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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비사

JP, 비서실장에게 “내각제 유보,내 말이라 말고 당에서 거론해보라”

1999년 7월12일, ‘내각제 합의 파기’ 당일

  • 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JP, 비서실장에게 “내각제 유보,내 말이라 말고 당에서 거론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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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는 이실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각제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은 이실장의 기억을 기초로 재구성한 당시 두 사람 간의 대화다.

김종필 : “내각제 개헌을 더 이상 추진 못하겠어요. 추진했다가는 나라가 망하겠고, (그랬다간) 그 책임을 내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습니다.”

이동복 : “내각제 문제는 DJ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오케이하면 왜 안됩니까. 그리고 왜 나라가 망합니까.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거덜나기에 나라를 살리기 위해 내각제를 하자는 것 아닙니까.”

김 : “아, 다 그렇게 돼 있어요.”

이 : “망한다고 하더라도 왜 총리가 (책임을) 집니까. 대통령이 잘못해서 나라가 망한 거니까 당연히 대통령이 책임져야죠.”



김 : “아 그렇게 돼 있다니까요.”

두 사람의 실랑이는 한 시간 가량 계속됐다. 이실장이 느끼기에 JP의 머릿속에서 내각제 개헌은 이미 ‘9만리’ 밖으로 나가 있었다.

김 : “당으로 돌아가서 내 말이라고 하지 말고, 이실장 생각이라고 하면서 이야기해봐요.”

이 :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김용환 수석에게 (JP의 의중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김수석하고 둘이 와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 : “가서 잘 이야기 해봐요. 앞으로 국민회의 이만섭씨(이날 선임된 신임 총재권한대행)하고도 이야기가 잘 될 테니까요. 내각제가 유보되면 연합공천 때 이만섭씨하고 협의해서 잘 될 겁니다.”

JP의 이날 발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함축돼 있다. JP가 이날 오전 11시에야 공식 발표된 이만섭 대행 등 국민회의 당직 인선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연합공천’이라고 그가 언급한 대목은 최소한 2000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합당’하지 않고 ‘국민회의-자민련’ 공조체제로 치를 계획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당시 국민회의에서 대표적인 합당론자로 알려진 김영배 대행이 이틀 전 전격 경질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날 아침 DJ와 JP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행동을 개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록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JP 본인의 입에서 ‘내각제 개헌 파기’ 언급이 흘러나왔다는 사실이다.

“JP가 내각제 포기하잡니다”

이실장은 결국 이날 중국 공산당 간부들과의 일정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JP가 이실장을 잡아끌었다. 시내 H호텔에서 점심약속이 있으니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약속 장소에는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 등 자민련 지도부급 중진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난 속으로 JP가 오늘 나한테 한 이야기를 이 사람들에게도 하려고 약속을 잡아놨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더군요. 마지막에 ‘이심전심이요’, 그 한 마디만 하고 말았어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구석에 밀리니까 뭔가 말을 꺼내려고 소집한 모양인데, 일단 나한테 맡겨놨으니까 조금 기다려보기로 한 모양이구나….”

점심식사 후 국회의원회관 김용환 수석부총재 사무실. 두 사람은 이실장의 요청으로 조용히 따로 만났다. 이실장은 오전에 JP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그러자 김부총재는 불같이 화를 냈다.

“총리 독대 신청을 했는데도 2주일 째 시간을 내주지 않더니 이것 때문이었구만.”

김부총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술회했다.

“이실장 첫 마디가 ‘오늘 JP가 원내 의석구도상 내각제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어려우니 당에 가서 얘길 좀 보라’고 했다는 거요. 이 문제는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내가 직접 JP에게 확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총리실에 연락해서 저녁식사 후에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회신이 안 와. 그 무렵 강창희(姜昌熙) 총무도 내각제 추진에 열의가 많아서 전화를 했죠. ‘오늘 저녁 총리공관에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어요.”

오후 6시. 김부총재와 강총무는 신문로 모 음식점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 때 총리실에서 전화가 왔다. 9시 경 JP가 공관으로 돌아올 것 같다는 전갈이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8시30분, 총리공관으로 출발했다.

차안에서 김부총재가 강총무에게 무겁게 입을 열었다.

“JP가 내각제 포기하잡니다.”

그러자 강총무가 “이럴 수는 없다”며 격분했다. 잠시 후 김부총재와 강총무는 공관에서 JP와 마주앉았다. 김부총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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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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