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호

외환위기 돌파엔 성공, 국가·가계부채는 시한폭탄

  • 글: 나성린 hwalin@hanyang.ac.kr

    입력2003-02-04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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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 DJ의 경제개혁. 얻은 것이 많은 만큼 잃은 것도 적지 않다. 빅딜·벤처 육성 등 요란한 정책으로 어지러웠지만 나라 경제는 IMF외환위기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경제위기를 극복한 만큼 잠재적 위험도 적지 않다. DJ의 경제개혁은 과연 우리 경제의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외환위기 돌파엔 성공, 국가·가계부채는 시한폭탄

    김대중 정부는 최초로 재벌개혁을 단행한 정부다.지난해 6월 김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만나 월드컵 성과 극대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집권 초기, 당면한 국가 부도위기를 막는 데 정신이 없었고 그후 5년, 부도위기의 원인인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서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빅딜이나 벤처 육성 같은 실패한 정책도 있었고,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또 의약분업과 국민연금 확대처럼 의욕만 앞선 사회복지정책으로 사회적 에너지가 낭비되면서 국민이 피해를 보았고, 지역편중 인사와 대통령 아들이나 측근의 비리로 인한 정치적 실패도 있었다.

    그럼에도, 신기하리만치 경제는 다른 경쟁국에 비해 높은 성장을 이루었고 경제 전체의 구조적 문제도 상당 부분 치유하는 성과를 거두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그 모든 것이 국가의 빚이나 막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천문학적인 국가부채가 차기 정부로 떠넘겨진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정착’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개입의 불가피성을 앞세운 관치경제가 여전해 과연 시장경제체제가 제대로 정착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DJ정부의 경제성과를 먼저 경제지표의 추이를 통해 간략히 살펴본 다음 DJ 경제정책의 구체적 내용과 그 성과를 분석해 보고, 마지막으로 차기 정부에 남겨진 경제정책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는 DJ정부 출범 직전, IMF경제위기 발생 당시인 1997년과 DJ정부 임기말인 2002년의 주요 경제지표를 비교한 것이다. 중간의 굵은 선 위의 지표들은 개선된 경제상황을 보여주고 있고, 굵은 선 아래 지표들은 악화된 경제상황을 보여준다.



    거시경제 지표상으로 우리 경제는 IMF경제위기 발생 당시인 1997년에 비해 나아졌다. 특히 낮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경제성장률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실업률은 1997년보다는 높지만 1998년(6.8%), 1999년(6.3%)보다는 훨씬 낮아졌다. 경제위기 당시의 취약점이던 외환보유고와 단기외채비율도 괄목하게 개선됐다. 이에 힘입어 국가신용등급도 투자적격인 A등급 이상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스위스의 IMD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1997년 30위에서 1998년 36위로 떨어졌다가 2002년엔 27위로 올라갔다.

    이러한 낙관적 지표에 비해 의 굵은 선 아래의 지표들은 우리 경제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한 정부채무도 1997년에 비해 2.5배 가량 늘어났고 특히 경제위기 동안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보증으로 발행한 공적자금채무 상환불가능 금액이 69조원을 넘어섰다. 노사분규가 증가하고 노동생산성이 악화되었으며, 특히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을 추월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니계수 격차에서 보듯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극도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DJ정부의 경제정책은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초기엔 IMF경제위기의 단기적 원인인 외환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했는데, 이것은 외국으로부터의 달러 차관, 단기외채의 만기 연장, 국제수지 흑자 노력으로 비교적 단시일에 성과를 거두었다. 그 다음엔 IMF경제위기의 보다 근본적 원인인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른바 금융개혁·기업구조조정(재벌개혁)·공공부문 개혁·노사관계 개혁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이다.

    4대 개혁의 목표는 IMF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인 기업과 금융을 비롯한 경제 각 부문의 부실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전체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제정책은 아니지만 경제 위기 극복과 구조개혁 과정에서 탈락된 빈곤서민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DJ정부는 야심찬 사회복지정책을 도입하였다. 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금융개혁은 IMF경제위기가 외환금융위기이며 금융기관의 부실과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하였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관치금융에 길들어온 우리 금융기관들은 자체 신용평가 능력도 없었고, 이로 인해 기업에 주먹구구식으로 돈을 빌려주었다가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것이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정부 지원 없이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해졌다. 이들 금융권의 부실을 제거하거나 부실 금융기관을 퇴출시키고, 남아 있는 금융기관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금융개혁의 목표였다.

    둘째, 기업 구조조정은 부실기업과 그들의 연쇄도산이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하였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기업의 부실은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 탓에 미미한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없는 부실한 재무구조와, 한 기업이 도산하면 계열기업이 연쇄도산하는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으로 대표되는 기업 지배구조에 기인했다. 따라서 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벌의 잘못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부실 계열사를 과감하게 정리는 것이 기업 구조조정의 목표였다.

    셋째, 공공부문 개혁은 정부의 규제 남발과 낮은 생산성이 민간부문의 비효율을 조장하고, 비효율적이고 부실한 공기업이 정부 재정을 악화시키고 높은 생산비용을 초래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불필요한 규제를 척결하고 정부부문을 축소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공공부문 개혁의 목표였다.

    마지막으로 노사관계 개혁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대립적 노사관계가 불법·폭력적 파업을 빈발하게 하고 이것이 기업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생산비용을 높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외국투자의 유입을 가로막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노·사·정간의 대화를 통해 노사에 모두 득이 되는 생산적 관계로 개선하는 것이 노사관계 개혁의 목표였다.

    지난 5년 동안 이 4대 부문 개혁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부문별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기업과 금융부문의 부실이 상당 부분 제거되었고, 스스로 책임지지 않고 정부에만 의존하려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많이 사라졌다.

    먼저 금융부문 개혁을 보면 수많은 부실 금융기관이 청산되고(2012개중 531개) 금융기관의 인력과 점포수가 감축되었다. 158조9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효율적인 금융인프라 구축을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와 통합 금융감독원을 설치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부실채권의 기준과 부실여신 규모 실사를 강화했고 적기시정조치제도, 예금부분 보장제도 및 채권시가평가제를 도입했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한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를 유도했고 전자금융을 확산했다. 그 결과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1999년말 기준 12.9%에서 2002년 9월말 기준 2.4%로 낮아졌고,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이 1997년말 기준 7%에서 2002년 6월말 기준 10.8%로 높아졌다. 또 2000년의 4조2000억원 적자에서 2002년 3·4분기 기준 5조4000억원 흑자로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

    사라진 ‘대마불사론’

    둘째, 기업 구조조정은 4대 부문 개혁 중 성과가 가장 큰 부문이다. 무엇보다 ‘대마불사론’이 퇴조했다. 5대 재벌기업과 재계 순위 6위 이하 기업에 대해 각각 업종교환(빅딜)과 기업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실시했다. 기업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재벌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1인 총수 지배의 선단식 문어발 경영을 지양했다. 후자를 위해 회장비서실을 폐지하고 재벌회장들이 등기 이사로 취임하도록 하고,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했다.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고 상호직접출자 금지, 연결재무제표 도입, 집중투표제·대표소송제 등을 도입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도입했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도입해 부실기업의 퇴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상시 구조조정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와 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도입,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와 전문적인 구조조정체제를 구축했다. 워크아웃의 결과 대상 기업 83개 중 52개 사가 조기졸업하거나 정상화됐다. 16개 기업은 정리됐고, 현재 15개 사가 남아 있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대기업 빅딜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 이런 정책의 도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셋째,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2차에 걸쳐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조직 개편을 단행하였고, 개방형 임용제도와 성과급제도 등을 통해 정부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점점 관료화·비효율화하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개혁은 앞의 두 개혁에 비해 그 성과가 부진했다. 정부조직과 정부 산하기관은 오히려 확대됐고(1997년의 2원 14부 5처 14청 25위원회에서 2002년 현재 18부 4처 16청 30위원회), 공무원 정원도 외형적으론 줄었지만 대부분 자연감축이었고 상당수는 산하기관으로 옮겨갔다. 개방형 임용제도와 성과급제도는 실시하지도 못했다. 공기업 민영화의 경우는 성과가 있었다. 당초 목표였던 6개 대기업(한국전기통신공사, 한국담배인삼공사, 포항제철, 한국전력공사, 한국중공업, 한국가스공사)와 5개 소기업(한국종합화학, 한국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대한송유관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중 7개에 대해 민영화를 완료했고(국정교과서, 종합기술금융, 대한송유관, 포항체절, 한국종합화학,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담배공사, 난방공사,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의 민영화를 추진중이다.

    넷째, 노사관계 개혁을 위해 2기에 걸쳐 노사정위원회를 구성, 노·사·정간의 대화를 지속시켰다. 그 결과 정리해고제를 비롯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됐고 출산휴가·육아휴직제도 개선 등 근로환경이 개선되는 등 노사간 대화와 협력 분위기가 확산되는 효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DJ정부는 이른바 생산적 사회복지제도라는 슬로건으로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을 포함한 4대 사회보험제도를 확충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했다. 4대 보험의 확대로 그동안 사회보험의 혜택에서 제외돼 있던 국민 다수가 포함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선 이하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2000년의 경우 4인 가구 기준 월 96만원) 소득보조를 해 주었다. 그 결과 2002년 10월말 현재 70만가구 139만명이 생계비를 지급받고 있다.

    꾸준히 상향된 기업 신용등급



    4대 부문 구조개혁으로 대표되는 DJ정부 경제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친 효과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우리 국가 및 금융·기업들의 신용등급이 꾸준히 상향 조정됐고, 스위스의 IMD평가에서도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상향 조정된 것을 보면, 4대 구조개혁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건실해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IMF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의 마이너스성장을 제외하고는 줄곧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도 DJ정부 경제정책의 긍정적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초기의 빠른 경제회복은 위기 이후의 기술적 반등으로 볼 수 있고, 최근 경기회복의 원인은 미국 및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징후, 그리고 네 차례에 걸친 콜금리 인하와 건설경기 활성화, 설비투자 촉진대책, 수차례의 추경편성, 특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 우리의 경쟁 대상국들이 대부분 저조한 성장을 하는 동안 우리 경제가 세계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긍정적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줄곧 마이너스를 거듭해오던 수출 증가율이 작년 상반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졌음을 의미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경쟁력도, 아직 걱정스러운 부분이 남아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위기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DJ정부 경제정책의 성과가 합격점을 받기 위해선 ‘우리 경제가 경제위기 발생 전인 1997년 이전보다 나아졌는가’ 또는 ‘경제위기의 재발가능성은 없어졌는가’하는 질문에 ‘그렇다’는 평가를 얻어야 할 것이다.

    먼저 첫째 질문인 ‘우리 경제가 경제위기 발생 전보다 나아졌는가’에 대해선 그렇다는 평가를 내리기가 힘들 것 같다. 저금리와 저인플레를 바탕으로 비교적 건실한 경제성장을 하고, 높은 외환보유고와 낮은 단기외채 비중 등 개선된 측면도 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2002년 기준 9500달러로 경제위기 전의 1만달러에 못미치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낮다. 노동생산성이 더 낮아졌고 실업률은 반대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국가부채가 최소한 2.5배 이상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나 국가재정 운영에 큰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도 상당 기간 상환부담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없어졌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첫째, 늘어난 국가부채가 문제다. 그동안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입했던 공적자금 손실금액 69조원과 지난 5년 동안 늘어난 국가부채가 56조5000억원으로 우리 국민이 갚아야 할 실질 국가부채는 현재 191조1000억원(GDP대비 35%)에 이르고 있다. 이들 부채의 상환이 올해부터 시작되는데 연간 세수입이 110조원에 불과한 우리 정부로서는 그 빚을 갚을 능력에 한계가 있다. 이것은 막대한 재정부담이 될 것이다.

    둘째, 구조개혁의 성과가 아직 미진해 또 다른 경제위기로부터 자유로울 만큼 체질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2기에 걸친 노사정위원회 활동에도 불구, 노사관계는 여전히 기업의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의 25%에 이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현대건설 등과 같이 구조조정이 완료되지 않아 우리 경제의 부담이 되는 부실기업도 많이 남아있다. 대기업의 경우 여전히 1인 총수 중심의 재벌구조가 건재하며 한국 실정에 적합한 기업 지배구조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겉보기엔 부실이 제거되고 수익성도 증대되었지만 신용평가 능력을 포함한 경쟁력이 제고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공공부문 개혁은 노사관계 개혁과 더불어 현 정부의 개혁과제 중에서 가장 지지부진한 분야다. 공기업 민영화는 목표한 바를 꽤 달성하였지만 민영화한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지속되고 있고, 민영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공기업도 많이 남아 있다.

    셋째, 저금리와 국내 소비주도 경제정책으로 인해 급속히 늘어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부실기업 부채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가계부채의 증가는 대규모 금융부실을 초래해 금융위기의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넷째, DJ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이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의 형식적 완성과 저소득층 복지향상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업적주의에 사로잡힌 성급한 도입으로 인해 사회보험재정에 막대한 적자를 초래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공적 부조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사회복지예산의 급속한 증가는 그러지 않아도 과도한 국가부채로 과부하가 걸려 있는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대내외적 여건으로는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먼저 대내적 여건을 보면, 새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또 당선자 자신이나 경제참모들의 성향이 경제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보다는 사회복지의 확대와 소득과 부의 재분배, 그리고 친노조-반기업적이어서 안정적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높다.

    북한의 핵문제와 반미 감정으로 불거진 외국투자의 이탈과 대미수출의 감소 가능성도 우리 경제의 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라크전쟁의 발발 가능성에 기인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우리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불안 요인을 가지고 출범하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과제는 자명하다.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섣부른 개혁을 도입하기보다는 아직 미진한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시장경제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을 포함한 부실기업의 정리를 마무리함으로써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재벌개혁에 관한 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기업투명성을 제고하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규제완화에는 재벌의 총액출자제한, 대기업집단지정 제도 및 은행지분제한 제도 등이 포함되고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집단소송제, 집중투표제 및 대표소송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예방책 마련은 필수다.

    노사정위원회 폐지해야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의 민영화와 민간 중심의 금융감독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정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축소하고 비대한 정부조직을 통폐합해 줄여야 한다. 각 부처 장관에게 인사권, 조직개편권과 예산권을 부여해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고, 부처간·부처내 경쟁을 촉진해 정부부문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할 것이다.

    그 기능이 한계에 달한 노사정위원회를 폐지하고 분쟁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되 해결이 안될 경우 노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강제 해결토록 해야 할 것이다.



    경쟁시장체제에서 탈락한 빈곤층과 서민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완성도 차기 정권의 중요 과제다. 빈곤층에 대한 무조건적인 시혜에서 벗어나 자립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단기적으로 욕을 먹더라도 부실한 사회보험재정을 건전화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다음 정부는 재정을 시급히 건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정건전화특별법을 도입하고, 공적자금 손실분과 정부부채 상환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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