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김대중 정부 5년, 얻은 것과 잃은 것│사회복지

어설픈 선진모델 모방, 그래도 길은 닦았다

  • 글: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어설픈 선진모델 모방, 그래도 길은 닦았다

2/4
의료보험통합은 바로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고 일정부분 성과가 나타났다. 의보통합으로 소득계층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제고되었다는 실증적인 분석도 제시돼 있다. 또한 의보통합은 모든 국민을 하나의 의료보험제도에 포괄시킴으로써 직장별로 각기 다른 의료보험제도를 적용해 나타나는 지위의 차별화 현상을 완화시켰으며, 조합이라는 소규모 집단으로 제한되던 사회적 연대를 전국민적 차원으로 넓혀놓았다.

의료보험의 개혁 과정에서 시장의 책임을 강조하는 민영화나 조합주의방식으로의 복귀 등이 대안으로 논의됐으나 김대중 정부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혁의 지향점을 본다면 의료보험에서도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사회보험의 기본원리인 사회연대성, 그리고 의료보장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을 의도했음이 명백한 것이다.

산재·고용보험은 연금·의료보험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에 의한 관리, 소득비례 보험료와 급여 등 전통적인 사회보험제도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모든 임금근로자가 하나의 제도에 포괄돼 있는 단일제도이며, 직업에 따라 분리 적용되지 않는다. 산재·고용보험에서도 김대중 정부는 전통적인 사회보험제도의 골격을 해체하지 않고, 오히려 적용 대상자를 대폭 확대했다. 개혁 내용에서도 민영화 등 국가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요소는 발견되지 않고, 보험급여의 수준도 관대한 방향으로 이동한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종합하면 김대중 정부가 편 사회보험정책의 핵심은 사회연대성의 확대와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연대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구체적인 정책에 완벽하게 구현된 것은 아니다. 도시지역 연금확대 파동과 의보통합 파동,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파탄에서 드러났듯 사회보험의 기반을 흔드는 행정관리의 실패가 심각하게 부각됐다.

비정규직 80%가 사회보험 적용 제외



김대중 정부의 사회보험정책 중 가장 결정적인 결함은 대규모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보험에서 사회연대의 원리가 관철되려면 모든 국민이 사회보험제도 안으로 포괄돼야 한다. 적용에서 제외된 사회보험의 ‘외부자’들은 산업재해나 실업에 노출될 경우, 그리고 직장에서 은퇴할 경우 아무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어 심각한 생계의 곤란을 겪게 된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폭넓고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인구의 48%를 제외시키고 있으며, 고용보험은 임금근로자의 48%, 산재보험은 20%를 제외시키고 있다. 특기할 것은 사회보험에서 배제돼 있는 인구의 대다수가 영세사업장 근로자,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등 우리 사회의 서민계층인 반면 사회보험에 들어와 있는 계층은 비교적 안정된 직장과 소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통계청 조사자료에 의하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80% 정도가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문제는 국민연금제도의 존립기반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모든 가입자가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액을 가져가는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미가입자들은 소득재분배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비교적 안정된 직장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해 소득재분배의 혜택을 받는 반면, 연금에서 제외된 서민계층은 소득이전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가장 큰 결함이다. 김대중 정부의 국민연금정책은 이런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점을 드러냈다.

2/4
글: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목록 닫기

어설픈 선진모델 모방, 그래도 길은 닦았다

댓글 창 닫기

2019/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