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호

1년에 3500만원 ‘일류’로 가는 지름길 맞나

10~12세 캐나다 단기전학 프로그램 정밀분석

  • 글: 김 건 在 캐나다 르포라이터

    입력2003-02-04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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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캐나다 단기전학 프로그램 ‘토피아아이비클럽’. ‘2년 후 귀국-특목고 입학-아이비리그 직행’을 목표로, 영어 학습과 국내 진도 따라잡기를 병행하고 있는 특수 조기유학 프로그램의 허와 실.
    1년에 3500만원 ‘일류’로 가는 지름길 맞나

    지난해 8월,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모인 토피아아이비클럽 2기생들

    지난 1월6일 오후 3시30분. 캐나다 서부의 중심도시인 광역 밴쿠버 델타시 그레이초등학교 앞.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교정으로 이따금 자동차가 한 대씩 들어오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은 한국의 초등학생인 듯했다. 하숙집 주인으로 보이는 캐나다 여성이 몰고 온 자동차에서 내리는 아이도 있었다. 그들이 나누는 작별 인사가 무척이나 정겨워 보였다.

    1시간여 정적에 싸여 있던 학교는 이내 시끌벅적해졌다. 30여 명의 아이들이 ‘토피아 스쿨(Topia School)’이라는 작은 종이 간판이 내걸린 장소로 모여든 것이다. 그곳에는 4개의 교실과 컴퓨터 8대가 놓여 있는 휴게실, 그리고 작은 교무실이 갖추어져 있었다.

    일부 한국말을 쓰는 아이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자기들끼리도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개구쟁이 사내아이는 “Someone tries to kill me!”를 외쳐대며 좁은 교무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오후 3시40분이 되자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이 없는 학생들은 휴게실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몇몇 남학생들은 PC게임을 전면 금지한 학원측 처사에 불만이 많은지 연신 투덜거렸다. 휴게실 한가운데 놓인 긴 탁자에는 시간당 10달러의 보수를 받고 영어 도우미를 자청한 3~4명의 6, 7학년 캐나다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서 듣자니 한국 아이들의 영어발음은 꽤나 유창했다.

    이미 사방이 어두워진 오후 6시. 그레이초등학교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인 델타 트와센 지역의 사우스델타중고등학교. 여기에서도 한국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수업이 막바지여서 그런지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강당 한구석에는 김치찌개가 요란한 냄새를 풍기며 끓고 있었다. 먹성 좋은 아이들이 “얼마 만에 맡아보는 향기냐”며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수업이 끝나는 7시가 다가오자 백발의 백인 할머니가 강당으로 들어왔다. 자기 집에 머무는 한국 여학생이 나오기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은퇴 후 적적함도 달랠 겸 처음으로 하숙생을 받았다는 다운 콥 할머니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한국 학생을 가리키면서 “너무나 예뻐 어쩔 줄 모르겠다”고 했다.

    “실험 아닌 확신이다”

    지금 캐나다 밴쿠버 한구석에서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실험의 주체는 한국의 한 학원업체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두고 ‘실험’이라는 용어를 쓰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실험이 아닌 ‘확신’이라고 강조한다. 거쳐야 할 실험은 이미 다 거쳤다는 주장이다. 지난 7~8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마침내 지금의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설업체의 자기 자랑이니만큼 뒷맛이 개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교육 현장의 ‘특수상황’을 감안하면 무조건 장삿속이라고 폄하하거나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 체감하고 있듯 지금 한국에는 영어 광풍이 불고 있다. 풍속을 측정하기 힘들 정도의 거센 바람이다. 그 광풍의 한가운데 조기유학이라는 회오리가 도사리고 있다.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된 ‘아이들 영어권 나라 보내기’ 바람은 이미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된 상태다. 유학·연수·이민에서 장·중·단기 코스 등 실로 다양한 형태와 방법의 조기유학이 진행되고 있다. 마치 영어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자식의 장래를 결정하는 핵심코드인 양 난리인 형국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업체의 ‘실험’은 일단 주목받을 만한 특성을 갖고 있다. 업체측이 말하는 프로그램을 간단히 도식화하면 이렇다. 2년 한시 유학-영어 완성-한국 복귀-특수목적고 진학-유학반에서 공부-계속적인 영어 관리-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출(표 참조). 보통의 한국 학부모들이 최고로 치는 가치의 나열이다. 그래서인지 이 업체의 이름도 ‘토피아아이비클럽’이다.

    이 업체의 업종 자체를 정확히 구분 짓는 것조차 쉽지 않다. 서울 중계동에서 입시학원과 영어학원으로 자본을 형성한 학원기업 (주)토피아아카데미(이사장 김석환) 산하 유학 전문업체라 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설명일 것이다. 그러나 유학원이라 하기엔 부족하고, 학원이라 부르기도 적합지 않은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는 일뿐 아니라 현지에서 관리하고 과외 공부를 시키는 일까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조기유학 토털서비스업체라 하면 보다 더 적확한 규정이 될까.

    밴쿠버에 거주하면서 업체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박 원장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갖는 장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영어완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가족과의 이별을 최단기화하면서, 한국 교육시스템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에 대한 관리가 철저해 소년기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일탈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학부모들이 높이 평가하는 대목이다.”

    박원장은 열심히 공부한다는 전제 아래 “3개월이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1년이 지나면 상당히 자유로워지며, 2년이 되면 쓰기·읽기도 일정한 단계에 오른다”고 밝혔다. “평생 해야 할 아이들의 영어 걱정을 단 2년이면 끝낼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프로그램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기전학’을 표방하고 있는 점이다. 떠날 때부터 미리 돌아올 날을 못박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제시하는 기간은 2년. 물론 모든 학생들이 꼭 이 기간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발고사 치르고 가는 전학

    토피아는 일반 유학업체와는 달리 선발고사를 치른다. 여기에 합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인성과 적성검사를 실시한다. 학력수준도 처음부터 중상위권 학생으로 못박았다. 영어를 습득할 재능과 특목고에 갈 자질을 미리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지필고사에는 붙었지만, 인성·적성검사에 떨어지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이기적인 아이들은 외국생활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 판단해 사전에 추려내는 것이다.

    응시연령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토피아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나이인 10살에서 12살 사이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다.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도 한두 명 끼여 있지만 이들은 특수한 예일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한 토피아측의 생각은 확고하다. 오랜 영어교육 경험 끝에 얻어낸 결론이라는 것이다. 박원장은 “어리면 어릴수록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영어를 받아들이지만 그 속도만큼 모국어를 잊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렇다고 중학생 이상이 되면 듣고 말하기가 늦어질 뿐더러 친구들과의 동화도 더뎌지기 때문에 이 연령대가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프로그램으로 캐나다에 온 학생은 2002년 1월말 입국한 1기생 45명과 같은 해 8월 말에 입국한 2기생 등 69명이 있다. 오는 2월25일에는 3기생 35명이 새로 올 예정이다. 총무와 재정을 총괄하는 박영복 이사는 “우리 학생들은 2:1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상위권 이상의 학력 우수자들”이라고 밝혔다.

    학교와 하숙집 배정에도 그들 나름의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는 델타시 18개교와 메이플릿지시 4개교. 모두 시설과 ESL 교육이 일반 사립학교보다 우월하다고 인정된 공립학교들이다.

    특히 델타시 교육청과 토피아의 관계는 우호적인 것을 넘어 돈독하게 보였다. 그 동안 초등학교의 경우 유학생을 받지 않던 델타시 교육청은 지난해 처음 토피아 학생들에 한해 입학을 허용했다. 학생들은 학교별로 최대 8명에서 최소 5명까지 분산배치되며 학급당 인원도 2명을 넘지 않게 하고 있다.

    델타시 교육구에서 유학생 업무를 총괄하는 마샤 보일 박사는 “토피아 프로그램을 신뢰하기 때문에 이같은 상호협력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부모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 중 하나인 하숙집은 모두 세 차례의 검증작업을 거친 후 결정된다. 델타시 교육청에서 엄선한 하숙집 명단을 갖고 토피아 생활 담당자들이 직접 집을 방문해 환경을 살펴본 후 학생들의 인성·적성검사 결과와 맞춰 배정한다. 집주인의 신원조회는 기본이고 종교·애완동물·가족관계까지 상세히 조사한다. 부원장이자 학생들의 생활관리를 총지휘하고 있는 브루스 리씨는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자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집안 분위기와 아이들의 정서가 잘 맞아야 하는데 그것을 100%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다



    토피아측은 델타시 레드너 지역에 있는 박원장 집 옆에 ‘토피아하우스’라는 별도의 집 한 채를 두고 있다. 하숙집에서 갑자기 나온 아이들이나 한국에서 아이를 보러 온 부모들이 묵는 일종의 ‘영빈관’이다. 아울러 아이들의 수업 모습을 인터넷 화상을 통해 한국에 실시간 중계하는 색다른 서비스도 하고 있다.

    토피아는 이같은 관리를 위해 모두 23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4개 권역으로 나뉘어 학습·생활·간식 등을 담당한다.

    프로그램 중 가장 학부모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방과 후 과외수업이다. 아이들은 캐나다에서 한국 초등학교 교과과정도 공부해야 한다. 일주일에 세 번씩,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40분부터 7시까지다. 한국으로 돌아가 다른 입시생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업은 델타 교육청이 마련한 학교 안에서 진행된다. 영어·국어·수학·과학 4과목으로 한국 교재를 갖고 한국말로 진행된다.

    영어는 캐나다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UBC 등을 나온 교포 교사들이, 다른 과목들은 한국에서 강단 경험이 있는 이민자들과 한국에서 파견한 교사들이 진행한다.

    이같은 수업으로 인해 국어를 제외한 전과목에서 아이들의 성적이 이전보다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업체측은 주장한다. 특히 수학과목은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성적이 조금 오른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다른 과목에 대한 부담이 적어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방과 후 과외수업의 장단점

    철저한 학생관리로 주목받고 있는 밴쿠버의 또 다른 유학업체인 유학사관학교의 박종화 원장은 “오후 3시에서 7시 사이가 가장 한가한 때라 그만큼 학생들이 탈선할 기회도 많다”며 “이 시간대에 아이들을 모아 공부시키는 것은 학력증진과 탈선방지라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캐나다 학교 안에서 진행되는 이같은 집단과외를 두고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담이긴 하지만 캐나다의 교사들은 토피아를 ‘아동학대기관’이라고 했다. 한참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을 교실 안에 너무 오래 붙잡아둔다는 것이다.

    현재 토피아 학생 7명이 재학하고 있는 그레이초등학교의 J. 마샬 교장은 “아이들에게 좀더 많은 자유시간을 주어야 한다”며 “토피아의 아이들은 너무 큰 압력 아래서 공부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했다. ESL 담당인 제니스 오브리엘 선생 또한 “과연 어린 학생들이 그같은 압력을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그렇게 공부에만 집중하다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과외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현지 적응도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친구들도 만나고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즐겁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재미 없고 너무 힘들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토피아가 과외수업에 주목하는 이유 중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소속감 내지 연대감 때문이다. 수학을 가르치면서 생활지도도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 김씨는 “이들에게 어떤 그룹에 속해 있다는 의식은 외로움을 이기는 데 큰 힘이 된다”면서 “일주일에 세 번씩 같은 처지의 또래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이 초기 적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에 3500만원 ‘일류’로 가는 지름길 맞나

    토피아아이비클럽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한 어머니들

    그러나 사실 현실 적응 문제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몫이다. 토피아에서 생활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리처드 박씨는 “6학년 아이라면 밴쿠버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이미 현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굳이 문제가 있다면 4학년 등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들인데 이들 역시 하숙집에 들어간 뒤 1주일 정도면 자리가 잡힌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기기까지는 거의 매일 전화통을 붙잡고 함국에 있는 부모에게 눈물바람을 보인단다. 현재 한국 학생 1명을 맡고 있는 40대 후반의 머레이 루엘라 부부는 “처음에는 매일 30~40분씩 국제전화를 하는 아이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이 일찌감치 적응을 하는 데 비해 부모들은 전혀 그렇지 못한 편이다. 한 생활담당 선생은 “한국에서 부모가 전화를 걸어와 아이의 하숙집에 문제가 많다고 해 달려가 보면 거의 모두가 아이가 야기한 문제들”이라고 털어놓았다. “목욕도 못하게 한다고 해서 가보면 ‘9시 이전에 목욕을 마치라’는 사전 주문을 어긴 것이고, 밥도 안 준다고 해서 달려가 보면 저녁 6시에 하는 식사시간을 2시간이나 어겨 생겨난 일”이라는 것이다.

    더욱 골치 아픈 것은 아이의 스케줄이 조금이라도 비면 가정교사를 붙여달라고 떼쓰는 일부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이다.

    캐나다 공부와 한국 공부를 한꺼번에 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부모들은 전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툭하면 “숙제를 얼마나 내주고 있느냐” “공부를 시키는 양이 얼마나 되느냐”는 식의 항의성 문의전화를 건다고 했다.

    화상캠으로 과외수업 장면이 한국에 중계되면 카메라를 피하느라 자리 옮기기에 바쁜 것도 극성 엄마를 둔 아이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수업광경을 지켜본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옷차림부터 수업태도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잔소리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토피아측이 조금 곤란해하는 질문 중 하나가 ‘그럼 이 프로그램의 결과물이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다. 확신만 있지 아직 세상 밖으로 내놓을 만한 뚜렷한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프로그램이 중간결과라도 얻으려면 최소 3~4년, 최종결과를 얻으려면 6~7년이 더 필요하다. 1기 학생들이 1년 후 돌아가 고등학교 입시를 치르고, 다시 대학입시를 치르기까지는 아직 많은 세월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토피아측은 일단 지난해 9월 실시된 영어경시대회 성적을 내놓았다. 한국 대원외국어고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이 공동 주최한 IET(International English Test) 시험 결과였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대회에는 한국에서 2만5000명, 해외에서 8000여 명이 참가했다.

    토피아는 해외부문에서 1기생 40명이 참가해 23명이 장려상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3, 4학년부에 참가한 노강진(11)군은 대상을 차지해 이곳 델타지역 신문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실리는 기쁨을 누렸다. 이와 함께 토피아 1기에서 금상 3명, 은상 4명, 동상 10명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전적으로 토피아프로그램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입상자 중 외국생활을 한 학생은 한 명도 없지만, 거의 모두가 한국에서 5~10년씩 영어교육을 받고 온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과 그들을 이곳으로 보낸 의사결정권자인 부모들의 반응은 비록 표피적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평가라 할 수 있겠다.

    몇몇 학생들에게 만족도를 물어보니 100점 만점에 75점에서 90점까지 나왔다. 굳이 평균치를 뽑아 보자면 85점 정도는 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영어습득은 만족하지만 생활은 조금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민족사관고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중학교 1학년생 정지영양은 “무조건 영어를 써야 되니 영어만큼은 금방 느는 것 같다”면서 “다만 생활이 너무 단조로워 심심하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 온 정양은 “기본적인 대화는 되지만 어휘력과 문법은 여전히 달린다”고 했다.

    1년에 3500만원 ‘일류’로 가는 지름길 맞나

    지난 1월초 스키 여행을 떠난 학생들

    쌍둥이 동생과 함께 하숙을 하고 있는 1기생 권기문양(중1)은 “처음에는 홈스테이하는 집에서 말이 안 통해 불편했지만, 3개월쯤 지나자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서 “1년이 된 지금은 처음 왔을 때 쓴 영어일기의 틀린 곳을 고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 생활을 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이들 자매는 지난 9월의 영어경시대회에서 함께 금상을 받았다. 역시 2기 학생으로 6학년에 올라가는 육심현군은 “24시간 영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영어 배우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홈스테이에 대한 만족도도 나쁘지 않았다. 5학년인 김소은양은 “하숙집 주인 아이들이 6명이어서 즐겁다”고 했다. 또래의 아이들과 말하고 노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은이는 홈스테이 집을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에 들어간 집은 부부 이외에 갓난아기밖에 없어서 너무 심심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올해로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더욱 그랬다. 지영이는 “자꾸만 한국 아이들에 비해 내가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다”고 염려했다. “영어는 몰라도 다른 과목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걱정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같은 생각이었다. 아이들의 이같은 반응이 단순한 심리적 불안감인지, 실제 학력저하를 느끼는 데서 오는 위기감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을 보러 직접 밴쿠버로 온 부모들의 반응은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된다’는 것이었다. 샌드스세컨더리에 다니고 있는 2기생 맹주훈군(중1)의 부모인 맹두영 이혜승 부부는 몇 개월 만에 달라진 아들의 영어구사능력과 자신감 넘치는 생활태도를 보고는 “선택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몇 년 전 맹군의 누나를 1년 동안 캐나다 노바스코샤로 유학 보냈다가 하숙집과 가디언(법적 보호자)의 불성실로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이들 부부는 “주훈이의 경우는 염려안해도 될 것 같다”고 토피아측의 관리시스템에 신뢰감을 표시했다.

    이혜승씨는 “결코 돈이 많아서 아이를 유학 보낸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부부는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이번 유학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가족간 이별에 대해서도 “자식이나 부모나 모두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주훈이가 토피아의 프로그램대로 성장해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4학년 2학기 때 이곳에 와 이제 5학년으로 올라가는 2기생 세민이 부모는 “방과 후 과외수업을 통해 한국 수업에 뒤처지지 않게 하고 또래의 한국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애프터스쿨제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처음 보내놓고 가장 귀여울 때 왜 떨어져 살아야 하나 하고 몹시 후회했다”면서 “그러나 이렇게 생활하는 것을 직접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아이가 갖고 가야 할 영어 스트레스를 2년의 이별로 풀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세민이 엄마는 “영어는 눈에 띄게 늘었지만 수학 성적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토피아 프로그램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모두 상류층이라 할 수 있다. 토피아측에 따르면 ‘아이들의 부모만으로 종합병원을 차려도 될 정도’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과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출신지 또한 전국적으로 고루 퍼져 있으나 40% 정도는 서울 강남 아이들이다.

    토피아측도 경비부담이 프로그램의 대중화를 막는 결정적 걸림돌이라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영어습득 방법의 대안으로 운운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경비가 들기 때문이다.

    토피아 프로그램을 1년 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4만1400캐나다달러. 세분하면 학비 1만2500달러, 의료보험료 750달러, 하숙비 1만800달러, 과외수업료 6000달러, 영어보충비 3000달러, 생활관리비 5000달러, 간식비 2000달러, 여행비 1300달러, 기타 잡비 400달러 등이다.

    1년에 3500만원 ‘일류’로 가는 지름길 맞나

    다양한 과외 활동을 장려하는 캐나다 초등학교에서 동급생들과 하키를 즐기고 있는 한국 어린이들

    1캐나다달러를 760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돈으로 3500만원이 넘는 액수다. 자녀 한 명당 2년 동안 7000여 만원의 돈을 투입해야 이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물론 이 액수가 일반적인 조기 유학 비용을 많이 초과하는 것은 아니다.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한 아버지는 “초등학교 아이의 1년 영어교육비로 대학생이 3년 동안 쓰는 경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해외연수나 유학을 위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을 결석처리하라는 방침을 일선 교육청에 내려보냈다. 3~4개월씩 임의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은 수업일수가 모자라므로 유급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유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토피아 학생들도 자퇴형식을 밟고 유학길에 오른 아이들이다. 문제는 이들처럼 1년 내지 2년 동안 제대로 된 학교에서 공부한 증빙서류를 갖고 갈 경우 한국 학교에서 이들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선 교육청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일부 지방 교육청의 경우 ‘원칙대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하고 있어 학부모들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1기 학생 2명이 1년 만에 황급히 짐을 싸 돌아간 제주도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토피아의 조기전학 프로그램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영어습득 적령기 문제에 대해 대원외고 유학반을 이끌고 있는 이경만 국제부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중학생 이상만 되면 구강근육의 문제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전성만 보장된다면 원어민 가정에서 하숙을 하는 것이 보다 확실한 실습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류’ 지름길인가, 장삿속인가

    28년 전 미국에 유학을 와 지금은 밴쿠버에서 한국어 공인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케빈 김씨는 “4~5학년이 적기”라면서 “6학년만 돼도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가정에서 머물며,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조건을 단 그는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2년이면 말하고 듣는 영어는 사실상 끝난다고 볼 수 있다”고 단정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한국에 돌아갔을 때 영어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영어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 guage) 교육 경력 15년이 넘는 제니스 교사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2년 동안 영어를 완성한다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면서 “미완성 상태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나마 배운 영어조차 잊어버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토피아측이 주장하는 ‘2년 내 영어 완성론’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가 ‘본질론’을 제기했다. 즉 ‘영어 완성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이경만 교사는 “토피아 프로그램의 의미는 영어공부의 최종 단계인 읽기와 쓰기 능력을 익혀가는 데 불을 지핀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케빈 김씨 역시 “영어공부의 진정한 완성은 읽기와 쓰기”라면서 “2년 동안의 생활은 밑거름을 주는 정도밖에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어교육보다 더 원천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밴쿠버의 한 대학에 출강 중인 한국인 소장학자는 “2년 동안 공부하고 돌아간다는 발상은 어른들에게는 위로가 될지 모르나 아이들에게는 무거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2년 후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려 하겠느냐”는 물음도 던졌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어린 아이들의 가치관과 정서의 혼란이 지극히 우려스럽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토피아 프로그램을 가리켜 “부모들의 초조감을 이용한 장삿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조금 더 세밀한 프로그램을 지닌 일개 집단이 유학의 전과정을 관리한다는 것 이외에 기존 조기유학 형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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