아서…. 우선 급박한 것은 남북문제일 겁니다. 또 제가 직접 하지는 않겠지만 정계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거기에 대응해 나가야겠지요.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권이 새롭게 편성될 텐데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정치의 틀을 바꿔나가는 일입니다. 그동안 저는 대외적 팽창전략으로 제시한 기술혁신과 시장시스템 정비, 원칙과 신뢰의 문화, 동북아화와 지방화 등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은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정치의 틀을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들이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프로세스(과정)’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 프로세스 하나하나를 국민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고, 결과를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몇 개의 프로세스를 성공 모델로 만들어 정치인이나 행정관료들이 비슷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해결에 필요한 ‘사고의 틀’, ‘패러다임’을 제시하려 합니다. 그러면 그 모델을 통해 사고하고 행동하는 양식이 자연스레 변화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들 직접 만나 정치개혁 설득하겠다”

    대담중인 노무현 당선자와 민병욱 출판국장, 유영을 신동아부장, 황의봉 부국장서리(맨 오른쪽부터)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인재 풀’이 빈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층도 그다지 두텁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젊은 피 수혈도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빈약한 ‘인재 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입니까.

    “가까운 인재 풀의 활용이 어떤 폐해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측근·가신·계보에 의한 인사 전횡을 극복해야 합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와 인재 확보만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인재를 구할 것입니다. 능력, 도덕성, 국민통합을 인사의 기본 방향으로 하되,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확실히 이해하고 대통령과 일체가 되어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내각은 총리와 장관을 중심으로 헌법정신에 따라 책임과 자율을 충분히 보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각의 인선에 청문회와 국민의 참여 그리고 각종 측정과 평가 시스템 등 충분한 검증장치를 도입해 장관의 인선이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조사처의 조사 범위와 권한은 어디까지 둘 계획입니까.

    “선거운동 기간 중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부패에 연루된 사실이 있거나 혐의가 있는 사람은 공직 임용에서 배제하고 정당의 선출직 공천도 금지하는 방안을 입법화하겠습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재산 변동사항 뿐 아니라, 처음 신고하는 재산의 형성과정까지 신고·소명케 함으로써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의 공직 임용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겠습니다.

    대통령의 가족과 4촌 이내 친인척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대통령 임기 중 재산 변동사항도 공개토록 하겠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임기 중 가족과 친인척의 신규 공직 임용을 배제함으로써 비리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의 신설과 ‘특검제’의 상설화를 통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실을 규명하겠습니다.

    현정부 하에서 저질러진 비리와 실정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처리할 것입니다. 특히 권력 주변에 새로운 비리가 드러날 경우 법에 따라 엄단할 것입니다. 공적자금 등 현정부의 정책 중 논란이 돼온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서 공과를 가려낼 것이며, 불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벌할 것입니다.”

    1년내 행정수도 입지선정 완료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선거전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습니다. 한나라당은 ‘사기극’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그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매번 검토에 그치고 말았던 사안입니다.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그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실현하지 못한 문제였습니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 문제를 악용해 온 것도 문제였습니다. 수도권 과밀과 국토 편중 발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행정수도와 경제수도의 분리 발전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충청권은 수도로서 적합한 지형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구비하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 2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국토의 중심입니다.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상호 연계 발전이 가능하고 높은 개발 잠재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신(新)행정수도가 들어설 수 있는 인프라도 많이 구축돼 있습니다. 청주국제공항,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등 국가 기간교통망이 잘돼 있고 대청호와 금강이 있어서 물과 전력 공급이 충분하며, 정부대전청사·대덕연구단지·청남대·계룡대·국립묘지·생명과학단지 등이 있어 수도 배후의 기본 인프라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40조 내지 50조원이 든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전 제2청사 건축 당시 1조8000억원이 소요됐습니다. 이를 감안하여 전문가들이 면밀히 검토해 본 결과는 예비비까지 포함하여 6조원 정도면 건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걱정하는 의견도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 내에 청사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또한 통일 이후를 대비할 때 행정수도의 충청권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말 잘못 생각하신 것입니다. 현재의 수도권 중심체제로 통일이 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감당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 1년 이내에 계획수립 및 행정수도 입지선정을 완료하겠습니다. 이후 2∼3년 내에 토지 매입과 보상을 실시한 후 임기 내에 부지조성 및 인프라 구성, 정부청사 착공 등 가시적인 조치를 완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신행정수도에는 청와대와 중앙부처는 물론 국회까지 이전하도록 요청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부속기관 및 정부투자기관, 공공기관 등은 최대한 각 지역에 고루 분산 배치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미국, 소련 등 각국의 정보기관원들이 상주할 정도로 첨예한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런데 노당선자께서는 국내 불법사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을 ‘해외정보처’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국내 안보를 위한 정보수집 등 국정원이 해왔던 기타 업무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생각입니까.

    “국내안보를 위한 정보수집 업무가 불법사찰의 근거로 이용된 점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업무내용과 방식은 국정원을 해외정보처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해서 확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역할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해외정보 업무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학벌주의, 연고주의 등을 타파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상징적인 과제가 바로 서울대 개혁문제입니다. 노당선자께서도 서울대로 인해 파생된 사회적 병폐를 여러 차례 지적하신 바 있습니다. 바람직한 서울대 개혁방안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십니까.

    “서울대는 개혁되어야 합니다. 서울대가 오늘날 입시문제, 그리고 학벌주의와 연고주의 등 우리 사회의 병폐를 만드는 대학 서열화의 정점에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교육의 서열화를 극복해야 합니다. 저는 지방대학을 특성화하고 육성하는 방법으로 서울대 선호를 줄여 나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서울대를 나눠야 한다는 분도 계시고 돈벌이 학문을 가르치는 학과를 폐지해야 된다는 분도 있습니다. 또 대학원 중심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의견들에는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 방법들을 두루 연구해서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서울대를 개혁해야 대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주체들과 함께 반드시 해법을 찾아나가겠습니다.”

    -국내 교육제도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는 곳도 없을 겁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개혁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입니다. 입시제도와 사교육비 문제 등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 방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은 여러 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을 갖는 데 실패했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공교육 강화에 있습니다. 그래서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교육비를 댈 수 있는 부모의 능력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라도 능력 있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사교육비 때문에 차별을 받지 않는 그런 교육 제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세상이 돼야 합니다.

    우선 교원 1인당 학생수를 중·고교의 경우 22명으로 줄이고 특성화고교 활성화 등 다양한 선택 여건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교사의 처우개선도 필요합니다. 보조교사제 도입 등을 통해 수준과 적성에 맞는 눈높이 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또 개별학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학생 선발을 대학에 일임하는 등 입시제도의 개선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능시험을 쉽게 해 장기적으로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2002년 GDP 대비 4.73%인 교육재정을 6%로 확충하겠습니다.”

    북한의 붕괴는 한국의 파멸

    -노당선자께서는 북핵 문제 등 남북문제와 관련해 김정일을 만나 대화와 설득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취지에 공감을 하면서도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까 마음졸일 필요 없습니다.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미국이나 북한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화를 통해 우리의 입지를 잘 활용해 나가면서 미국과 북한이 모두 한 발씩 양보하게 하는 전략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미 ‘워싱턴포스트’의 보브 우드워드 기자가 쓴 ‘전쟁중의 부시(Bush at War)’라는 책을 보면 부시 정권은 김정일 체제 전복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합니다. 미국 내에는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당선자께서 미국과 대북정책을 조율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국제여론과 국내여론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론의 형성과정이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시 대통령의 의중을 결정적 변수로 생각하는 한국의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미국의 정책도 국내 또는 국제 여론에 따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이 북한의 붕괴를 용납하는 것은 한국의 파멸입니다. 북한의 붕괴는 전쟁만큼이나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이 그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건 간에 전쟁과 붕괴, 이 두 가지만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붕괴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의 자위이고 미래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들 직접 만나 정치개혁 설득하겠다”

    노 당선자는 국민과 함께하는 강력한 여론정치를 펼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관계를 성숙한 동반자적 관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국방과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심지어 국가 안위를 위한 정보까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SOFA 등 각종 불평등협정이나 조약이 체결돼 있습니다. 노당선자께서 제시한 동반자적 관계는 분명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대다수가 그 실현 여부에 대해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에 대해 어떤 얘기든 간에 ‘아니오’라는 말을 못했습니다. 지도자들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민심에 대해서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지도자라야 미국에 대해서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니오’만 해서도 안 되겠지요. 자기 중심을 지키며 적절하게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과거의 지도자들이 이렇게 해 왔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군사관계는 혈맹관계로서 한국전쟁 전후의 일방적 시혜관계에서 점차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에 대해 일부 부정적 견해도 있으나 국익 차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숙된 주인의식을 갖고 상호 윈-윈 차원에서 고려하는 인식이 요청됩니다. 또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통일이 이루어진 후에라도 미군은 동북아지역의 균형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SOFA는 재판권에 관한 조항을 일본,독일과 유사하게 개정해야 합니다. 또 환경오염 조항도 너무 불평등하게 되어있습니다. 환경오염에 대한 적절한 요구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개입이 봉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부분도 외교·법률 전문가와 충분히 검토하여 개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대북정책의 기조를 햇볕정책의 발전적 계승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지속적인 평화적 대화와 화해를 위해서는 대북지원도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선택한 대북지원 방법은 그러나 많은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햇볕정책의 기조는 옳았고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책운영과정에서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문제입니다.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고 투명하게 국민의 동의를 받는 문제를 작은 문제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대북지원 문제를 강경책이냐, 온건책이냐 하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결과가 옳은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압력을 통한 제재로 대화가 중단될 때 초래될 수 있는 결과는 한국 사회에 너무나 큰 고통을 주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고 위험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온건한 대화를 통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끈질기게 설득하고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입장에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지원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반드시 야당과 협의하고,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국민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투자를 해달라고 호소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에 평화와 안전이 국제적으로 공인된다면, 북의 개방도 연착륙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인권은 아직도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노당선자께서는 자주적 외교를 표방했습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탈북 동포 문제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인권문제입니다. 한국행을 선택해 제3국으로 나온 북한 동포들에게 인도주의에 입각한 일반적 국제관념과 규범이 적용돼야 합니다. 탈북 동포들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탈북자가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배려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당장에는 ‘하나원’의 인력과 시설을 확충해야 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핵심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북한동포들의 인권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회생을 도와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북한을 탈출하지 않아도 잘살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탈출러시 등의 급진적인 변화를 막아나가야 합니다.”

    -최근 일본은 북한 핵무기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국의 군비 증강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남북간의 긴장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도 중요하지만 일본에 대한 상호 견제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노당선자께서는 현재 남과 북, 그리고 일본간의 국제적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습니까. 또 앞으로 북한, 일본과의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주도하면서 북한과 일본 간 수교 및 교류를 중재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기반으로 동북아시아 중심국가로 성장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동아시아의 평화는 한국과 일본의 번영에 절대적인 조건이고,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동북아 번영의 견인차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한일협정’이라는 ‘1965년 질서’ 대신 ‘한일신파트너십’을 선언한 ‘1998년 질서’를 빨리 정착시켜야 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파트너로 질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한·일간 정확한 역사인식과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상호의존적이며 안정된 새로운 우호관계를 구축해야겠습니다.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해 북일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북한의 개혁개방에 일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일본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건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환영합니다. 북한이 일본과 수교해 국제사회에 진출하고, 일본과의 경제협력으로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 4대 강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남북 당사자가 주도하고, 한·미·일 공조,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통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 저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북의 평화협력을 기회로 삼아, 한반도가 동북아시대의 물류·경제·정보통신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동북아프로젝트를 주도해 갈 생각입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동북아 시장을 하나로 모으는 다자간 경제협력체, 구체적으로는 한·중·일 자유무역지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 유럽과 같은 지역평화 또는 안보협력체 구상논의를 확대해 가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먼저 북한과의 대화 및 4대 주변국의 협조를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이 중요합니다.”

    -지난 10월 외신에서 북한군 50만명 감축설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진위는 알 수 없습니다만 만일 임기 중 북한군 감축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긴장완화를 위해 우리 군도 감축할 의향이 있습니까.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회담을 통해 남북한 군 감축문제를 구체적으로 추진할 계획은 없는지요.

    “군의 군사력 건설의 목표는 현존 위협과 미래 불특정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21세기형 첨단 정보·기술군 육성에 두고 국력에 부합하는 자주적 방위역량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군 구조도 미래전 수행에 적합한 기술집약형, 과학정보군으로 발전시키되 통합전력 발휘가 극대화되도록 군(육·해·공군)별·기능별로 균형 발전돼야 합니다.

    병력 규모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가시적 변화가 없는 한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향후 남북 군비통제 합의·이행에 맞추어 단계적·신축적으로 조정하되 미래 불특정 위협에 자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규모로 유지돼야 합니다.”

    재벌개혁 계속될 것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은 아직까지 미완의 단계입니다. 부의 세습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입니다.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시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장개혁이 제대로 진행될 때 우리 경제의 상황이 호전되고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권 말기가 되면서 시장개혁·재벌개혁이 흐지부지 되었는데 이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저는 시장개혁과 재벌개혁,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시장구조로 바로잡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저는 그것을 할 것입니다.”

    -월급생활자의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세표준 30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소득공제율을 5%포인트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월급생활자의 세금부담 비율은 전문직종이나 자영업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습니다. 전문직종이나 자영업자들 가운데는 매출을 축소 신고해 실질소득에 비해 턱없이 적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월급생활자들 사이에서는 조세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에 대해 어떤 해결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조세 형평성에 가장 큰 문제는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근로소득과 달리 사업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간이과세 사업자가 전체 사업자의 50%에 달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세원 탈루(脫漏)의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대상자 수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합니다.

    세원 파악이 쉽지 않고 조세저항이 거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이긴 하나 이를 핑계로 낙후된 조세체계를 무작정 끌고갈 수는 없습니다. 간이과세제도의 축소 자체가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제고하는 유효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복권제도 실시 이후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2000년에 33.1%, 2001년에 12.2%가 증가한 것은 예년의 2~3% 증가세에 비추어 획기적 성과였습니다. 아울러 변호사나 회계사, 의사, 한의사 등 주요 고소득 전문직들의 소득 파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소득 투명성 제고로 부가가치세 세수가 크게 증대하면 부가세율의 인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당선자께서는 지금까지 정부의 농어촌 대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농어촌 문제에 대한 거듭된 실정의 근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절대로 농업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일방적으로 농업을 희생하는 정책이 아니라, 농업의 생존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휴대전화를 팔기 위해 마늘을 희생시키는 방법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자유무역을 위해 포도, 과수산업, 축산업을 희생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가피하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합니다. 농산물 가격보장과 농업의 생존력 확보라는 큰 틀에서 먼저 대책을 마련하고 사후조치를 준비해야 합니다. 국정의 책임자가 확고한 농업관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농업도 희망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무너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쌀 재협상’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미 국제적으로 합의가 끝난 사안을 다시금 되돌리기에는 엄청난 희생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복안이 있습니까.

    “제 소신을 밝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농업이 공업화와 상충되고 공업에 밀리는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농업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생명산업입니다. 농업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는 시장경제나 자유경쟁에만 맡겨선 안 됩니다. 농업은 국방이나 교육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라는 게 확고한 저의 신념입니다.

    WTO 협상을 주도하는 선진국들은 자국 협상목표에 맞춰 국내 농업정책을 미리 정비, 협상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미 협정을 체결했으나 국회는 철저히 득실을 따져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도 농산물 분야에서 ‘선대책, 후협상’ 방식을 철저히 도입해야 합니다. 마늘협상 때처럼 통상협상을 밀실에서 하지 않고 민·관·학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동대책기구를 구성해 협상전략을 수립해 나가겠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존중받는 나라

    -노당선자께서는 정부조직진단위원회의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조직의 잦은 변화는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와 대국민 업무의 혼선을 초래할 위험도 큽니다. 노당선자께서 제시한 정부조직진단위원회는 현 정부의 ‘정부경영조직진단위원회’와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또 새롭게 조직될 정부조직진단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요.

    “정부경영조직진단위원회는 기획예산처 소속으로 정부 운영의 효율성의 측면에서 일상적 진단 기능을 수행하는 파트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조직진단위원회와는 전혀 개념이 다릅니다.

    정부가 출범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의 청사진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조직개편을 위해 민관합동 정부조직진단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현 정부조직의 전반적 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유사·중복 기능의 조정 및 통폐합 등을 결정해 나갈 것입니다. 인수위 활동과 더불어 국정인수를 위한 필수 작업으로, 정부조직의 규모와 정부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5년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5년 후 임기가 끝날 때 노당선자께서는 어떤 대통령으로 남기를 원하십니까.

    “대북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킨 것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위기극복, 경제 국제 신인도 상승 등은 잘한 것입니다. 복지정책에 관해서는 그 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틀을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인사정책, 부정부패 그리고 지역감정은 더 악화됐다고 봅니다. 잘못이 있다면 예외 없이 제대로 고쳐나가겠습니다.

    5년 후를 생각하고 욕심부리기보다 지금 가능한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년 후의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고,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국민의 뜻을 존중하면서 상식과 원칙으로 국정을 운영해 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살고 싶은 나라, 이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쾌적하고 품위 있는 환경과 문화 속에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불안 없이 서로 도우면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존중받는 떳떳하고 당당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항상 국민들과 함께 눈높이를 맞추는, 이웃 같은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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