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명사의 요리솜씨

해발 8000m 고도에 핀 연어화의 싱그러움

산악인 박영석의 연어냉채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해발 8000m 고도에 핀 연어화의 싱그러움

3/3
해발 8000m 고도에 핀 연어화의 싱그러움

산은 인내다. 살인적인 눈보라와 추위, 갈수록 차오르는 호흡, 눈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백색태양 그리고 적막.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뎌내야 산은 사람의 발길을 허락한다.

‘산악인 그랜드슬램’. 이제 그는 ‘히말라야 8000m 14좌+세계 7대륙 최고봉+남북극과 에베레스트 3극점’을 모두 정복하는 세계 최초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에 북극점 도전에 성공하면 남극점 단 한 곳만 남는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1월 남극점에 오를 계획이다.

그 힘들고 가파른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면서 과연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무념무상…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합니다. 그냥 발짝 숫자를 셉니다. 처음엔 100발짝만 가자고 다짐했다가 그 다음부터 70, 50, 20발짝으로 조금씩 줄어들죠.”

그가 가장 적게 센 숫자가 한 발짝이다. 19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도전했을 때다. 8848m 정상을 불과 98m 남겨둔 깎아지른 듯한 난봉고지(8750m)를 오를 때 한 번에 한 발짝 이상 떼지 못했다. 숨 고르고 한 발짝, 또 숨 고르고 한 발짝…. 그렇게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올랐을 때? “남들이 생각한 만큼 희열을 느끼지 못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더 큰 꿈을 향한 한 단계를 넘었다는 정도로 생각합니다. 또 당장 내려갈 일이 걱정이죠. 대부분의 사고가 하산할 때 일어나거든요.”

산에 오를 때마다 커지는 그의 꿈. 그리고 그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언제부턴가 그 자신조차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박영석씨에게는 벌써 ‘그랜드슬램’ 달성 이후의 꿈이 생겼다. 그 꿈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자연에 대한 ‘예(禮)’로 대신했다.



“자연은 숭고한 것입니다.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함입니다. 자연이 받아들여야 내가 다가갈 수 있는 것입니다. 북극점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마치 이미 성공한 것처럼 그 다음의 꿈이나 목표를 말한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신동아 2003년 2월호

3/3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목록 닫기

해발 8000m 고도에 핀 연어화의 싱그러움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